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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香爐峰] 578m 경남 고성
산줄기 : 낙남와룡지맥
들머리 : 하이면 와룡리 내촌 운흥사입구
위 치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
높 이 578m
경상남도 고성군 하이면에 있는 산으로 산세는 평범하지만 산 남쪽 기슭에 운흥사·천진암·낙서암 등의 고찰을 품고 있다. 그러나 이웃의 유명한 와룡산에 가려 일반인들의 관심을 얻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 산에 있는 운흥사도 '와룡산 운흥사'라는 현판을 내걸고 있다.
운흥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고찰로 임진왜란 때에는 사명대사가 승병을 지휘하던 곳으로 이순신 장군이 수륙양면작전을 펼치기 위해 수차례 다녀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화원(畵員)양성소로 유명하여 불화의 대가인 김의겸 스님을 배출한 도장이기도 하다.
지금 이 절에는 경상남도유형문화재 61호인 괘불(掛佛)이 보존되어 있고 일제강점기에는 절에 있던 문화재급 유물들이 다수 일본으로 유출되었다. 괘불도 세 번이나 일본으로 반출되려다 실패한 문화재이다. 호국불교의 역사를 안고 있는 이곳에서는 조선 숙종 때부터 매년 음력 2월 8일에 호국영령들의 넋을 기리는 영산제를 지내고 있다.
운흥사를 지나 다리를 건너 조금 올라가면 산쪽 가장자리로 산길이 나 있다. 천진암으로 오르는 길이다. 길의 너비가 조금씩 좁아지고 20여 분을 올라가면 왼쪽에 낙서암이 있다. 이 절은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로 주변에 보리수가 많이 자생한다. 보리수는 염주을 만드는 나무로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나무이기도 하여 보리수가 많이 자생하는 이곳은 정진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절 입구의 커다란 보리수나무 두 그루 아래로 난 희미한 좁은 길을 따라 절 뒤쪽으로 돌아가면 등산로가 나 있다. 초입부터 급경사로 시작하여 약 20분을 가면 마루턱에 닿는다. 이곳에서 주능선까지는 10분이면 도착한다. 주능선에서 왼쪽이 정상으로 가는 방향이다. 주능선을 따라 가면 곧 전망 좋은 바위봉이 나온다. 신수도를 비롯한 한려해상국립공원과 수우도·사량도 등 남해바다의 섬들이 조망된다.
바위봉 바로 뒤쪽에 정상이 있다. 돌탑 위의 비가 정상을 알려주고 있지만 나무가 막아 서 있어 전망은 시원스럽지 못하다. 하산은 북쪽 능선을 따라 내려올 수 있으나 이곳 지리에 밝은 사람이 아니라면 길 찾기가 어렵다. 단조롭기는 하지만 되돌아 내려가는 길이 안전하다. [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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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고성 향로봉(578m)
운흥사를 먼저 둘러보고 싶다. 그러나 낮게 내려앉은 비구름이 금방이라도 한줄기 장맛비를 쏟아낼 표정이다. 천둥 번개까지 칠 기세다. 그 기세에 짓눌린 걸음이 무척 바쁘다. 마음은 더 바쁘다. 산만 보고 걷는다.
비구름에 뒤덮인 산은 비처럼 축축하다. 나무둥치와 잎사귀에 이슬 같은 물기가 어렸다. 비가 내리지도 않았는데 길은 벌써 질퍽하다. 기름을 발라놓은 것처럼 미끌미글하다. 걸음에 흙탕물이 튕긴다. 계곡물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 이마에서 줄줄 땀이 흘러내린다. 후텁지근하다.
낙서암은 오르막길에 걸터앉은 쉼터다. 배낭을 내려놓을 수 있는 곳에 샘물이 솟아난다. 비구름에 쫓기더라도 잠시 함게 머물러 보자는 불립문자 같아 배낭을 내려놓는다. 샘물 옆 바위에 엉덩이를 걸친다. 뒤따라오던 사람들도 다들 멈춘다. 배낭을 내려놓거나 짊어진 채 샘물을 마신다. 멀뚱멀뚱하게 서로 눈이 마주쳐도 모르는 척 피하지 않는다. 슬그머니 어디서 왔느냐는 말 한조각을 건넨다.
