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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 건너 앞은 문안산, 그 뒤 왼쪽은 운길산, 그 뒤 오른쪽은 예봉산
春雨缺缺落 봄비가 소리 없이 내리고
春風細細吹 봄바람 솔솔 불어오니
杏腮纔欲吐 살구꽃 막 피려 하고
柳眼漸能披 버들눈도 점점 돋아나는구나
―― 고봉 기대승(高峰 奇大升, 1528~1572), 「우중에 장난삼아 쓰다(雨中戱筆)」
▶ 산행일시 : 2021년 3월 27일(토), 흐리고 비
▶ 산행인원 : 2명(악수, 제임스)
▶ 산행시간 : 7시간 19분
▶ 산행거리 : 도상 15.6km
▶ 갈 때 : 상봉역에서 전철 타고 청평으로 가서, 택시 타고 고동산 들머리인 삼회2리 마을회관(사기막
입구)로 감
▶ 올 때 : 소야곡 청평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택시 타고 청평에 와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25 - 상봉역 출발
07 : 13 - 청평역
07 : 41 - 삼회 2리 마을회관(사기막 입구), 산행시작
08 : 08 - 산자락 이정표(사기막 1.45km, 고동산 1.7km, 화야산 5.0km)
09 : 10 - 고동산(590.2m)
09 : 41 - △590.4m봉
09 : 58 - 661.7m봉
10 : 12 - 675.8m봉
10 : 33 - 화야산(禾也山, △754.2m)
11 : 25 - 669.9m봉, 점심
12 : 12 - ╋자 갈림길 안부, 절고개
13 : 17 - 뾰루봉(700.1m)
14 : 00 - 암릉, 송전탑
14 : 12 - 451.1m봉, ┣자 갈림길
15 : 00 - 소야곡, 청평자연휴양림 입구, 산행종료
15 : 20 ~ 16 : 45 - 청평, 저녁
17 : 28 - 상봉역
2-1. 산행지도(고동산, 화야산,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양수 1/25,000)
2-2. 산행지도(뾰루봉,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 양수 1/25,000)
▶ 고동산(590.2m)
청평역에서 택시를 타고 고동산 들머리로 가는데 청평 토박이인 택시기사님의 얘기다. 화야산 가는 큰골 길옆
의 운곡암은 여전하여 조만간 조계종으로 편입될 거라 하고, 큰골 안쪽의 초막(?)은 유원지 등지의 무허가 시설
로 철거되었고, 조용기 목사의 처남이 운영한다는 강남금식기도원은 기도발이 예전만 못하다기보다는 살기가
나아져서 하느님을 덜 찾는지 드나드는 차량이 뜸하고, 뾰루봉 북쪽 아래 청평호반에 위치했던 나이아가라호
텔은 가평군 최초의 호텔로 오랫동안 성업 중이었는데 문세광이 숙박했었다는 소문이 돌고 쇠락하여 지금은
카사32라는 리조트가 들어섰다고 한다.
┫자 사기막골 갈림길에서 좀 더 들어가시겠느냐는 택시기사님의 물음에 걸어서가겠다 하고 택시에 내린다.
사기막골 입구다. 커다란 화야산 등산 안내도가 있고 그 아래 고동산(3.2km) 이정표가 있다. 한적한 마을의 집
집 울 너머 매화와 산수유, 산자락 수놓은 진달래꽃을 구경하며 간다. 고동산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길이
없어서가 아니라 길이 너무 많아서다.
마을이 갑자기 떠들썩하게 앵앵거리며 지나가는 119 구급차를 무심코 따라가다가 뒤돌아 나오고, ┳자 화야산
갈림길을 지나고 산자락 농로를 가면서 번번이 농막을 들렀다 길이 막혀서 나온다. 성질대로 한다면 못 갈 것
도 없겠지만 꾹꾹 눌러 참는다. 어지간히 산모롱이 돌자 고동산 이정표가 안내한다. 사기막 1.45km, 고동산
1.7km, 화야산 5.0km. 여기서 화야산은 고동산을 경유하는 거리다.
첫발부터 되게 가파르다. 많은 사람들이 다녀 흙먼지가 풀풀 이는 산길이다. 그래도 주변에는 진달래꽃이 만발
하여 꽃길이다. 멀리로 보고 가까이서 보고 뒤돌아보고 얼른 가서 들여다보고, 천지가 연분홍으로 물들었다. 금
방 구슬땀이 흐른다. 날이 흐렸다. 수일 전부터 오늘 오후 들어 비가 온다고 했다. 산꾼에게는 눈도 비도 벗이
다. 조금도 조급해 하지 않는다. 빗속 산행도 정취려니.
0.75km 정도 올랐을까, 굵은 밧줄이 달린 슬랩을 오르고 가파른 오르막이 멈칫한다. 노송 숲 바윗길을 잠시 지
난다. 나뭇가지 사이로 북한강 건너편 산들을 들여다본다. 처음에는 천마산과 축령산을 한참동안 몰라보았다.
너무 가까이 보여서다. 천마산을 알아보니 비로소 그 근처의 산들이 말하기 시작한다. 백봉, 고래산, 송라산, 두
리봉, 철마산, 내마산, 주금산, 운두산, 오독산, 용마산, 검단산, 운길산, 예봉산 …….
