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 3를 봤다. 이번 주제 중 하나는 기(氣)였다. 영어는 반쯤은 귀로, 반쯤은 자막으로 알아들었다. 내가 본 영화 중에서, 미국이 성공한 중국 배경의 만화영화는 뮬란과 쿵푸팬더다. 동양화의 선을 살린 뮬란은 첫 편은 좋았지만, 스토리와 진행이 지지부진한 뮬란2는 너무 졸작이었다. 쿵푸팬더는 3까지 다 성공적인 거 같다. 그러나 나는 쿵푸팬더 1,2를 보진 않았다. 딸과 집사람이 가는 김에 따라간 것이다. 오랜만의 가족 나들이였다. 1시간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할리우드다운 섬세한 눈동자의 움직임, 끊임없이 생동하는 동물들의 몸의 섬세한 움직임, 기를 돌려서 내보내는 손의 움직임 등이 아주 인상적이었고, 깔끔하면서도 속도감과 박진감 있는 흥미진진한 1시간이었다. 유머와 위트, 기의 심오함 등이 경쾌하게 진행하는 싸움의 스토리와 함께 흘러갔다. 대형 화면 속을 눈동자 초점이 8자나 ∞자를 그리며 화면전체를 파악하려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끝날 때 다른 사람들이 거의 다 나갔지만 딸과 나는 제작진을 소개하는 화면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영화관에 있었다. 딸은, 아마도 쿵푸팬더 2의 끝에서 제작진 소개 뒤에 쿵푸팬더 아버지가 등장하는 끝부분이 있었듯이, 이번에도 “뭐가 있을지도 몰라”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지나간 영화 화면 속에서 양손바닥을 배 앞에서 위 아래로 마주한 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기를 느끼다가 양손을 좌우로 펼쳐서 기를 내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혹시 한번 더 보여주면 찍을려고 갤럭시S4를 들고 있었는데, 끝내 그 장면은 다시 나오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기를 느끼는 건 아니지만 양손바닥을 마주하는 자세는 손에서 기를 느끼기 가장 좋은 자세 중에 하나다. 형태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가슴으로 내려간 의식(意識)이 손바닥의 촉감을 관통한다면 마주한 손에서 김[증기(蒸氣)]과 같은 따스함이나 간질간질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내가 파악하기론 기운(氣)이란 물질의 빠라맛타[있는 그대로]의 한 종류다. 머리에 관념이 강한 사람은 대개 기를 느끼지 못한다. 머리의 관념을 놓으면 놓을수록 물질의 있는 그대로[빠라맛타]가 드러난다. 머리를 비우면 비울수록, 시선이 형태를 놔버리고 송과선 근처로 몰렸다가 가슴으로 떨어져 촉감 자체를 관통하면 할수록, 기를 느끼기 좋은 상태가 된다. 기(氣)는 쌀(米)이 익어 그 위로 피어오르는 수증기 내지는 김 같은 것에서 나온 말이다. 기감(氣感=기운의 느낌)은 물이나 바람의 흐름과 같은 몽글몽글하게 흐르는 느낌을 기반으로 한다. 이런 기감에 따른 몸의 움직임은 산들 바람같이 부드럽고 무게 없는 움직임, 천천히 흐르는 물과 같은 움직임, 뱀과 같이 굽이치는 움직임 등으로 나타난다. 아비담마에서 물질의 빠라맛타는 다음 4대를 기본으로 한다. 물질의 빠라맛타를 느끼는 것은 다음 4대의 세부특징들 중 하나를 느끼는 것이다. 이 중에서 기운을 느끼는 것은 대개 부드러움/물 같은 흐름/따뜻함/시원함/움직임의 충동[특정 방향으로 쏠리는 힘의 이동]/바람 같은 움직임 등으로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