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장 구속사 강해
새롭게 건설될 하나님의 나라
노아 홍수 사건은 “하나님이 노아에게 이르시되 모든 혈육 있는 자의 강포가 땅에 가득하므로 그 끝 날이 내 앞에 이르렀으니 내가 그들을 땅과 함께 멸하리라”(창 6:13)고 하신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이 땅에 있는 강포를 제거하기 위하여 물로 이 세상을 심판한 사건이었다. 하나님의 의와 사랑으로 통치되어야 할 이 세상에서 사람들의 강포가 가득하고 공의를 찾아볼 수 없는 시대가 되면 그 세계를 더 이상 유지시키지 않고 하나님은 심판을 통해 그 시대를 제거하시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신 목적은 변함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강포한 세상이라도 그 가운데에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목적을 깨닫고 그것을 완수하기 위해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각성한 사람을 남겨두신다. 비록 그 시대가 역사의 종말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경영에 대하여 각성하고 깨닫는 성도는 있는 것이다.
종말의 위기를 앞에 두고 세상이 강포를 향해 줄곧 달려가고 있을 때 하나님의 경영에 대하여 깨닫고 그 시대를 관찰한 사람이 바로 노아였다. 하나님은 노아의 시대적 각성에 대하여 의롭다고 인정하시고 홍수로 이 세상을 심판할 것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노아에게 계시해 주신다(창 7:2-4).
하나님의 계획을 들은 노아는 그 말씀대로 즉시 준행하였다. 과연 칠일이 지난 후에 홍수가 온 땅을 덮기 시작하여 40일간 계속 비가 땅에 쏟아지게 되었다. 온 땅의 강포가 그 극에 도달하게 되자 하나님께서 이 땅의 모든 기식 있는 생물을 멸하시고자 하실 때 창조의 목적을 완성하기 위해 노아가 해야 할 일은 자기와 자녀들과 각기 종류대로의 육상의 동물들과 공중의 새들의 생명을 보존하여야 했다.
1. 노아에 의해 건설될 새 나라
하나님께서 노아에게 약속하신 것처럼 오랜 홍수와 풍랑 속에서도 방주 안에 들어 있는 노아와 그 가족들과 생물들의 생명을 보호해 주셨다. 방주에 탄 생명을 제외한 온 땅의 모든 기식 있는 생물들이 죽임을 당하자 점차 물이 줄어들기 시작하였고 노아의 방주도 아라랏 산에 머물게 되었다. 홍수가 난지 열한 달만에 지면의 물이 걷히고 노아의 방주에 있는 생물들만 이 땅에 남게 되었다. 하나님께서는 노아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네 아내와 네 아들들과 네 자부들로 더불어 방주에서 나오고 너와 함께 한 모든 혈육 있는 생물 곧 새와 육축과 땅에 기는 모든 것을 다 이끌어 내라 이것들이 땅에서 생육하고 땅에서 번성하리라”(창 8:16-17).
이 말씀은 노아와 그 가족들이 이 땅에 살아 남아 있는 유일한 인류로서 모든 인류의 시조가 되어야 할 것과 방주에 들어 있어 홍수 심판에서 살아남은 각종 생물들이 장차 이 땅에 생육하고 번성하여 온 세상에 씨를 퍼트려야 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온 땅에 가득했던 강포를 제거한 새로운 세계에 유일한 인류로 남게 된 노아는 정결한 짐승과 새들 중에서 취하여 번제로 하나님께 제사를 드렸다. 노아가 방주에서 나오면서 제사를 드린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미 아벨과 가인의 제사에서 보아 알고 있듯이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다는 것은 어떤 효과를 얻고자 함은 아니다.
제사는 하나님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더욱이 노아는 새로운 인류의 시조로서 하나님 앞에 서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담과 달리 노아는 제사를 통하지 아니하고서는 하나님 앞에 나설 수 없었다. 그것은 아담이 범죄한 이후로 아무도 순결하신 하나님의 공의 앞에 직접 나설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죄의 대가인 사망의 형벌을 해소한 사람만이 하나님과 교제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죄 있는 인간이 하나님 앞에 나아올 때에는 제사 제도를 통해 자신이 죄로 말미암아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그 죽음에서 자신을 건져내기 위해 누군가 대신 속죄를 하여야 한다는 엄격한 현실에 대하여 인정하여야 했다. 그러한 정신은 최초에 하나님께서 생명나무를 동산 중앙에 두시고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지 말라고 하신 언약에 계시되었다.
