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국가전략 큰 그림 TSMC 유럽 1호 공장 독일서 기공식 / 8/22(목) / 중앙일보 일본어판
대만 TSMC가 독일에 첫 번째 유럽 반도체 생산기지를 착공했다. 첨단 반도체 독점에 이어 구 공정 반도체 점유율도 늘리겠다는 TSMC의 야심뿐 아니라 TSMC를 등에 업고 소재·부품·장비 중소기업을 해외 진출시키겠다는 대만 정부의 계획도 본격적인 실행에 들어갔다.
TSMC와 대만 언론에 따르면 TSMC의 유럽 합작사인 ESMC는 20일 독일 드레스덴에 첫 반도체 팹 기공식을 열었다. ESMC 주식은 TSMC가 70%, 유럽 반도체 고객인 보쉬, 인피니온, NXP 3개사가 10%씩 보유한다. 올해 말부터 이곳에 12~28나노미터(나노는 10억분의 1) 공정 팹을 건설하고 2027년 말부터 차량용 산업용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총액 100억유로(약 1조 6184억엔)의 투자비용 중 절반이 유럽연합(EU)의 보조금이다. 기공식에 참석한 유럽위원회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오늘 50억유로의 보조금을 승인해 왔다. 유럽은 안정적인 현지 공급망과 맞춤형 신제품을 얻게 됐고 TSMC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와중에 생산 다변화와 유럽 시장 접근성을 얻게 됐기 때문에 윈윈"이라고 말했다.
TSMC의 웨이저자 회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유럽 자동차와 산업 분야의 반도체 요구를 충족시켜 유럽 고객과 파트너들에게 TSMC의 첨단 제조 능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공식에는 인피니언, NXP, 보쉬의 최고경영자(CEO)와 독일의 숄츠 총리도 참석했다.
TSMC는 그동안 대만 외에는 중국 난징(12~28나노미터)과 상하이(110~350나노미터)에 옛 공정 반도체 생산기지를 운영했다.
그러나 선진국들이 자국 내에 반도체 생산기지를 만들려는 기조를 내세우자 거액의 보조를 받아 미국 애리조나(2~4나노미터)와 일본의 구마모토(12~28나노미터, 6나노미터, 40나노미터)에 잇따라 반도체 팹을 만들고 있다.
TSMC의 해외 생산기지 구축은 대만이 정부 전략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주임위원(과학기술부 장관)은 독일, 프랑스, 호주 등 외국을 방문할 때마다 TSMC에 우리나라에 와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고 말해 왔다. 대만 정부는 이를 중소기업을 해외로 내보낼 기회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창업자였던 궈즈후이 대만 경제장관은 취임 직후 "TSMC와 같은 대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중소기업도 함께 나갈 수 있도록 해외 제조단지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개별 중소기업이 뚫을 수 없는 해외시장의 벽을 TSMC와 정부의 등에 업고 넘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궈즈후이 장관은 체코, 일본, 미국 등 3개국을 해외 제조단지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럽 중 대만에 우호적이고 독일 드레스덴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체코에 소재부품장비업체를 진출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것이다.
TSMC의 3나노급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은 90%에 이른다. 고객의 주문을 받아 제작하는 을이면서도 가격 결정권을 갖고 있는 비결이다. 외신에 따르면 TSMC는 최근 고객들에게 3·5나노 파운드리 가격을 3~8%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TSMC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차량용 반도체나 이미지센서처럼 비첨단 반도체 점유율도 늘리려 하고 있다. 일본에서 소니와 가까운 구마모토, 독일에서 보쉬와 가까운 드레스덴에 생산기지를 만드는 배경이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TSMC가 61.7%, 삼성전자가 11.0%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