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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기다리셨죠? 아니라구요? -.-;;
조만간.. 울릉도 푸른 섬 사진, 멋진 일출 사진도 올라갑니다..
■ 불안한 출발 그러나..
울릉도 여행 멤버 구성이 급히 이루어졌다..
원래 엄마와 함께 스케치 여행처럼 떠날 예정이던 것이, 중학교 동창들의 합류로 변경이 되었다.
울릉도 여행 코스에 관한 정보는 www.ullung.com 이란 사이트에서 유용한 정보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 나름대로 컨설팅도 받고 쌈빡하게 계획을 짰다.
그런데.. 출발하기로 되어있던 전 날부터 일기예보가 심상치가 않다.
파랑주의보 때문에 동해안에 배가 안뜬다고.. 여행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배가 못뜰 것 같다고, 입금했던 배표 예약금 돌려주겠다고.
이럴수가.. 모처럼 휴가 잡은 건데.. 걱정이 밀려왔다.
행선지를 바꿔야 하나.. 보길도로 갈까.. 선유도로 갈까.. 아니면 설악산? 대안을 준비하고 있었다..
다행히 차를 가져가기로 해서, 묵호까지의 기차,버스 교통편은 예약 취소를 해놓은 상태.
어쨌든 일정은 변경할 수 없고, 어디로든 떠나야했기에 일단 모이기로 했다.
정민이 성현이 나.. 이렇게는 중학교 동창. 자동차를 가지고 갈 정민이의 10년지기 친구, 규만 형까지 네명.. 형 사무실로 모두 모였다.
■ 8월 29일 밤 11시 좀 지난 시간..
일단 까루푸에서 쇼핑부터 했다. 2박3일 식사 준비할꺼리.. 쌀, 코펠, 음료수, 반찬거리, 기타 부식품들.. 간단히 구입한 후, 대책 회의 시작이다..
여기저기 인터넷을 살펴보며, 대안을 찾고 있었다.
- 그때.. 정민이.. 배 뜰꺼야.. 뜰꺼야.. 가자.
- 안뜬다는데..
- 일기예보 못믿잖아. 뜰꺼야..
그래... 그럼.. 배편이 불확실해도, 일단 묵호로 가서 배 시간까지 기다려보기로 했다.
정 안되면 부근 오대산이나 동해안 등의 다른 행선지로 옮기게 되더라도.. 울릉도 가기로 예정했던 거니까 그래.. 일단 가보자..고 합의를 보고.. 출발한 시각이 새벽 2시를 지난 시각이었다.
집에 잠깐 들러 CD와 긴팔 옷을 챙기고 88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달렸다..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음악 들으면서, 이얘기 저얘기 하면서.. 시속 180까지 달리는 하얀 산타페.. 음.. 겁도 없었지..
중간 휴게소에서 한번 잠시 쉬다가 내리 달렸던 덕에 정동진에 도착한 시간은..
■ 8월 30일 오전 5시 반 즈음..
정동진에서 일출을 볼 수가 있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주차료 천원), 역사를 지나쳐 바다로 걸어나갔다.
비록 구름 속에 숨어든 붉은 아침해였지만.... 우리 여행의 서두를 장식하는 일출이다..
아침 서늘한 바닷 바람 맞으며 해를 기다리는 많지 않은 사람들.. 과 함께하는 설레는 일출 맞이였다.
왜 우리는 해 뜨는 것을 이리도 기다리고 설레여하는 건지..
아침 바닷바람이 무척 선선했다. 긴 팔옷 가져오길 잘했지. 좀더 따뜻한 걸루 가져올껄..
자.. 이제 묵호로 가보자. 배가 뜰까... 떠야 하는데.
7번 국도를 달려.. 동해시 도착.. 묵호항은 바로 동해시 안에 있었다.
약간 헤메다 찾아낸 묵호항 여객선 선착장은 문을 아직 열지 않은 상태였고, ARS 서비스에서도 아직 출항여부에 대해선 미정이란 소리만 전해져왔다.
바닷가에 차를 대고 약간 졸다가.. 그렇게 하염없이 기다리던.. 아침.. 9시..
"배 뜬대! "
아.... 이 한마디가 얼마나 반갑던지... 기다림에 지친 얼굴들엔 화색이 돌았다.
배편을 예매하고,
아침 먹자..
전주 식당이란 곳에서 콩나물해장국과 김치찌개를 먹고, 멀미약을 사들고 나왔다.
멀미약 안먹는다던 성현이 몫으로 사온 활명수 비슷한 드링크를 오빠가 마셔버리고 정민이와 나만 멀미약을 먹었다. 결과는.. 정민이와 오빠만 고생을 한 듯.. ^^;;
파도가 심할 것이 예상됐다..
11시 묵호에서 울릉도로 출발하는 카타마린호. 편도 34,000원 * 4명.
성수기도 갓 지나버리고, 게다가 파도 때문에 출항여부가 미정이었다 출항하는 배라서인지 여행객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낚싯대를 짊어진 낚시꾼들이 많았다.
배 기다리는 잠깐동안, 차는 주차시켜놓고,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하고..
기다리던 배가 왔다.
표 끊고 나가려는데, 경찰아저씨가 잡는다..
- 부탄가스 가져가는거 있나요?
- 엥.. 잘.. 모르겠는데요..
- 그때 성현.. 저기 있을꺼예요.. (T.T)
- 안내방송 못들으셨어요? 나오실때 찾아가세요..
- 넵... 압수 당한것이다.
배는 마치 청룡열차처럼 위-아래, 좌-우로 흔들거리며 파도를 넘었다.
