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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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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대통령, 한동훈(27기) 법무부 장관은 물론이고 일반에서 떠올리는 검사는 정확히 말하면 ‘특수부’ 검사지요. 국회의원, 재벌 총수, 고위 공직자부터 심지어는 대통령까지 거악(巨惡)을 처벌하고, 사회를 바꾸고, 언론도 대서특필하고…. 시쳇말로 폼나니까 대다수 검사가 선망합니다. 검찰 수뇌부로 진입하는 승진 코스이기도 하고요. 검찰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역시 누가 특수부 검사가 됐느냐를 봐야 합니다.
중앙지검 특수부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두루 거쳐 ‘특수통’으로 꼽히는 강찬우(18기) 전 수원지검장의 증언이다. 그의 말처럼 특수부 검사는 검찰 내 성골(聖骨)이자 인사의 꼭짓점이다(※특수부는 현재 반부패수사부로 개편됐지만 이하 기사에선 특수부로 통칭). 2000년대 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지낸 한 변호사(58)는 “특수부 검사가 되려면 첫째, 검찰 출신 친인척 등 확실한 ‘뒷배’를 갖고 검사 생활을 시작하거나 둘째, 잘나가는 특수부 선배 검사와 일한 뒤 좋은 평가를 받아 추천받거나 셋째, 검사 입문 후 3년 이전에 출중한 능력을 보여 특수부로 간 뒤 살아남는 길이 있었다”고 말했다.
20여 년이 지난 현재도 이런 진단은 사실일까.
송경호부터 송보형까지… 특수부 검사 38명 분석
중앙일보는 윤호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한동훈 호(號)’ 검찰이 올해 들어 평검사부터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잇따라 낸 인사에서 드러난 엘리트 검사의 면면을 전수 분석했다. 특수부 검사를 대표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1·2·3부(옛 특수부)와 공정거래조사부, 이 정부 들어 부활시킨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소속 검사 38명이 대상이다.
이들 38명은 특수통인 한 장관이 취임한 뒤 문재인 정부 시절 대폭 축소한 반부패수사부 등을 부활시켜 작심하고 선발한 정예 멤버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특수수사의 전성기를 열어젖혀 ‘1세대’ 특수부 검사로 불리는 안대희(7기)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전 대법관)이나 현대차 비자금 수사(2006년), 박연차 게이트(2009년), 국정농단 특검(2017년) 등 수사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2세대’ 최재경(17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윤석열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구별된다. 2002~2005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 검사로 일한 사이버범죄 수사 전문가 구태언 변호사는 현재의 특수부 검사들을 이렇게 규정한다.
여전히 피의자 진술에 의존하는 밤샘 수사가 상징하는 선배 특수부 검사 세대와 다르다. 문재인 정부 시절을 거쳐 나온 일명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대의 수사 환경에서 철저하게 증거 위주의 스마트한 수사를 해야 하는 환경을 맞닥뜨린 ‘특수부 3.0’ 검사들이다.
원의 크기는 분석 대상 중 근무연이 많을수록 커진다. 분석 대상끼리 비슷한 근무연을 공유할수록 거리가 가까워진다. 선의 굵기는 분석 대상 간 근무연이 많이 겹칠수록 굵어지도록 표기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검찰 스마트 수사 이끌 엘리트… ‘특수부 3.0’”
‘특수부 3.0’ 검사 38명을 분석한 결과 검사 시절 윤 대통령이나 한 장관 혹은 소속 부장 등과 직접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최소 16명(42%)으로 나타났다. 학연·지연보다 끈끈하다는 특수부 특유의 근무연(緣)이 드러났다. 고참 검사일수록 선배 검사와 직접적인 근무연으로 얽혔거나, 신참 검사일수록 전문 분야가 확실하거나 입문 초기 눈에 띄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경우가 두드러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산발적으로 검찰 출신 인사 관련 분석이 있었다. 하지만 특수부로 좁혀 평검사까지 이력을 샅샅이 분석한 사례는 처음이다. 이번 연구에선 핵심 권력인 검찰에서 지금까지 잘나갔고, 앞으로도 잘나갈 엘리트 검사가 누구이고, 서로 어떤 근무연으로 얽혀 있는지 들여다봤다. 윤호영 교수는 “기존 분석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등 인물의 단면적인 관계 분석에 그쳤다면 이번 연구에선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인연의 고리’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학연·지연보다 끈끈한 특수부 ‘근무연’
구체적으로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일 때 부장검사였던 송경호(29기) 현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고형곤(31기) 4차장을 비롯해 부부장급 이상 특수부 간부 16명 중 윤 대통령, 한 법무부 장관과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 등 근무연이 있는 간부 검사가 11명(송경호·고형곤·엄희준·김영철·강백신·이정섭·단성한·강성기·김민구·호승진·이승학)이었다. 일명 ‘윤석열 사단’의 막내급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함께 일해본 결과 검증된 사람, 다시 말해 믿고 쓸 수 있는 검사를 검찰 특수수사 요직 곳곳에 배치한 셈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일 때 수사지휘과장으로 보좌한 엄희준(32기) 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장,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국정농단 특검에서 보좌한 김영철(33기) 반부패수사2부장, 강백신(34기) 반부패수사3부장이 대표적이다. 한 장관이 중앙지검 3차장일 당시 공정거래조사부 부부장을 지낸 이정섭(32기) 공정거래조사부장,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윤석열 팀장) 소속이었던 단성한(32기) 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장도 역시 근무연으로 얽혔다.
