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주 대기에도 멈추지 않는 대서양 횡단 금괴 행렬
뉴욕 금값 2천935달러 신기록...런던과 800달러차
스위스 정제소 거쳐 여객기 화물칸으로 대량 수송
영국중앙은행(Bank of England) 금고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금괴들의 대규모 이동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 2위 규모의 금 보관소인 영국중앙은행 지하 금고가 금괴 인출 요청으로 넘쳐나면서 수송 대란까지 벌어지고 있다.
금괴 인출을 위한 대기 시간은 기존 수일에서 최대 8주까지 늘어났다. 뉴욕 금 선물 가격이 런던 현물 가격보다 온스당 800달러 이상 높게 형성되면서 트레이더들의 차익거래가 급증한 영향이다.
뉴욕 금 선물은 올해 들어 11% 급등해 온스당 2천935달러까지 치솟았다. 17일 오전 현재 2천927.70달러에 거래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런던과 뉴욕 간 금값 차이가 커지면서 대규모 차익거래 기회가 발생했다.
런던에서 출발한 금괴들은 복잡한 여정을 거친다. 특수 보안차량으로 공항까지 운송된 뒤 스위스로 이동해 현지 정제소에서 뉴욕상품거래소(Comex) 규격에 맞춰 재주조된다. 재주조된 금괴는 대부분 여객기 화물칸에 실려 대서양을 건넌다. 이는 가장 안전하면서도 비용 효율적인 운송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후 뉴욕상품거래소 금고로 들어온 금은 393톤에 달한다. 보유량이 75% 증가했지만, JP모건과 HSBC 등 대형 은행들의 사설 금고로도 상당량이 추가 반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시장은 금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25년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3천100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UBS는 3천200달러 이상으로 전망치를 올렸다.
금괴 운송은 물류와 보안상의 제약으로 인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된다. 영국중앙은행은 금괴 운반 차량들로 은행 출입구가 막히는 등 일상적인 업무에도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대형 은행들의 사설 금고로 추가 반입되는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미국으로 이동한 금의 양은 공식 집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