처음엔 재밌었는데, 좀 시간이 지나니까 우엑~ 소리내며 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멀미약을 먹은 때문인지 비교적 나는 괜찮았다. 배 안에서 틀어주는 영화 '친구'를 비몽사몽 보면서 잠들다 깨다 반복하면서.. 파도때문인지 거의 3시간 반이 넘도록 울릉도로 배가 달렸다.
푸른 바다 한가운데 동동 떠있는 느낌... 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어느새.. 푸른 섬이 눈에 들어왔다..
야.. 저게 울릉도로구나.. 힘들게 힘들게 도착한 울릉도 도동항의 첫 느낌은..
음.. 작고 번잡한 항구.. 항구인데도 기름하나 안떠있는 맑은 바닷물.. 이 참 인상적이었다.
힘들게 배타고 온 피곤을 수습하고, 여객선 등 스케줄을 체크하고 나오는데..
손님들 끄는 삐끼 아주머니들 중 한 분에 이끌려 민박으로 향하는 차를 탔다. 인터넷에서 추천받은 어떤 할아버지 집에 묵으려 했지만 아주머니 제안도 제법 괜찮아서 일단 방을 보기로 하고..
(숙소를 도동보다 저동에 잡은 건 확실히 잘했다. 도동은 저동보다 별로 볼꺼리가 없다)
다른 손님을 또 맞으려는지, 우린 다시 택시로 옮겨타고...
무척 부산하고 말씀이 많던 주인아주머니셨다.
아주머니의 핸드폰은 무척 잘 터졌다.. ^^*
내 핸드폰이야 밧데리도 이상, 핸펀도 이상해서.. 거의 불통이었지만.
울릉도 택시는 모두 갤로퍼다.
그걸로 한 10분 고개를 넘은 후 도착한 저동의 세진민박.
인터넷으로 봐두었던 곳이 아니었지만 일출도 볼 수 있는 저동항의 작은 민박집이었다. 1층 4개의 방 중 하나를 고르고(제일 전망좋은 방은 이미 손님이 들어와있었다), 짐을 풀고, 차후 일정을 다시 짰다.
계획했었던 선상크루즈는 일단 유보해놓고, 라면을 끓여먹은 뒤 근처의 내수전 해수욕장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옆으로 하고, 걸어가는 울릉도 마을길은 참 정겨웠다. 흑염소가 언덕에서 풀뜯고 있고, 옥수수와 호박밭 천지인데다, 띠엄띠엄 흩어져있는 집들.. 바위들..
무엇보다도 바닷빛깔.. 근해의 에메랄드빛 저 멀리보이는 코발트블루의 깊은 바닷빛깔.. 물감을 타놓은 듯.. 그리고도 너무나 맑았던..
내수전해수욕장은 몽돌해변이었다..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갈때 촤르르.. 하면서 자갈들이 굴러가는 소리가 무척 신기하고 신선하게 들려왔다.
암벽들 사이로 지나다니는 소라며 고동, 게들을 보며 신기해하다 보니 시간이 꽤 흘러버렸다.
다음으로 옮긴 발걸음은 저동항 촛대바위 옆.. 기암괴석이 많은 해변에 낚싯꾼들이 무척 많았다. 무척 큰 월척을 벌써 잡아서 귀까지 걸린 입으로 신이 나서 무용담을 해대는 아저씨들 덕에 물고기(방어라 했다)를 들고 사진도 한 컷 찍었다.
제법 묵직하고 단단했다. 통통하면서도 길이가 1미터는 족히 되는 듯했다.
즉석에서 잡은 물고기로 회를 떠 먹는 모습들이 마냥 신기했다..
날은 점점 어둑어둑해져, 항구엔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일행은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지어먹었다. 참치*감자*김치찌개와 밥. 후후.. 엠티가면 흔한 메뉴이지만 꽤 맛이 있었고.. 포도주와 맥주도 한잔씩 곁들여졌다. 주인 아주머니께도 한잔..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 우리의 게획과 아주머니 말씀을 참고로 해서 다음날 일정계획을 Fix했다.
■ 8월 31일 아침 5시 10분.
민박집 마당에서 바라다 보는 일출도 꽤 멋드러졌다. 저동항이 한 눈에 들어와서.. 구름이 좀 많아 기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새벽 어스름 밝아오는 색깔이 무척 예뻤다... 고깃배도 한 두척, 갈매기도 몇 마리..
저녁때 먹다 남은 김치찌게에 라면 넣고, 밥 지어 카레에 비벼 아침을 먹고 등산 준비를 했다.
민박집 주인아저씨가 대원사까지 태워다 주시겠다고 서두르라 신다. 8시.. 좀 지난 시간.
점심 도시락으로 주먹밥을 싸려 했지만, 장비부족 시간부족으로 포기하고, 계란만 삶고, 얼려놓은 물통 챙기고..
대원사 도착은 9시 좀 못 된 시간..
자, 드디어 출발이다.
우리의 등산 코스는
대원사 → 성인봉 → 나리분지 → 추산 → 천부 → 섬목 → 죽도 → 도동 이었다.
