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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29 (화) 논란의 골짜기마다… '김건희' 라는 아킬레스건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연결고리인 명태균씨가 정국을 흔들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의 ‘김건희 라인’ 참모들이 업무 범위를 벗어나 영향력을 끼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건희 여사는 지금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김건희의 사람(천공·이종호·명태균), 김건희의 혐의(주가조작 연루·명품 백 수수), 김건희의 공간(관저), 김건희의 학력(논문 표절), 김건희 가족과 관련된 정부 사업(서울-양평 고속도로)과 재산 축적 과정 등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이미 현직 대통령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대통령 배우자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권 때 한 차례 대통령을 움직이는 숨은 권력으로 인해 좌절을 겪고 비용을 치렀다. ‘비선’ 논란이 갈등의 우선순위를 차지하고, 한국 사회의 해묵은 과제들을 해결할 ‘비전’은 자취를 감추면 손해 보는 쪽은 공동체의 시민들이다. 그래서 ‘한국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적 통제가 가능한가’는 단순한 가십이 아니라 민주주의 핵심에 가닿는 중차대한 질문이다.
공교롭게도 윤석열 대통령이 휩싸인 굵직한 논란의 골짜기마다 ‘김건희의 사람들’이 있다. 대선후보 시절 무속 논란에 불을 붙였던 ‘천공’은 2021년 3월 4일자 ‘최보식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윤석열 후보를 2017년 최순실 특검 때부터 “돕고 있다”라며 “윤석열 총장 부인은 오랫동안 내 강연 유튜브를 보고 공부했던 모양이다. 몇 달 뒤 부인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부인을 통해 윤석열을 도와줬다”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경선 토론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질문을 받고 “(천공을 김건희 여사와 함께) 몇 번 만난 적 있다”고 인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자마자 맞닥뜨린 가장 큰 리스크는 ‘처가 리스크’였다. 김건희 여사의 20년 지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주가조작 공범 관계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채수근 상병 핵심 인물인 임성근 전 1사단장과 연결고리가 있다는 사실도 뒤늦게 드러났다.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불거지던 지난해 8월 9일 이종호 전 대표가 해병대 후배인 김규현 변호사와 통화하면서, “(임성근 전 사단장)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한테 얘기를 하겠다”라고 말했다는 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종호 전 대표는 처음에는 ‘VIP’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김건희 여사라고 말을 바꾸면서, ‘허풍’이었을 뿐 김건희 여사 연락처도 모르며 김건희 여사가 결혼한 이후 연락을 끊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2020년 9~10월 김건희 여사와 이종호 전 대표가 40여 차례 전화와 문자를 주고받은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종호 전 대표 측은 ‘김건희 여사 회사 직원과 통화해 김 여사 번호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다). 이종호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9일 김규현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인 조병노 경무관과 관련해 “별 두 개 달아줄 것 같아”라며 승진에 관여하는 듯한 말을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조병노 경무관(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은 지난해 10월경,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 2과장으로 세관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경정에게 전화를 걸어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달라’는 취지로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은 인물이다. 현 정권 들어 불거진 두 수사 외압 의혹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 핵심 인물이 관여한 정황이다.
◆ 여론조사 비용 대가가 김영선 공천?
지금은 또 다른 ‘김건희 여사 주변 인물’이 정국을 흔들고 있다. 시작은 9월 5일 〈뉴스토마토〉 단독 기사였다. 이 매체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가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건희 여사가 경남 창원의창이 지역구이던 김영선 당시 국민의힘 의원(5선)에게 텔레그램을 보내 ‘지역구를 경남 김해로 옮겨 출마하라’고 권했다는 내용이다.
보도 당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김영선 전 의원은 당초 컷오프(공천 배제)됐고, 결과적으로도 공천이 안 됐는데 무슨 공천 개입이란 말이냐”라고 일축했다. 실제로 김영선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를 김해갑으로 옮겨 출마 선언을 했지만 경선 기회도 얻지 못했다. 공방이 오가던 중, 김건희 여사가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관해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했다고 JTBC가 10월 2일 보도하면서 논란은 새 국면을 맞는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상대는 김영선 전 의원이 아니고 명태균이다. 〈뉴스토마토〉가 최초 보도에서 김영선 전 의원을 돕는 ‘M씨’라고 표현한 인물이다. 명태균 씨는 경남 창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정치 컨설턴트다. 휴대전화 판매업에 종사하다가 전화번호부 사업을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확보한 연락처를 바탕으로 정치인 대상 컨설팅을 해온 것으로 보인다.
