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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해로(百年偕老)
백년을 함께 늙는다는 뜻으로,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사이좋게 지내고 즐겁게 함께 늙어감을 의미한다.
百 : 일백 백(白/1)
年 : 해 년(干/3)
偕 : 다 해(亻/9)
老 : 늙을 로(老/0)
출전 : 시경(詩經) 국풍(國風) 패풍(邶風) 제31편 격고(擊鼓)
백년해로(百年偕老)는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사이좋게 지내며 함께 늙어간다는 뜻의 성어입니다. 부부의 인연을 맺어 평생을 같이 즐겁게 지내고 함께 늙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살아서는 한 방을 쓰고 죽어서는 한 무덤에 묻힌다는 '생즉동실 사즉동혈(生則同室 死則同穴)'과도 통하는 부부 간의 깊은 사랑과 맹세를 뜻합니다.
중국 주나라의 시가(詩歌)들을 모은 시경(詩經) 패풍(邶風)의 시 격고(擊鼓)에 나오는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리라(執子之手 與子偕老)'라는 구절에서 유래했습니다.
시경(詩經) 패풍(邶風)의 시 격고(擊鼓)는 전쟁터에 끌려간 군사 무리의 고통스러운 한탄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에 남은 아내 또는 이별한 이의 애끓는 심정을 노래한 대표적인 사회시이자 서정시입니다.
격고(擊鼓)는 북을 둥둥 치며 울린다는 뜻으로, 전쟁을 알리거나 군대를 출동시킬 때 울리는 북소리를 의미합니다. 격고(擊鼓)의 문학적 특징은 웅장하고 긴박한 북소리로 시작해 전쟁의 공포와 고향을 그리는 개인의 슬픔으로 대비를 이루며 전개되는 부(賦)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위(衛)나라의 거듭되는 전쟁과 부역 속에서 남쪽 먼 곳의 싸움터로 홀로 끌려가는 군사의 한탄을 담고 있습니다. '백년해로를 함께하자고 서약했으나, 전쟁 때문에 언제 돌아갈지 모른다'는 절절한 이별의 정한이 유명한 구절(죽고 사는 것을 너와 함께하겠다고 너와 맹세했지)으로 전해집니다.
가혹한 징집과 전쟁으로 인한 이별의 슬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괴로움과 원망을 주제로, 지배계급의 부당한 부역과 전쟁 동원을 비판한 시경의 대표적인 사회시 중 하나입니다. 사회시는 사회의 모순, 부조리, 부패, 그리고 약자의 고통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문학 작품을 말합니다
이 시는 춘추시대 초기인 기원전 719년(위나라 선공 1년) 경, 위(衛)나라에서 일어난 권력 찬탈 사건과 그로 인한 국제 전쟁을 배경으로 합니다.
위나라의 공자였던 주구(州吁)는 기원전 719년 형인 환공(桓公)을 살해하고 스스로 공(公)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주구는 위나라 장공(莊公)의 서자이자 환공의 이복동생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무기를 좋아하고 난폭했으나, 장공의 총애를 받아 안하무인으로 자랐습니다. 당시 현명한 대신이었던 석작(石碏)이 이를 경고했으나 장공은 듣지 않았습니다. 장공이 죽고 형인 환공이 즉위하자, 주구는 반란을 도모하다가 실패하고 해외로 망명했습니다. 이후 기원전 719년, 주구는 환공을 암살하고 위나라의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정당성 없는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기 때문에, 위나라 백성들과 대신들은 주우를 따르지 않았고 정권은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주우는 흔들리는 권력을 공고히 하고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제후국의 패권 다툼을 이용했습니다.
당시 정(鄭)나라의 장공과 척을 지고 있던 주(州)나라를 비롯해, 송(宋), 진(陳), 채(蔡)나라를 설득하여 대규모 연합군을 결성했습니다. 이 동맹을 주도한 위나라의 주우는 연합군과 함께 정나라의 도성을 포위하고 공격하며 자신의 군사적 역량을 과시하려 했습니다. 이 무리한 전쟁은 오래가지 못했고, 주우의 정권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주지 못했습니다.
백성들은 북방의 침략을 막기 위해 조(漕) 땅에 성을 쌓는 가혹한 토목 공사(노역)에 시달리던 중, 휴식도 없이 다시 남쪽 정나라 전선으로 강제 징집(군역)되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 시의 화자는 바로 이 전쟁에 동원된 위나라의 평범한 병사입니다. 시 속에는 아내와 손을 잡고 '죽으나 사나 우리 함께하자, 늙을 때까지 함께하자(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라고 했던 눈물 어린 맹세가 등장합니다. 이 구절은 오늘날까지도 남녀 간의 지극한 사랑과 약속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널리 쓰입니다.
전장의 한복판에서 군마를 잃어버리고 숲속을 헤매며, 결국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을 직감하는 병사의 절망감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지배층의 명분 없는 권력욕과 영토 확장 전쟁이 평범한 백성들의 삶과 가정을 어떻게 처참하게 파괴하는지 생생하게 고발합니다. 거창한 애국주의 대신 전쟁의 폭력성을 고발하는 현실주의적 시각을 보여줍니다.
4장에 등장하는 '그대의 손을 잡고 함께 늙어가겠다'는 구절은 중국 문학사를 통틀어 부부의 사랑과 신뢰를 표현한 가장 아름다운 성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비극적인 전장 상황과 대비되어 문학적 감동을 극대화합니다.
거대 권력(국가)이 요구하는 의무와 개인이 추구하는 소박한 행복(사랑, 가족) 사이의 갈등을 다룬 인류 보편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2,7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깊은 공감을 자아내는 이유입니다.