중앙지검 3차장,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을 지낸 윤갑근(19기) 전 대구고검장은 “특수수사는 혼자 하는 수사가 거의 없고 무조건 팀플레이다. 함께 야근, 주말 근무를 밥 먹듯이 하다 보면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며 “‘끼리끼리’ 검찰 문화라면 할 말 없지만 근무연으로 얽혔다가 일해 보니 괜찮았던 후배를 특수부로 밀어주고 끌어오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서울고검장을 지낸 조은석(19기) 감사원 감사위원은 특수부 특유 근무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서열을 따지고 수직적일 것 같지만, 아니에요. 오히려 일 측면에선 평검사가 슬리퍼 신고 부장 방을 들락날락하고 맞담배도 피우는 등 수평적이지요. 부장도 밑에서 뭘 가져와야만 자기 성과가 되기 때문에 후배를 막 다루지 못합니다. 무서우리만큼 성과 중심이고, 잘난 이들이 모인 만큼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함께 성과를 내면서 더 가까워지는 식입니다.”
평검사는 회계사·변리사 자격 있거나 수상 실적
간부급 특수부 검사가 윤 대통령, 한 장관과 근무연으로 얽힌 경우가 다수라면 평검사는 눈에 띄는 수상 실적이 있거나 전문 분야가 있는 ‘차세대 에이스’를 발탁한 경우가 많았다. 분석 대상 평검사 22명 중 해당 경우가 1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 경기도 과천 법무부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구체적으로 반부패수사부·공조부 소속 박성진·홍상철(38기), 오진세(39기), 김동규·문정신(40기), 이동훈·이정규(43기), 김영석·이종광·김경완(변호사시험 1회), 김동현(2회) 검사 등이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등 기관장 표창을 받았다. 남부지검 합수단에선 정성헌(39기), 차동호(41기) 검사가 같은 경우였다. 전문 분야가 확실한 남재현(1회·회계사), 이재표(1회·변리사, 부정경쟁·기술유출 블루벨트), 김영석(1회·미국 회계사, 경제 블루벨트) 검사도 있었다.
중앙지검 특수부장, 대검 반부패수사부장을 지낸 박정식(20기) 전 서울고검장은 “특수통 출신은 위는 근무연, 아래는 우수 검사가 모이는 현상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번 특수부가 영원한 특수부’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인사 때마다 듣는 일명 ‘세평(世評·세상에서 오가는 평판이나 비평)’을 중시하는 검찰 특유의 평판 조회 문화가 거름망 역할을 한다. 박 전 고검장은 “어렵사리 특수부에 왔는데도 뚜렷한 실적을 못 내면 ‘아웃’인 만큼 특수부 발령은 기회인 동시에 위기”라며 “특수부에서 성과를 내 살아남으면 같은 사람과 여러 번 일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특수통’이 되고 수사팀을 이끈 선배 검사의 이름을 따 ‘OOO 사단’이란 이름도 붙는다”고 말했다.
근무연, 혹은 수사 실력을 중시하다 보니 과거처럼 서울대나 특정 지역 출신 일색인 경향은 흐릿해졌다. 분석 대상 특수부 검사 38명 중 서울대 출신이 17명(45%), 고려대 6명(16%), 연세대 5명(13%), 한양대·경찰대 각각 2명(5%) 순이었다. 출신은 서울이 13명(34%)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경남(PK) 6명(16%), 대구·경북(TK)과 호남·충청 각각 5명(13%)이었다. 하지만 여성은 2명(송민주·문정신, 5%)뿐이었다.