대원사에서 추산까지는 걸어서 산을 넘고, 시간이 남으면 걸어서 천부나 섬목까지 가고, 안되면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섬목에서 2시에 죽도행 배를 타야 죽도발 도동행 막배를 4시에 탈 수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시간 계산 하면서.. 중간 중간 쉬어가면서 또 걸음을 재촉하면서.. 가파른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급경사 지대가 참 많았다. 경사가 한 45도는 되는 듯 했다. ^^;; 성인봉이 해발 900이 넘었으니까.. 등산 코스가 길진 않았지만(오르는데 2~3시간, 내려오는데 2~3시간이니까) 가파른 경사 때문에 중간중간 많이 쉬며 갔다.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이 모여서 교수님인 듯한 분의 자연 생태계 설명을 듣는 모습을 지나치고, 산 속에서 풀뜯어 먹는 황소에게 인사도 하고 열심히 걸어갔다. 팔각정에서 한 숨 쉬며 산봉우리와 바다와 하늘이 한꺼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사진도 찍고, 중간중간 쉴만한 의자들도 많았다. 확실히.. 사람 없는 때 잘 골라온 것 같았다. 한적하고 깨끗한.. 산길.. 행운의 일행들이야.. ^^*
원시림이 우거진데다 바람이 무척 시원해서 산행하기 참 좋았다. 절벽마다 내려다보이는 바다와 하늘빛.. 푸른 숲 신선한 공기들..
그렇게 2시간 코스라는 산길을 3시간 좀 못되는 시간 걸려 올라왔다.
야.. 성인봉 정상이다!!
360도 빙 둘러보니 모두 바다로 둘러쌓여있다.. 멀리에서 몰려오는 구름들이 산능성이를 넘는 모습도 보이고, 햇살에 구름 그림자가 떠다니는 모습도 보이고, 하늘인지 바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푸르름 속에 둥둥 떠있는 울릉도가 느껴졌다.. 참.. 멋진 섬, 멋진 봉우리였다.. 기념촬영 한 컷씩!!
지게 지고 우리를 앞서 올라가던, 음료수를 파는 아저씨는 정상 아래에 텐트를 쳤다.
전망대에 잠시 들러 동쪽을 바라봤는데, 구름때문에 독도는 안보였다..
나리분지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밧줄을 타야했다.. 가파르고 미끄럽고..
바로 봉우리 아래에 있는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물통에도 다시 채우고 하산..
계곡과 흐르는 물이 없었지만, 상쾌한 원시림 속을 내려오는 상쾌한 기분은 잊지 못할 것 같았다. 검은 비둘기며, 평소에 보지 못한 새들... 돌 쌓아 소원 비는 곳도 있엇고, 벼락맞은 듯한 커다란 나무, 버섯, 각종 신기한 풀들.. 산을 내려오자 마자 야영장이 보였다. 구멍뚫린 바위틈으로 졸졸 흐르는 신선수였나? 그 약수로 밥을 지어먹으면 밥이 파랗게 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진작 알았음 담아와서 해보는 거였는데) 산을 병풍삼아 있는 분지쪽에 있던 신기한 움막집 안까지 들어가 구경하고.
예쁜 산책로를 날아다니며 길잡이 해주던 예쁜 호랑나비 한쌍, 향기가 짙게 퍼지던.. 아마 울릉도 백리향인 듯한 보라빛 꽃.. 모두 신비하고 아름답던 자연의 모습이었다.
나리분지 도착...
산 정상에선 온통 둘레가 바다이더니, 나리분지에선 온통 둘레가 산이다..
너무나 평화롭고 고요한 마을.. 옥수수밭, 고추밭, 나즈막한 집들.. 동화속의 나라에 온 듯했다.. 그때 발동한 장난기...
옥수수 하나 비틀어 땄다.. 서리를 했다.. ^^**
- 새가 먹다 남긴거네..
- 제법 통통하네..
- 숨겨.. 숨겨..
몰래 서너개 가방에 숨기고 가는 길에 옥수수 장사 할머니를 만났다. 2천원어치 삶은 옥수수를 사서 사이좋게 나눠먹고(정말 맛있었다. 덤으로 작은 옥수수 몇개도 더 받았다) 길을 물었는데.. 추산이 아니라 천부로 바로 빠지는 길로 가고 있었다.
돌아가는 길이더라도 추산으로 가려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돌렸다. 아름다운 추산을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휴~ 다행이다. ^^* 행로를 제대로 수정했으니..
잠시 걷다가 주루룩 훑은 규만 형의 고추 두개 서리로 마무리.
공원같은 벤치에 잠시 머물러 삶은 달걀에 옥수수를 먹고 다시 출발했다..
추산 가는 길.
자동차가 다닌 듯한 길이었지만 무척 가파르고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가면서, 모래때문에 약간 미끄러운 곳도 있어서 풀들을 밟으며 내려갔다. 울릉도 상수도 수원지가 된다는 용출소에 들러보고, 가파른 언덕을 끊임없이 내려오며 돌아보는 주위 경관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이 코스로 내려온 게 정말 다행이다. 정말 행운이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이며.. 울릉도 땡볕 아래서 힘든 다리를 터벅터벅.. 땀은 찔찔...
내려오다보니.. 어떤 할머니께서 나물을 말리고 계셨다.
- 할머니 이게 뭐에요?
- 미역취나물이지
- 팔아요?
- 그럼~ 항구에서 내다 파는건데. 많이 줄께 사
엄마 생각이 났고, 울릉도 취나물이 유명하단 소리도 익히 들어왔던 터라.. 오천원어치만 주세요.. 했는데도, 비닐봉지 한봉지에 꾹꾹 눌러담아 주셨다..
흐흐..
내가 취나물 사는 동안 옆집에서 기다리던 정민이, 성현이, 규만형은 주인집 내외분들로부터 수박도 얻어먹고, 예쁜 새도 구경하고, 언덕에 카페에서 꼭 커피 한잔 씩 하며 전망을 보라는 가이드까지 받으며 있었다...
길을 잘 못 든데다가 버스 시간 땜에 그 카페(예쁜 방갈로처럼 생겼다)에 들르지 못한 게 좀 여한이 남았다... 다음 기회에는 꼭.. ^^
추산 해변으로 내려와 버스를 기다리며, 그 바닷가에서..