제1장의 핵심 주제는 명분 없는 전쟁의 공포와 가혹한 강제 징집으로 인한 개인의 절망과 소외감입니다.
擊鼓其鏜, 踊躍用兵.
격고기당 용약용병.
북치는 소리 둥둥 울리니, 무기 들고 뛰어 일어난다.
土國城漕, 我獨南行.
토국성조 아독남행.
나라 안에서는 흙일을 하고 성을 쌓는데, 나 홀로 남쪽으로 싸우러 간다.
북소리가 둥둥 울리고 군사들이 무기를 들고 날뛰는 모습(擊鼓其鏜 踊躍用兵)을 통해, 지배층의 권력욕으로 시작된 전쟁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그 안에서 개인이 느끼는 공포를 고발합니다.
다른 백성들은 그나마 고향 근처에서 성을 쌓는 토목 공사(土國城漕)를 하는데, 화자는 머나먼 남쪽 전장(我獨南행)으로 끌려갑니다. 이를 통해 평범한 민초가 겪어야 했던 가혹한 운명과 불평등한 현실에 대한 원망을 극대화하여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제1장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비극적 정서의 출발점으로, 국가의 폭력 앞에 무력하게 희생당하는 백성의 고통과 반전(反戰) 의식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입니다.
제4장의 핵심 주제는 '극한의 절망 속에서 피어난 백년해로(百年偕老)의 굳은 맹세와 인간애' 입니다.
死生契闊, 與子成說.
사생결활 여자성설.
죽거나 살거나 고생을 함께하리라, 그대와 굳게 맹세하였지.
執子之手, 與子偕老.
집자지수 여자해로.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리라.
소박하지만 위대한 인간의 소망: 전쟁이라는 거대한 참화 속에서 화자가 갈구하는 것은 승리나 명예가 아닙니다. 그저 사랑하는 아내와 손을 맞잡고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인간 보편의 소박한 행복입니다.
'죽거나 살거나, 멀어지거나 만나거나'라는 표현을 통해, 육체는 비록 비참한 최전선에 갇혀 있을지라도 마음만큼은 아내와의 서약을 붙잡고 있는 불변의 사랑과 신뢰를 보여줍니다.
제4장의 문학적 결론은 '비극을 통해 역설적으로 완성되는 사랑의 숭고함' 입니다. 제4장은 단독으로 보면 아름다운 고백이지만, 앞뒤 장(3장의 패전, 5장의 단절)의 비극적 현실과 연결되면서 '결코 지킬 수 없는 약속'이라는 잔인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아내와 함께 늙어가겠다던 그 당연하고도 평범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지배층의 권력욕(전쟁)이 개인의 신의와 행복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시 전체의 감동적 정점 역할을 합니다.
제4장의 맹세가 깊고 아름다웠던 만큼, 제5장에서 그것을 지키지 못하게 된 병사의 절망과 통곡은 더욱 극대화됩니다. 화자는 아내를 배신한 것이 아닙니다. 국가의 무모한 전쟁이 개인의 약속(信)과 삶(活)을 강제로 짓밟았음을 보여주며, 시는 깊은 여운과 슬픔을 남긴 채 막을 내립니다.
시경(詩經) 격고(擊鼓)에서 제1장의 비극적 현실(전쟁)과 제4장의 낭만적 이상(사랑)이 맺고 있는 문학적 구조와 연결 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제1장은 북소리가 울리고 무기를 들고 날뛰는 '광기 가득한 시각·청각적 공간'입니다. 개인이 거부할 수 없는 국가의 거대한 폭력을 상징합니다.
제4장은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맞잡는 '따뜻하고 정적인 촉각적 공간'입니다. 개인이 소망하는 가장 인간적이고 소박한 행복을 상징합니다.
전쟁터의 차가운 무기(1장)와 아내의 따뜻한 손(4장)이 극단적으로 대비되면서, 화자가 처한 절망적인 상황이 더욱 잔인하고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제1장의 시대적 배경인 '주구의 난'은 지배층의 추악한 권력욕 때문에 일어난 명분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화자가 제4장에서 소망하는 것은 나라를 구하는 거창한 영웅주의가 아닙니다. 그저 '그대의 손을 잡고 함께 늙어가는 것'이라는 인류 보편의 소박한 꿈입니다.
제1장에서 시작된 국가의 거대한 폭력이 제4장의 소박하고 위대한 인간성을 어떻게 처참하게 짓밟고 유린하는지 보여줌으로써, 당대 지배층을 향한 강력한 반전(反戰)과 저항의 메시지를 완성합니다.
시의 흐름상 화자는 지금 제1장의 참혹한 전장(현재)에 서 있습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화자는 과거 아내와 나누었던 달콤한 백년해로의 약속(4장)을 머릿속으로 회상합니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는 이 정서적 불일치는, 독자로 하여금 화자의 외로움과 슬픔을 배가시켜 느끼게 만드는 고도의 문학적 장치입니다.
요약하자면, 제1장의 잔인한 전쟁 배경이 단단하게 깔려 있었기 때문에, 제4장의 '집자지수 여자해로(執子之手 與子偕老)'라는 구절이 단순한 사랑 노래를 넘어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는 가장 슬프고도 숭고한 절규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詩經 國風 邶風 第31篇 擊鼓
시경 국풍 패풍 제31편 격고
제1장 가혹한 전쟁 출정
擊鼓其鏜, 踊躍用兵.
격고기당 용약용병.
북소리 둥둥 울리니, 군사들이 무기를 들고 날뛰는구나.
土國城漕, 我獨南行.
토국성조 아독남행.
나라에선 흙일을 하고 조(漕) 땅에 성을 쌓는데, 나만 홀로 남쪽으로 군대를 이끌고 가는구나.
