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토요일.
아침에 매일 입던 쿨맥스 T셔츠 5장을 손빨래했다.
금요일부터 체육관이 휴관이라 출근 전까지 아침운동시간이 비는데 마침 빨래 생각이 나서였다.
마눌에게 인계받은 중3짜리 사내녀석 영어수업을 하느라 이번 주 화요일과 금요일 저녁시간을 보냈고, 수요일엔 나이 드신 부모님과 셋이서 증조부 제사를 치렀다. 마눌이 없어 제사음식 절반이상을 사서 때웠지만.
퇴근 후 모닝365샵에 들러 인터넷으로 주문한 책들을 샀고, 시내로 이동하여 다음 주 지리산행을 위해 꼭달이가 추천한 트레일화와 울트라용 배낭을 사서 귀가했다. 무척 덥다.
들어오는 길에 재미있다고 소문난 만화책 <열혈강호>와 <고스트바둑왕>도 열 권 남짓 빌렸고, 비디오가게에서 국산 에로비디오테이프도 한 개 빌렸다. 한 30분 보다가 그만 둘게 뻔하지만 오래 안 보았더니 호기심도 생겼고 또 이런 때 안 보면 언제 다시 보겠나 싶었다. 가끔 마눌이랑 비디오테이프 고르다 요상한 제목들이 있는 쪽으로 슬쩍 눈길을 주었다가 옆구리를 쥐어 박히곤 했던 한이 사무치다.
샤워를 하자마자 꼭달이에게서 막걸리 한잔 하자고 전화가 왔다. 솔깃했으나 불볕더위에 다시 외출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미안했지만 사양했다. 사실 그저께 밥통이 비었는데 밥짓는 것을 더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존적인 이유도 조금 있었다. 배운 대로 쌀을 씻고 불렸다가 지은 밥에 볶은 낙지와 김치를 얹어 비벼먹었다. 흐음, 매우 맛있다.
‘나홀로 집에’ 일주일째다.
아직 별 불편하지도 궁상스럽지도 않다. 크든 작든 일정한 공간을 공유하다 혼자 사용하니 편한 점도 많다. 벗어놓은 옷이나 책 신문들이 어질러져 있는 것을 못 봐줄 만큼 깔끔한 정신구조를 타고나지 아니한 것도 이런 경우에 나쁘지 않다. 그래도 먹고난 설거지는 반드시 한다.
지난 5월인가 토론토에 사는 큰 처남이 보고 싶으시다는 장모님을 갖고 있던 항공 마일리지를 써서 비즈니스석으로 보내드렸더니 고마웠던지 처남이 마눌에게 놀러 오라고 독촉하던 차에, 방학 때 아이들과 한 보름 놀고 오라고 역시 마일리지를 사용하여 일찌감치 예약을 해두었다. 한번쯤은 마눌을 비즈니스클래스로 여행시키고 싶었던 소원을 푸는데 딸년들까지 덩달아 호강한다.
불편한 것이 없으니 마눌이나 애들 생각도 별로 나지 않는다.
매일 한 번씩 이메일로 소식을 전하라고 했는데 소식은 커녕 내가 보내는 메일에 답장도 띄엄띄엄 하는 걸 보면 잘들 있는 모양이다. 그래 무소식이 희소식이지.
오늘 일요일.
만화책 보느라 늦게 잤는데도 같은 시간에 눈이 떠진다. 어제 산 신발 ‘질 내기 위해’ 신고 10킬로쯤 뛰었다. 아침인데도 상당히 덥다. 씻고 아침 가볍게 먹고 책을 싸들고 집 근처의 구민회관엘 갔다. 구민회관에 독서실이 있다는 것을 아주 최근에 알았다. 이용료는 이백원이다. 집에서 한 쪽으로 3분쯤 가면 달릴 수 있는 주로가 있고, 다른 쪽으로 3분쯤 가면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작으나마 행복이다.
정수일 교수의 씰크로드학을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정가가 물경 사만삼천원이나 되는 책을 큰 맘 먹고 샀었는데 워낙 크고 두꺼워 지하철에선 도저히 볼 수 없었다. 언제부터인지 집에선 책이 읽혀지지가 않았기에 외국출장기간에 읽으려고 가지고 갔다가 사분의 일쯤 못다 읽고 덮어둔지 일년이 넘은 것 같다. 이번 휴가기간에 다 읽을 수 있을까. 지루하거나 진도가 잘 안나가면 읽으려고 소설책도 한 권 같이 가지고 왔는데 다행히 종일 꺼낼 일이 없다. 간첩 깐수로 더 알려진 저자, 그 있음을 대한민국은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여섯 시쯤 귀가. 빈 집이 낯설지 않다.
중3 녀석과 오늘 저녁에도 수업하는 걸로 얘기되었는데 안 온다. 전화해도 안 받고.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되었나 보다. 어쨌거나 배고픈데 잘됐다. 장봐두었던 양념포크립에 맥주 한잔해야겠다고 아침부터 작정했잖아. 그래서 머그잔도 냉동실에 넣어놓았고. 키키키.
맥주 한잔 하고나서, 쌓인 빨래 세탁하여 널었다.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이년쯤 전인가 큰 맘 먹고 케이블방송을 끊고 나서 저녁시간이 길어짐을 느꼈는데 오늘 하루 정말 길다. 지난 주엔 그래도 출퇴근은 했으니 진정한 ‘나홀로 집에’가 아니라 하겠으나 내일부턴 확실한 ‘홀로’의 옹골찬 자유다. 며칠간 원없이 한번 읽어봐야겠다.