바닷물에 발 담그며 놀았다.. 물장난도 하고..
기다리던 버스가 늦어져 초조해지다보니, 지나가는 지프를 히치해서.. 천부까지 갔다.. 가는 길에는 코끼리바위 구멍바위 안내까지 들어가며.. 후훗..
감사합니다!! 소리치며 천부에 내리자 마자 멀리서 다가오는 버스가 보였다.
울릉도버스는 봉고차 크기에 울릉 관광이라고 쓰여진 버스다.. 거리마다 버스값이 다르고, 마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듯 했다.. 빽빽하게 끼여 타는 재미도 있다... 인당 1,500원.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며 연신 감탄하는 내게 아주머께선 바다가 뭐가 멋있노.. 하시며 삼선암 등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해주신다..
울릉도엔 참 친절한 분들이 많다.
버스는 섬목에 도착했고, 배를 기다렸다.
저동행 충무호는 우리를 태우고 저동에 내려준 후 다시 목적지로 향해갔다.
인당 편도 3,500원. 배 2층에서 바람을 한껏 맞으며 바다를 달리는 데... 정말 상쾌했다.. 사진도 한방~ 찰칵!
죽도를 오가는 배에는 두 종류가 있었는데, 충무호는 트럭이나 자동차들을 함께 실어나르는 커다란 배였고, 동백호는 유람선이었다.
우리 일행은 죽도로 갈때엔 충무호, 죽도에서 도동으로 갈때엔 동백호를 탔다.. 편도로 끊어서 다양한 경험과 선택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재밌기도 했고.
죽도 입장료는 인당 1,200원. 죽도에서 가장 예쁘게 생긴 건물은 매점이다. 멀리서 옥수수 밭을 배경으로 사진찍으면, 마치 스위스의 어떤 시골마을같다. 채송화, 붓꽃, 봉숭아꽃 등이 가득 핀 예쁜 곳이다. 왜 매점 이름이 호수 매점이에요? 하는 질문에 주인 아저씨 하는 말..'바다를 호수처럼 생각하니까 호수 매점이죠' 한다. 물론 값은 무척 비쌌지만, 널따란 평상을 온통 차지하고 음료수/맥주 한 캔씩 마시며 유유자적하며 바람쐬는 기분..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온통 더덕 밭인 죽도를 한바퀴 돌면서 산책을 하고.. 배가 올 시간을 기다렸다... 좀 늦게 도착한 동백호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속력을 좀 내서 달리겠습니다" 한다.. 물살을 가르며 달리는 유람선.. 튀기는 물방울들에 손을 뻗어보기도 하고 선창에 앉아서 바람을 안고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는 기분은 정말 끝내줬다..
드디어 도동항에 도착.
자, 이젠 울릉도 서쪽만 남았다... 울릉도의 반을 몽땅 구경하고 남은 곳은 구암, 남양리해수욕장, 태하도로 등등...
남양해수욕장 사자바위에서 보는 일몰이 멋지다는 소식에 구암으로 가기로 했다.
원래 자전거 하이킹 코스로 삼으려 했지만, 하루 빌리는데, 15,000원이나 하는데다, 길도 많이 구불구불 경사가 가파라서 자전거타기 힘들꺼란 민박집 아주머니가 맞는 듯하여,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버스를 탈까 택시를 탈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고민하고 있는 동안, 흑.. 버스가 떠나버렸다.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하네.. 일단, 두번 오기 힘든 기회에 구경할 것 볼것들은 다 봐야 하겠기에 작정을 하고 택시를 잡았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태하 도로일주를 못하면 울릉도의 절반 구경은 못한 것과 다름없다고 하시며, 4만원에 울릉도 절반 일주를 시켜주시겠다고 한다. 순간 오가는 우리 일행의 눈빛들... 반짝반짝.
"그렇게 할께요~"
신이난 택시가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린다..
거북바위, 국수바위, 곰바위, 사자바위, 성모상이 보이는 남근바위, 장미모양 바위 등을 지나며, 아저씨 설명 듣고 사진찍고, 드디어 태하 산길 도로로 접어들었다.
구불구불한데다 급경사에 좁은도로가 이어지는 아슬아슬한 길을 경적을 울리며 엄청난 속력으로 달려간다... 으아... 비명이 이어지고.. 정말 끝내주는 스릴이었다.
태하 도로를 빠져나와, 황토굴이 있는 태하 방파제에 도착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고.. 사람들은 붉게 물든 저녁햇살을 멋진 조명삼아 사진찍고 있었다..
꼭대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데.. 갑자기 저 아래 어떤 아저씨가 훌렁훌렁 옷을 벗고 물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헉... 우리 택시 기사 아저씨다. 빨간모자 벗어버리고, 양손에 목장갑끼고 갑자기 잠수를 하시는데.. 무얼하시는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좀처럼 물밖에 못나오시다가 저 구석으로 헤엄쳐가시더니. 남자들한테 옷을 그리로 가져다 달래신다.(마치 옷 뺏긴 선녀처럼.. =^^=) 성현이 말이 팬티만 입어서 다 비쳐서그럴꺼라 한다. 후후..
문어를 봤다며.. 평소에 가지고 다니던 물안경을 안가지고 와서 눈을 제대로 못 떠서 못잡았다며 너무나 아쉬워하신다.. 우리도 함께 아쉬워했다... 음.. 그 문어만 잡았어도... 소주 한잔 곁들여 멋진 만찬이 되었을텐데.. 계속 물속을 쳐다보며 입맛만 다셨다.