이 시는 춘추시대 위(衛)나라 선공(宣公) 때(기원전 719년경) 발생한 사건을 배경으로 합니다. 위나라의 공자 '주구(州吁)'가 형인 환공을 시해하고 왕위를 찬탈했습니다. 백성들의 신망을 얻지 못했던 주구는 국내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이웃 나라인 송(宋)나라와 연합하여 정(鄭)나라를 공격하는 무리한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당시 위나라는 북방의 위협에 대비해 조(漕) 땅에 성을 쌓는 대규모 토목 공사(土國城漕)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성을 쌓는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와중에, 주구의 정권 유지용 전쟁(남행, 정나라 공격)에 군사로까지 징집되어 남쪽 전선으로 끌려가야 했습니다.
'둥둥' 울리는 북소리와 무기를 들고 날뛰는 군사들의 모습은 전쟁의 서막을 시각적·청각적으로 강렬하게 보여줍니다. 이는 국가의 명분(전쟁)이 주는 압박감과 공포를 상징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고향 근처에서 성을 쌓는 노역을 하는데, 화자 자신은 멀고 험한 남쪽 전장으로 끌려간다는 점에서 깊은 소외감과 원망이 드러납니다.
지도자의 권력욕 때문에 일어난 무의미한 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어, 가족과 헤어져 사지로 향하는 평범한 백성(군인)의 절망감을 사실적으로 고발하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부부의 애틋한 맹세는 이 1장의 비극적인 배경이 있기에 더욱 슬프고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제2장 : 강요된 외교와 억류
從孫子仲, 平陳與宋.
종손자중 평진여송.
장수 손자중(孫子仲)을 따라, 진(陳)나라와 송(宋)나라를 화친하게 하러 가네.
不我以歸, 憂心忡忡.
불아이귀, 우심충충.
나를 집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으니, 근심하는 마음이 뚝뚝 떨어지는구나 (근심이 가득하구나).
손자중(孫子仲)은 당시 위(衛)나라의 명장인 '공손문중(公孫文仲)'을 가리킵니다. 찬탈자 주구(州吁)의 명령을 받아 군대를 이끈 총지휘관입니다.
평진여송(平陳與宋)은 표면적으로는 '진나라와 송나라를 화평하게 만든다'는 외교적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위나라가 송나라·진나라·채나라와 동맹을 맺고 공동으로 정(鄭)나라를 치기 위한 정략적 군사 행동이었습니다.
불아이귀(不我以歸)는 전쟁이 단번에 끝나지 않고 장기전으로 접어들면서, 병사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 주지 않는 군 수뇌부에 대한 원망과 절망이 담겨 있습니다.
지배층은 외교와 동맹이라는 거창한 명분('평진여송')을 내세우지만, 최전선의 병사에게는 그저 기약 없이 집을 떠나야 하는 고통일 뿐입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확신('불아이귀')이 서는 순간, 화자의 내면은 걷잡을 수 없는 근심('우심충충')으로 가득 찹니다. 1장에서의 원망이 2장에 이르러 구체적인 인물(손자중)과 지명(진·송)을 거치며 현실적인 절망감으로 심화되는 과정입니다.
제3장 : 전장의 고립과 조난
爰居爰處, 爰喪其馬.
원거원처 원상기마.
여기 머물고 저기 묵어가며, 이리저리 내 군마(軍馬)마저 잃어버렸네.
于以求之, 于林之下.
우이구지 우림지하.
잃어버린 말을 어디서 찾을까, 숲 속 우거진 나무 아래를 헤매이네.
2. 제3장 해설
爰居爰處(원거원처)는 '여기 살고 저기 머문다'는 뜻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전장을 떠돌며 노숙하는 병사의 비참한 처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爰喪其馬(원상기마)는 전장에서 군인에게 '말(馬)'은 목숨과도 같은 중요한 기동력이자 생존 수단입니다. 이를 잃어버렸다는 것은 전쟁의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었거나, 부대가 대패하여 아수라장이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于林之下(우림지하)는 깊은 숲속을 헤매며 말을 찾는 모습은, 길을 잃고 고립된 병사의 절박함과 막막함을 극대화하여 표현한 것입니다.
1장의 '출정', 2장의 '장기전'에 이어, 3장에 이르러서는 마침내 군마를 잃고 숲속을 헤매는 극한의 조난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전쟁의 참상이 피부에 와닿도록 묘사되었습니다.
숲속에서 잃어버린 말을 찾는 행위는, 단순히 가축을 찾는 것을 넘어 '고향으로 돌아갈 길(방법)'을 잃어버린 병사의 정서적 방황과 상실감을 상징합니다.
이처럼 3장에서 목숨이 위태로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에, 바로 이어지는 제4장의 그 유명한 구절인 '그대의 손을 잡고 함께 늙어가자던 맹세(집자지수 여자해로)'가 더욱 가슴 아프고 애절하게 다가오게 됩니다.
제4장 백년해로의 애틋한 맹세
死生契闊, 與子成說.
사생결활, 여자성설.
죽거나 살거나, 멀어지거나 만나거나, 그대와 함께하자고 굳게 맹세했었지.
執子之手, 與子偕老.
집자지수 여자해로.
그대의 손을 따뜻이 잡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리라 다짐했었네.
契闊(결활)은 '결(契)'은 맺어짐과 가까워짐을, '활(闊)'은 떨어짐과 멀어짐을 뜻합니다. 즉,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만남과 이별, 고통과 기쁨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與子成說(여자성설)은 '그대(아내)와 함께 약속(說)을 이루었다'는 뜻으로, 혼인할 당시 혹은 이별할 당시에 나누었던 변치 않을 약속을 의미합니다.
