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반도체 5대 강국 꿈 좌절되나…韓 기업 ‘예의주시’
입력2023.06.01. 오후 3:32
기사원문
박종진 기자
7
16
본문 요약봇
텍스트 음성 변환 서비스 사용하기
글자 크기 변경하기
SNS 보내기
인쇄하기
인도 구자라트주 반도체·디스플레이 팹이 들어설 돌레라 특별투자지역 개요. 전자신문DB
반도체 5대 강국 도약을 예고했던 인도 정부 계획에 적신호가 켜졌다.
인도에 첫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려던 국제 반도체 컨소시엄 ISMC 투자 진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도 구자라트주에 대규모 반도체·디스플레이 팹을 구축하려던 베단타 그룹 역시 사업 파트너 확보에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4월 베단타그룹 주요 임원이 방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과 파트너십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베단타그룹은 올 연말 인도 구자라트주에 반도체·디스플레이 팹 착공을 시작해 디스플레이는 2026년, 반도체는 2027~2028년부터 본격 양산할 계획이다.
베단타그룹과 사업 협력을 검토 중인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은 현지 상황에 따라 인도 진출을 유보해야 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ISMC의 인도 반도체 공장 설립이 교착 상태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ISMC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기반을 둔 넥스트 오르빗 벤처와 이스라엘의 타워세미컨덕터의 합작 투자사다. 30억달러를 투자해 인도 카르나타카주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그러나 ISMC 내 유일하게 반도체 기술력이 있는 타워가 변수로 작용했다. 인텔은 지난해 2월 타워 인수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국 등 각국 반독점 규제당국 심사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인텔의 타워 인수가 완료돼야 ISMC가 인도 반도체 공장 설립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타워는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가전·자동차 등에 필요한 센서,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 등을 제조하고 있다. 타워가 참여하지 않으면 반도체 기술 부재로 공장 설립이 무산될 수 있다.
또 베단타그룹과 대만 폭스콘이 설립한 합작회사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구자라트주 팹 구축 계획도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베단타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협업을 추진했으나 지분 등 양측 이견으로 논의에 진전이 없다고 전했다. ST마이크로 등 기술 파트너 확보가 어려워지면 구자라트주에 설립하려던 반도체 팹 건설도 중단되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 같은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반도체 5대 강국 도약을 선언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에 좌절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2014년 발표한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 일환으로 자국 내 반도체 제조 공장 설립과 해외 기업 유치를 추진해왔다.
국내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미·중 갈등 심화로 인도가 반도체 등 산업 대체 지역으로 검토되고 있지만 산업단지 등 인프라가 아직은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인도 현지 불안정한 전력 공급이나 수자원 부족, 전문 인력 부재 등 문제도 남아있어 인도 진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