낙서암을 지나자 길이 두 갈래다. 어느 길로 갈까 망설이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설 등산로를 권한다. 경치가 마음에 들 거라며 등을 떠민다. 옛길과 새길 사이를 오락가락 한다. 그 와중에서 경치가 좋다는 말이 솔깃하다.
새길을 따라간다. 너덜지대와 밧줄이 매달려 있는 곳에 올라선다. 커다란 바위 서너 개가 함께 앉아 있다. 바위들은 시루떡을 포개놓은 것처럼 층층이 쌓여 오른 퇴적암이다. 바닷가에 있는 상족암과 비슷하다. 맨 위에 있는 지층을 살짝 들어 올리면 시루떡처럼 반듯하게 떨어져 나올 것 같다.
바위들은 상족암 옆에 있다가 어느날 거친 파도에 떠밀려 산꼭대기로 올라온 것일까. 산꼭대기에 있던 바위가 바닷가로 떠내려가 상족암이 된 것일까. 바다는 처음부터 바다인 듯 끝없이 넓고 산은 처음부터 산인 듯 봉우리마다 우뚝하지만, 퇴적암 지층 속에는 바다가 산이 되고 산이 바다가 되는, 기나긴 삶의 이력이 화석처럼 박혀 있을 것 같다. 바위를 만져본다.
퇴적암은 산자락 곳곳에 박혀 있다. 사람들이 퇴적암에 올라앉아 점심을 먹는다. 점심 먹는 시간을 아껴 밧줄을 잡고 상두바위에 오른다. 상두바위가 말을 하는 듯하다. 까마득한 옛날에는 바다에 떠 있던 섬이라고, 그러니 지금도 섬으로 불러달라고. 잠시 눈 속에 해무가 끼는 듯하다.
정상에는 향로봉이라고 쓴 정상석이 있다. 들머리에 자리잡은 운흥사에는 국가보물인 탱화가 있다. 그 이름은 '고성 와룡산 운흥사 괘불탱' 이다. 절 아래쪽에 있는 민가는 와룡리 와룡마을이고 정상에서 백암산 쪽으로 넘어가면 와룡재가 있다. 산의 생김새는 용이 누워있는 모습인데, 와룡마을 옆에 있는 작은 산봉우리가 용머리이고 운흥사는 그 몸통이라 한다. 그러나 정상석에는 와룡산이란 이름이 없다. 그리고 삼천포 와룡산은 지척에 있다. 산이름은 이 산에서 저 산으로 흘러가기도 하는 것인지...
하산길은 오솔길처럼 부드럽다. 야생화도 더러 피어있다. 용꼬리처럼 굽이도는 길목에는 바위전망대가 걸쳐져 있다. 전망대는 남해안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과 고성, 삼천포의 산들, 멀리 남해까지 품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전망대는 텅텅 비었다. 풍경들은 모두 비구름 속으로 떠나버렸다. 비구름이 물러가면 기다렸다는 듯이 윤기가 도는 얼굴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때도 전망대에 설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날이 더울 줄 알고 넉넉하게 준비한 물이 남아돈다. 물이 반쯤 남은 물통에서 파도소리가 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찰싹찰싹 등줄기를 친다. 그 소리는 계곡물 소리에 섞여든다. 계곡물은 썰물처럼 산을 빠져나간다. 사람들이 계곡을 따라 산을 빠져나간다. 날머리가 가깝다.
산행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이 밀물처럼 밀려온다. 퇴적암 때문일까. 산을 탔다기 보다는 바다 속을 헤엄쳤다는 생각이 든다. 퇴적암에 흠뻑 젖었다. 우리 삶 중에서 퇴적되지 않는 것이 있을까. 산행을 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갈팡질팡하게 만들었던 비구름도 삶의 한 지층일 것이다. 비구름은 늦은 점심 위에서 똘똘 뭉친다. 빗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산행을 무사히 마쳤으니 고맙다고 손이라도 내밀까.
