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은 문학일까요? 문학이 아닐까요?
소설이 문학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인가,라고 묻는 겁니다.
혹자는 순소설과 장르소설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합니다.
정말로 그럴까요? 순문학만 소설이고 추리소설을 비롯한 장르소설은 문학이 아닌 것일까요?
장르소설 중에서도 유독 추리소설만이 이 문제로 오랫동안 되풀이되며 논쟁이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국의 사례는 잘 모르겠으나...
제가 '전문가'에게 여쭤본 바로는 일본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었다고 하더군요.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한 선배작가는 제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추리소설은 엔터테인먼트다."
여기서 언테테인먼트의 의미는 제가 여쭤본 바에 의하면 추리소설은 오락이다,라는 의미였습니다.
또 다른 선배(작가는 아닙니다)는 "추리소설은 퍼즐이다."라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자, 추리소설의 형태적 한계와 특징을 지적하면서 앞쪽의 선배작가와 비슷한 말씀을 하더군요.
"추리소설은 소설보단 퍼즐에 가깝다."(반다인)라고 말하는 외국 작가도 있습니다.
'밥벌이' 님의 말씀에 의하면 "SS반다인의 발언은 추리소설을 퍼즐로 격하한 것이 아니라,
추리소설이 당대 다른 소설 따위들(!)보다 훨씬 정교한 지적 활동이라는 뜻으로 퍼즐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에 "추리소설은 문학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소설이 문학이 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그러니 추리소설이든 그 외의 다른 장르소설이든 소설을 쓴다는 것은 문학적 품격을 갖춰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덧붙임]
혹자는 추리소설은 <순문학도 대중문학도 아닌 반문학적 형식 때문에 추리문학이라는 고유성을 인정받는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지극히 이상적이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느낌인지라 이는 논의에서 제외합니다.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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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300자 수다>에 올라갔던 글을 붙인 것입니다.)
재미있는 토론거리군요. 사실 이 문제에 대해 수다방에 한 번 글을 쓰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생각을 좀 더 정리하고 의견을 달겠습니다.
-밥벌이 님
노벨 문학상 작가들도 추리소설이라고 쓴 변변치 않은 소설들이 여럿 있습니다. 추리소설이 문학이 아니라는 건, 아마 '문학=순문학'이라는 편견을 가진 분의 개인적 사견 아닐까요? 소설이 엔터테인먼트라고 하는 건 본질과 기능에 대한 전도된 사고라고 해야겠죠... 아무튼 제 생각으로는... 추리소설은 장르적 이해를 바탕으로 써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게 없이 쓰면 추리퀴즈가 되거나 이도저도 아닌 소설이 되는 거 같고요.
-반대인 님
첫댓글 전 이 질문이 잘못됐다고 봅니다. 불연속 사고를 전제한 질문이니까요. 이 질문에 답하면 추리문학은 기껏해야 3류밖에 될 수 없습니다...도구적 목적을 위해서는 -추리문학상을 주기 위해서는-분류가 필요합니다만 그 분류가 고착되어서는 안되죠..정석화가 쓴 추리소설이 문학이냐 아니냐는...엘리트주의 즉 고급/저급을 나누는 사고죠...전 정석화사 표현하려고 했던 세계 즉 정석화성에 진정성이 있다고 봅니다...불교의 연기설이나 스피노자-라이프니츠 같은 이가 후자의 사고유형을 뒷받침하고 있죠.
질문이 잘못된 걸까요? 선배가 말씀하신 것처럼 "엘리트주의 고급/저급"이 정확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군요. 추리소설이 문학이다, 아니다,의 질문이 고급과 저급으로 어떻게 나눠지는 것인지, 불교의 연기설이나 스피노자-라이프니츠가 무슨 의미인지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풀어서 살살 말씀해 주세요.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잘못된 질문이라면 질문을 바꾸는 게 당연하겠죠.
어쨌든 "불연속 사고를 전제한" "이 질문에 답하면 추리문학은 기껏해야 3류밖에 될 수 없"다는 글귀에는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입니다. 왜 그런지 풀어서 말씀해 주세요. 글이 다소 길어져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추리소설이 문학에 얼마나 가까운지를 묻는 질문인데 이상하게 해석하신듯. 그리고 추리소설과 문학의 관계성으로 질을 따진다는건 말이 안됩니다.
문제제기가 된 것 같군요. 일단 추리문학 님의 말씀을 들어본 뒤 의견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 질문에 문제가 있다면 바꿔야 하는 것이겠고요. 물론 일반적인 기준하에서,라는 전제를 달아둡니다...^^
소설이란 근대국가 ㅇㅖ컨대 네이션 스테이트와 자본주의에 복무하는 예술입니다. 공동체 사회에서는 별 필요가 없었던 장르죠. 그래서 정조가 박지원이 소설을 썼을 때 반성문을 쓰게한 것이죠. 국가란....일하는 중이라 나중에...죄송
퍼즐일 수도 있고, 문학일 수도 있고, 엔터테인먼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에서 어떤 한 가지만을 골라잡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골라잡을 수도 있으니까요. - 그만큼 힘들겠지만;;
저랑 같은 의견입니다.