執子之手, 與子偕老(집자지수 여자해로)는 오늘날까지도 남녀 간의 영원한 사랑과 백년해로를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성어로 널리 쓰이는 대목입니다.
3장에서 군마를 잃고 숲속을 헤매는 비참한 '현재'의 순간에, 화자는 아내와 손을 맞잡고 미래를 약속했던 행복한 '과거'를 회상합니다. 이 극적인 대비는 화자가 처한 비극성을 한층 더 심화시킵니다.
나라의 거창한 명분(전쟁) 앞에 한 개인의 가장 소박하고도 간절한 소망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가는 것'이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 보여줍니다.
비록 몸은 비참한 전장에 갇혀 있지만, 마음만은 아내와의 서약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통해 전쟁의 폭력성에 저항하는 인간적인 사랑의 숭고함을 극대화하여 표현했습니다.
제5장 :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절망
于嗟闊兮, 不我活兮.
우차활혜, 불아활혜.
아아, 우리 서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 나를 살게 하지 못하는구나 (함께 살아가지 못하는구나).
于嗟洵兮, 不我信兮.
우차순혜, 불아신혜.
아아, 이토록 멀리 멀어졌으니, 그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구나.
于嗟(우차)는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슬픈 탄식과 통곡을 나타내는 감탄사입니다.
不我活兮(불아활혜)은 여기서 '활(活)'은 단순히 숨을 쉰다는 의미를 넘어,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기대어 살아간다'는 삶의 본질을 뜻합니다. 따라서 서로 떨어져 있어 진정한 삶을 이루지 못한다는 절망의 표현입니다.
洵(순)은 '멀다', '소원하다'라는 뜻으로, 시간과 공간적으로 완전히 단절되어 버린 부부의 거리를 의미합니다.
不我信兮(불아신혜)는 '신(信)'은 믿음, 즉 4장에서 다짐했던 백년해로의 '약속'을 뜻합니다. 전쟁이라는 거대한 장벽 때문에 아내와의 소중한 신의(약속)를 내 손으로 지킬 수 없게 된 무력한 처지를 한탄하는 구절입니다.
4장에서 떠올렸던 아름다운 맹세('집자지수 여자해로')는 5장에 이르러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었음이 밝혀집니다. 과거의 약속이 아름다웠던 만큼, 그것이 깨어진 현실의 고통은 더욱 잔인하게 다가옵니다.
시는 결국 해피엔딩이 아닌, 거대한 슬픔과 미완의 약속으로 끝이 납니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국가의 폭력(전쟁)이 한 가정의 행복과 신뢰를 어떻게 철저히 파괴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1장의 출정 소동으로 시작해 2장·3장의 고난을 거쳐, 4장의 영원한 맹세를 지나, 5장의 처절한 절망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이 시를 시경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반전(反戰) 문학이자 서사시로 꼽히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리라
후한 때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악부(樂府) 민가 중에 속칭 ‘백두음(白頭吟)’이란 16구절의 오언시가 있다. 딴 뜻을 품은 남편에게 아내가 결연한 의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皚如山上雪(애여산상설)
皎若雲間月(교약운간월)
희기는 산 위의 눈과 같고, 밝기는 구름 사이의 달과 같아라.
聞君有兩意(문군유양의)
故來兩決絕(고래양결절)
그대에게 두 마음이 있다는 말을 들었기에, 이에 와서 두 사람의 인연을 끊고자 하노라.
願得一人心(원득일인심)
白首不相離(백수불상리)
오직 한결같은 마음의 사람을 얻어, 머리가 희어질 때까지(백발이 되도록) 서로 헤어지지 않기를 바랐을 뿐.
중국 한나라 때 탁문군이 남편 사마상여의 변심을 원망하며 지은 백두음(白頭吟)으로, 산 위의 흰 눈과 구름 사이의 밝은 달처럼 순결한 마음을 노래하며 변심한 상대와 결별하겠다는 단호한 심정을 담고 있다.
탁문군은 '(내 마음은) 산 위의 눈같이 희고 구름 사이의 달처럼 밝은데, 그대가 두 마음을 갖고 있다하여 결별하러 왔소'로 시작된다. 이어서 '오늘 한 잔 술로 작별을 고하고, 내일 아침 각자의 길을 가자'고 요구한다. 그리고 당초에는 '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나 흰머리가 되어도 떨어지지 않기를 바랐다'면서 남편이 의리를 저버렸음을 원망하는 말로 마무리된다.
이 시가집에는 또 상산채미무(上山採蘼蕪)라는 고시가 실려 있다. '산에 올라 천궁 잎을 따고 산을 내려오다 옛 남편을 만났다'는 상황 설정이다. 미무(蘼蕪)는 향초의 일종(궁궁이)으로, 고대에는 이 풀을 몸에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이 있었다.
上山採蘼蕪, 下山逢故夫.
산에 올라 궁궁이를 캐고, 산을 내려오다 옛 남편을 만났네.
長跪問故夫, 新人復何如.
공손히 무릎을 꿇고 옛 남편에게 묻기를, "새로 맞이한 아내는 어떠한가요?"
新人雖言好, 未若故人姝.
새 아내가 좋다고는 하지만, 옛 아내(당신)의 아름다움만은 못하다오.
顏色類相似, 手爪不相如.
생김새나 용모는 서로 비슷하지만, 일하는 솜씨(손재주)는 당신만 못하다오.
新人從門入, 故人從閣去.
새 사람은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왔고, 옛 사람은 쪽문으로 쫓겨나갔었지.
新人工織縑, 故人工織素.
새 사람은 합사 비단(縑)을 잘 짜고, 옛 사람은 흰 비단(素)을 잘 짰다오.