헉.. 해가 저물어간다..
구암에서 노을을 보자고.... 다시 그 가파른 태하도로를 달린다.
제법 어둑어둑해진 산길을 엄청난 속력으로 달려가는데.. 청룡열차보다 더한 긴장감이 커져갔다.
"아저씨.. 일몰 못봐도 되요.. 괜찮아요.."
아저씨는 여전히 곡예운전 솜씨를 멋지게 보여주시는데.. 양손에 얼마나 힘을 줬던지.. 아직도 양 팔이 뻐근할 지경이다.. 그런데, 사실 정말 너무 신났다..
산길을 빠져나오니, 벌써 바닷속으로 숨어져 버린 해. 붉은 기운만 주변에 남겨둔 채 쏘옥 바닷 속으로 들어가 버린 일몰에 아쉬움을 두고,, 도동까지 도착.. 터프하고 맘씨 좋았던 아저씨의 서비스에 감사하며 작별을.. 또한 이런 뜻하지 않은 구경거리를 잡을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를..
항구에선 아주머니들이 생 오징어를 판다.
만원에 4마리 줄께.. 하시는 아주머니께 "한마리만 더주세요.." 하니, 더 주면 안되는데.. 하시면서 한마리를 더 얹어주신다.. 히히..
바로 옆에선 초장에 마늘,상추,소주등을 함께 팔며 자리값을 받는 곳도 있었다.
어두운 도동항에 노오란 불빛이 하나 둘 켜지고, 멀리로는 고깃배들 불빛이 떠나니고, 보름이 가까와져오는 하얗고 밝게 빛나는 달빛도 일렁이는 물결로 떨어져내려 빛나는데.. 정말 잊지못하도록 아름다운 항구 모습이었다. 오른쪽으로 난 해안도로 산책을 빼먹은 것 한가지만 아쉬웠을뿐.. 참 뿌듯한 하루가 저물고 있음을 느끼며.. 우리 일행 넷은 소주2병에 콜라1캔, 그리고 그 많던 오징어회를 배부르게 쓱싹~ 해치워버렸다.. 아마 항구 모습에 취해서 꼴딱꼴딱 잘도 넘어갔나보다..
택시를 타고 일행은 숙소가 있는 저동에 도착했다.
하루종일 빡빡한 일정을 다 채우고 돌아온 덕에 뿌듯했지만 온몸이 피곤하여 딩굴거리며, 저녁은 어떡할까.. 게으름피우고 있는데, 창밖에서 옆방에 민박하시던 낚싯꾼 아저씨들이 부르신다.
"학생들.. 이리 나와서 회 같이 먹어요"
"회?" 두눈이 번쩍 뜨이며.. 일어난다.
염치 불구하고.. 나가서 거든다.. ^^;;
하루종일 낚은 물고기들.. 정말 맛있는 돌돔회, 소금구이, 매운탕까지..
소주 몇병을 사다 드리니 엄청 좋아하시며, 낚시 무용담을 쏟아놓으신다...
소주 한잔, 포도주 한잔, 맥주 한잔 기울이면서.. 그렇게 울릉도에서의 두번째 밤은 훈훈하게 깊어져 갔다...
■ 9월1일 아침 5시 10분.
오늘은 일출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앞마당으로 나와 항구쪽을 바라보니 구름이 꽤 많다. 동그란 해는 볼 수 없었지만 불그레.. 밝아오는 항구 모습은 정말 멋졌다.. 아침 산책이나 하러 갈까.. 일행을 아무리 깨워도 피곤에 넉다운 된 모습이라니.. 혼자라도 길을 나서려 하니, 성현이가 동행해준다. 히..
촛대바위가 있는 방파제까지 걸어갔다.
성인봉 등산때 잠깐 만났던 수학여행 온 아이들이 일출을 보겠다고 주루룩 앉아있는 모습, 방파제에서 산을 병풍처럼 하고 있는 저동을 거꾸로 바라다 보는 모습, 갈매기들이 유유히 날아다니는 항구의 하늘 구름 빛을 보니, 그것도 색다른 아름다움이었다.
숙소로 다시 돌아오는 산책길은 어시장이 한창이었다.
오징어배들이 하나둘 선착장으로 들어오고, 이른 새벽 어시장은 한층 활기를 띤다.
여기저기서 쏟아내는 오징어들, 손가락으로 신호를 하며 경매를 하는 상인들, 벌써부터 배를 가르기 시작하여 수북히 쌓인 오징어를 다듬기 시작하는 아주머니들... 질퍽하게 젖은 어시장은 시끌벅적하니 온갖 화려한 색깔과 소리들로 충만한 에너지가 가득했다. 구경하는 나까지 더불어 신이났을 정도니까..
부지런한 항구의 아침.. 바로 이런 활력에서 느껴지는 맛이야 말로 진짜 값진 볼꺼리였다.
숙소로 돌아와보니 여전히 잠해 취해있는 나머지 두 명!
일어나자!!
자.. 아침 먹고 폭포 보러 가야지.. 한참 뒤척이다가 아침 준비를 하려 하는데 밖에서 또 소리가 들려온다..
- 학생들.. 아침 같이 먹어요~
- 아니..예..여.. (헉.. 정말요?)
헝.. 정말 그래도 될까..
염치 불구하고 부시시.. 나간다. 매운탕을 정말 얼큰하고 맛있게 끓여놓으셨다.
감탄을 연발하며 아저씨들 밥까지 빼앗아먹고 있는데, 아저씨들은 벌써 낚시도구를 챙겨 출발하신다..