연속해서 암릉 암봉과 맞닥뜨린다. 잘난 길을 따라 왼쪽 사면으로 길게 돌아 넘는다. 고동산 100m 앞 그 전위
봉은 직등한다. 경점이다. 북한강은 물수제비 뜰 듯 가깝고 건너편 천마산을 중심으로 뭇 산들이 발아래다. 고
동산이 첨봉인 암봉이다. 왼쪽 옆으로 돌아 곧추선 슬랩을 오른다. 고동산. 청평에 이만한 조망을 가진 산이 또
있던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가평군과 양평군에서 각각 세운 정상석이 있다.
정상에는 살랑살랑 이는 바람이 제법 차서 정상을 약간 벗어나 휴식한다. 첫 휴식이다. 둘이 가는 산행은 좀처
럼 머뭇거림이 없다. 이대로라면 산행을 예상보다 일찍 마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휴식만 해도 그렇다. 고작
탁주 한 잔씩 마시고 일어난다.
3. 문안산, 그 앞 오른쪽은 양주C.C.다
4. 천마산, 그 앞은 송라산이다
5. 왼쪽은 천마산, 오른쪽은 내마산이다
6. 맨 오른쪽 뒤는 주금산
7. 뒤는 축령산, 그 앞은 오독산이고 그 앞은 운두산이다
8. 천마산, 이 지역의 맹주다
▶ 화야산(禾也山, △754.2m)
화야산 가는 길. 고동산과 높이가 비슷한 봉봉을 넘는다. 길 좋다. 왼쪽 사면은 절벽이고 오른쪽 사면은 완만한
데 풀숲이 없어 삭막하다. 약간 내렸다가 느긋하게 오른 △590.4m봉은 헬기장이다. 부토 쓸어 판독한 삼각점은
‘양수 433, 1988 재설’이다. 롤러코스트 타는 기분이 나는 산행이다. 봉봉을 그렇게 오르내린다. 고동산에서 우
리에게 자리를 물려 준 중년의 부부 등산객을 가파른 오르막인 675.8m봉에서 앞지른다.
이때는 그들은 확실히 부부로 보였다. 여자가 뒤에 쳐져 헐떡이며 오든 말든 남자는 씩씩하게 저 멀리 앞을 간
다. 그런데 화야산 정상에서 휴식하면서 남자가 무의식중(?)에 내뱉은 말을 제임스 님이 듣고 말았다. 여자에게
“맛있는 것 많이 싸왔어?”라고 묻더란다. 한집에 사는 부부라면 하기 어려운 말이다. 어쨌거나 둘이 오둔도순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봉봉 오르내리막이 그다지 심하지 않고 좌우사면 또한 멀리도록 잿빛 사막이라 누빌 일이 없으니 화야산 정상
이 금방이다. 너른 헬기장이다. 많은 사람들이 올랐다. 큼지막한 정상 표지석이 3개나 있다. 삼각점은 2등이다.
양수 22, 1984 재설. 용문산이 잘 보이도록 그쪽의 나무들을 베어냈다. 용문산을 중심으로 봉미산, 도일봉, 백운
봉, 유명산, 삼태봉, 통방산 등이 시커멓다. 우리도 자리 잡고 먹고 마신다. 제임스 님이 도토리묵을 가져왔다.
직접 쑤어 만들었다고 한다. 아주 맛있다. 비결은 묵을 쑬 때 ‘오래 잘 젓는 데 있다’고 한다.
이정표에 뾰루봉 4.2km이다. 아껴 걷기로 한다. 펑퍼짐한 능선의 내리막길이다. 여러 등산객들과 마주친다.
DSLR 카메라를 손에 들고 오는 등산객도 있다. 큰골에서 오르는 것이리라. 나중에 알아보니 큰골 화야산 자락
은 야생화 화원이다. 지금은 얼레지를 비롯하여 홀아비바람꽃, 현호색, 미치광이풀 등이 한창이다. 그 봄은 아
무리 살펴도 아직 이곳 산정에까지는 오르지 않았다.
안부마다 왼쪽 큰골 쪽으로 하산하는 길이 나 있다. 우리는 우회길 마다하고 669.9m봉을 직등한다. 인적 없는
낙엽 수북한 오르막이다. 669.9m봉을 우회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내리막이 사나운 바윗길이다. 평평한
669.9m봉 정상에서 이른 점심밥 먹는다. 보온 도시락이다. 반주로 탁주 술잔에 진달래 꽃잎을 띄운 두견주(杜
鵑酒)라도 마실까 했는데 꽃이 피지 않았다.
느슨하던 여태와는 다르게 수직으로 내리쏟는다. 갈지(之)자 어지럽게 그리며 내린다. 바닥 친 안부는 ╋자 갈
림길이 난 절고개다. 이정표에 왼쪽은 삼회1리 마을회관 3.7km, 오른쪽은 안골 버스정류장 3.8km, 직진은 뾰루
봉 2.1km이다. 이제부터 뾰루봉 위수지역이다. 화야산 하산 길은 여기가 마지막이다. 뾰루봉 가는 길이 한갓지다.