따라서 범죄한 아담 이후부터는 누구나 하나님 앞에 나아가 교제를 나눌 때에는 짐승을 잡아 하나님 앞에 피를 뿌려서 자신이 죄인임과 속죄의 사실이 필요하다는 신앙을 고백하여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새롭게 인류의 시조가 된 노아라 할지라도 그는 하나님 앞에 언제나 나아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죄 있는 인간으로서 엄연히 속죄의 사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하나님 앞에 고백해야만 했다.
2. 제사 제도에 담긴 창조 언약의 회복
노아가 짐승을 잡아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하나님 앞에 나아올 때 하나님은 노아에게 새로운 사실을 선포하셨다(창 9:1-8). 여기에서 우리는 특이한 내용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은 인류의 대표인 아담과 언약을 맺은 반면에 홍수 이후부터는 노아를 포함한 온 가족을 언약의 대상으로 삼으신다는 점이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 3:15)고 하신 언약을 성취하심에 있어 장차 죄의 세력을 타파할 언약의 후손인 여자의 후손을 노아의 언약 안에 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즉 에덴동산에서 처음 아담과 맺으신 언약인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사 그것을 다스리며 지키게 하시고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에게 명하여 가라사대 동산 각종 나무의 실과는 네가 임의로 먹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실과는 먹지 말라 네가 먹는 날에는 정녕 죽으리라”(창 2:15-17)고 하신 창조언약과 범죄한 아담과 맺으신 언약인 “내가 너로 여자와 원수가 되게 하고 너의 후손도 여자의 후손과 원수가 되게 하리니 여자의 후손은 네 머리를 상하게 할 것이요 너는 그의 발꿈치를 상하게 할 것이니라”(창 3:15)는 은혜언약을 노아와 맺은 언약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획기적인 것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약속하신 언약을 성취함에 있어 장차 태어날 여자의 후손과 제사 제도 사이에는 불가분의 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범죄한 인간이 짊어지고 있는 죄의 문제를 원천적으로 분쇄하기로 약속되어 있는 여자의 후손에 대한 신앙이 제사 제도 안에 포함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범죄한 인간은 장차 죄를 도말할 여자의 후손에 대한 신앙을 제사 제도 안에 담아 제사를 드림으로서 하나님께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신앙을 근거로 인류는 언제든지 제사 제도를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제사 제도는 독특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이 죄 있는 인간이 죄로부터 자유함을 받고 하나님으로부터 특별한 대우를 받게 된 은혜이다.
또 하나 노아와 맺은 언약에서 발견되는 것은 죄의 상징인 강포가 하나님의 홍수 심판으로 인하여 철저하게 세상에서 제거된 후 노아와 그의 가족들이 하나님께로부터 받은 사명은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창 9:1)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화적인 사명은 이미 범죄하기 이전의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명령이었다(창 1:26-28). 그러나 첫 사람 아담과 하와는 그 사명을 수행하지 못한 채 죄에 빠지고 말았다.
아담과 하와가 죄에 빠진 이후 그들은 더 이상 자기들이 수행하여야 할 시대적인 사명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을 상실하고 만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그렇지만 홍수 이후 하나님은 똑같은 사명을 노아와 그의 자녀들에게 주신 것이다. 이미 죄로 말미암아 사명을 창조의 목적을 상실한 인간에게 또다시 천지창조의 목적을 완수하라는 명령을 주신다는 것은 노아와 그의 가족들이 그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자격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아와 그의 가족들은 창조 목적을 완수할 수 있는 정상한 기능을 가지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새 인류를 죄의 영향력 아래에서 철저하게 자유롭게 해 주신 것이다. 그것은 더 이상 사망이 인류를 지배하지 아니하고 인류는 죄로 인해 상실된 영혼의 기능을 회복하여 인간 본연의 정상한 삶을 경영해 나가게 되었음을 뜻하는 획기적인 사실인 것이다. 그와 같이 인류가 정상한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대한 역할을 한 것이 곧 제사 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