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없는 일주일> 을 통해 정은숙 작가의 독특한 이야기 구성을 보며 감탄했었다. 연속해서 찾아 읽었던 정은숙 작가의 책 <정글북 사건의 재구성> 또한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구성해갈 수 있을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번 책도 <용기없는 일주일>처럼 사건을 중심으로 주인공 각자의 시선과 심리를 마치 그 주인공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묘사했다.
이야기의 중심 사건은 이렇다.
경찰에서도 화재 사건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용의자로 지목된 여러 학생들을 만나 대화를 해 보지만 소득이 없었다. 동아리 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여섯 명의 중3 학생들. 학교 축제(은행제)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던 동아리 회원들. 겉보기에는 그들간의 관계에 아무런 이상이 없었지만 실상은 서로 간의 미묘한 갈등 관계가 있었다. 그 갈등 관계는 서로의 상처를 깊게 이해하지 못하고 내뱉은 말을 통해 시작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그들의 마음 상태는 어떨까?
"감질나게 타오르는 불꽃보다 친구들의 놀림이 더 무서운 나이였다" (137쪽)
작가가 표현했듯이 중학교 3학년 때의 청소년들은 남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꽤 중요한 때인가 보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상처를 받는 나이 때다. 좋았다가도 작은 행동 하나로 관계가 틀어지는 나이 때인가 보다. 태어날 때부터 어찌할 수 없는 가정 환경은 숨기고 싶은 나이 때이고.
"누군가를 골리는 장난은 최소량의 악마성을 가진 십대 아이들에게는 꼭 필요한 놀이였기 때문이다" (210쪽)
동아리 교실 창문 틈으로(손가락 두뼘 공간) 자신을 골리는 아이들을 놀리켜 주고 싶어서 회전 폭죽을 던진 것이 결국 친구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되고, 자신의 사소한 장난으로 생긴 이 문제를 들키지 않기 위해 점점 숨어 지내야 했던 악순환의 반복. 화재 사건에 살아 남은 다른 친구들은 영문도 모른채 일어난 폭죽 화재 사건으로 친구의 죽음을 목격한 뒤 죄책감으로 살았어야 했다.
과연 누가 작은 빈틈으로 폭죽을 던졌을까?
책을 읽는 내내 독자들은 궁금했을 것이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경찰서 엄 형사님도 함께 했던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불러 사건을 재구성해 보지만 단서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결국 소설의 끝부분에 가서 죄책감으로 말을 더듬게 된 한 학생의 실토로 정글북(동아리 이름) 화재 사건의 원인 규명이 밝혀지게 된다.
어른들도 청소년의 시기를 거쳐왔다. 누구도 그 시기를 건너 뛴 어른은 없다. 하지만 그 시기를 경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청소년기를 맞이한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상의 사건을 소재로 만든 소설이긴 하지만 이 소설을 통해 다시금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가운데 고민하고 어떤 어려움들을 간직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들었던 말 한마디도 어떤 순간에는 깊은 상처로 남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미묘한 관계 안에서 생긴 감정의 대립이 참 오랫동안 그들 마음 속에 남아있겠구나라는 생각도 해 본다.
청소년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소년 소설 읽기를 추천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