- 학생들 남는건 버리고, 저 위에 걸어놓은 오징어 보이지? 거기서 덜 마른걸루 하나 가지고 가요
- 헤헤.. 감사합니다. 고기 많이 잡으세요~
연신 인사를 드리며 뚝딱 밥을 해치우고, 설겆이를 하고.. (남아서 버린 생선들이 아까왔다) 정말 인심 후하신 분들이다. 동해에서 속초에서 고기잡으러 오신 분들이라고 한다.
봉래폭포에 다녀와서 울릉도를 떠나는 배를 타야했기에 짐을 대충 정리하고 방청소까지 해놓은 후, 출발했다. 원래 일정은 봉래폭포에 다녀왔다가 도동 해안도로 산책까지 계획했었지만, 이 날 따라 사정없이 쏟아지는 뜨거운 땡볕에 지쳐 폭포 왕복으로만 오전 스케줄을 다 채웠다.
아이스크림 하나씩 물고, 그림자 하나 없는 시멘트 포장도로를 터벅터벅 걸어 올라갔다. 전날 산행으로 알이 박힌 다리를 절룩거리며.. ^^*
장하다 의지의 대한 건아들!!
저동천 옆으로 난 도로로 지나가는 택시와 버스들을 부럽게 바라보면서도,
걸어가면서 더 많은 세상과 만날 수 있었음을 기뻐한다.
흑염소, 네잎클로우버, 가끔씩 불어주는 바람과, 나무그늘, 호박밭, 옥수수밭, 학교 운동장...
봉래폭포 입구에 도착하니, 폭포까지 730m를 더 걸어가야 한댄다..
더 못가.. 더 못가.. 하는 정민이를 응원하며 잡아끌며 조금 걸어올라가니..
신비한 천연에어콘이 나온다..
돌 틈 사이에서 불어나오는 찬 바람.. 에 감탄하며 쉬다가 다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곡을 끼고 올라가는 길은 공사중인 곳도 있었고, 피톤치드가 나오는 산림욕장이 있었고, 시원한 약수가 나오는 수돗가도 있었다. 팔십이 다 되셨다는, 굽있는 슬리퍼의 백발의 파마 머리 할머니는 따님까지 앞질러 올라가신다.. 어르신이 나이 먹도록 정정하다는 것은 자식들에게 참 복이다. 무척 부러웠다.. 가족들이 함께 하는 그런 산행..
기우제를 지내기까지 하는 울릉도가 가뭄에 고생하고 있었는데도, 폭포는 장대한 물줄기를 시원스럽게 내려쏟고 있었다. 참 길기도 하다.. 철장으로 폭포 근처까지 출입을 제한했기에 저 물줄기를 만져보지도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 하여 다시 내려왔다.
돌 길을 뒤뚱거리며 내려오다 그 산림욕장 평상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저 아래 매점까지 다녀온 심부름꾼들 덕에 호박막걸리, 도토리묵, 감자전을 먹는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산모기와 벌 때문에 한동안 소동을 피우다가..(누구만 계속 따라다니는 벌) 다시 우린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가는 길 역시 정오를 지난 햇살이 작열했지만, 바람이 불어서 한결 걷기가 쉬웠다.
이런저런 장난치면서... 젖은 손수건, 물에 다시 적시며,, 바람에 말리며..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애들, 그네타는 애들, 뒤뚱거리며 걸음마하는 꼬마들 구경을 하며, 아이스크림 입에 물고.. 골목을 걸어, 숙소까지 왔다.
가는 길 중간에 만난.. 눈물 젖어있는 네 살짜리 꼬마... 이름이 지혜라고 했던가.. 를 꼬셨다. ^^*
와.. 예쁜 옷 입었네.. 몇살이야? 왜 우니? 머리는 누가 묶어줬어? 엄마? .. 아이들 접근법이다.
지혜는 언니들이 안놀아줘서 울었다며 손도 잘 잡아준다. 그 모습을 보더니 앞서 가던 언니들이 동생을 챙긴다.. ^^* 잠시동안... 어린 마음이 예뻐 나도 기뻤다.
숙소로 돌아오니,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딸 손에 머리를 맡기고 계셨다. 서울에 있는 미용실에 다닌다는 큰딸 휴가라며.. 파마를 하시는 듯 했다.
한 삼십분.. 푹.. 쉬고나니 주인아저씨께서 도동항으로 출발한단다..
서두르자.. 짐 챙기고 숙박비 내고.. 정말 방하나 1박에 2만원씩이었다. 성수기가 지나서인지 저렴했다. ^^*
주인집 갤로퍼를 타고 고개를 넘는 순간..
참.. 깜빡했다.. 아.. 아깝다.. 낚시꾼 아저씨들이 가져가라시던 오징어를 못챙겼네..
도동항에 도착해서, 아저씨께 감사인사 하고 울릉도발 묵호도착할 배표 끊고, 대합실에 앉아 기다렸다. 성현이와 정민이는 선물로 사갈 오징어랑 음료수랑 멀미약 사러 나가고(함께 부탁했다^^) 오빠랑 둘이서 시간 때우고 있었다.
배에 오르고, 자리를 잡고... 이번엔.. 별로 안흔들릴꺼야.. 서로 위로하며..
우리 묵호에 내리면 동해안에서 1박 더 할까 그냥 새벽에 닿게 되더라도 서울로 갈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의견종합이 왔다갔다 하다가.. 일단 육지에 닿은 후 결정하기로 했다.
규만이 형이 울릉도를 떠나는 소감을 묻는다..
한마디로 딱히 떠오르지는 않는다.. 뿌듯함.. 아쉬움.. 눈에 넣어도 안아플 그림같던 2박3일의 시나리오는 다시 되밟기 힘들정도로 걸작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행운의 여신도 제법 따랐던. ^^*
- 게임할까..