JTBC에 따르면 명태균씨는 지난 총선을 앞두고 “김해에서 5선 의원(김영선)이 경선에서 떨어지면 조롱거리가 된다”라며 김영선 전 의원이 김해에서 단수 공천을 받게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김건희 여사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단수는 나 역시 좋지. 기본 전략은 경선이 되어야 하고. 지금은 김영선 의원이 약체 후보들을 만나서 설득해 나갈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는 ‘공천 청탁 미수’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번 총선 2년 전인 2022년 6월 1일 치러진 재보궐 선거다. 당시 이미 비례대표 두 번,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국회의원 두 번을 지낸 4선 의원이던 김영선 전 의원이 연고가 없던 경남 창원의창에 공천을 받는 과정에도 명태균씨가 개입한 정황이 나왔다. 명태균 씨는 2022년 5월 9일 김영선 전 의원실 회계 책임자이던 강혜경 씨와 한 통화에서 “사모하고 전화해가, 대통령 전화해가지고 (따졌다). 대통령은 ‘나는 김영선이라 했는데’ 이라데” “내일 아마 점심 때 발표하겠지”라고 말했다고 〈뉴스토마토〉가 음성파일을 확보해 9월 19일 보도했다.
당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던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공천하려고 했으나, 명태균 씨 본인이 대통령 부부와 연락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아냈다는 취지다. 해당 통화 이튿날인 2022년 5월 10일 국민의힘은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의창에 공천한다고 발표한다. 즉, 2024년과 달리 2022년 공천은 실제로 성사됐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은 아직까지는 의혹이다. 명태균 씨는 10월14일 CBS 라디오에 나와 “2022년에 김건희 여사가 꼭 개입이 돼야지만 공천이 돼요? 내가 마음먹었으면 됐을까요, 안 됐을까요?”라며 본인 힘으로도 가능했던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애초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창원의 정치 컨설턴트인 명태균씨 요청을 받고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할 이유가 있을까?
이와 관련해 김영선 전 의원실의 회계 책임자였던 강혜경 씨는 10월 6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출연해 이렇게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봤을 때 여론조사 비용 대가가 김영선 공천이다.” 2022년 대선 직전인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명태균씨가 자신이 사실상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라는 업체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매일같이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보고했고 그 비용으로 3억6000만원이 들었는데, 그때 비용을 정산받지 못한 대신에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얻어냈다는 것이다.
명태균 씨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설가네요”라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김영선 전 의원 측이 2022년 재보궐 선거 당선 이후인 2022년 8월부터 올해 2월까지 명태균 씨에게 9000여만 원을 보낸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명씨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2022년 8월 22일에는 명태균 씨가 ‘이번 달 김영선 의원 세비가 920만원 들어왔다’고 말하는 강혜경 씨에게 “나하고 딱 약속한 건 2분의 1이다. 1원이라도 틀리면 나는 끝이다”라고 말했다는 녹취록도 보도되었다. 김영선 전 의원이 월급(세비) 절반을 명태균 씨에게 보냈다는 것이다.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 국면에서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 실시한 비공표 여론조사에 모종의 조작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다. 강혜경 씨는 김영선 전 의원실 회계 책임자로 이직하기 전에 명태균 씨가 사실상 운영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으로도 일했다. 그때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전인 2021년 9월 29일 명태균 씨가 강혜경 씨에게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명태균 씨가 과거에 선거 여론조사기관 자격 없이 여론조사를 지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창원시 6급 공무원 승진 청탁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사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뒤늦게 알려졌다. 선거 뒤 석연치 않은 돈을 받아 수사 대상에 오른, 여론조사 조작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는, 과거 사기 등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적도 있는 명태균 씨를,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꽤 신뢰했던 것으로 보인다.
