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의 아들의 3개 기관 한자급수 3급 합격기 》
- 한국어문회, 한자교육진흥회, 대한상공회의소 -
오늘(9월 8일)은 지난 2009년 8월 8일에 시행된 한국어문회 주관 제44회 전국한자능력검정시험의 합격자 발표일이군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인 저의 아들은 이 시험에서 3급에 응시했는데 방금 합격자조회를 해보니 130점으로 합격을 했습니다. 가채점은 133점이었는데 아마도 본인도 모르게 실수를 한 부분이 있었나 봅니다.
저의 아들은 지난 2009년 5월 30일에 대한상공회의소 주관 한자시험 중급에 응시하여 3급을 취득했고, 8월 22일에는 한자교육진흥회 주관 제42회 한자자격시험 3급에 응시한 바 있습니다. 진흥회는 아직 합격자 발표가 나지 않았지만 가채점 결과 영재상을 받을 수 있는 점수가 나와서 합격은 확실할 듯합니다.
이로써 저의 아들은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어문회, 한자교육진흥회 등의 3개 기관에서 3급을 취득한 셈인데 그동안 아들에게 한자를 가르친 사람으로서 그 과정과 소감을 밝혀볼까 합니다.
저의 아들은 7세 때부터 쭈욱 한국어문회 시험에만 응시했는데 초등학교 2학년 때인 2008년 7월 26일에는 제40회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응시하여 교육급수 최고봉인 4급을 취득했습니다. 국가공인급수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 보게 하려다가 그동안 배운 것을 까먹지 않게 하려면 주마가편(走馬加鞭)을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어 초등학교 3학년 때 3급을 취득하게 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꾸었습니다.
그런데 3급 시험을 준비하자니 150문제를 60분 내에 다 풀고 나올 수 있을지가 염려되더군요. 아들 녀석은 아직 저학년인 관계로 글씨 쓰는 속도가 좀 느려서 4급 시험을 준비할 때도 100문제를 40여분만에 겨우 다 풀었는데 문제수도 50개 더 많고 한자로 써야 할 답안도 훨씬 많은 3급 문제를 과연 제 시간 내에 다 풀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한상공회의소 시험을 먼저 보게 했습니다. 상공회의소는 100% 객관식으로 출제되어서 시간에 쫓기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과연 상공회의소 시험은 정해진 시간 내에 충분히 다 풀고도 시간이 오히려 남을 정도이더군요.
상공회의소 중급시험은 700점 만점(문항수는 210)에서 80%(560점) 이상 득점은 3급, 57%(400점) 이상 득점은 4급, 46%(320점) 이상 득점은 5급이 부여되어서 국가공인급수인 3급을 취득하려면 560점 이상 득점을 목표로 해야했지요.
아들은 2009년 3월 21일에 상공회의소 2009년도 2회차 중급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결과는 543점이 나와서 17점 차이로 3급 합격에 실패하고 4급 취득에 그쳤습니다. 5-6문제만 더 맞추었으면 3급에 합격했을 텐데 패인은 "□ 안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한자"를 맞추는 문제에서 실점이 너무 많았던 데 있었습니다.
"□ 안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한자"를 맞추는 문제는 무려 18문제(54점)가 출제되는데 성인은 좀 쉽게 맞출 수 있으나 초등학교 저학년은 맞추기가 매우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유는 나이가 어릴수록 어휘력이 많이 딸리기 때문이지요. 아들은 이 부분에서 무려 절반 이상이 틀렸습니다.
아들은 심기일전(心機一轉)하여 두 달여 후인 5월 30일에는 2009년도 3회차 중급 시험에 응시했지요. 두 번째 도전에서는 597점을 취득하여 넉넉한 점수로 3급에 합격했습니다. 아들에게 있어서는 상공회의소 3급이 최초로 취득한 국가공인급수이기도 합니다.
상공회의소 한자시험 지도소감을 몇 자 밝히자면, 공부를 시키는 것이 한국어문회에 비해 무척 수월했다는 것입니다. 한국어문회는 한자를 써야 하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공부해야 할 범위가 무척 넓고 학습시간도 많이 소요되는데 반해 상공회의소는 객관식으로만 출제되다 보니까 한자쓰기를 안해도 되어 그만큼 가르치기가 편했습니다. 배정한자의 독음과 훈음을 외우게 하고 기본적인 내용을 설명한 다음 문제집 2권을 풀어보게 했는데 주로 오답 풀이를 많이 했었지요.