- 그래..
- 헉.. 아저씨 쳐다본다. 시끄러운가보다.
- 침묵 공공칠하자..
잠시동안 열심히 게임하는 시늉을 하는데.. 성현이가 졸렵댄다..
난 성현이의 MD 플레이어로 마릴린맨슨 노래를 들으며 눈을 붙였다.. 그리고 반복해서 듣던 노래.. 브라운아이즈의 '너를 위해' 긴 여행중엔 음악이 함께 하는 것도 제법 쓸만하다.
다들.. 눈을 붙인다.. 나역시 자다깨다 음악듣다 자다깨다 했다..
육지가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희미한 안개에 쌓인 듯한.. 육지의 실루엣이 점점 겹쳐져 가까이 다가오는데..
오후 해도 약간 기울어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배는 한참을 달렸다.
드디어 묵호에 도착.
우리와 한 숙소를 썼던 그 동해에 사신다는 낚시꾼 아저씨들도 함께 내렸다.
가볍게 인사 나누고, 경찰아저씨로부터 부탄가스 찾아다가 대합실을 나섰다. 주차해두었던 차를 찾아.. 출발한다.. 동해안가를 달려볼까?
바닷가에서 해수욕도 하고 모닥불 피워놓고 놀만한 곳이 있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7번국도를 타고 계속 올라갔다.. 중간 중간 해수욕장이라는 입간판이 있는 곳마다 들러봤는데.. 성수기가 지나서 인지.. 작은 해수욕장들은 모두 폐장되고, 아니면.. 부두가 있는 곳.. 들..
그냥 망상해수욕장에 머물를껄.. 하며 지나쳐 온 것을 아쉬워하다가..
경포대까지 올라갔다... 음... 조건은 좋은데, 너무 번잡하다.. 도심같아서 마음에 안들었다.. 횟집 삐끼들로 가득한 바닷가 상점들.. 더 올라가보자.. 그래..
이렇게 달리다보면 속초까지 닿겠다... ^^*
2시간동안 해변들을 들락날락거리다 겨우겨우 도착한 낙산 비치..
"이거야 이거!"
바다가 참 크고 예쁜 곳.. 언제 봐도.. 가슴이 탁 트이는.. 푸근한 바다..
이젠 숙소를 잡자..
사람냄새 나는 민박..을 찾았지만, 없었고.. 정민이의 제안으로 콘도식 민박집을 하나 구했다.
특별히 별채로 나있는 큰 방이었다. 4만원짜리 1박 3만원. 주방시설, 그릇, 수저, 칼 다 있다.. 숙소 참 잘 잡았다.. 전용주차장까지.. 헤헤.
근처 정육점에서 사온 맛있는 삼겹살에 상추, 밥과 술로 늦은 저녁을 해먹었다. 꿀맛...
- 너무 배불러.. 바다로 나가보자
- 와..
우리는 슬리퍼만 신고 바다로 향했다... 파도치는 모래사장을 걷다가.. 불꽃놀이하는 사람들, 불꽃들도 구경하면서.. 슬슬 돌아다니는데, 바다를 지키는 군인아저씨들이 불장난 하지 말라고 딴지건다.
- 우리가 그런거 아녜요..
- 우리가 연인들인줄 알고 질투하나봐 (솔직히 이런 부담없는 특이한 인원 구성도 드물지.. ^^)
사람들이 모래밭 위에서 커다란 네바퀴 오토바이를 타고 노는데.. 재밌어 보인다.
탈까? 또 한번 눈빛이 오가고.. 어느새 발걸음은 오토바이 대여해주는 곳으로 향한다.
20분에 2만원. 2대를 2명씩 나눠타고 낙산 해변을 누볐다..
귓가로 스치는 바람.. 경주도 하고.. 신났다..
오토바이 운전도 자전거 운전처럼 신났다.. (아.. 언제쯤이면 자동차 면허를 딸 수 있을까..^^;)
그렇게 바닷가에 우리의 흔적을 뿌려놓고.. 다시 숙소로 들어갔다.
헐.. 이제부텀 성현이가 젤루 좋아하는 술판이다..
맥주, 소주, 매실주.. 게임을 하며 마셨다. up&down 숫자맞추기, 영어사용안하기..
아우.. 술 오른다..
바람쐬러 나갈래.. 바람이 시원하다..
카 오디오로 음악 틀어놓고.. 음악 감상을 했다.
SantaFe에서 듣는 Santana.. 엥.. 좀만 덜 피곤했어도 댄스까지 하는건데.. 아쉽다. ^^;;
어느덧.. 시간을 보니.. 새벽 4시가 지나있었다.. 세상에..
얼릉 눈 붙이고 일어나 일출 봐야 하는데..
■ 9월 2일 새벽 5시 20분.
삼십분쯤 잤나.. 정민이 핸폰 알람에 눈을 떴다.
일출보러 가자.. 모두들 비몽사몽이다.. 늦게 잠들어서 차마 깨우기가 미안했다..
엥..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슬리퍼 끌며.. 바다로 나갔다..
송숲 사이로 바라다 보이는 낙산의 모래사장.. 해안선의 붉은 기운... 아.. 아.. 소리가 절로 나왔다.. 벌써.. 쌍쌍이 또는 여럿이 모여 바다를 바라보며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예 바다에서 잠을 잔건지.. 누워있는 사람들도 있고..
한참을 파도거품이 부서지는 앞에 쭈그리고 앉아 해안선을 바라봤다..