명태균 씨의 언론 인터뷰를 종합하면, 그는 2021년 6월 1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연결된 이후 두 사람의 자택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를 “셀 수 없이” 갔고, 그로부터 약 6개월간 대통령 내외에게서 “(매일) 스피커폰으로 아침에 전화”를 받았다. “오세훈 시장과 이준석을 (각각 서울시장과 당대표로) 만들었으니까” 윤석열 대통령 측에서 본인을 수소문해 찾아왔다고 한다(반면 김영선 전 의원은 본인이 명태균씨를 윤 대통령에게 추천해 대통령 부부와 한 차례 같이 만났다고 〈동아일보〉에 말했다).
2021년 7월 25일 갈등을 빚고 있던 윤석열-이준석이 치맥 회동을 하게 만든 것도, 같은 해 7월 30일 윤석열 당시 후보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역을 방문하던 중에 국민의힘에 기습 입당한 것도, 대선 6일 전인 2022년 3월 3일 극적으로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단일화를 이끌어낸 것도 본인 작품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번 정권을 탄생시킨 주요 장면마다 대단한 역할을 했다.
대통령실 공식 첫 해명은 이랬다. “2021년 7월 초 자택을 찾아온 국민의힘 고위당직자가 명태균 씨를 데리고 와 처음으로 보게 됐다. 얼마 후 역시 자택을 방문한 국민의힘 정치인이 명씨를 데려와 두 번째 만남을 가지게 된 것이다” “경선 막바지 이후 대통령은 명태균 씨와 문자를 주고받거나 통화한 사실이 없다고 기억한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는 분의 조언을 들을 이유가 없는 상황이었다(10월 8일)”.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 씨를 같이 봤다는 여권 인사만 네 명(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박완수 경남도지사·김영선 전 의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해명이 꼬였다.
◆ 김건희 여사…“명 선생님 식견 탁월”
일주일 뒤인 10월 15일 명태균 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한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이준석 당시 당대표와 갈등을 빚던 상황으로 추정되는 어느 날 밤 11시 30분경 명태균 씨에게 보낸 카톡에서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제가 난감ㅠ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사과드릴게요”라면서 이렇게 말한다. “제가 명 선생님께 완전 의지하는 상황(에서) 오빠가 이해가 안 가더라고요. 지가 뭘 안다고. 암튼(아무튼) 전 명 선생님의 식견이 가장 탁월하다고 장담합니다. 해결할 유일한 분이고요.”
대통령실은 여기서 ‘오빠’란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라고 해명했다. 명태균씨는 채널A에 “김건희 여사 오빠는 나에게 야단맞아 전화도 못 한다. 매제(윤석열 대통령)가 대통령 되면 가만히 있으라 했다”라고 주장했다. 분명한 것은 훗날 자신에게 김영선 전 의원의 김해갑 단수 공천을 부탁했고, 그것이 거절당한 이후 개혁신당 인사들에게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을 폭로하겠다’며 김영선 전 의원 비례대표 1번을 요구(이른바 ‘칠불사 회동’)하는 데 가담한 정치 컨설턴트 명태균 씨에게 김건희 여사가 과거 어떤 시점에서는 “완전(히) 의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을 이 카카오톡이 보여준다는 점이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제기한 사람은 또 있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번 총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대통령실을 일찌감치 그만둔 뒤 경기 용인갑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원모 당시 대통령실 인사비서관이 김대남 전 행정관이 택한 지역구인 경기 용인갑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가 뜬다.