상공회의소와 어문회는 응시자의 연령부터가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어문회는 저연령의 아동들도 많이 응시하는데 반해 상공회의소는 응시자의 태반이 성인들이었습니다. 저의 아들이 시험을 본 고사장에서는 초등학생이 거의 없었고 대부분 20대 청년들이더군요.
그리고 어문회는 응시자가 많은 만큼 시험장도 많은데 상공회의소는 시험장 자체가 많이 없었습니다. 2009년도 3회차의 경우 서울 소재 시험장이 겨우 두 곳에 불과했거든요. 아들로 하여금 상공회의소 시험을 보게 하면서 어문회와의 상당한 격차를 체감했습니다.
상공회의소 중급 시험에 두 번째 도전하기에 앞서 5월 9일에는 한국어문회 주관 제43회 한자능력검정시험 3급Ⅱ에 응시했습니다. 당시 3급Ⅱ 시험문제가 사상 최고로 어렵게 나왔지만 다행히 아들은 3급Ⅱ에 합격했습니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 주소의 게시물에 올린 바 있습니다.
▶ http://cafe.daum.net/hanjaexam/K4o/20890 (한국어문회 제43회 한자능력검정시험 합격자 조회를 하고 나서)
상공회의소 중급 시험에서 3급을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어문회 3급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어문회 3급은 초등학생의 경우는 합격만 해도 우수상을 줄 만큼 쉽지 않은 시험이지만 아들에게 있어서는 어문회 3급Ⅱ와 상공회의소 3급에 합격한 것이 많은 자신감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어문회는 문제가 홀수회는 어렵게, 짝수회는 쉽게 나온다는 통설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짝수회인 이번 시험은 상당히 쉽게 나왔습니다. 당시 아들이 어문회 3급 시험을 본 이야기를 제가 아래 주소의 게시물에 올린 바 있습니다. ^^
▶ http://cafe.daum.net/hanjaexam/K4o/21067 (저의 아들이 오늘 어문회 3급 시험을 보고 왔는데…)
어문회 3급 시험을 본 후로부터 2주 후인 2009년 8월 22일에는 한자교육진흥회 주관 제42회 한자자격시험 3급에 응시했습니다. 어문회보다 급수 취득이 쉽다는 진흥회 시험에 응시한 것은 진흥회가 어문회 다음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라 하여 경험삼아 도전해 본 것이지요.
결과론적이지만 진흥회 3급은 어문회 3급을 취득한 사람에게는 너무 쉬웠습니다. 문항수, 난이도, 주관식 비율, 한자쓰기 비중, 출제 유형, 출제 범위 등등 모든 면에서 어문회보다 훨씬 공부하기 수월하더군요.
어문회는 기본서만 봐서는 높은 점수를 얻기 어려울 만큼 출제 범위가 매우 넓은 데 반해 진흥회는 형민사 교재만 충실히 공부해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겠더군요. 예컨대 어문회의 사자성어 문제는 각 출판사의 교재에 없는 문제도 많이 나오는 반면, 진흥회의 사자성어 문제는 100%가 형민사 교재에서 출제되었습니다.
아무튼 진흥희 시험에 대한 지도는 어문회 시험 공부에 대한 지도보다 훨씬 수월했습니다. 제가 아들에게 어문회 시험을 지도하느라 들인 공을 100으로 잡는다면 진흥회 시험을 지도할 때 들인 공은 아마 20 정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흥회 한자를 가르치면서 아들에게 국어공부를 많이 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어문회는 실생활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소위 '듣보잡' 한자들이 많이 출제되는데 반해서 진흥회는 생활한자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특히 진흥회는 배정한자를 급수별 선정한자와 교과서ㆍ실용한자로 나누고 있는데 교과서ㆍ실용한자는 초중고생에게는 국어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어문회와 진흥회는 고사장 분위기도 판이했습니다. 일단 어문회는 고사장 수가 많습니다. 3급만 해도 여러 고사실로 나뉘어 있으며 한 고사실에 여러 급수의 응시자가 같이 시험을 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진흥회 시험을 본 고사장(양동중)은 고사실이 두 개에 불과했습니다. 급수별로 고사실이 구분되어 있지 않아서 아들은 1ㆍ2급 응시자와 같은 고사실에서 시험을 봤지요.
