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컴, 예상을 뒤엎고 LA 갤럭시 입단
로이터통신과 그 외의 세계 유력 언론은, 2007년 1월 12일 '월드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LA 갤럭시 이적을 서로 다투면서 전세계에 타전했다. 2003-2004 시즌,
세계 최고의 명문 클럽 중 하나인 레알 마드리드에 정착한 베컴은, 햇수로 4년
만에 유럽 무대를 떠나게 되었다. 그것은 곧 베컴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베컴이
걸어온 길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기 때문에, 충분히 전세계 사람들에게 충격적
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쇼크' 였었다.
베컴이 LA에 도착할 경우, 연봉까지 합쳐서 총액 2억 4천 800만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이 어마어마한 액수가 베컴에게 부여받는 동시
에, 지금껏 세계 축구계에서 변방으로 속해있던 미국 프로축구 '메이저리그
사커 (MLS)' 가 1970년대 '북미축구리그' 에 이어 다시한번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더불어 LA 갤럭시는 정말 대단한 수퍼스
타를 안을 수 있게 되었다.
베컴을 연호하던 레알 마드리드의 서포터들, 그리고 잉글랜드의 수많은 축
구팬들은 베컴의 미국행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미 유럽 반대
편에서 '헐리우드 스타' 로 인정받고 있는 베컴이 미국에 정식으로 발을 내
딛는 것에 대해 기뻐하는 부류도 있었다. 그만큼 베컴의 '미국행' 은 전세계
모든 팬들의 마음을 충족시키진 못했지만, 일대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ESPN의 기발한 광고 - Say Hello, America!
베컴은 2007년 7월 15일, LA 갤럭시의 홈 구장인 홈디포센터 앞에서 성대한
'LA 갤럭시 입단식' 을 치렀다. 랄라스 LA 갤럭시 구단주의 소개로 단상 앞에
선 베컴은, 자신의 이름이 마킹된 07-08 LA 갤럭시 홈 저지를 프레스와 팬들
앞에 펼쳐보이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곧이어 LA 갤럭시에 입단한 소
감을 밝혔다. 홈디포센터에 모인 많은 LA 갤럭시 팬들과 베컴의 팬들은, 베
컴이 무슨 말을 할때마다 꺅꺅 소리지르기 바빴고, 몇몇 지역 언론들은 베컴
의 이런 성대한 입단식에 대해 '드디어 베컴이 헐리우드 배우로 데뷔한다' 라
는 비꼬는듯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베컴의 LA 갤럭시 입단에 대해 미국의 여러 축구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으로
갈라졌다. ESPN에서 축구 해설을 맡고 있는 젊은 축구 해설가들은 베컴이
MLS의 경기력에 실망할 것이고,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 밝혔다. MLS에 오
는 것은 곧 '하락세' 를 뜻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고, 더불어 베
컴이 로스앤젤레스에 온 이상, 연예인들과의 만남이 안 잦을래야 안 잦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런 베컴을 옹호하는 쪽은, 1970년대 북미축구리그
로 잠시 '미국 축구의 부흥' 을 느꼈던 미국 축구 원로들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컴의 LA 갤럭시 데뷔전이 2007년 여름 미국 스포츠
계를 확 달궈놨다. 베컴은 당시 발목 부상이 아직 완쾌하지 않아, 로스앤
젤레스에 거주할 집을 알아보고 LA 갤럭시 팀 훈련에 늦게 참가할 정도
였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베컴의 몸 상태는 중요치 않았다. 팬들과 언론
은 모두 베컴의 '데뷔전' 에 심혈을 기울일 뿐이었다. 결국 베컴은 친선
경기 대회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LA 갤럭시와 첼시의 대결에 출전하기
로 예정되었다.
이때, 미국의 대표적 스포츠 채널 ESPN에서는 굉장히 기발한 아이디
어의 광고를 내놨다. 베컴이 잉글랜드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 영국 리
버풀 출신의 '세계 대중 음악의 최고봉' 인 록그룹 비틀즈의 1967년
히트곡 Hello Goodbye (Magical Mystery Tour 앨범 수록곡) 를 배
경음악을 깔고 베컴의 LA 갤럭시 데뷔전 광고를 내놨다. Hello Good
bye의 인트로 부분 중 "You say yes, I say no. You say stop, and
I say go, go, go... (너는 그래라고 답하고, 나는 아니라고 답하고. 너
가 멈추라고 하면, 나는 그래라고 하고...)" 가 있는데, 그 노래 가삿말
과 절묘하게 상황을 만들어냈다.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호프집에서, 그리고 가정집에서 '베컴의 미국행'
소식을 듣고 좌절한다. 그리고 거리에서도 베컴의 미국행 소식을 접하
고 허무한 듯 공만 차고 있는 소년, 방 안에서 소식을 접하고 당장 베컴
포스터를 찢는 소녀, 그리고 벤치에 앉아 신문을 통해 소식을 접하고
눈물짓는 어느 중년 여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가사는 급격히 바뀌면서, "Oh, no! You say goodbye, and I s
ay hello~ (오, 안돼! 너는 안녕이라 말하고, 나는 반갑다고 말하고~)"
로 이야기가 풀어나간다. 그렇다. 장면은 이제 뜨거운 미국 MLS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어느 경기장. 축구 팬들이 모두 베컴 레플리카를 입고 환
호하며 일어선다. Hello Goodbye의 가사를 통해, 잉글랜드와 스페인
팬들에게 '안녕' 이라고 답하고, 미국 팬들에게는 '반갑다' 라는 메시
지를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베컴이 LA 갤럭시 유니폼을 입고 축구화의 끈을 꽉 조여맨다.