織縑日一匹, 織素五丈餘.
새 사람은 합사 비단을 하루에 한 필 짜지만, 옛 사람은 흰 비단을 다섯 장(오 장) 넘게 짰었지.
將縑來比素, 新人不如故.
그 비단들을 가져와 서로 비교해 보니, 새 아내가 옛 아내보다 못하다네.
그녀는 그에게 새 여인은 어떠냐고 물었다. 옛 남편은 새 사람이 좋기는 해도 옛 아내보다 못하다고 대답한다. 용모는 비슷하지만 베 짜는 솜씨가 달라 새 사람에 비해 옛 아내가 훨씬 낫다고 때늦은 아쉬움을 드러낸다.
당시 여인은 아들을 낳지 못했거나 다른 이유로 쫓겨났지만, 옛 남편은 새 아내와 살면서 도리어 전처의 훌륭한 일솜씨와 가치를 뒤늦게 깨닫고 후회한다. 시 속에서 새 아내가 짜는 황색 비단(縑)보다 전처가 짜던 흰색 비단(素)의 양이 훨씬 많다는 수치적 비교를 통해, 전처의 뛰어난 능력과 남편의 때늦은 아쉬움을 시각적으로 강조한다.
이처럼 옛 시가에도 일생을 함께하지 못한 부부의 애타는 곡절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그중 가장 처절한 것은 역시 ‘옥대신영’에 실려 있는 ‘공작동남비’다. 한 젊은 부부의 애달픈 사연을 오언의 357구로 서술한 장편서사시다. 원제는 '초중경의 아내를 위해 지은 고시(古詩爲焦仲卿妻作)'이지만, 맨 앞에 “공작이 동남쪽으로 날아가다가, 오리에 한 번씩 맴돈다(孔雀東南飛, 五里一徘徊)”는 말이 있어 흔히 그 첫 구절로 통칭된다.
후한 말기 지방의 한 작은 관리인 초중경(焦仲卿)은 유란지(劉蘭芝)를 아내로 맞아들여 행복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3년도 못 가서 아내는 시어머니의 미움을 받아 쫓겨날 처지가 됐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애원한다. "소자는 박복한 상인데도, 다행히 이 아내를 얻었습니다. 머리 묶고 잠자리를 함께했으니, 황천에 가서도 함께 벗이 될 것입니다(兒已薄祿相, 幸復得此婦. 結髮同枕席, 黃泉共爲友)."
아내를 감싸는 모습에 화가 난 어머니가 호되게 꾸짖는다. "이 며느리는 예절이 없고 행동거지가 제멋대로이다. 내 마음속에 오래전부터 분을 품고 있었으니, 네가 어찌 마음대로 할 수 있느냐?" 이어서 이웃에 좋은 신붓감이 있으니 빨리 못된 며느리를 내보내고 새 아내를 맞아들이라고 채근한다.
완강한 시어머니의 뜻을 이기지 못해 며느리는 친정으로 쫓겨 간다. 떠나는 아내에게 남편은 '잠시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반드시 데리러 갈 것'이라고 약속한다. 유란지가 친정으로 돌아온 직후에 인근의 행세하는 집안에서 청혼해 왔다. 부모와 오빠가 재혼을 강요하자 유란지는 굳세게 거부한다.
혼담 소식을 전해 들은 초중경이 말을 타고 아내를 찾아와 말한다. "그대는 날로 귀하게 되겠지만, 나는 홀로 황천으로 가겠소(卿當日勝貴, 吾獨向黃泉)." 이 말에 아내가 대답한다. "함께 핍박당하는 처지는, 낭군도 그렇고 저 또한 같다오. 황천 밑에서 만날 터이니, 오늘 말을 어기지 말아요."
두 사람은 다시 애끓는 마음으로 헤어졌다. 가족의 계속되는 핍박을 견디지 못한 유란지는 마침내 연못에 뛰어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와 말이 슬피 우는 어느 날 해가 진 뒤의 인적이 드물 무렵이었다.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도 '뜰의 나무 밑에서 서성거리다가 동남쪽 가지에 목을 매어(徘徊庭樹下, 自掛東南枝)' 아내의 뒤를 따랐다. 양가는 뒤늦게 후회하며 부부의 시신을 합장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남녀가 만나 부부의 연을 맺을 때 헤어질 것을 염두에 두는 일은 없다. 당연히 늙어 죽을 때까지 함께 잘 살아가리라고 다짐한다. 우리 식으로는 백년해로(百年偕老), 중국말로는 백두해로(白頭偕老)다. 그러나 다른 모든 인간관계와 마찬가지로 살아가다 보면 마음이 바뀌거나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과 변고가 생길 수 있다.
'해로'라는 말이 처음 보이는 시경의 작품들에는 그러한 여러 예가 생동감 있게 잘 묘사돼 있다. 군자해로(君子偕老)라는 작품은 해로하기로 언약한 아내가 남편을 배신하고 정숙하지 못한 행동을 저지른다고 풍자하고 있다. 시인은 지체 높은 집안의 부인이 몸치장을 화려하게 하고 움직임이 엄숙하여 겉으로는 의젓하게 보이지만, '그대가 하는 짓이 맑지 못하니 이를 어찌할거나(子之不淑, 云如之何)'라고 꾸짖는다.
시경 격고(擊鼓) 편은 북소리가 요란한 전쟁터에서 한 장병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그는 앞날을 예측하지 못할 절박한 상황에서 이렇게 말한다. "죽고 살고 모이고 흩어지고를 떠나, 내 그대에게 말했지. 그대의 손을 잡고 그대와 함께 늙어가자고(死生契闊, 與子成說. 執子之手, 與子偕老)." 그러나 헤어진 지 너무 오래고 생사를 가늠할 수 없어 그 언약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탄에 잠긴다.