첫댓글참 좋겠다 나홀로 집에...... 나는 그럴때 맥주 큰놈으로 두짝 저가양주(진빔 큰놈)으로 두병정도 사서 냉장고에 쟁여 넣고 티비앞에 돗자리깔고 발가락 위치에 에어컨.티비리모컨 준비하고..히히 그렇게 한 삼 박사일 지낼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올 추석에 옆지기 처갓집 보내고 함 해볼까 세수도 한삼일 안하.
등산화도 길 내야 되..어떻게??물을 잔뜩 묻혀 한 시간 정도 신고 다닌다..그러면 신발이 불어 고상한 사람의 발모양에 맞게 되..그렇치 않고 발모양이 이상하다면 산에 가서 고상하게 고생한다..아님 말구 ㅎㅎ..지난번 벙개 때 bz r옆에 앉아 있다가 배워, 나도 모르게 고상하게가 자주 나오네..허 참..
나도 4년전에 기러기아빠를 한적이 있었다. 마눌이 떠나면 매일 친구들 만나 놀 생각으로 기대를 하였는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노는 것도 싫증나서 집에 일찍 들어가서 잠만자고 나오곤 했다. 그때 참 처량한 생각이 들어 못견디겠더라. 혼자라는게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공기가 싸늘하니 남의 집같아 싫더라. 잘지내라.
첫댓글 참 좋겠다 나홀로 집에...... 나는 그럴때 맥주 큰놈으로 두짝 저가양주(진빔 큰놈)으로 두병정도 사서 냉장고에 쟁여 넣고 티비앞에 돗자리깔고 발가락 위치에 에어컨.티비리모컨 준비하고..히히 그렇게 한 삼 박사일 지낼수는 없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올 추석에 옆지기 처갓집 보내고 함 해볼까 세수도 한삼일 안하.
마눌도 엄꼬, 아그들도 엄꼬...펄펄 끓는 염천에 뭔 복이냐? 이럴때 `예비군'이 필요한거 아녀? 안되면 `민방위'라두...
놀고들 있네. 너그들 한 두어달 지내봐라, 먼 생각이 드는지... 난 어제 한시간 반 쯤 산악구보 하고 테니스 세시간 치고 맥주 피쳐 한 통 마시고 꽁꽁 얼린 보드카로 스크류드라이버 한 대접 만들어 마시고, 비빔면 비벼먹고 잤다.
참, 땀 밴 운동복 손 빨래 해 널어놓고... 근데 설겆이는 못했다.
갱년기 증상 인가봐 아니면 '오춘기' 미리 혼자 사는법을 익히느마 ...
2년전 구미에서 단신부임시절의 썰렁한 원룸구조와 그 주위의 풍광들(술집.밥집.비디오샵.공원), 특히 시간빠수기 전용주로들이 그리워진다 !!!...동아TV 란제리패션쇼시청도 빼놓을 수 없지 !!!
등산화도 길 내야 되..어떻게??물을 잔뜩 묻혀 한 시간 정도 신고 다닌다..그러면 신발이 불어 고상한 사람의 발모양에 맞게 되..그렇치 않고 발모양이 이상하다면 산에 가서 고상하게 고생한다..아님 말구 ㅎㅎ..지난번 벙개 때 bz r옆에 앉아 있다가 배워, 나도 모르게 고상하게가 자주 나오네..허 참..
나도 혼자 있고 싶다. 한 3일만.
난 밴댕이가 혼자 있어 버릇하면 나 나가기 바랄까봐 집 안 비워....
그려, 이참에 캐나다 보내고 1년만 혼자 있어봐라.
이런 ! 전화라도 한방 때리지 그랬냐? 하긴 혼자 있는 게 좋을 때도 있지만.....그래서 티무르네가 2주후에 보자고 그랬구나? 이따가 야간에 신발 질내기 함 뛸까? 연락줘~
모두 젬나게 보내구 있군 이 더운 여름날에 어제 나두 불곡산관 법화산을 돌아서왔다 엄청 덥드라 두산을 17명이 라이딩하는데 ㅎㅎ 땀으로 아주 범벅이돼도록 라이딩했네 이런날씨가 아닐때는산을 한4~5개 라이딩 하는데 어제는 즐말 죽이더군,,,
서울은 몹시더운가보구나...여긴 낮에만 조금 덥고 밤에는 춥다....마눌아는 카나다 시원한 날씨에 구경하고 있을텐데.. 티물아..넌고생이 많구나..
근디 아들눔은 왜 같이 안보냈어? 아마도 옆지기가 감시하라구 남겨뒀나 보넹. 에로 비디오 다 봤냐? 캬캬캬
아들은... 티물오빠네언니는 딸둘로만 알고있어.그래서 같이 보낼수 없었던거지..
아, 기럼 중 3짜리 녀석이 옆지기가 갈치던 아이였나 보구먼....쩝^^
혼자 있으면서 재앙은 떨지마!!!!마눌이 없으니 땀 베인 빨래를 5장씩이나 밀려서 빨지..... 며칠만 더있어봐야 그 재미가 어떤건지 알겨
나도 4년전에 기러기아빠를 한적이 있었다. 마눌이 떠나면 매일 친구들 만나 놀 생각으로 기대를 하였는데 며칠이 지나지 않아 노는 것도 싫증나서 집에 일찍 들어가서 잠만자고 나오곤 했다. 그때 참 처량한 생각이 들어 못견디겠더라. 혼자라는게 편한 것만은 아니다. 공기가 싸늘하니 남의 집같아 싫더라. 잘지내라.
바람부는 날 나도 가끔은 압구정동에 가고싶다..(일상의 탈출, 변화..^.^..)
마들아.압구정동에 오고잡냐? 나하고 나무는 맨날 압구정동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