
또 하나의 등산 <천불산> 정상 정복
7월 7일. 오늘은 대묘(따이미아오)와 대명호(따밍후), 표돌천과 천불산(첸후산)을 가는 날이다. 태안 가역주점(지아이쥬디엔)호텔에서 아침식사 후 출발, 제남시내 역전으로 갔다. 자유시간이라 선택해서 가면 된다. 남들은 <대명호수>와 <표돌천>을 간다는데 우리 일행은 천불산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갈까 아니면 택시를 타고 갈까 하다가 결국은 택시를 선택. 제남역전 기다란 택시 정류장에서 줄을 서서 20분을 기다려 겨우 택시를 잡았다. 오후 1시 택시를 타고 두 대에 탄 식구들이 입구에서 다시 만났다. 손발이 척척 잘 맞는다.
돈을 내고 입장--나만 입장료 비싼 돈을 안내니 부러운 게 아니고 다들 열불 난다고 한다. 한참을 웃었다. 누구만 공짜니까 그렇다. 여기가 중국 땅인가 싶다.
1시30분, <천불산> 등산은 2시간가량인데 어제 태산을 등반한지라 피곤하다. 한참을 걷다가 슈퍼에 들러서 음료수, 물을 사고 미리 준비한 간식을 먹었다. 여기도 삭도가 운행되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해 숙지사항이 있다. <천불산 삭도공사>에서 발행한 차표에 보니 의자에 올라가 기대거나 서거나 방방 뛰지 말고 차문이 열리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근무요원에게 알리고 삭도에 낙서를 하거나 오물을 투척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천불산 유람 삭도>(1인 20원)를 타고 숲속의 대형 금동불상을 사진으로 박았다. 웅장하게 보인다. 중국 사람은 크면 더 크고 높으면 더 높은 것을 좋아한다. 삭도를 내려서 가보니 불당과 사당과 정자와 기념품점이 즐비하다.

제남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이었다. 오늘은 날이 흐려서 부옇게 보인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활도(후알따오)가 운행되고 있었다. 썰매 활강코스를 처음으로 타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1인당 25원을 주고 애들처럼 미끄러지듯이 운전을 하며 내려갔다. 와--속도감과 서스펜스와 스릴이 있고 시원하기도 하다. 이 썰매차는 사전에 교육을 받아야 하고 정신병, 심장병, 고혈압환자, 노인, 지체장애자는 탈 수 없다.
다 내려오니까 누가 사진을 찍었는지 내가 탄 사진이 나와 있었다. 신기해서 20원에 기념사진 액자를 사고 하산해서 일부는 대명호로 돌아가고 나머지는 숙소로 그냥 왔다. 샤워를 한 후 저녁식사에 집합, 노나라의 수도 제남(지난) 시에서 또 하나의 작은 등산을 끝냈다.
왕복 선상에서 나눈 우정, 연정
오고 가는 길에 정이 싹튼다. 이 말은 내 말이 아니다. 조상들이 만들어 낸 속담이다. 언제나 해외여행--특히 배를 타고 가는 길에는 재미와 긴장과 흥분이 따른다. 파도를 타고 넘실넘실 가서 그런지 모른다. 사람들이 어찌나 순수해지는지 너도 나도 갑판에 나와서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 긴 숨(복식호흡)을 쉬고 여유를 찾는다. 지나가는 배도 구경하다가 갈매기 떼가 몰려와서 새우깡 먹이를 달라고 치열하게 자리 경쟁을 한다. 밤이 되어 어둑어둑해지면 일몰시간에는 눈과 얼굴과 옷이 온통 붉은 색으로 변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새로운 활력소가 된다. 나는 돌아오는 배 갑판에서 홀로 여행하는 호주 여행객을 만났다. 벤치에 앉아서 그와 나눈 대화다. 너무 쓸쓸해보여서 말을 걸었지만 외국인에게 귀찮은 접촉이 아닌가 은근히 두렵다. 고독과 명상과 여유 유람을 즐기는 여행전문(?)매니아가 아니기를 바랐다. 그는 동남아를 1달 이상 여행 중이며 미얀마. 베트남. 태국, 인도를 돌고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한국도 이번에 처음 들어가는 길이란다. 참 대단하다. 영어가 안 통하는 공자의 고향 <산동성> 청도 여행을 마친 것이다. 나는 아들이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금년 말에 손주 돌날에 맞추어 여행 간다고 했다.
우리는 페리호 배에서 가면서 하루, 오면서 하루를 지내다보니 선내의 웬만한 곳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8층짜리 승객 660명이 탈 수 있는 2만9천톤급의 페리호 <뉴골든 브릿지 5호>. 이 배안에는 면세점을 비롯해서 슈퍼, 레스토랑, 커피숍, 노래방, 공연장, 목욕실, 휴게실, 세탁실, 식수대, 식당 등 없는 게 없다. 그런데 이번 왕복 항해에 겨우 50--80명의 승객이 이용한 것이다. 주 3회. 화, 목, 토요일에 왕복한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인 <메르스>의 공포와 후유증이 낳은 결과다.
그 덕에 우리는 마치 배 전체를 임대한 vip고객처럼 극진한 대우를 받았으며 복잡하지 않게 선상비자로 출입국 수속 밟아 통관하고 승선할 수가 있었다.
8일간의 여정에서 만난 얼굴들, 만나면서 서로 웃고 떠들고 한편 화내고 노래 부르고 춘향전 판소리를 듣고, 중국집 청요리를 먹으며 중국의 전통부채를 부치면서 담소하던 일이 추억으로 남는다.
-------------------------------------2015.07.22------일죽 김양래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건강하세요.
메르스의 영향으로 6월말경 인천공항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더군요. 산동성 여행기 잘 보았습니다~^^*
은희 샘.고마우ㅏ유--일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