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복날을 꼭 챙기게 된 이유는....
처음 시어른을 뵈러 갈때가 복날이었다.
어차피 빈 손으로 갈 수는 없는 것.
우리집에도 손님들이 오실때면 델몬트나 참치 샴푸셑 과일..
기타등등 손에 들고 들어 오는 걸 많이 볼수있었다.
그런데 그 선물이란 것이 상대방의 취향과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
설령 쥬스는 신 맛을 싫어 하는 사람에게는 냉장고의 짐이 되고
참치나 햄 역시 싫어 하는 사람은
찬장에 차곡 차곡 재어져 눈밖에 나 버릴 것이다.
샴푸도 어줍잖은 것을 사가면 주는 사람의 센스가
바닥을 드러 낼수도 있고
과일도 좋아하는 과일 즐기지 않는 과일..
그리고 그 당도에 따라 평가가 된다.
한참을 고민했다.
선물은 뭐니뭐니해도 정성이다.
그래서 시장에 가서 값싸고 영양많은 닭을 선택했다.
날씨도 덥고 어른들의 연세도 있으시고 해서 영양식을 선택하다
생소한 요리를 하나 찾아 내었던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인삼 닭 곰탕 이었다.
말그대로 곰탕이니 푸~욱 고아야 했다.
임상실험(?)을 거쳐서 가족들의 반응을 먼저 봤던 터라
처음하는 요리라도 낯설지가 않았었지..
친구가 사준 분홍빛 원피스를 입고 영양식을 보자기에 싸서
면접을 보러 가는날...
가족들이 눈이 빠지게 모여서 기다리고 계셨다.
인사를 하고 들어갔다.
어른들은 얼른 손을 끌어 당겨 앉히셨다.
친구는 친구집에도 놀러오고 하는 거다.
지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간직한 검고 마디 굵은 어머니의 손은
내 손을 꼬~옥 쥐어 주시며 편안하게 대해 주셨다.
근데 이기 뭐꼬?
나는 음식을 해 온 이유를 이야기 하며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다고..
날씨도 덥고 영양식으로 한번 드셔 보시라고...
어머니는 잡은 손에 힘을 꽈~악 주시며
단호한 결단을 내리셨다.
우리 한테이 살자..!!
이렇게 해서 O. K.싸인이 났다...
그...후...
벌써 4년...
복날이면 그때가 떠오르고 복날을 절대 그냥 넘기지 못한다.
지난 초복때..
조용히 보낼까... 하는데.. 생각 나는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은지..
먼저 친정에는 전화를 걸었다.
오늘 복날인데 맛있는 것 드셔야죠?
곁에서 챙겨주지 못하는 서운함을 뒤로하고
시댁에 전화를 걸었다.
단잠을 깨운 모양이다.
잠에 어린 목소리를 가다듬으시는 시 아버지..
오늘 복날이죠? 삼계탕 해서 올라 갈께요..
잊으셨단다. 그러고 잠시 달력을 보셨는지..
그렇구나 오늘이 초복이구나. 하신다.
찜통에 식구 수대로 닭을 장만하고 삼계탕을 끊였다.
한참을 푸~욱 끊이고 시댁에 가서 다시 한번 김을 올리고
그릇 그릇 담아 냈다.
두분의 눈이 휘둥그래 지셨다..
드시면서 연신 맛있다.. 맛있네...하시며 손녀도 정성스럽게 챙겨 주신다.
눈으로 남편에게 물었다.
맛있지?
억지로 먹는 표정을 지으며 보이지 않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고는
싱긋이 웃는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달력에 표시되는 날들은 꼬~옥 챙겨야 한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단조로운 일상을 변화시키기엔 충분하기 때문이랄까..
가족들이 배불리 먹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주부로써의 뿌듯함을 느낀다.
오늘도 아침에 시댁에 전화를 했다.
어머니 이번 복날에 뭐 드실래요.
닭은 지난주 먹었으니 오리를 드실래요 아님 칼칼하고 시원한 해물탕을 해 드릴까요..
허허 웃으시고 아무꺼나 괜챦다..
잠시 생각을 해 본다. 뭐가 나을까..
아직 안드셔 보신 해물탕으로 오늘 복날의 더위를 이겨볼까
난 장보러 간다....
휘리릭....
첫댓글 멋진 주부이신거 같네요. 무척이나 행복하게 사시는 거 같아서 부러워요.
와우! 멋져요!
에구야..왜 우리집 달력에는 초복이나 중복이 안나와 있지..책창 구석에 박혀 있는 다이어리를 보고 겨우 알았내..초복은 7월 16일 이였고..오늘 26일은 중복..하하..중복이다..몸보신을 해야하는데..후후..난 사라곰탕면을 먹어야지..ㅠ.ㅠ;..
음식은 정성이라고 하더라구요, 정성과 마음으로 준비한다고. 저는 할줄 아는 것도 없는데 휴, 부럽습니다. 그리고 제가 부끄럽네요. 사랑듬뿍받는데에는 다 이유가 있나봅니다.
사리곰탕면..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