벌써 몇년전이지... 6년? 7년? 전.. 겨울.. 이 곳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한시간동안 바라보던 수평선.. 누구 말처럼 그때 그 물 그때 그 수평선은 아닐지라도.. 시간이라는 것이 쌓이고 다듬어져 지난 시간들을 밟고 일어서 새롭게 다시 만들어지는 기억이 또하나 지어지고 있다.
바로 낙산.. 이 모래사장에서 부터 저기 불그레해져오는 해안선까지.
주변의 붉은 기운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바닷물 속에서 쏙 떠오르는 금빛으로 붉은빛으로 빛나는 불덩어리가 보인다..
해다..
참 예쁘다..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저렇게 수저로 똑 떼어놓은 듯 또렷하게 떠오르는 태양.. 참 오랫만에 본다. 정초에 경포대에서 봤던 것보다 더 또렷하고 예쁘다..
점점 커져 올라온다.
정신없이 셧터를 눌러댔다... 필름 아낀다고 제법 자제를 하면서 찍었는데도.. 숫자가 많이 돌아갔다.
아침 배와 갈매기까지.. 게다가 소나무까지.. 아침바다 일출 장면은 멋지게 어우러졌다.
뿌듯해하며.. 그리고 일행들과 함께 보지 못한 아쉬움에 안타까와하며.. 사진으로나마 담았음을 다행스러워하며 발걸음을 되돌렸다.
돌아와보니 한시간쯤 지나있었다.
다들 꿈나라... 잠시 누워있었는데도 잠은 안왔다..
몇 번 뒤척이다.. 안되겠다.. 싶어.. 아침 준비를 시작한다. 착한 성현이가 부시시 일어나 돕니다.
- 북어죽 끓일까?
- 그래..
새로 쌀을 좀 끓이다가 즉석 북어를 넣고 어젯밤 먹다 남은 밥도 넣고.. 계란도 3개 다 넣어버리고 죽을 끓였다. 제범 맛이 든 듯 하다.. 한쪽에선 감자를 삶고..
밥먹자.. 일어나요..
술마신 다음날 일어나자마자 잠이 덜깬 상태에서 먹는 아침이라 입안이 깔깔할텐데도.. 열심히 먹어주어 고마왔다.. *^^* 에구.. 이뻐라..
- 일찍 출발해야해.. 차 막힐꺼야..
- 그럼 낙산사는.. 못가는거네.. 엥.. 할수없지모. 담에 가자.
짐 챙기고 정리하고..
드디어.. 집으로 출발이다..
집으로 가는 길.. 고속도로를 타기에도 너무 애매하고.. 경치좋은 미시령을 넘기로 했다.
미시령길.. 겨울 스키장 갈때.. 하계수련회.. 속초 등 여행할때 들르던 길.. 푸른 여름에도 참 좋다. 굽이굽이 멋진 나무, 바위들.. 휴게소에도 사람들이 많았다..
쌍화차와 변강쇠차(이름도 희한하지..)를 마시고.. 토속품 구경도 좀 하고.. 마지막 사진도 찍고..
다시 출발했다..
앗.. 백담사 가는 길이다.. 들러볼까?
늦는데..
일요일 상경길이라 차 막힐게 걱정이 되어, 헝.. 주차장 한바퀴 돌다 나왔다.
중간에 시냇가에서 쪄온 감자 먹고, 냇물에 발담그고 잠시 놀았던 것도 참 신나는 일이었다. 군인들 면회인듯한 가족모임도 있었고.. 햇볕에 바람에 젖은 발 말리고, 다시.. 차에 탔다.
열심히 달렸는데도.. 차가 중간중간.. 서행을 하고.. 양평에 와서는 꽉 막혀 거북이 걸음이었다.
다들 배도 고프고, 차안에서 지겹기도 했지만.. 찡찡거리는 정민이 잘 달래주던 성현이, 규만 형.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장난도 치다가, 도로에서 파는 뻥과자도 사먹다가 오징어도 질겅질겅 씹다가..
멋진 양수리 강가도 구경하며 좋아하다가.. 터널 지나면서 수다떨다가, 퀴즈맞추기 하다가..
화장실들르려 주유소에도 갔다가.. (옥천냉면 먹으려 했지만 차가 너무 막혀 포기했다)
성현이가 마릴린멘슨 MD 테잎을 줬다. 고마와~
서울로 들어서니.. 뉘엿뉘엿 기운해가 멋진 일몰을 만들어낸다. 예쁘게.. 노을이지고 있었다..
연희동까지 달렸다..
저녁 먹고 가자.. 냉면집이 문닫아서 칼국수집으로 들어갔다. 맛있는 칼국수와 보쌈을 정신없이 먹었다.. 아.. 배부르다.. 흐뭇해하며..
- 이건 오빠가 쏜다
- 헷.. 감사합니다. ^^*
버너에 코펠에.. 짐이 제일 많았던 성현이 먼저 데려다주고 목동으로 차를 돌렸다.
정민이 내려다주고, 현정이 내려다주고, 하루종일 운전하느라 달리느라 고생한 차와 형이 유유히 사라져갔다..
그렇게 우리의 3박4일 여정은 막을 내린 것이다..
아.. 힘들다.
집에 도착하니 동생이 있었고.. 호박엿과 오징어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어젯밤엔 저녁 다 먹고 늦게 귀가했는데도 어머니께서 무쳐놓은 울릉도 취나물을 또 맛있게 먹었다.
한밤중 냉장고 뒤지는 자랑스런 현정이의 모습.. 상상이 될 것이다.. 헤헤..
그리고..
종종.. 사진을 들여다보며.. 즐거웠던 여행일 되새겨 볼 우리 멤버들의 모습도 상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