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 훈려사님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긴 글이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글이라 함께 하고 싶어 올립니다.
가평으로 이사를 오고 나서 처음으로 뒷산을 올랐던 때가 기억이 납니다. 나와 다올이 그리고 첼시는 뒷산으로 향했고 인적이 드문 전원주택 마을이라서 뒷산을 오르는 사람도 많이 없는지 산으로 올라가는 길은 풀로 가득했습니다.
다올이와 첼시는 신나게 뛰면서 산을 활보했고, 저도 아이들이 신나하는 모습에 즐겁게 산을 오르고 내려가며 등산을 했습니다.
한참을 걸었을까요.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초행길이고 우거진 풀들 때문에 다시 돌아가는 길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느 쪽으로 걸어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고, 나무들과 주변 모습도 아직 눈에 익숙하지 않아서 집으로 돌아갈 길이 막막했습니다.
그렇게 헤매면서 길을 찾고 있었고, 우리가 점점 엉뚱한 곳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을 때 다올이가 자꾸 저와 멀어지면서 다른 길로 가거나 계속 옆을 돌아보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 다올아 너 길 알아? 한번 가볼래. " 라고 말하며, 다올이가 가는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습니다. (음.. 저는 첼시보다는 다올이를 조금은 더 신뢰합니다..^^ 첼시를 따라가면 아마 그냥 다른 집으로 갈 것 같습니다.)
다올이는 알아들었는지 자신 있게 어딘가로 우리를 이끌었고, 분명 아까 우리가 걸어온 길 같지는 않았지만 따라가다 보니 점점 집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우리는 다행히 무사하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다올이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알았고, 저와 첼시는 다올이의 리드로 집에 돌았습니다.
분명 다올이는 우리는 리드했고, 그때 다올이는 우리의 리더였습니다.
[상황적 리더십 이론]은 허시와 블랜차드의 리더십 생명주기 이론을 발표하였는데 리더십 상황적 이론의 기초가 됐다고 합니다. 이 이론은 리더십의 본질과 유형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오늘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다올이도 리더가 될 수 있음을 설명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올이는 저보다 냄새도 잘 맡고 집으로 돌아가는 능력도 저보다 훨씬 우수합니다. 만약 동대문역에서 잠원역까지 가는 거라면 물론 제가 다올이 보다 더 빨리 잘 찾아가겠지만, 산에서는 다올이 보다 잘 할 자신이 없습니다. 저는 다올이가 더 잘 집을 찾을 거라 믿었고, 다올이에게 맡겼습니다. 한 마디로 다올이가 우리 팀을 리드할 수 있게 도와줬고 다올이는 기쁘게 이 일을 수행했습니다.
다올이를 따라가는 동안 저는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 되려 다올이가 기특하고 왠지 모르게 우리가 더 단단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다올이가 나의 권위를 손상시켰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습니다. 대신 내가 다올이에게 리드할 수 있는 기회를 그 당시에 줬다는 생각이 날때면, 그때 내 판단이 얼마나 환상적이었는지 스스로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우리 사람은 참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세상을 우리가 지배하고 있고 세상을 우리의 편의에 맡게 설계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곳에서 그리고 많은 상황들에서 항상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개와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서로가 잘 할 수 있는 능력을 나누며 살았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은 상황에서 리더가 되어 반려견들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것을 절대부정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내가 자주 말하는 반려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을 의심하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다올이가 우리에게 길을 안내할 때, 제게 명령을 하지도 않았습니다. 다올이는 자신 보다 걸음이 느린 저를 재촉하지도 않았고, 느린 저를 계속 뒤돌아보면서 걸으며 한 번도 짜증도 내지 않았습니다. 저를 줄로 당기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제가 힘들어서 쉴 때면 기다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저를 기다려줬고, 단 한 번의 짜증도 내지 않았습니다.
" 다올이 같은 리더가 있다면, 참 좋겠네.. " 라며, 다올이를 따라가 걸었습니다.
복잡한 골목, 많은 사람들, 자동차, 엘리베이터, 층간 소음..
반려견과 살면서 참 어렵고 힘든 순간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반려견도 우리 사람이 만들어놓은 세상이 조금은 거칠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다올이가 우리 팀을 리드할 때 그는 화를 낸 적이 없습니다. 그냥 기다려줬고 집에 도착했을 때 하이파이브를 하듯 좋아했습니다. 어쩜 우리들의 반려견들도 이런 리더십을 원했던 건 아닐까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상이니, 당연히 우리들에게 더 유리할 겁니다. 그 친구들 이 세상에서 사는 게 녹록지 않을 것이니, 조금 더 기다려주고 응원해준다면 어떨까요?
여러분들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첫댓글 다올이를 통해서 많은 걸 느끼게되네요..!
동감하고 감동입니다~^^ 감사합니다!
완전 멋쟁이강아쥐!!!
좋은글 읽고 갑니다~
제가 알기로 다올이도 아픔이 많았던 아이였더라구요.
다올아~~대단하다!!!
멋진글입니다...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