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선의 시 명상] 생명은 (요시노 히로시)
어느 무엇도 홀로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생명은 홀로 존재할 수 없다. / 픽사베이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하다
꽃도
암술과 수술이 갖추어져 있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곤충이나 바람이 찾아와
암술과 수술을 중매한다
생명은 그 안에 결핍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을 다른 존재로부터 채워 받는다
세계는 아마도
다른 존재들과의 연결
그러나 서로가 결핍을 채운다고는
알지도 못하고
알려지지도 않고
그냥 흩어져 있는 것들끼리
무관심하게 있을 수 있는 관계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은 것들도 허용되는 사이
그렇듯 세계가
느슨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은 왜일까
꽃이 피어 있다
바로 가까이까지
곤충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가
빛을 두르고 날아와 있다
나도 어느 때
누군가를 위한 곤충이었겠지
당신도 어느 때
나를 위한 바람이었겠지
생명은 홀로 오롯하다. 둘러보지 않으면 오롯하지 않은 생명이 없다. 지금 막 올라오는 새싹도, 조금 더 있어야 필 꽃도, 겨울을 지난 나무도 그러하다.
무엇보다도 인간이 그러하다. 이 지구상에서 인간처럼 자신의 오롯함을 소리 높여 외치는 존재가 있는가. 시는 처음부터 그 전제를 깬다.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도록 만들어져 있는 듯 하다고 고발하듯 찌른다.
시인이 노래하는 것은 물론 생명이다. 그러나 그 생명의 오롯함은 그 관계에 의해 결정지어진다. 꽃도 홀로는 존재할 수 없다. 혼자인 꽃은 혼자 시들어갈 뿐이다. 아니 애초에 꽃이라는 존재 자체가 만들어 질 수 없다. 그 꽃이 태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했는가.
흙과 공기와 물은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벌과 나비가 찾아와 그 꽃에서 꿀을 취하고 그리고 꽃가루를 묻혀가 수정해주지 않았다면 애초에 태어나지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환경이니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라고 하자.
애초에 우리는 환경이 설정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조차 없다. 특히 인간이 그러하다. 인간은 홀로는 존재할 수 없다. 누군가는 내게 곤충이고 나는 그에게 나의 꿀과 꽃가루를 내어준다. 찾아오는 모든 이에게 주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거부하고 때로는 막아선다.
또한 누군가로 인해 살아갈 힘을 얻고 감동을 받지만 누군가로 인해 꺾이기도 하고 쓰러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와는 동떨어져 살아갈 수 있는 그런 관계. 우리의 세계는 마치 그물같다.
가깝되 먼, 사이를 두고 이어져 있는 그물망. 영향을 받지만 그것이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닌 그물의 세계. 그것의 나의 삶이 존재하는 모습이고, 당신의 삶이 다가오는 모습이다.
우리는 하나로 완전하되 불완전하다. 그 사이를 아는 이는 나의 모습을 오롯이 간직하되, 타인의 오롯함을 인정하다. 동일하되 다른, 그것이 인간의 세계이며 우리가 발을 딛고 선 세계의 모습이다.
글 | 이강선 교수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