*산행길잡이
불연교-(10분)-천진암-(20분)-낙서암-(55분)-정상-(40분)-월부산-(40분)-불연교
운흥사 주차장 왼쪽에 불연교가 있다. 포장도를 10여분 따라가면 등산안내도가 나온다. 포장길과 돌계단이 나란히 나타난다. 어느 길이든 곧바로 천진암에 닿는다. 천진암에서 20분쯤 올라가면 낙서암이다. 신설등산로 팻말이 붙은 오른쪽으로 간다. 너덜지애와 밧줄이 있는 구간을 25분쯤 가파르게 올라가면 커다란 퇴적암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에서 정상으로 가다가 완만한 능선에 다다르면 낙서암에서 나누어졌던 길을 다시 만난다. 곧 상두바위와 그 밑에 있는 애향교를 건넌다. 전망대에서 정상까지는 약 30분 걸린다.
정상에서는 운흥사 2.4km, 진분개, 내원이라고 쓴 이정표 방향으로 간다. 가는 중에 왼쪽으로 흘러내리는 희미한 길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인 듯하다. 직진해서 35분쯤 가면 나무이정표가 나온다. 이정표 오른쪽 풀섶에 묻힌 길을 5분쯤 가면 무덤덤한 월부산이다. 월부산에서 5분을 걸어 나무이정표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간다. 직진해서 작은 계곡을 두번 건너도 두 계곡이 만나는 합수지점을 지난다. 산행이 끝나는 불연교까지는 나무이정표에서 35분 정도 걸린다.
*교통
부산사상터미널에서 삼천포행 버스가 06:00~20:30까지, 30~40분 간격으로 있다. 요금 8,800원. 소요시간 1시간50분.
삼천포에서 운흥사행 버스는 삼천포터미널 부근 스마일마트 앞에서 09:28, 13:14에 있다. 요금 1,100원. 운흥사에서 삼천포로 나가는 버스는 10:07, 13:45에 있다(대중교통은 불편하다). 삼천포에서 부산행 버스는 20:30까지 있다.
승용차는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사천IC로 나가 3번 국도를 타고 삼천포로 간다. 삼천포에서 77번 국도로 갈아타고 고성쪽으로 달린다. 하이면 사무소 앞에서 좌회전해 1001번 지방도를 타고 운흥사로 간다. 삼천포에서 1016번 지방도를 타고 봉현리 쪽으로 가도 된다.
*잘 데와 먹을 데
삼천포터미널 부근에 섬횟집(055-835-5668), 신라장여관(833-2504) 등 음식점과 숙박시설이 많다. 상족암 군립공원 안에 있는 쌍족해수욕장에 민박집(박기조 834-5148)과 횟집이 많다.
*볼거리
운흥사 서기 670년(신라 문무와 16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한다.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이곳을 거점으로 6000여 명의 승병을 이끌고 왜적과 싸웠다. 그 당시 충무공 이순신이 수륙합동작전을 위헤 세 번을 다녀갔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불탄 것을 1651년(조선 효종 2년)에 다시 세웠다. 대웅전은 경남유형문화재 제82호, 영신전은 제147호다. 조선 영조 6년에 승려화가 금어, 의겸이 그린 탱화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매년 음력 2월8일에는 임진왜란 때 숨진 승병과 의병의 명복을 비는 영산제를 거행한다.
글쓴이:박미림 1963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2001년도에 화광 문학대상(수필부문)을 받았다. 현재 부산 개미산악회 회원이다. 2003년에는 본지 제정 제9회 한국산악문학상 시부문에 당선했다.