이원모 비서관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린 윤석열 대통령 측근이다. 대선 캠프에서 ‘처가 리스크’ 대응을 담당했다. 이원모 비서관의 아내 신 아무개씨는 2022년 6~7월 윤석열 대통령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스페인 순방에 동행해, 민간인 신분으로 김건희 여사를 수행했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원모 비서관 부부 중매를 선 것으로 알려진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김건희 여사와 수십 차례 통화한 7시간여 녹음 파일을 대선을 앞두고 MBC에 제보했으며, 최재영 목사가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한 ‘디올 백’을 구매한 그 기자다)와 올해 2월 20일 나눈 통화에서 “아주 그냥 이원모 하나 어떻게 국회의원 배지 달게 해주려고 저 지X을 떨고 있다. (…) 이철규(국민의힘 의원)가 용산 여사를 대변해서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일을 하고 있다”라며 김건희 여사가 이철규 의원을 통해 이원모 비서관 공천에 개입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통화 엿새 뒤인 2월 26일 이원모 비서관을 경기 용인갑에 우선 추천(전략공천)했다. 이날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명수 기자에게 “끝났다”라며 “공기업이나 이런 데 보내주겠지 뭐”라고 말한다. 이후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원모 비서관 지지 선언을 하고 선거를 지원했다. 그리고 지난 8월 초 준정부기관인 SGI서울보증보험의 상근 감사위원(최대 연봉 3억6000만원)으로 선임됐다(〈시사IN〉 제892호 ‘낙하산 인사 배후는 대통령 부부 최측근?’ 기사 참조). 김대남 전 행정관은 논란이 커지자 10월 7일 SGI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 자리를 사퇴했다.
김대남 전 행정관은 이명수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뒤 대통령실로 돌아간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과 더불어 황종호 대통령실 행정관이 자신의 취업을 누군가에게 부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황종호 행정관으로부터 정보를 전해 듣고 있으며, 그의 말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황종호 행정관의 부친과 오랜 인연이 있고, 황종호 행정관은 윤석열 대통령을 ‘삼촌’, 김건희 여사를 ‘작은엄마’로 부를 만큼 가깝다고 알려져 있으며,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수행비서 역할을 하기도 했다.
명태균씨도 자신과 대통령이 탄 차를 황종호 행정관이 운전했다고 JTBC에 말했다. 한편 김대남 전 행정관은 지난 4월경 〈뉴스버스〉 기자와 통화에서 “용산에 ‘십상시’ 같은 몇 사람이 있다. 걔네들이 김건희 여사와 네트워킹이 돼가지고 (좌지우지) 한다”라며 국민의힘 J 의원과 K 의원, 대통령실 K 행정관을 거론했다고 〈뉴스버스〉가 10월 8일 보도했다.
여기서 김대남 전 행정관이 언급한 황종호 행정관과 K 행정관을 포함해 L·C·K 비서관, K 선임행정관, K 전 비서관이 이른바 대통령실 ‘일곱 간신’이자 (한남동 관저에서 보고한다는 의미의) ‘한남동 라인’이며, 이들이 “김건희 여사를 통해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영향력을 끼쳐왔다”라고 〈동아일보〉가 10월 14일 복수의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인적 쇄신”을 주장한 대상이 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에는 음주운전이 적발되고도 한 달여가 지나서야 직무 배제 조치가 내려진 참모도 포함돼 있다. 대통령실은 한동훈 대표 측의 ‘김건희 라인 정리’ 요구에 대해 “대통령실의 라인은 오직 ‘대통령 라인’만 있을 뿐이다” “대통령실에는 비선 운영 조직이 없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년은 65세, 노인은 70세"… 노인 기준 임계점
경남 남해군 창선면에서는 65세가 청년이다. 청년회 가입 상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올린 지 오래다. 66, 67세도 청년으로 활동한다. 70세가 넘어야 노인회에 들어간다. 고경전(51) 남해군 창선면 상죽리 이장은 "65세가 돼 노인회에 가입하면 바로 막내가 돼서 잘 안 가려 한다. 우리 지역 70,80대 어르신 대부분이 건강해서 아직도 농사 일을 한다"며 "노인 기준을 10년 올리고, 정년 연령도 당연히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10월 27일 통계청의 인구상황판에 따르면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19.2%이다. 초고령사회(노인 20% 이상) 진입이 목전에 닥쳤다. 2000년 고령화 사회(노인 7%)가 된 후 24년 간 고령화가 농축되면서 최근 일주일 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졌다. 이중근(83) 신임 대한노인회장이 '노인 기준 75세'를 제안했고, 행정안전부가 공무직 정년을 65세로 연장했다. 60세 이상 취업률이 50대를 추월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노인 연령 상향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중근 회장의 제안을 "새 미래를 여는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연령 기준을 올리는 데는 찬성하지만, 75세는 너무 과합니다." 회사원 이규태(60·서울 중구)씨는 "노인 기준 연령이 68세나 70세가 적당하다. 75세가 되면 복지 혜택이 사라지는 연령대가 너무 많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중앙일보는 50~70대 고령자 16명의 의견을 들었다. 노인 기준 상향은 상당수가, 정년 연장은 대다수가 찬성한다고 응답했다. '75세 상향'에 이견이 적지 않았지만 연령 상향에는 동의 의견이 많았고, 70세를 적정선으로 제시했다. 정년 나이는 65세로 제안했다.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20여 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노동 시장에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는 등의 문제가 쌓였는데,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았고, 급기야 한꺼번에 폭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연령 시프트(이동)'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건강수명(질병 없이 사는 기간)이 72, 73세로 올라간 점도 배경으로 작용한다.