'맹(氓)'이라는 시에서는 변심한 남편에게 버림받은 한 여인이 자신의 처지를 애통해하며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 '내가 그대에게 시집온 뒤, 여러 해를 가난하게 살아왔다(自我徂爾, 三歲食貧)'는 여인의 한 맺힌 하소연이 이어진다. '아내는 흐트러짐이 없는데, 남편이 그 행동을 바꾸었다. 남편의 변심은 끝이 없어, 두 번 세 번 마음이 달라졌다(女也不爽, 士貳其行. 士也罔極, 二三其德).'
또한 자신은 지난 여러 해 동안 '일찍 일어나 밤늦게 자며(夙興夜寐)' 집안일을 열심히 해왔는데, 남편의 행동이 거칠어지고 형제들도 이를 몰라주며 비웃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그래서 '조용히 지난 일을 생각하며 홀로 슬퍼한다(靜言思之, 躬自悼矣)'는 사연이다.
여섯 장으로 된 작품의 마지막에서 '그대와 함께 늙어 가리라던 다짐은 나를 원망하게 한다(及爾偕老, 老使我怨)'는 여인은 '젊을 때 웃고 떠들며 하던 굳은 언약이 이렇게 뒤집어지리라고 생각하지 못했지만, 이미 뒤집어졌으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다.
'백두음'과 유사한 상황의 이런 이야기가 당 중기에 나온 원진(元稹)의 전기(傳奇) 소설 앵앵전(鶯鶯傳)에도 있다. 장군서(張君瑞)가 지방의 어느 절에서 최앵앵(崔鶯鶯)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앞날을 약속했으나 과거 보러 도성으로 떠난 뒤에는 마음이 바뀐다. 나중에 각자 다른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지만, 장군서가 미련이 남아 지나는 길에 앵앵을 찾아온다.
앵앵은 만남을 거부하고 다음의 시를 써 보낸다. '나를 버리고 이제 무슨 말을 하려오? 지난날에는 그대 스스로 나와 친해지려 했소. 다시금 옛날 뜻을 가지고, 눈앞의 사람을 사랑하시길(棄我今何道, 當時且自親. 還將舊時意, 憐取眼前人).'
고대에는 부부 사이에 마음이 변하고 상황이 바뀌어도 아내가 먼저 변심해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중에서 강태공(姜太公)과 주매신(朱買臣)의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있다. 여기서 '엎질러진 물은 거두기 어렵다(覆水難收)'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됐다. 그러나 이 설화가 역사에는 보이지 않는다.
한서(漢書)의 주매신전에는 아내의 요구로 이혼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년이 넘도록 벼슬 못한 주매신은 날마다 땔나무를 짊어지고 회계(會稽)의 장에 가서 팔았다.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는 그의 뒤를 아내도 짐을 지고 따랐다. 고된 삶에 지친 아내는 먼저 헤어지자고 했다. 주매신이 수년 후에는 출세할 것이니 조금만 참으라고 말렸지만 아내가 떠난다.
그 뒤 조정의 부름을 받은 주매신은 크게 출세해 그 지방 태수로 부임한다. 그 행차를 맞이하기 위해 길을 청소하던 사람 중에 옛 아내의 부부가 보였다. 주매신은 둘을 뒤의 수레에 태워 관저로 들어가 후원에 머물게 하고 좋은 음식을 대접했다. 한 달 뒤에 옛 아내가 목을 매 죽자, 주매신은 그 남편에게 돈을 주어 장례를 치르도록 했다.
이 일을 두고 남송(南宋) 말과 원초(元初)의 시인 서균(徐鈞)이 역사에 대한 감회를 서술한 사영집(史詠集)에서 이렇게 비꼬았다. '긴 노래 부르며 짐 짊어지고 오랫동안 쓸쓸히 살다가, 하루아침에 높은 수레 타고 회계 태수가 되었네. 비단옷 입고 고향에 돌아가 무슨 일 이루었나 하니, 그저 옛 아내 앞에서 부귀나 자랑했을 뿐이로다(長歌負擔久棲棲, 一旦高車守會稽. 衣錦還鄉成底事, 只將富貴耀前妻).'