참고:월간<사람과산> 200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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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
향로봉 정상에 앞서 만나는 거대 암봉 위의 또 다른 바위전망대. 이곳의 지층 또한 수평층으로 공룡발자국 화석이 많이 발견된 상족암의 그것과 흡사하다
충북 보은에서 출발, 정이품송과 법주사를 둘러본 후 속리산 문장대 근처에 이르면 난데없이 '경상북도'라고 적힌 커다란 이정석이 산꾼들을 맞는다. 통상 마루금이나 물길을 기준으로 행정구역을 나누지만 헌걸찬 주능선을 두부 자르듯이 하지 못한 결과가 빚어낸 일종의 진풍경이지만 경북 상주의 애교섞인 히트 상품이기도 하다. 이는 속리산에는 법주사 코스만 있는 줄 알고 있는 산꾼들에게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코스도 있음을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경북 안동과 예천의 경계에 위치한 학가산도 이와 유사한 케이스. 산길을 걷다보면 안동과 예천에서 세운 정상석을 각각 만난다. 상봉인 국사봉이 안동쪽에 있다보니 예천땅에도 학가산이 뻗어있음을 알리는 표시이다. 학가산자연휴양림은 예천에 있다.
이런 예는 그래도 애교에 속한다. 가야산을 두고 오래 전부터 벌이는 경남 합천과 경북 성주의 신경전은 전면전에 다름아니다. 익히 알려진 대로 가야산의 최고봉은 상왕봉(1430m). 하지만 성주 백운동 코스로 오르면 한결같이 칠불봉이 1433m라고 적혀있다. 상왕봉은 경남 합천에, 칠불봉은 경북 성주에 속한다. 두 봉우리의 거리는 200m. 불행히도 도경계가 이 사이로 통과한다.
전면전엔 성주군이 더 적극적이었다. 국토지리정보원에 해발고도 문의도 성주에서 했다. 면적의 60%가 성주에 포함돼 있는데다 칠불봉만 가야산 최고봉으로 확인되면 '성주 가야산'으로 홍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2년 전 국토지리정보원은 양측의 해묵은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당시로선 최신 버전 실측 결과를 내놓았다. 상왕봉 1429.8m, 칠불봉 1432.4m. 성주군의 판정승.
성주군 관계자는 "'합천 가야산 해인사'라는 벽이 워낙 높아 아직은 '성주 가야산'이라는 제품이 호응을 못얻고 있는 실정이지만 오랜 기간을 두고 꾸준히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모든 사례는 한 사람의 관광객이라도 더 유치해 보겠다는, 소모전 양상의 이전투구와는 격이 다른 지자체의 노력으로 보면 무난할 듯 싶다.
고성과 사천에도 이와 유사하지만 양상은 전혀 다른 사례가 하나 있다. 바로 와룡산(臥龍山)이다.
철쭉과 상사바위로 유명한 사천 와룡산은 '전국 100대 명산'으로 뽑힐 만큼 지명도가 있는 반면 천년고찰 운흥사를 품에 안은 고성 와룡산은 사천 와룡산의 명성에 가려 아예 '와룡'이란 이름이 슬그머니 빠져 있다.
하산길 암봉 갈림길 인근에서 본 자란만 일대. 하이면 임포마을과 마을 앞 큰 섬인 자란도와 오른쪽 조그만 솔섬이 확인된다. |
정식 명칭은 와룡산 향로봉이지만 고성군 홈페이지에는 향로봉이라 표기돼 있고 군민들도 향로봉이라 부른다. 산 아래 부락도 와룡리 와룡마을이고, 보물인 운흥사 탱화이름도 '고성 와룡산 운흥사 괘불탱'인데도 말이다.
"저긴 삼천포(사천) 와룡, 여긴 고성 와룡"이라고 말한 사람도 간혹 있었지만 이 또한 '향로봉'에 이은 부연설명이었을 뿐이었다.
사천 와룡산에 대한 양보의 미덕인지, 외지인의 헷갈림에 대한 배려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일고 있는 고유의 산이름 찾기 추세에 맞춰 고성군도 당당하게 향로봉 대신 와룡산이란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지만 옹골찬 산이다. 한려해상 망망대해에 올망졸망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의 환상적 조망과 운흥사 천진암 낙서암에 이르는 운치있는 사찰, 그리고 해맑은 야생화 군락은 명산의 반열에 들고도 남음직하다.
