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바쁘고 낯설고 분주하게 시작되더니 벌써 마무리되었다. 소박한 학급 친구들은 이제 성씨를 빼고 다정하게 이름을 부르는 사이가 되었고, 서로가 조금 너그럽게 봐주는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 날카롭게 날이 선 시선들이 보드라워졌다. 소박한 학급에서 별로 인기 없는 선생님께 이르기, 내가 더 나은 것처럼 친구에게 잔소리하기가 시들해졌다. `별로 안 멋있다.`라는 말에 변명이 줄었고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 도전하는 긍정의 분위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다. 그 과정에는 소박한 교사의 고민, 고민 들이 스며들어 있다. 소박한 교사는 한 달 동안 1년을 산 것 같은 피로가 몰려들지만,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밥맛이 살아나는 대한민국 선생님이다. `잘못이다`라는 충고보다 `안 멋있다`라는 이야기를 더 잘 듣다니, 이것이 요즘 아이들의 트렌드다. `일단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지도할 수 있는데 잘못한 게 없다는 친구에게 선생님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친구들이 하는 잘못이라는 것이 실수인 경우가 많고, 아주 작고 사소한 일인데 무엇 때문에 맘 불편하게 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것이냐? 인정하고, 사과하고, 화해하고, 그러면 그 과정을 선생님이 모두를 칭찬할 수 있단다. 그리고 다음에 안 그러려고 노력하면 될 것 같은데?`라고 큰 소리 없이 설득한다. 이 과정이 흔하게 새 학기에 아이들에게 적용되는 생활지도 과정은 아니다. 유독 큰 소리로 친구들에게 반응하여 저학년 때부터 선생님들의 걱정을 많이 받은 친구를 소박한 학급의 행복한 친구로 영입하기 위한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설득이다.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아 고민을 많이 했는데 3주 차부터 모든 친구가 멋있어 졌다. 자기들이 학급 회의를 통해 정한 규칙들을 못 지키면 당당하게 인정하고 친구들에게 불편을 주면 사과하고, 친구의 사과를 받아들이는 과정들이 눈에 보인다. `휴우` 땀을 닦으며 소박한 교사는 내면화가 되었을까 걱정을 잠시 해 본다. 많이 고민해도 해결은 시간과 아이들이 해 준 경우가 많았다. 걱정은 짧게 하고 내려놓기로 했다. 매년 학급 운영으로 내려지는 숙제가 한 해는 가볍고, 또 한 해는 무겁지만, 아이들을 돕는 이 숙제는 보람이 있는 것 같다.
한 해는 성공하고 또 한 해는 후회가 가득하지만 매년 새로운 꽃으로 다가오는 우리 아이들을 맞고 함께 하고 보내는 과정이 힘들어도 다이내믹해서 좋다. 소박한 교사는 10년 경력의 능숙한 후배 교사가 참으로 힘든 숙제였다고 하고 건네준 학년에 조금 겁을 먹었던 모양이다. 저리 존경하는 후배가 힘들었다고 하다니 과연 나는 잘 해낼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소박한 교사도 새 학기에는 자신감도 없고 걱정도 된다. 그것을 채워주는 것이 아이들의 긍정적인 변화이다. 변덕스럽긴 하지만 소박한 교사는 3월 한 달간 가득 충전한 것 같다. 조금씩 나누어 일 년 동안 사용할 요량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이제 흔들리지 않고 말이다. 새 학기 소박한 학급의 아이들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방송국에서 새 학기 아이들의 적응 모습을 담기 위해 소박한 학급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방송국 마크가 찍힌 카메라를 보고 신기해했으며 리포터가 교실 가운데서 이야기하는 것도 보고, NG도 보면서 아이들은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다음 날 미술 시간에 내 꿈 그려 오리기에서 마이크가 많이 등장했다. 아이들은 보고 경험한 만큼 꿈꾼다는 것이 사실인가보다. 아이들에게 부담이 될까 봐 조금 망설였는데 소박한 교사의 부끄러움은 접어두고라도 아이들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어 다행이다. 일기장에도 많이 써왔다. 그 당시 아이들의 감정을 적은 글에 혼자 많이 웃었다.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방송이 나온 다음 날부터 아이들이 선생님을 조금 더 따른다.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공유한 유대가 생긴 모양이다. 아이들의 진지한 모습이 참 귀여웠던 새 학기 에피소드이다. 이런 작고 행복한 일들이 얼마나 많이 생길까, 또 소박한 교사는 얼마나 많은 한계를 경험할까, 우리는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얼마나 서로를 좋아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울고 웃는 드라마 한 편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학급의 아이들이 순탄하게 한 학년을 지내기를 바라며,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켜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새 학기 모든 선생님께서 가지리라 생각된다. 문법에 벗어난 표현이지만 `안 멋진 선생님` 안 하고 싶다.
교실에 떨어진 초콜릿 껍질 주워서 `이건 어제 선생님 야근하면서 먹었던 거다. 쓰레기통에 제대로 못 넣었구나! 미안해 스스로 주워서 처리하겠습니다.` 했더니 아침 청소를 하던 당번이 `쓰레기통 바로 옆에 있었어요. 선생님 괜찮아요.` 한다. 억양이 나를 닮았다. 아이들 앞에서 더 좋은 말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