부산광역시 안모(63·여·주부)씨는 "수명이 아무리 길어졌다 해도 노인 기준을 75세로 하는 것은 너무 세다. 60대는 일선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으니 70세로 올리는 게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남해군 황모(58·여)씨는 "65세가 무슨 노인이냐"며 "노인의 복지 혜택을 줄여서 젊은 부부들에게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 서울에 사는 박윤성(68·자영업)씨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70세가 적정하다"고 말했다.
금기옥(66·자영업)씨는 "복지 혜택이 줄어드는 걸 감수해서라도 나라경제를 생각하면 연령을 올리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75세 주장도 있다. 부산 남구의 노인시설에서 일하는 백은주(62·여)씨는 "여기서 일 해보니 90세도 건강한 사람이 많다. 75세는 낄 데가 없다. 질병이 없다면 75세가 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백씨는 이 회장의 제안을 듣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 영등포구 이석희(60·회사원)씨는 "75세에 노인이 되면 고작 6,7년 복지 혜택을 보다 죽으라는 거냐"며 "부모·자식을 부양하느라 모은 게 별로 없고, 65세 넘으면 일할 데가 없어 굶주리게 된다"고 말한다. 이씨는 "65세가 예전보다 젊어진 것은 맞지만 당분간 유지하는 게 맞는다"고 덧붙였다. "정년 연장이 먼저"라는 주장이 많다.
이규태씨는 "정년을 먼저 늘리되 특히 반도체 등의 기술 인력 정년을 늘려야 한다. 그래 놓고 노인 연령을 올려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김주선(64·아파트 경비)씨는 "정년 연장, 노인 연장이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백은주씨는 "55세 넘으면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 젊은 세대의 일자리가 (줄어들까 봐) 걱정된다"며 반대했다.
김미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장은 "75세 주장은 근거가 없고, 건강수명에 맞추는 게 좋다"며 "1년마다 두 달, 석 달 늦춰서 6년, 4년마다 한 살 늦추면 소프트 랜딩(연착륙)할 수 있다"며 "대신 노인 일자리(103만개)와 수당(월 29만원)을 늘리고 기초연금을 올려 노인에게 중위소득의 50%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곤 원장은 "범정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다. 양재진 교수는 "2,3년마다 한살 늦춰 70세로 하고, 기초연금을 기초소득보장연금으로 전환해 사회안전망이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백의 자작나무와 울긋불긋 단풍이 빚어낸 짙은 가을
은빛 찬란한 순백의 세상인 강원 인제군 남면 원대리 자작나무숲에도 울긋불긋 단풍이 물들었다. 마치 흰 도화지에 오색 물감으로 색칠해 놓은 것만 같다. 빼곡히 들어선 자작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이 하얀 나무에 반사돼 반짝인다. 숲속에 들어선 사람들은 잠시 말을 잊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과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산길을 따라 한 시간 넘게 걸어 올라가야 만날 수 있는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40만 그루의 나무가 장관을 이루며 사시사철 신비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새하얀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솟아 있는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세상을 연상시킨다. 자작나무는 순우리말로 나무껍질에 기름이 많은데 나무를 태우면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