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즐거운 도시 나들이
2023년 2월 1일 수요일
음력 癸卯年 정월 열하룻날
짧은 달, 2월이다!
열 두 장의 첫 번째 달력을 넘겼다.
아침 기온 영하 4도, 포근하게 2월을 시작한다.
끝까지 심술을 부렸던 1월을 미련없이 보냈다.
심술궂고 짖궂은 1월은 마지막날까지 수은주를
영하 17도까지 떨구는가 했더니 늦은 저녁에는
싸락눈을 제법 쏟아놓았다. 끝까지 말썽을 부린
1월이었다. 잦은 한파와 많은 눈으로 기억을 하게
했다고나 할까? 제발 2월은 포근하고 평온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달의 첫날을 시작한다.
어제는 모처럼 산골식구들 도시 바람을 쐬고 왔다.
이따금씩 나가는 가장 가까운 도시, 원주에 다녀온
것이다. 간만에 외식도 하고, 쇼핑도 하고 핑계삼아
고속도로와 국도를 번갈아 드라이브도 한 것이다.
전날밤 아내와 TV를 보다가 짜장면 먹는 장면을
보고 원주에 나가면 가끔씩 가는 맛집에서 점심은
짜장면을 먹자고 했다. 그런데 어제 아침에 아내가
둘째네도 함께 나갈 거냐고 물었더니 나가겠다고
하며 나간 김에 맛있는 거나 먹고 오자고 했단다.
뭘 먹고 싶냐고 했더니 언젠가 우리 부부가 다녀온
원주 외곽의 보리밥 정식을 먹었으면 했다고...
아우들을 위해 짜장면을 포기하고 보리밥 정식으로
점심을 하기로 하여 예약을 했다. 이서방도, 처제도
너무 맛있다며 순식간에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우는
것이 아닌가? 짜장면을 먹었으면 후회할 뻔했다.
이럴땐 꼭 함께 못하는 영주의 막둥이를 생각하게
된다. 맏이라서 우리만 그러는 줄 알았는데 체제도,
이서방도 같은 생각을 한단다. 우리는 이 산골에서
삶터를 일구며 동고동락을 했던 가족이니까...
이따금씩 생필품을 사러 나가는 원주의 대형마트,
어제는 두 군데를 다녀왔다. 알뜰한 아내의 제안,
여기는 뭐가 싸고 저기는 뭐가 더 싸다면서 두 곳을
모두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나? 도시에서 오랫동안
지냈던 처제도 언니의 그 알뜰함에 혀를 내두른다.
이럴땐 괜시리 촌부도 어깨가 으쓱해진다. 아내가
자랑스러워서... 어쩔 수 없는 팔불출이라고 할까?
모처럼 나간 대형마트 쇼핑은 재밌다. 살 것도 아닌
진열된 상품을 둘러보는 것도 흥미롭고 어쩌다가
마음에 드는 것을 발견하여 카트에 담으면 알뜰한
아내는 못마땅한 눈치보다 먹고 싶으면 사라면서
웃는다. 아내는 쇼핑을 나갈 때면 체크 리스트를
꼼꼼히 적어서 간다. 못말리는 습관이고 버릇이다.
그 알뜰함 때문에 이만큼 사는 것이라 늘 고맙다.
다가오는 정월 대보름에 먹을 잡곡, 부럼까지 샀다.
또 언제쯤 나갈런지는 모르지만 즐거운 하루였다.
참, 정말 오랜만에 햄버거와 치킨을 사와서 저녁을
대신했다. 일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한 일이다.
아내가 어찌나 좋아하는지... 가끔씩 사줘야겠다.
첫댓글 보리밥 진수성찬이 맛나보입니다.
촌부님의 삶을 보면 음식 맛도 좋겠지만 제가 보기에
형제들과의 사랑이 흘러 넘쳐서 깨소금 맛이 납니다.
2월의 첫날 즐겁고 행복한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진수성찬 이네요
오늘도 멋진 하루 열어 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