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장서가인 오카자키 타케시는 이렇게 말한바 있다
“2013년 봄에 나는 쉰 여섯살이 되었다. 히틀러도, 전설적인 스모선수 후타바야마도, 포크송가수 다카다 와타루도, 여성추리소설가 구리모토 가오루도 이 나이에 세상을 떴다. 덮밥을 두 그릇이나 먹을 나이도, 역 계단을 한 번에 두 개씩 뛰어오를 나이도 아니다. 지적욕구로 허세를 부리는 일도 어지간히 쇠했다.”
히틀러보다 조금 더 오래 살고 있는 나도, 이제 역 계단을 한 번에 두 개씩 뛰어오를 나이도, 덮밥을 두 그릇씩이나 먹을 나이도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이어온 달리기를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소원했었다.
가끔 하프코스를 뛴다든가, 울트라 마라톤을 위해 한 번씩 길을 찾아 나선적은 있었지만, 마라톤 평원을 지나는 풀코스 마라톤을 한 지가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아테네의 전령 필리피데스처럼 다시 그 길을 달려보고 싶었다.
작금에 초창기때 같이 달리기 하다가 잠시 뜸을 들이고 있는 몇몇도 8여년 만에 풀코스를 달렸다 하지 않았던가.
누군가 그랬듯이 정말 “나이를 먹어가면서 처음 같은 열정을 갖고 사람들과의 조화 속에서 꾸준히 노력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깨닫고 있다. 가끔 세월에 무릎 꿇지 않는 열정을 가진 많은 이들이 나에게는 자극제가 되긴 한다마는, 현실에선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는 일이 먼 남의 이야기가 되고 만다.
10년전 쯤, 진양호를 끼고 도는 진주마라톤 대회를 신청해놓고 감기 때문에 참석치 못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이래저래 살다보니, 지금 진주에서 생활하게 되어, 신청하고 참석치 못한 대회를 10년 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찮아도 달리기 동지 몇몇도 오랜만에 풀코스를 뛰고 하여, 덜컥 풀코스를 신청해 놓긴 하였지만, 하프로 코스 변경을 해, 말어,,, 한달 동안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걱정이 되는지, 일주일 2-3회 사무실 트레이드밀에서 1시간쯤 뛰어 보곤 하였는데, 경험칙상 풀코스는 무리일 것 같았다.
그렇지만, 뭐 내가 조명을 받고자 하는 것도 아니고, 뛰다가 안되면 살그머니 포기하면 될 것 같고, 그동안의 뜸했던 달리기에 대한, 풀코스 완주에 대한 열망 하나로 가보기로 하였다.
막상 대회 당일 아침, 진주에는 비가 제법 내린다. 부산에도 아니 내려가고, 준비 했었는데...
잠시 갈등이 다시 찾아온다. 사람의 마음은 얼마나 많은 겹으로 둘러싸인 것일까?
다행히 대회시간이 임박해오자 비가 사그라들고 그치기 시작한다. 숙소에서 대회장까지 그리 멀지 않아 털레털레 가보니, 지방대회이지만 제법 사람들이 많다.
출발선에서 어슬렁거리니 아는 분 몇몇이 나를 보고 반갑게 맞이해준다. 나도 반갑다. 모두들 잘 달리시길 바란다.
그렇지만 우선 내 코가 석자다. 어찌어찌 하프까지는 갈 수 있겠지만, 돌아오는 일이 걱정이다.
가야할 길이 멀다.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 나중 되면 길은 하염없이 늘어나 있을 거니까....
앞에서 달리는 페이스 메이크를 보고 뒤따른다. 우야든둥 저 꼬리를 놓치지는 말자고 생각한다.
꼬리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에 몰두하다 보니 주위에서 아는 분들이 힘을 외쳐 주는데, 올바르게 답도 못해드렸다.
진양호를 돌고 도는 시골길이 참 인상 깊다. 긴 다리도 건너고, 1킬로마다 설치된 표지판도 헤아려 보며, 무사히 반환점까지 6분주로 온 듯 싶다.
몸으로 하프를 달려왔고, 이제 마음으로 나머지 반을 달려 되돌아가야 한다.
하프를 지나니 페이스 메이커도 뵈질 않는다. 어차피 혼자 달려야 한다. 필리피데스도 저 홀로 달려 아테네 시민들에게 승리했노라고 고하지 않았던가.
정말 오랜만에 달리니 초보 때의 마음이 절로 난다. 풀코스 달리기가 뭐라고 이렇게 숙연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ㅎㅎ
남은 거리 15킬로 표지판을 보니, 저절로 울트라 모드로 들어간다. 남은 제한 시간 나누기 5킬로...
5킬로 마다 체크하기로 하고, 죽을 둥 살 둥 달려본다. 그래도 날씨가 도와준다. 해도 나지 않고,
비는 부슬부슬 내렸다 말았다 해주니 하니 설렁설렁 달릴만하다.
당초 목표가 제한시간 5시간 내에 들어오는 것으로 하였는데, 5킬로마다 체크하며 달리니, 이십 여분 단축된 것 같기도 하고, 오랜만에 풀코스 완주하였음에 마냥 기뻐 이렇게 글을 남겨보기로 한다.
참 그리고 기진맥진 들어와서 한창훈이를 보았는데, 여전하게 팔팔하다.
내 비록 서포리(sub-4)를 떠나 서파리(sub-5)로 이사하긴 했지만, 뭐 대수랴? 역 계단을 한번에 두 개씩 뛰어오를 나이도 아닌데....
오랜만에 달리면서,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의 그 열망으로 돌아가보니, 지금 비록 온 몸이 뻐근해 죽을 노릇이지만, 마음만은 엄청 좋다.
그려, 달릴 수 있을 때까지 달려보는 거여.....비록 가끔씩이긴 하겠지만........
첫댓글 이사를 간들 어떠리오^^ 달릴 수 있음에 감사를~~~
여전히 잘 지내시는구려 ^&^
반갑구려!
반갑다 칭구~~
그려..그저 꾸준히 달리는게 최고여!!!!
부산다대포대회서도 잠시 스쳐지나갔제ᆢ 멀리 가 있구나.
인생 여전하네.
여전한 인생, 힘과 용기를 주는구나.
올해 완주 목표로 시작할 계기로 삼아야겠다.
오랫만에 친구의 글 접하니 반갑다
완주에 꿈을 만들어보자~~!!
오래간만 이다 잘 있지?
그래도 달릴 수 있다는 것이 크나큰 행복이 아닐런지?
2012년
537km 부산구간
잔차타고 격려와 마중을받고도
겉치례 인사도 못했는데
멀리서 살고 있었구나.
어딘들
뛰고 달려서 강건하게 산다면
굳게 손잡을 일 없겠나?
진주서 풀베었다니 정말 좋내 ! !
안즉도 여전하네 그랴
끝까지 뛸수 있음에 감사..
여전한인생 여전하게 글솜씨가 좋구나 ~~
진주에 근무하나 보네 언제 하모랑 함 뭉치자
고소미^^*
이사 잘 했네 그려,
나도 내년 봄쯤 이사하려구...
서파리 58번지가 새주소여
썹파리 정감이 넘치는 동네 같으이 아쉬운듯 하면서도 년식앞에 수긍하며 꾸준히 달릴수있음에도 행복해야 겠지.
잘 있구나~!!
반갑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