산행은 하이면 와룡마을~운흥사~천진암~낙서암(샘터)~신설 등산로~너덜~전망대(까마귀바위)~상두바위~애향교~와룡산 향로봉(579m)~문수암 갈림길~백암산 정상(404m)~임도(와룡재)~너덜~흑염소 방목장 철조망~도로~와룡마을 순. 순수 걷는 시간은 3시간 안팎. 산행로는 대체로 무난하지만 하산길 찾기엔 유의해야 한다.
들머리는 하이저수지 앞 와룡마을. 도로를 따라 운흥사까지는 15분. 의상대사가 창건한 신라 천년고찰 운흥사는 한때 부속암자를 9개나 거느린 대찰이었지만 절 주변의 아름드리 수목만 이를 말없이 대변할 뿐이다. 절 주차장에서 향로봉 천진암 낙서암과 운흥사를 가리키는 이정표 방향이 다르지만 운흥사를 거쳐 향로봉 가는 길이 열려 있으니 운흥사로 오르자. 대웅전 왼쪽 자판기~화장실로 연결되는 길이 바로 그것이다.
7분 정도 계류를 따라 걸으면 '등산안내도'. 돌계단길로 출발한다. 얼레지와 현호색, 그리고 연분홍 진달래가 지천으로 널려있다. 4분 뒤 법당 하나, 요사채 하나가 전부인 단출한 천진암을 지나 17분쯤 꽃구경을 하며 더 오르면 낙서암 입구. 샘터와 이정표가 있다. 해발 410m, 향로봉은 0.7㎞. 선방인 낙서암에 서면 저 멀리 사천 와룡산 상사바위와 주봉인 민재봉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신설 등산로'라 적힌 이정표를 따라 정상을 향한다. 대숲을 지나면 시야가 트인다. 삼천포항과 창선·삼천포대교, 사천 와룡산이 한 눈에 보인다. 잠시 후 머리 위에 집채만한 바위. 반시계 방향으로 에돌아 너덜을 지나 밧줄을 잡고 급경사 바위틈새로 오른다. 까마귀바위다. 시야가 더 넓어진다. 여기서 13분쯤 급경사 바윗길과 너덜, 그리고 밧줄을 잡고 오르면 황홀한 전망대다. 정면 뱀을 닮았다는 통영 사량도 윗섬 지리망산과 그 뒤 아랫섬 칠현산이 우선 보인다. 발아래 삼천포화력발전소를 기준으로 우측은 삼천포 앞바다와 남해도, 왼쪽이 고성쪽 한려해상 국립공원이다. 왼쪽 저 멀리 구절산과 거류산 벽방산이, 가까이는 보현사 약사여래불과 수태산 무이산도 확인된다. '공룡 무도장' 상족암 군립공원은 삼천포화전 왼쪽 바다쪽으로 튀어나온 부분으로 추정된다.
상봉인 향로봉(579m)은 10분 뒤. 상두바위와 애향교를 지난다. 애향교는 하이면 애향회가 손수 만든 다리이고 바로 앞 큰 바위가 상두바위다. 정상석에는 '와룡산 향로봉' 대신 '향로봉'이라고만 적혀 있다. 동쪽으론 하산할 백암산 능선과 무이산 수태산 가는 능선도 확인된다. 하산은 동쪽 문수암 방향. 1분 뒤 바로 갈림길. 오른쪽 길로 내려선다. 15분 뒤 다시 암봉 갈림길. 왼쪽 문수암 방향, 오른쪽 전망대바위로 올라선다. 암봉에선 무이산 문수암, 보현사 약사전, 수태산이 눈앞에 다가온다.