어문회는 저연령 응시자가 많은 여파인지 공인급수 고사장 밖에는 학부모들이 많이 와있고 교재 판촉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흥회의 공인급수 고사장 밖은 그야말로 썰렁하기 그지 없더군요. 아마도 초등학생 응시자가 드물기 때문인 듯합니다. 저의 아들이 시험을 본 고사장은 초등학생 응시자 단 두 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성인들과 중고생이었는데 성인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았습니다.
이처럼 응시자가 적어서인지 고사장 입구에는 친절하게도(?) 응시자의 이름, 수험번호, 연령, 소속 등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더군요. 그 고사장에서 초등학생 응시자가 단 두 명에 불과한 것도 이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어느 분이 어문회 외의 다른 공인 기관의 응시자수를 다 합쳐도 어문회에 못미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어문회 다음으로 유명한 진흥회의 응시자가 겨우 이 정도인 것을 보면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쩌다가 아들로 하여금 3개 기관의 한자시험에 응시하여 해당 기관의 3급을 모두 취득케 했는데 나름대로 많은 유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은 국영수 가운데 의외로 국어공부가 제일 힘들다고 했는데 3개 기관 한자급수 공부를 한 덕에 이젠 국어에 제법 자신이 붙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급수 취득이 아닌, 자녀의 학업성취까지 고려한다면 여러 기관의 한자시험에 응시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사료됩니다. 제한된 지면에 다 논할 수는 없지만 각 기관의 한자시험은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어문회 시험은 한자쓰기 실력을 키워주고, 진흥회 시험은 실용한자를 많이 익히게 하고, 상공회의소 시험은 한자의 실무 적용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이상으로 저의 아들의 3개 기관 한자급수 취득기를 서술해보았습니다. 부족하고 재미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님글 열심히 잘읽었습니다.6살울아들은 11월8급을 어문회에서 볼생각이었고 현재7급을공부중인데요 전 난이도가있어서 어문회를 더 알아준다기에 어문회로 쭉 볼생각이었는데 님글을 읽으니 좀 혼동되네요 전체 급수를 여기저기 나누어서 쉬운곳으로보는게좋을까요?조언부탁드립니다 쪽지로라도^^&
교육급수(4-8급)는 어문회만 보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관마다 훈음이 조금씩 달라서 어린 아이에게는 오히려 혼동을 줄 우려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육급수는 한 곳만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한 곳만 집중한다면 어문회를 추천합니다. 어문회가 제일 어렵긴 하지만 그만큼 한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여러 기관에서 보는 것은 아이가 어느 정도 커서 공인급수를 대비할 때 고려해보는 것이 좋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아들이 대견하시겠네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아들은 합격발표를 봐야 한다고 알람을 발표시간인 12시로 설정해놓고 잤는데 합격소식은 아침에 들려줘야겠네요. ^^
아들이 대견스럽네요..축하드립니다. 글을 읽다보니 저희 초2아들이랑 똑같은 길을 먼저 걸으셨더라구요. 비록 이제 4급을 취득했거든요.. 물론 한국어문회에서요.. 준3급 부터는 난이도 문제로 좀더 쉬운 곳을 택해야 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아이가 혼돈이 올까 저도 고민입니다.. 전문지식 없이 집에서 제가 공부해서 가르쳤기 때문에 아는게 없었는데 그나마 보탬이 좀 된것 같습니다.. 저도 이제 다시 슬슬 준3급을 위해서 출발을 해보아야 겠습니다.. 친절히 상세한 글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문회 한자는 준3급부터가 고비인 듯합니다. 4급과 준3급 사이의 격차가 상당하거든요. 너무 서두르지는 말고 아이에게 학습동기를 부여하면서 천천히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아이의 마음자세이더군요.
축하드려요 아이가 대단하네요 앞으로 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어이쿠! 감사합니다. 댁의 자제들이 2급에 합격했다는 글을 보았습니다. 공부시키느라 고생 많았겠군요. 앞으로도 장족의 발전이 있길 바라겠습니다. ^^
자제분이 대견하시겠습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애쓰신 부모님이 계시기에 아이가 저토록 성장했나 싶습니다. 합격수기가 남의 일 같지가 않군요. 건승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남의 일 같지 않다니 혹 한자를 배우는 아이가 있나 보군요.
글 퍼가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