9. 멀리 왼쪽은 백봉
10. 멀리 왼쪽은 주금산
11. 멀리 오른쪽은 주금산
12. 멀리 가운데는 용마산, 오른쪽은 검단산
13. 용문산, 왼쪽은 문례봉
▶ 뾰루봉(700.1m)
╋자 갈림길 안부 지나 뾰루봉 오르는 길은 방금 내려온 길처럼 매우 가파르다. 긴다. 바윗길 잠깐 지나고 노송
숲에서 잠시 가쁜 숨을 돌린다. 점점 찌푸리던 하늘은 그예 비 뿌리기 시작한다. 사방 갈잎 낙엽은 소리 내어 반
긴다. 나뭇가지 사이의 흐릿하던 조망은 그나마 가린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오른쪽 사면을 쓸어가지만 빈 눈
이다. 상어이빨 모양의 봉봉을 넘고 넘는다. 일단의 등산객들과 교대하여 뾰루봉 정상을 오른다.
노송 아래 가평군 표준의 화강암 석주인 정상 표지석이 있다. 날이 맑으면 조망이 썩 좋을 듯한데 오늘은 침침
하다. 하산. 더 가볼만한 산이 없다. 호명산은 강이 막았다. 뾰루봉에서 북쪽으로 내리는 능선은 ‘등산로 없음’이
라고 막았다. 뾰루봉 오르기 직전에 오른쪽 양지말로 내리는 능선이 있으나 겨우 2.5km다. 최대한 긴 능선을 잡
는다. 그중 북서쪽 소야곡이다.
가파른 바윗길을 내린다. 비에 젖어 여간 미끄럽지 않다. 한 차례 뚝 떨어져 내리고 잠시 잠잠하다 다시 바윗길
내리막이다. 왼쪽의 울퉁불퉁한 바위 슬랩을 트래버스 하기 보다는 날등을 기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두어 번 더
듬거리다 남들 가는 길 따른다. 송전탑이 있는 안부로 내려서면 껄끄러운 험로는 끝난다. 부드러운 산길이 이어
지고 잠깐 솟구쳐 451.1m봉이다. 벙커가 자리 잡은 ┣자 갈림길이다.
오른쪽 잘난 길은 청평댐 뾰루식당 쪽으로 가는 주등로다. 우리는 직진한다. 흐릿한 선답의 인적을 쫓는다. 야
산의 날선 가시덤불과 잡목 숲 헤치며 비로소 우리 길을 간다. 그래도 진달래 꽃길이다. 비에 젖어 고개를 푹 숙
였다. 동명 정두경(東溟 鄭斗卿, 1597~1567)이 본 진달래꽃도 이러했다. 그의 한시 「진달래꽃을 읊다(詠杜鵑
花)」이다.
山中三月春欲暮 산골짜기 삼월이라 봄이 저물려고 하매
雜花生樹照岩壑 나무마다 피어난 꽃 바위 절벽 비추는구나
大都山花盡杜鵑 흐드러진 산꽃들은 모두가 다 두견화로
千樹萬樹花一色 천만 나무 꽃의 빛깔 모두가 다 똑같구나
春山遊賞有幾人 봄 동산서 감상하는 사람 몇이 있으려나
落日歸來見樵客 석양 속에 돌아오는 나무꾼이 감상하네
可憐花賤世不貴 가련케도 꽃 흔하여 세상에서 천히 보니
萬事盡然堪歎息 만사 모두 그러하매 탄식할 만하구나
ⓒ 한국고전번역원 | 정선용 (역) | 2015
잡목 숲 뚫어 개활지다. 가족 납골무덤이 나오고 그 아래는 아스팔트 포장한 성묫길이다. 길 내느라 산비탈 깎
은 절개지는 자연석 조경으로 마감하였다. 행세하는 집안인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그 입구의 철조망 문은 자물
쇠 채웠다. 옆으로 간신히 빠져나온다. 한숨을 돌릴 틈도 없다. 다시 철조망 문이다. 이번에는 마을 상수도 지역
이어서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월담할 수밖에.
소야곡 마을이다. 마을 고샅길 내려 청평자연휴양림 입구다. 카카오 택시 부른다. 찬비에 젖어 으슬으슬하니 춥
다. 곧 청평에 가면 중국음식점을 찾아 뜨뜻한 국물이 있는 짬봉이나 주문하여 소맥 한 잔부터 들이켜야겠다.
14. 멀리 가운데는 도일봉, 그 앞 왼쪽은 봉미산
15. 맨 오른쪽 뒤는 백운봉, 앞은 통방산, 삼태봉 연봉
16. 화야산 정상에서
17. 멀리 가운데는 주금산, 그 앞 오른쪽은 깃대봉, 비 오는 뾰루봉에서
18. 암릉이 시작된다
19. 소야곡 마을의 목련
첫댓글 화야산 큰골 함 가봐야겠읍니다
그런데 일당이 빠지지 않아요. ^^
두 분이서 오붓하게 다녀오셨네요,,,2달전에 모닥불님과 반대방향으로 진행했드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