당연히 추리소설은 광범위한 문학의 영역에서 한부분을 차지하는 분야아닌가요??
형식은 같지만 문학의 목적을 추리소설도 따르는가 에 문제가 있을 것 같아요. 문학의 목적은 언어예술, 작가의 사상이나 철학을 전달 등등이 있는데 추리소설는 장르소설이다보니 좀 멀어져있잖아요. 그래도 그 거리를 극복하고 문학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것 같아요.
저는 추리소설과 범죄소설을 분할해야된다고 봅니다. 추리소설은 추리에 집중한 엔터테인먼트 (고전추리소설, 본격미스터리, 코지미스터리)로써 소설형식만 띈 추리퀴즈 (소설형식이나 문학이 아니다.) 범죄소설은 범죄에 관련해 동기나 원인에 집중한 문학 (사회파, 죄와 벌 같이 범죄에 연관된 순문학) (소설형식이고 문학이다.) 그리고 하드보일드, 첩보소설은 미안하지만 스릴러 소설에 넣어야합니다. (소설형식이나 문학이 아니다.) 뭐 이렇게 분류한다면 추리소설은 모두 소설이지만 문학인 것도 아닌 것도 섞여있다. 라고 봅니다. 하지만 모든 추리소설이 칸막이 밖에 들어있지 않고 사이에 낀 것도 있죠. 두가지 이상이 결합된 작품
그런 것은 그냥 구성하는 요소의 특징을 모두 갖췄다고 생각합니다. 고전추리소설처럼 엔터테인먼트가 있고 사회파처럼 문학성도 있다. 같이요.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추리소설은 소설이지만 문학인 것도 아닌 것도 둘이 섞인 것도 있다.' 랄까요.
국가란 이익을 추구하는 사회구성원-적어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인 개인을 두고 있죠. 문제는 이 구성원이 사익을 추구하다보니 국가(국민국가=민족국가)의 이념에 늘 못미친다는 것이죠.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소설은, 또는 작가의 상상력은 기본적으로 국가와 개인을 매개하는 것이죠. 국가(보편성)를 개인(개별성)에 매개하는 것을 특수성이라고 합니다. 창비(창작과 비평사) 계열, 그러니까 실천문학쪽은 이 매개성을 특별히 전형성이라 하여 발자끄 문학을 최고로 치죠. 실천문학 쪽에서 문학성은 부차적인 것이죠.
내용이 중요합니다. 노동자, 농민, 피억압자를 다뤄야 하는 것이죠. 아무리 문체와 구성이 좋아도 그런 작품은 1류가 아닌 것이죠. 문학성이란 말은 모더니즘 계열, <문지>쪽의 강조점이죠. 상상력, 작가의 내면, 인물의 다층성...이런 가치들을 강조하죠. 추리소설의 인물은 기괴한eccentric한 것이라 늘 2차적이고 평면적이죠. 3차원이 아닌 한에서 문학성이 떨어딘다고 보는 겁니다. 모더니즘은 문학의 자율성을 강조합니다. 서구 사회에서 추리소설은 문학자체로부터의 도피(*주의:일상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닙니다) 즉 모더니즘의 <시간의 공간화>에 반발해서 생긴 장르입니다.
문학이냐 아니냐는 질문은, 특히나 문학성을...
강조하면 상대의 논리자장 안에 들어가게 됩니다. 칼싸움 잘 하는 상대에게 칼로 덤비는 꼴이죠. 석화님은 논의에서 <반문학>을 제외하셨는데, 그 취지를 이해하는 게 도움이 될 듯 합니다. '범인을 X라고 하자'라고 할 때 X는 개인에 못미치거나 과잉입니다. X는 탐정이 수사를 통해 발견해야 할 무엇이죠. X는 변항이라 국가의 이념이 투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죠, 그래서 늘 불편한 겁니다. G(x,y)...기호논리학의 대두는 추리소설과 연관이 있습니다. <백휴가 홍길동을 죽였다>가 아니라 <x가 홍길동을 죽였다>는 순수사건의 철학으로서 라이프니츠와 들뢰즈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개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변항을 다룬다는 의미에서
반문학이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죠. 들뢰즈의 주장은, 미국에서 '대중문학=문학'이라는 겁니다. 미국문화가 영웅에 관심이 많은 것은 영웅(귀족=고급)이 부재하기 때문이죠. 물론 우리 사회는 우리대로 가치가 있으니까...들뢰즈 말이 꼭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문학성이 모너니즘 사조(문체ㅡ 작가의 내면, 자유 등등)의 강조점이라면, 최인훈의 말을 빌려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모더니즘의 정신은 전통의 부정인데--즉 테제에 대한 안티테제인데-우리 사회는 일제강점기로 인해 부권의 상실(테제의 상실)로 인해 안티테제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 문학성을 염두에 둔 문학이냐 아니냐는 <관념적>이라고 봅니다.