그리고 환호성이 들려오는 그라운드에 당당한 걸음으로 나선다. 잉글
랜드, 스페인 축구 팬들에게는 Hello Goodbye의 아기자기한 멜로디가
마치 조롱당하는 것처럼 들려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는
'Beckham Arrives, July 21 - Chelsea FC vs LA Galaxy' 자막이 화
면을 장식했다.
앨런 고든과 교체되어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베컴!
베컴의 LA 갤럭시 데뷔전 날짜가 잡혔다. 2007년 7월 21일, LA 홈디포
센터에서 열리는 '2007 월드 시리즈 오브 풋볼' LA 갤럭시와 첼시의 경
기로 말이다. 이 경기 티켓은 출시된지 얼마 안있어 매진되었다고 미국
의 각 언론들은 전했다.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없는 미국 사람들도, 어
지간히 베컴의 미국행에 대해 집중하고, 베컴 얼굴 한번 보고 싶었나
보다. 홈디포 센터의 2만 7000석은 베컴을 보러 온 인파들로 가득찼
다. 빈 자리가 없었다.
LA 갤럭시와 첼시의 경기는 후반 3분 존 테리의 골로 첼시가 1-0으로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2만 7천석을 가득 채운 관중들은 첼시가
LA를 1-0으로 끌고 다니던 말던, 오직 그들의 관심사는 벤치에서 트
레이닝 재킷을 입고 앉아있는 베컴에게로 집중되었다. 이날 경기장
에서 베컴 레플리카가 불티나게 팔렸고, 베컴의 전 소속팀 레알 마
드리드 레플리카도 같은 시기에 인기 제품으로 떠올랐다고 하니
말 다한 셈이다. 각 방송사의 카메라도 LA 갤럭시 벤치에 모두 모
여, 그냥 경기를 구경하고 있는 베컴을 향해 있었다. 이제 남은 것
은, 캐나다 출신의 프랭크 얄롭 감독이 베컴을 교체 투입시키는 일
뿐이었다.
후반 32분, 얄롭 감독은 LA 갤럭시의 미국 출신 공격수 앨런 고든을
베컴과 교체시키로 마음먹었고, 경기 주관은 전광판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홈디포 센터에 모인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이제 '그' 가
모습을 드러내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베컴이 트레이닝 재킷을 벗
고 몸을 풀고 있을 때, 이 경기를 해설하던 축구 해설가와 아나운
서는 "미치겠다. 믿기지 않는다." 라며 슬슬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
다. 관중들은 베컴이 일어서자 그에 따라서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
를 쳤고, 어떤 이는 핸드폰으로 통화하면서 그 감동을 나눴다. 분
명 그 사람은, "야, 지금 내 앞에 베컴이 데뷔전을 치르고 있어!"
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전했을 것이다.
앨런 고든이 그라운드를 빠져나와 베컴과 하이파이브를 했을 때,
흥을 돋궈주는 장내 아나운서는 "우리 모두 미칩시다!" 라고 외치
면서 베컴의 등장을 큰 소리로 알렸다. 홈디포 센터에 모인 남녀
노소 모든 관중들은 기립박수와 휘파람 소리, 환호로 베컴의 등
장을 기꺼이 환영해줬다. 베컴이 등번호 23번이 달리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았을 때, 그 흥분은 더더욱 고조되었다. 그
렇다. '월드 스타' 베컴이 미국땅에 들어선 것이다.
비틀즈가 1962년, 미국 존 F. 케네디 공항을 통해 처음 미국땅을
밟았을 때, 각 언론들은 이를 두고 '영국의 침공 (British Invasi
on)' 이라고 칭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아직까지도 회자되고
있는 세계 팝 역사의 '혁신적인 사건' 으로서, 이후 브릿팝이라
고 정해진 '영국의 모던록' 밴드들이 미국을 차례대로 습격해,
'브리티쉬 인베이젼' 이 몇 차례 재현되긴 했었다. 하지만 이번
엔 영국이 자기네들이 만든 '축구' 를 가지고 미국을 침공했다.
'베컴' 이라는 무시무시한 무기로 말이다.
베컴의 기록적인 '후반 13분간의 경기 출전' 은 경기장에 모인
모든 관중들과 프레스의 카메라, 방송국의 카메라 등을 한 곳
으로 집중시켰고, 베컴이 어떤 액션을 취할 때마다 여기저기
서 놀라움의 환호성을 보내왔다. 베컴은 코너킥도 찼는데, 그
때 베컴의 코너킥 지점에 앉은 팬들은 저마다 핸드폰과 디지
털 카메라를 꺼내고 베컴을 찍기 바빴다. 여기저기서 플래쉬
세례가 터져나왔다. 비록 LA 갤럭시가 첼시에게 1-0으로 무
릎을 꿇었지만, 그것은 앞서 말한 듯 중요치 않았다. 베컴이
미국에 상륙한 것만으로도, 그 경기는 충분히 오래도록 기
억될만 하다.
첫댓글 1분에 9만원씩 버는 베컴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