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이 나랏일에 속 끓이지 않는 세상
농경시대에는 봄이 오면 농사를 준비했다. 샛별이 지고 종달새가 지저귀면 호미 메고 사립문을 나선다. 긴 수풀에 맺혀 있는 이슬에 베로 만든 가랑이가 짧은 홑바지가 다 젖는다. 아, 시절이 좋다면 옷이 젖는 것이 뭐가 불편할까?
이 시조는 조선 영조 36년에 영주군수를 지낸 이재(李在)의 작품으로 전해온다. 농사에 전념하면서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백성의 염원이 간절하다. 나라님이 누구인지 알 필요도 없다. 천하가 태평하여 자신의 생업에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이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중국의 전설적인 성군인 요임금이 민심을 살피기 위해 평복 차림으로 미행을 나섰을 때 손으로 배를 두드리고 발로 땅을 구르며 흥겹게 노래 부르는 한 노인을 보았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 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내가 배부르고 즐거운데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인가.’
요임금은 자신이 꿈꾸던 이상향이 이루어졌음을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국민이 위태위태한 나라를 염려하여 속을 태우는 세상이라면 그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더 이상 국민이 나랏일에 노심초사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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