대중문학=문학이면 문학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성이죠. 문학성을 따지는 것은 이미 수직적 사고를 전제합니다. 불연속의 사고죠. 성리학도 하늘(남자), 땅(여자)의 불연속적 사고이기 때문에 하리수라는 존재는 들어설 여지가 없습니다. 연속적 사고여야지 하리수가 이해될 수 있죠. 성민엽이라는 비평가는 <문지의 2세대> 좌백이라는 무협작가를 높이 평가했습니다. 헌데 왜 다른 비평가는 좌백에 관심은 커녕 무협에서 시선을 돌리는 걸까요. 한두 비평가가 장르 문학에 관심을 보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장르 자체가 가치판단의 바리케이트입니다. 장 베시에르의 <문학의 위상>에 보면 매개성에 관여하는 한 미메시스(재현) 개념을
버릴 수 없습니다. 추리문학은, 그러나 미메스시와 무관합니다. 미메시스와 무관하다는 점에서, 환상문학, sf와 계열을 같이 합니다. 얘기가 길어졌는데....결론적으로 문학이냐 아니냐는 질문 자체가 모더니즘적 편향에서 제기된 질문입니다. 문학이라고 하면 성민엽 정도의 태도--임성래는 장르문학을 마이너리그로 보고...즉 3류- 정도를 보일 것이고 대부분은 아니라고 하겠ㅛ...적어도 그들은...따라서 그 질문은 <미메시스를 담보하지 않고도 문학일 수 있느냐>라고 묻는 것이 더 나아 보입니다. 장 베시에르는 그래서 다른 형태의 문학이라고 보는 겁니다. 가게에서 쓰느라...횡설수설....죄송합니다.
투표한다고 쪽지 왔기에 가서 찍고 왔습니다.
추리문학님 댓글 너무 어려워서 머리 지끈거림.^^
추리문학님이 무슨 말씀 하시는지 의도는 알 거 같습니다.
문학이냐 아니냐 →대중문학이냐 본격(순수)이냐→일케 가나본데,
순문학이 대중적일수 있다는 의미에서 대중 본격 이런
의미의 경계는 무의미하게 가는 거 같더군요(옛날에 학교서 리포트낸 기억을 더듬어).
저는 여기 추리문학연구소 올 때부터 둘의 경계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양비론에 돌날아올지 모르겠지만....
제 글이 양비론의 경계에서 시도될 거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캠프에 갔었다는... 횡설수설을 해봅니다....
저도 퇴근하고 와서 메일을 확인했어요. 근본적으로 석화 선배와 비슷한 입장이고요., 백휴 선배의 말에 공감합니다. 문학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어떤 형태의 문학이어야 하는가? 정도의 질문이 적절할 것 같고요. 가끔 느끼는 거지만 주변의 선후배들이 추리문학에 대해 스스로 비하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추리문학은 상당히 수준 높은 문학입니다. 그 자체로 비교 대상이 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추리소설이 문학이냐 비문학이냐를 판단하는 것은, 대중가요가 음악성이 있느냐 없느냐처럼 오랜 이슈거리인 듯 합니다. 하지만 가왕 조용필 샘은 이렇게 말씀하셨죠. 대중이 가장 사랑해주는 음악이야 말로 진정한 음악이다. 저는 그것을 대중의 공감으로 말하고 싶네요. 추리소설도 문학의 한 장르라고 봅니다. 단, 대중이 사랑해줄 때 말이죠. 그것이 곧 작품성이 아닌가 합니다. 작품성이 미사여구나 수위를 넘나드는 표현에 있지 않다고 보거든요. 단순한가요? ^^
당연히 문학이죠....영화배우는 배우고 텔레비전 탈렌트는 배우가 아닌가요?
소설, 시가 사탕보다 더 위대한 것도 아니고,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가치 있는 것도 아니고...지금은 다들 영화,드라마만 보는 시대라서... 누가 추리소설을 깎아내리는 주장을 한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현실에 뿌리내리지 않은 주장일뿐.. ..나도 얼마든지 순소설, 시를 깎아내릴 수 있지요...
쌀밥만 진짜 식사고, 라면이나 피자나 햄버거는 식사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면 비웃음을 살 것이다. 순문학가가 어떤 이론을 동원해서 추리소설을 폄하한다 해도 그것은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식의 한심한 작태일뿐이라고 본다.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추리소설을 까는 사람들을 놀려줍시다...추리소설은 문학이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다..
저도 문학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문학사(史)에서 보면 시가 나오고 시간이 지나면서 소설,수필,극 이런것이 나왔고요. 또 시에서도 보면 신라,고려,조선,현대 모두 시의 형식은 다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형식의 소설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인 추리소설을 문학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쓰고보니 무슨말인지...)
이건 그냥 용어의 정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용어의 정의 문제 맞습니다...문제는 '그냥'이 아니라 정치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 정의를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자가 내리는 게 아니라 문학의 헤게모니를 잡은 자가 집단이 내리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