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대왕 신종에 얽힌 이야기다.
맑고 깨끗한 천상의 울림이 있는 종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어린 생명을 뜨거운 쇳물에 넣어야 했던 슬픈 이야기다. 종소리가 에밀레~하고 울린다고 해서 에밀레 종으로도 불리우는 성덕대왕 신종에는 인신공양과 같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불교가 국교였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한 이야기이지만 참 슬프고 애절한 이야기다. 자녀(빈가)를 잃어야 했던 아비(가릉)의 심정과 그 아비 또한 자녀처럼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야기를 독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먼저, 당시 종을 만드는 사람들의 신분이 천민이었다는 점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
종을 만들어 팔아야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조선시대 깊은 산골에서 숯을 만들어 운영했던 사람들처럼 고된 육체적 노동과 함께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이 이야기에서 독자들은 사람들의 애환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같으면 장인으로 남다른 대우를 받으며 윤택한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경제적 어려움 없이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신라시대에는 그러지 못했다.
국가와 종교가 일체였던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 속에 국가적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종교의 힘이 필요했다. 어지러운 국가를 향한 사람들의 불안한 시선을 종교의 힘으로 모으기 위해서 누군가의 희생양이 필요로 했던 시기에 성덕대왕 신종이라는 이야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나 싶다. 아쉬운 점은 어렵고 힘든 사람들보다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내용으로 전해져 내려왔다면 더욱 감동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앞으로는 슬픔의 서사가 아니라 영웅의 서사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