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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진 교수의 아이러브 eye
뇌의 시각중추왜 눈과 가장 먼 뒤통수에
‘눈은 뇌의 일부다.’ 뇌는 두꺼운 해골 속에 보호돼 있는데 웬 말이냐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눈은 태생학적으로 뇌의 일부가 더듬이처럼 길어진 것이다. 시신경도 눈 속에 있는 120만 개의 망막세포와 직접 연결돼 있다. 이외에 기능적으로도 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우선, 뇌에서 나온 12개의 뇌신경 중에서 무려 6개가 눈을 관장하고 있다. 보는 데 하나(2번 시신경), 눈을 움직이는데 셋(3번 동안신경, 4번 활차신경, 6번 외전신경), 눈꺼풀 감각에 하나(5번 삼차신경), 그리고 눈꺼풀 움직임에 하나(7번 안면신경)이다.
둘째, 눈으로 본 시각정보는 시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된 뒤 몸의 모든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47개의 뇌피질 중 32개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즉 우리의 말과 생각과 행동의 68%는 시각정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뇌에서 시(視)기능을 담당하는 곳은 어디일까? 그것은 뒤통수 뇌(후두엽)의 끝부분에 있는 줄무늬 피질이다.(사진)
이곳의 정체를 처음 밝힌 사람은 1700년대 이탈리아의 의대생이었던 프란체스코 젠나리였다. 그는 뇌의 해부 실습시간에 책에 없던 줄무늬를 발견하고 교수에게 이야기했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 후 무려 6년간 줄무늬를 관찰한 끝에 ‘흰 선(lineola albidior)’이라는 보고서로 발표했다. 당시 이 보고서는 전 세계의 거센 논쟁거리가 되었다. 물론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 흰 선은 결국 ‘젠나리 줄무늬’로 인정을 받았다.
그로부터 약 60년 후 프랑스 해부학자 바야르제가 젠나리 줄무늬는 눈에서 온 신경들이 조밀하게 모여 있는 곳임을 밝혔고 약 100년 후 스웨덴 병리학자 헨셴은 이 줄무늬가 시기능을 담당하는 ‘시각중추’임을 밝혔다.
눈에서 뒤통수 뇌에 있는 시각중추까지 가려면 뇌 전체를 가로질러야 한다. 뇌 손상을 입었을 때 시야장애가 생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윗머리(두정엽)를 다치면 아래 반쪽이 잘 안 보이고, 옆머리(측두엽)를 다치면 하늘 반쪽이 잘 안 보인다. 그러므로 뇌손상이 있을 때 시야검사를 해 보면 어느 곳에 문제가 있는지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시신경은 이렇게 먼 뒤통수 뇌로 들어가는 것일까? 이마 쪽 앞머리는 운동이나 외상으로 뭔가에 부딪칠 일이 많기 때문이다. 뒤통수는 나도 모르게 넘어지거나 외부의 충격에 무방비 상태가 될 수 있지만, 다행히 머리뼈 8조각 중에서 뒤통수 뼈는 매우 단단하다. 특히 톡 튀어나온 부분은 가장 두껍고도 충격에 강하다.
한 가지 특별한 점은, 중심을 보는 시력은 뒤통수 뇌 중 새 발톱 모양의 고랑 가장 깊숙한 곳에서 담당한다는 것이다. 설령 뒤통수 뇌가 심하게 다친 경우라도 중심부 시력은 보전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이성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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