검찰 출신 오선희(전 법무·검찰개혁위원) 변호사는 “2010년 이후 여성 검사 임용 비율이 20~40% 수준이지만 특수부에선 아직 멀었다”며 “윗선에선 야근에 시달리다 때로 집에 못 가는 날도 있는데 ‘여검사는 못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이와 맞물려 여검사 스스로 선호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근무연일까, ‘그들만의 리그’일까
끈끈한 근무연은 동전의 양면이다. 윤호영 교수는 “근무연이 있더라도 오히려 악연(惡緣)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이어질 경우 밀접한 운명공동체 관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무연을 통해 ‘그들만의 리그’에서 똘똘 뭉치는 특수부 중심 검찰 인사가 법조계 고질인 ‘전관예우’로까지 이어진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부가 물어야 특수부 출신 변호사가 돈을 벌 수 있는 공생관계가 엄연한 상황에서 폐쇄적인 근무연을 긍정적으로만 보기 어렵다”며 “법조계의 전관예우 악습을 근절하지 않고서는 근무연 위주 인사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형사부 공안부 특수부
형사부는 경찰이 송치한 고소·고발 사건을 주로 맡는다. 사건 다수가 개인 간 이해다툼에서 비롯한 만큼 피고인이 절도나 단순폭행 등 잡범·우발범인 경우가 많다. 검찰 대다수 검사는 형사부에서 일한다. 공안부는 선거·학원·간첩 사건 등을 다룬다. 60~80년대 군사정권 시기가 공안 검사의 전성기로 꼽힌다. 수사와 무관하게 법무부 등에서 인사 등 각종 정책에 관여하는 ‘기획통’도 있다. 특수부는 특별수사부(特別搜査部)의 줄임말인 만큼 일반적이지 않은 중대 사건을 다룬다. 자체적으로 범죄 정보를 수집해 수사 착수 여부를 결정하고 피의자를 소환 조사, 압수수색하거나 심문하고 구속하는 등 인지(認知) 수사를 한다는 점에서 다른 부서와 구별된다. 수사 대상이 권력층이거나 범죄 규모가 방대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 어떻게 분석했나
서울중앙지검장과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4차장, 반부패1·2·3부(옛 특수부)와 공정거래조사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 소속 검사 38명을 특수부 검사로 분류했다. 여기에 대검 검사(검사장급) 37명, 정부부처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내 검찰 출신 15명을 더해 총 90명을 분석했다. 법조인 대관을 기초로 한 이들의 이력을 법무부가 매년 펴낸 법무연감과 교차 검증하고 언론이 보도한 주요 사건을 기초 자료로 삼았다. 부장(특별검사팀)과 소속 검사로 일했거나, 검사장(차장)과 소속 부장(부부장)검사, 차장(부장)과 평검사로 일한 경우, 파견 등을 통해 같은 사건을 수사한 경우를 근무연으로 분류했다.
윤호영 이화여대 교수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네트워킹 기법’을 적용해 누가 누구와 어떤 업무로, 얼마나 자주 얽혔는지 관계망을 분석했다. 근무연 그래픽에서 원의 크기는 분석 대상 중 근무연이 많을수록 커진다. 분석 대상끼리 비슷한 근무연을 공유할수록 거리가 가까워진다. 선의 굵기는 분석 대상 간 근무연이 많이 겹칠수록 굵어지도록 표기했다. 분석 내용을 검증·보완하고 의미를 부여한 작업이다. 일종의 검찰 권력 지형도다. 윤 교수는 “검찰 인사, 그중에서도 최신 특수부 인사를 간부가 아닌 평검사까지 관계망으로 접근해 분석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수부 사람들…"권력의 문지방을 넘어라" ②
특수부 검사가 우리 정치의 새로운 파워엘리트로 등장했다. 중앙일보 기획취재국이 특수부의 실체를 분석하고, 대한민국 역사를 바꾼 굵직한 사건의 안팎을 추적했다.“권력의 문지방을 넘어라” 연재를 시작하는 이유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성공적으로 지휘해 ‘국민 검사’로 불렸던 안대희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수사팀에 “권력의 문지방을 넘어야 한다”고 독려했다. 수사할 때 변죽을 울리지 말고, 권력자의 간담을 서늘케 할 핵심을 겨누란 뜻이다. 특수부 검사 사이에 격언처럼 전해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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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사단’ 모태 된 사진 1장…그들에 얽힌 2003년 이야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1205
“남부군 12명 다 검사장 됐다” 유독 끈끈한 특수부 근무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8364
1%만 허락된다, 검사의 로망… 그들은 왜 특수통에 목매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8367
“권력의 문지방을 넘어라” 나는 대한민국 특수부 검사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7891
김각영 “필요하면 사표 쓰겠다”…그날 청와대에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24467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07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