▶️ 百(일백 백, 힘쓸 맥)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흰 백(白; 희다, 밝다)部와 一(일)의 뜻을 합(合)하여 일백을 뜻한다. ❷상형문자로 百자는 ‘일백’이나 ‘백 번’, ‘온갖’과 같은 수를 나타내는 글자이다. 百자는 白(흰 백)자와 一(한 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百자는 白자가 부수로 지정되어는 있기는 하지만 글자의 유래가 명확히 풀이된 것은 아니다. 百자의 갑골문을 보면 타원형 위로 획이 하나 그어져 있고 가운데로는 구멍이 있었다. 이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있지만, 아직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百자가 아주 오래전부터 ‘일백’이라는 수로 쓰인 것을 보면 이것은 지붕에 매달린 말벌집을 그린 것으로 보인다. 말벌집 하나당 약 100여 마리의 말벌이 있으니 그럴듯한 가설이다. 그래서 百(백)은 열의 열 곱절. 아흔 아홉에 하나를 더한 수(數). 일백(一百) 등의 뜻으로 ①일백(一百) ②백 번 ③여러, 모두, 모든 ④온갖 ⑤백 배 하다 그리고 ⓐ힘쓰다(맥) ⓑ노력하다(맥)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백 번째의 대 또는 오래 이어 내려오는 여러 세대를 백대(百代), 백 갑절을 백배(百倍), 여러 가지의 일이나 온갖 일을 백사(百事), 백 대의 수레를 백승(百乘),백 사람이나 갖가지로 다른 많은 사람을 백인(百人), 어떤 수를 백으로 나눔을 백분(百分), 언제든지 이김을 백승(百勝), 여러 가지로 많이 나옴을 백출(百出), 많은 가족 또는 여러 가지 변명을 백구(百口), 일반 국민을 백성(百姓), 여러 학자들이나 작가들을 백자(百子), 높고 낮은 모든 벼슬아치를 백관(百官), 온갖 과일을 백과(百果), 온갖 방법이나 갖은 방법을 백방(百方), 모든 것 또는 여러 가지를 백반(百般), 백 년을 기다린다 해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기다려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하청(百年河淸),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으로 위태로움이 극도에 달함을 일컫는 말을 백척간두(百尺竿頭), 백년을 두고 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라는 뜻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약속을 일컫는 말을 백년가약(百年佳約),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먼 뒷날까지 걸쳐 세우는 큰 계획을 일컫는 말을 백년대계(百年大計),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해로(百年偕老), 백 번 꺾여도 휘지 않는다는 뜻으로 실패를 거듭해도 뜻을 굽히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백절불요(百折不撓), 남편과 아내가 되어 한평생 같이 지내자는 아름다운 언약을 일컫는 말을 백년가기(百年佳期), 백번 싸워 백번 이긴다는 뜻으로 싸울 때마다 번번이 이김을 일컫는 말을 백전백승(百戰百勝), 많은 전투을 치른 노련한 장수란 뜻으로 세상일에 경험이 많아 여러 가지로 능란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전노장(百戰老將), 백일 동안의 천하라는 뜻으로 짧은 기간 동안의 영화 또는 단명한 정권을 일컫는 말을 백일천하(百日天下), 언제나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어려운 손님이라는 뜻으로 사위를 두고 이르는 말을 백년지객(百年之客), 백 번 쏘아 백 번 맞는다는 뜻으로 계획이 예정대로 들어맞음 또는 무슨 일이든지 생각하는 대로 다 들어 맞음을 일컫는 말을 백발백중(百發百中), 해롭기만 하고 하나도 이로울 것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백해무익(百害無益), 좋다는 약을 다 써도 병이 낫지 않음이나 온갖 약이 다 효험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백약무효(百藥無效), 온갖 요괴가 밤에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못된 악인들이 때를 만나 제멋대로 날뜀을 이르는 말을 백귀야행(百鬼夜行) 등에 쓰인다.
▶️ 年(해 년/연, 아첨할 녕/영)은 ❶형성문자로 禾(화)는 벼, 음(音)을 나타내는 人(인) 또는 千(천)은 많음을 나타낸다. 年(연)은 가을에 많은 수확이 있음, 익다, 나중에 벼가 자라는 기간에서 연월(年月)의 해란 뜻으로 쓰고, 익다의 뜻은 稔(임)으로 쓴다. ❷형성문자로 年자는 '해'나 '나이', '새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年자는 干(방패 간)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방패'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年자는 禾(벼 화)자와 人(사람 인)자가 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年자의 갑골문을 보면 人자 위로 禾자가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볏단을 등에 지고 가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다. 볏단을 등에 지고 간다는 것은 수확을 마쳤다는 뜻이다. 농부들에게 한 해의 마무리는 당연히 추수가 끝나는 시점일 것이다. 그래서 年자는 한해가 마무리되었다는 의미에서 '해'나 '새해'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年(년, 녕)은 ①해 ②나이 ③때, 시대(時代) ④새해, 신년 ⑤연령(年齡) ⑥잘 익은 오곡(五穀) ⑦콧마루 ⑧사격의 하나 ⑨사람의 이름 ⑩익다 ⑪오곡(五穀)이 잘 익다 그리고 ⓐ아첨하다(녕)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해 동안을 연간(年間), 한해의 마지막 때를 연말(年末), 새해의 첫머리를 연초(年初), 일년 단위로 정하여 지급하는 봉급을 연봉(年俸), 해의 첫머리를 연두(年頭), 십 년 단위로 햇수를 셀 때 쓰는 말을 연대(年代), 사람이나 생물이 세상에 난 뒤에 살아온 횟수로 나이의 높임말을 연세(年歲), 직장에서 직원들에게 1년에 일정 기간씩 주는 유급 휴가를 연가(年暇), 지나가는 날이나 달이나 해를 연화(年華), 해마다 하게 되어 있는 관례를 연례(年例), 그 해의 안 또는 한 해 동안을 연중(年中), 한 해의 마지막 때를 연모(年暮), 지난해를 작년(昨年), 올해의 다음 해를 내년(來年), 열 살 안팎의 어린 나이를 충년(沖年), 매해나 하나하나의 모든 해를 매년(每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여년(餘年), 곡식이 잘 되고도 잘 여무는 일 또는 그런 해를 풍년(豐年),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고 아주 어리지도 않은 사내 아이를 소년(少年), 평상시의 해를 예년(例年), 한 해의 마지막 때와 새해의 첫머리를 아울러 이르는 말을 연말연시(年末年始), 한 해 동안 하루도 쉬는 일이 없음을 일컫는 말을 연중무휴(年中無休), 풍년이 들어 백성이 즐거워 함을 이르는 말을 연풍민락(年豐民樂), 세월이 매우 오래다는 말을 연구월심(年久月深), 나이가 젊고 한창 성함을 일컫는 말을 연부역강(年富力强), 나이가 많거니와 덕도 아울러 갖춤을 일컫는 말을 연덕구존(年德俱存), 백 년을 기다린다 해도 황하의 흐린 물은 맑아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오랫동안 기다려도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하청(百年河淸),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는 뜻으로 권력은 오래가지 못하고 늘 변함 또는 영화는 일시적이어서 계속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권불십년(權不十年), 백년을 두고 하는 아름다운 언약이라는 뜻으로 부부가 되겠다는 약속을 일컫는 말을 백년가약(百年佳約),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해로(百年偕老),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천명을 알 나이라는 뜻으로 나이 오십을 이르는 말을 지명지년(知命之年), 삼 년 간이나 한 번도 날지 않는다는 뜻으로 뒷날에 웅비할 기회를 기다림을 이르는 말을 삼년불비(三年不蜚), 언제나 깍듯하게 대해야 하는 어려운 손님이라는 뜻으로 사위를 두고 이르는 말을 백년지객(百年之客), 벽을 향하고 아홉 해라는 뜻으로 한 가지 일에 오랫동안 온 힘을 쏟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면벽구년(面壁九年), 냄새가 만 년에까지 남겨진다는 뜻으로 더러운 이름을 영원히 장래에까지 남김을 일컫는 말을 유취만년(遺臭萬年) 등에 쓰인다.
