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대에게,
오랜만에 글을 적어 보냅니다.
라고 시작되는, 긴, 기나긴 편지를 한자 한자 꾹꾹 눌러 쓰고 싶은 그런 소망을 조심스레 품게 하는 곳. 만약 가슴 속 깊이 묻어놓은 이가 있다면 펜과 편지지를 가방에 품고, 행여나 그런 소망이 은밀하게 쌓여있던 감정의 둑을 툭 무너뜨릴 것 같아 불안하다면 필히 빈손으로 가시라. 내 서재가 오롯이 서 있는 삼청동 그 거리로.
삼청동 노천카페, <<내 서재>>에는 내밀한 꿈을 품고 있는 자들의 발길이 오늘도 끊이질 않는다. 그 꿈이 이루지 못한 사람에 대한 열망이든 소유하지 못한 자신만의 서재에 대한 열망이든 간에, 몇평 남짓한 공간에 잠시나마 서성이다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로를 얻는다.
세상밖으로 시끄럽게 뻗어나가는 공적인 거리에서 다정함으로 충만한 사적인 공간을 만날 수 있다는 건 매우 드문 일이 아니던가. 그러니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를 떨고 싶거나, 지금 그대 곁에 있는 그대의 어여쁜 당신과 떠들썩하게 깨를 볶고 싶다면, 혹은 이미 방을 가득 메운 넓은 책장과 그 안에 가득 꽂힌 책들을 보며 언제나 배가 부르시다면, 제발 이 공간만큼은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과 허전함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양보해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곳은 소유의 즐거움을 누리지 못한 나 같은 이들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평생을 그리워해야할 이와 결혼하는 우를 범해버린 나는 다만 갖지 못한 내 서재에 대한 소망만을 즐거이 곱씹다 돌아와야 했다. 허나 자신의 소망을 확인하는 작업은 그리 우울한 일만은 아니다. 언제나 꿈꾸는 듯한 눈빛을 지닐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때때로 삶에 지쳐 소망을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에게 무엇에서 연유하든, 그게 사람이든 공간이든, 그로 인해 빛나는 눈빛을 되찾아주니 그것만으로도 이 서재에 대한 애정이 쉬 식진 않을 것 같다.
더위로 지친 눈을 서늘케하는 진초록의 책장이 한 벽을 길게 장식하고 있고, 그 책장에는 작가 이름순으로 친절하게 진열된 2,500여권의 책들이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책장앞에는 나 홀로 손님들을 위한 긴 테이블이 놓여져있으며 그 뒤로 사이즈가 각각 다른 나무 테이블이 옹기 종기 붙어있다. 야외 나무데크에도 테이블이 몇개 놓여 있는데 운치있어 보인다. 거리가 한산하다면 이곳에 앉아서 잠시나마 삶의 열기를 식히고 싶을 만큼 유혹적인 외양이다.
참, 하겐다즈의 바닐라 아이스크림 투 스쿱에 에스프레소 투 샷을 끼얹은 카페 아포가또는 이 작은 서재가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니 꼭 한번은 맛보시길... 차갑게 마시는 카푸치노 또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사진 by Jpapa, 글 by Jmama, 그림 by Ini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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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제가 70년대말과 80년초 다시 상경하여 80대중반 살았던 삼청파출소옆과 총리공관옆이 이렇게 달라졌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