이후 등로는 암릉길. 곳곳에 진달래와 노란 생강나무꽃이 즐비하다. 15분 뒤 마지막 암봉 뒤 만나는 흙봉우리가 백암산이다. 정상석이 없어 리본 뒤에 '백암산 정상'이라고 적어놨다. 이때부터 일사천리 낙엽길. 18분 뒤 임도. 와룡재다. 곧바로 오른쪽으로 내려선다. 입구 찾기가 어렵지만 리본을 여러 장 묶어놨다. 묵은 길이지만 힘겹게 내려올 수 있다. 길은 자연스레 왼쪽 산허리를 타고 이어진다. 8분 뒤 너덜. 이때부터 길은 애매모호. 시계방향으로 크게 돌아 내려선다. 7분 뒤 일순간 철조망. 나중에 알았지만 흑염소 방목지란다. 지도상에는 계곡이지만 산주인이 야무지게 막아놨다. 왼쪽으로 철조망을 따라 계속 내려서면 도로와 만난다. 너덜에서 18분. 여기서 와룡마을까지는 20분 걸린다.
◇ 대중교통편
- 대중교통 불편… 승용차 권장
대중교통편은 있지만 이용하기 불편하다. 그래도 적어본다.
부산 서부버스터미널에서 삼천포행 시외버스는 오전 6시 첫 차를 시작으로 30~3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1시간50분 걸리고 8500원. 터미널을 나와 길 건너 삼성프라자 앞에서 하이면 운흥사행 30번 버스는 오전 6시44분, 9시20분에 있다. 1000원. 운흥사에서 터미널행 버스는 오후 1시45분, 7시50분에 있다. 삼천포에서 부산행 시외버스는 30~40분 간격으로 있다. 막차는 오후 8시30분.
승용차를 이용할 경우 이정표 기준으로 남해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방향~연화산IC~연화산 방향 우회전~고성 영현~영현면~고성 대가 상족암 공룡박물관 직진~부포 공룡박물관 1016번 지방도 우회전~상리면~사천 진주 33번 국도~삼천포항 상족암~유람선 선착장 남일대해수욕장~삼천포항~하이면~삼천포항 상족암~사천시~운흥사 상족암 공룡박물관 고성 77번 좌회전~운흥사 와룡 방면 좌회전~하이저수지~운흥사 입구 와룡마을 순. 원점회귀 코스라 승용차를 권한다. 공룡박물관과 상족암 군립공원도 15분이면 닿는다.
◇ 떠나기전에
- 하산길 지도에도 없는 철조망
시종일관 만족스런 산행을 하다 막판 철조망이라는 복병이 옥에 티였다. 2만5000분의 1 지형도에는 계곡길로 표시돼 있지만 현실은 사유지인지라 주인이 철조망을 둘러쳐 흑염소 방목장을 조성해 놓았다. 때문에 산행팀은 마을로 이어지는 왼쪽 능선길을 뚫으려고 시도해 봤지만 허사였다. 때문에 15분 정도 철조망을 따라 하산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혀둔다. 근교산 제363회 경주 안강 무릉산도 지도에 없는 방산업체가 숨어 있어 이와 유사한 사례이다.
본격 하산길인 와룡재는 들머리인 와룡마을에서 보인다. 운흥사로 가는 진입로 옆 새마을공동창고에서 마을회관에 걸린 깃발과 전봇대 사이 보이는 잘록이가 바로 그곳이다.
까마귀바위라는 이름은 애향교 입구 안내팻말에서 처음 만났다. 낙서암과 너덜을 지나 처음 만나는 전망대바위가 그것. '애향교에서 30분'이라는 적힌 내용으로 추정했다. 애향교 바로 옆에 위치한 상두바위 또한 '정상에서 5분'이라 적힌 팻말을 보고 확인했다. 이번 산행로는 하이면 애향회의 역할을 컸음을 일러둔다. 그들이 새로 만든 신설 등산로에선 그들의 노고가 엿보였고, 애향교를 건널 땐 그들의 기금으로 손수 제작했다는 사실을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
글·사진 =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
문의 = 국제신문 산행팀 (051)500-5151
이창우 산행대장 011-563-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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