▶️ 偕(함께 해)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사람인변(亻=人; 사람)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皆(개, 해)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偕(해)는 ①함께, 같이 ②두루 ③함께 하다, 같이 살다 ④굳세다, 혈기가 왕성하다 ⑤같다, 같게 하다 ⑥두루 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⑦맞다, 적합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구(俱), 더불 여(與)이다. 용례로는 여러 사람이 같이 즐김을 해락(偕樂), 함께 감이나 여럿이 함께 잇달아 줄지어 감을 해행(偕行), 함께 옴을 해래(偕來), 함께 감을 해왕(偕往), 부부가 일생을 함께 지내며 함께 늙어감을 해로(偕老),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해로동혈(偕老同穴),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백년해로(百年偕老), 부부가 되어 한평생을 같이 즐겁게 지냄을 백년해락(百年偕樂) 등에 쓰인다.
▶️ 老(늙을 노/로)는 ❶상형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머리카락이 길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모양을 본떴다. 또는 毛(모)와 人(인)과 匕(비)의 합자(合字)이다. 다른 글의 부수로 쓰일 때는 耂(로)만 쓰는 경우가 많다. ❷상형문자로 老자는 '늙다'나 '익숙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예로부터 오랜 경험을 가진 노인은 공경과 배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노인을 그린 老자는 '늙다'나 '쇠약하다'라는 뜻 외에도 '공경하다'나 '노련하다'와 같은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老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가 헝클어진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부터는 匕(비수 비)자가 지팡이를 표현하고 있으므로 老자에 쓰인 匕자는 의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老(노/로)는 ①늙다 ②익숙하다, 노련하다 ③숙달하다 ④대접하다 ⑤노인을 공경하다, 양로하다 ⑥오래 되다 ⑦늙어 벼슬을 그만두다 ⑧생애를 마치다 ⑨쇠약하다 ⑩거느리다 ⑪굳게 하다 ⑫어른, 부모 ⑬늙은이 ⑭노자(老子)의 학설 ⑮신의 우두머리 ⑯항상, 늘 ⑰접두사(接頭辭) ⑱접미사(接尾辭)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적을 소(少), 어릴 유(幼), 아이 동(童),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어떤 일에 대해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 익숙하고 능란함을 노련(老鍊), 늙은이와 어린아이를 노소(老少), 오래 삶을 노수(老壽), 늙어진 뒤를 노후(老後), 늙은 나이를 노령(老齡), 늙은 어머니를 노모(老母), 늙은 나이를 노년(老年), 생물 또는 물질의 기능이나 성질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쇠약해지는 현상을 노쇠(老衰), 늙은 몸을 노구(老軀), 노쇠해서 생긴 병을 노환(老患), 노인이 윗사람에게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노생(老生), 늙어서 부리는 망령을 노망(老妄), 늙은이와 약한 이를 일컫는 말을 노약자(老弱者), 늙은 부부를 일컫는 말을 노부부(老夫婦), 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게 마련한 집이나 방을 이르는 말을 노인정(老人亭), 남의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염려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노파심(老婆心),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더욱 좋아짐을 일컫는 말을 노당익장(老當益壯),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똑같으니 변함없이 효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노래지희(老萊之戱),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즐김을 일컫는 말을 노소동락(老少同樂), 늙은 말의 지혜를 일컫는 말을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말을 노마식도(老馬識途), 늙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글을 쉽게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을 노구능해(老嫗能解), 늙은 준마가 마구간 가로목에 엎드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인물이 나이가 들어 뜻을 펴지 못하고 궁지에 빠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기복력(老驥伏櫪), 노인들이 늘 하는 이야기란 뜻으로 노인들의 고루한 이론이나 평범한 의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생상담(老生常談), 늙은 방합에서 구슬이 나온다는 뜻으로 총명한 아들을 둔 사람에게 그를 기려 축하하는 말 또는 부자가 모두 영명을 가졌음을 이르는 말을 노방생주(老蚌生珠),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해로(百年偕老), 남자와 여자와 늙은이와 젊은이 곧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을 남녀노소(男女老少),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부부 사랑의 굳은 맹세를 뜻함 또는 부부의 금실이 좋아서 함께 늙고 함께 묻힘을 일컫는 말을 해로동혈(偕老同穴), 많은 전투을 치른 노련한 장수란 뜻으로 세상일에 경험이 많아 여러 가지로 능란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전노장(百戰老將),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은 벼슬자리라도 얻어서 어버이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을 가빈친로(家貧親老), 불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고통으로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의 고통을 일컫는 말을 생로병사(生老病死),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노인이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반로환동(返老還童) 등에 쓰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