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온천 여행, 군마 구사쓰 온천
GUNMA
기분 탓일까.
“여기서부터 군마현입니다”라고 쓰인 팻말을 지나자, 어렴풋이 유황 냄새가 코에 닿는 것 같았다.
규모나 수질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온천 제국’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온천 지역이라는 이야기를 미리 들어서일지도 모른다.
47개에 달하는 일본의 현 중 오직 8개만 존재하는 내륙 현의 하나.
면적의 70%가 해발고도 500m 이상의 산으로 둘러싸인 군마현답게 구불구불한 산길이 파노라마로 펼쳐지고,
그 사이로 계곡과 폭포, 시냇물이 끝도 없이 흘러내렸다.
일본의 3대 온천으로 손꼽히는 구사쓰 온천을 보러 가는 길, 가이드의 말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렇게 더운 날, 구사쓰 온천으로 향했다.
90℃의 물은 얼마나 뜨거울지 상상하며.
급격히 높아지는 고도에 먹먹해진 귀가 익숙해질 때쯤, 갑자기 번화가가 나타나고 사람들이 북적댔다.
하지만 그보다 놀란 건, 예상보다 덥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구사쓰는 온천만큼 여름 피서지로도 유명하죠.”
내 마음을 읽은 듯한 가이드의 설명에 그제야 고개가 끄덕거려졌다.
해발 1,200m에 위치한 데다 산으로 둘러싸여 차가운 공기가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여름에도 온천을 즐기려는 일본인들로 북적거리는 이유가 있었다.
온천 100여 개가 퍼져 있는 구사쓰 마을에는 온천수 관이 도로 아래에 묻혀 있다.
1년 내내 뜨거운 온천수가 관을 통과하는 덕분에 눈이 와도 도로에 쌓이지 않는다.
겨울철엔 보일러나 난방에도 온천수를 이용한다.
단순한 열 교환을 통해 천연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
오랜 시간 자연스레 실천해온 구사쓰만의 지속가능한 방식이다.
구사쓰 온천 마을에서 1박 2일간 부지런히 걷고 내린 결론은 명쾌했다.
이곳에서 온천은 단순히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닌, 마을을 지속하는 원천(源泉)이었다.
구사쓰 온천 유바타케
“상사병 외에는 무엇이든 치료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뛰어난 약탕으로 알려진 구사쓰 온천.
마을 한가운데는 ‘온천밭’이라는 뜻의 유바타케가 있다.
지나치게 뜨거운 물을 견딜 만한 물로 식히기 위해 계단식으로 흘러가게 한 것이 자연스레 관광지로 발전했다.
덕분에 주위엔 가게나 음식점, 호텔이 많고 유카타를 입고 산책 나온 사람들로 밤늦게까지 활기 넘친다.
계단 가장 아래에선 온천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바로 옆엔 누구나 족욕할 수 있는 무료 시설도 갖췄다.
주소 401 Kusatsu, Agatsuma District, Gunma
사이노카와라 노천 온천
구사쓰에는 ‘유메구리’라 부르는 공공 온천 3개가 있다.
온천 여행을 온 일본인들은 대개 1950엔짜리 온천 패스를 구입한다. 3개의 공공 온천을 한 번씩 이용할 수 있는데,
유효기간이 없어 몇 년 뒤 다시 와도 사용 가능하다.
사이노카와라는 유메구리 중 하나로 구사쓰의 모든 온천과 료칸을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다.
약 40년의 역사를 지닌 곳으로 산에서 내려오는 뜨거운 원천을 유바타케로 보내 식힌 다음 다시 가져오는 방식이다.
매주 금요일은 혼탕으로 운영하므로 옷을 차려입고 들어가야 한다.
주소 521-3 Kusatsu, Agatsuma District, Gunma
네쓰노유 유모미 공연
구사쓰 온천에는 유바타케 말고도 온천 온도를 내리는 비결이 있다.
바로 긴 막대기를 이용해 물을 휘젓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법이다.
‘유모미’라고 불리는 이 방식은 에도 시대부터 원천의 효능을 그대로 보기 위해 사용했다.
실제로 아직도 구사쓰 온천 곳곳에선 작은 막대기를 볼 수 있는데,
너무 뜨거우면 저어서 조금이나마 물을 식히고 들어가라는 의미다.
공공 온천의 물을 식히던 사람들은 고된 노동을 이겨내기 위해 노래를 지어 불렀는데,
관광객들은 이를 공연장 네쓰노유에서 관람할 수 있다.
유바타케 바로 옆에 자리한 네쓰노유에선 매일 6회 공연이 열리고, 주말엔 변동된다.
구사쓰에 연고지를 둔 축구팀 더스파구사쓰 군마를 홍보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2군 선수들이 공연을 하기도 한다.
주소 414, Kusatsu, Kusatsu-machi, Agatsuma District, Gun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