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청자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중계를 통해 이전의 어떤 스포츠경기보다 실감나는 고화질 화면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카메라와 제작인원부터 사상 최대규모. 개막전과 8강전 이후에는 경기당 23대, 이 외의 경기에는 20대의 카메라가 경기장 곳곳에 배치된다. 지난 프랑스 월드컵 때는 16대,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는 15대, 국내축구경기에서는 10대 안팎의 카메라가 사용됐다는 점에 비춰보면 시청자들은 ‘초호화판 중계방송’을 보게 되는 셈이다. 제작인원도 98년 프랑스 월드컵에 비해 대폭 늘어난 200여명.
경기장 관람에 비해 현장감이야 떨어지겠지만 경기 전체의 흐름을 파악하고 선수와 벤치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읽는 데는 TV가 단연 앞선다. 이번 월드컵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주관방송사인 HBS(Host Broadcast Services)가 독점중계권을 갖고 전세계로 송출될 경기화면을 제작한다. 시청자에게 시각적 충격을 줄 수 있는 장치로는 1초에 90프레임을 찍는 수퍼 슬로모션 카메라가 돋보인다. 1초에 30프레임을 찍는 일반 슬로모션 카메라와 달리 리플레이(replay)를 느리게 할수록 부드럽고 선명한 화면을 선보인다. 땀방울이 경기장 바닥에 떨어져 튀어오르는 모습까지 잡아낼 수 있다고 HBS측은 자랑한다. 경기장 전면과 좌·우 양측면에 3~5대가 배치된다. 골대 뒤에 1대씩 설치돼 골 장면을 생생하게 잡아낼 미니 카메라와 공의 위치를 따라가며 허공을 떠다니는 크레인 카메라 2대는 역동적인 화면을 창출하는 ‘주역’이다.
이번 월드컵의 두드러진 변화는 주관방송사가 동시에 8가지 중계화면을 송출하는 수퍼피드(Super feed)의 도입. 각 방송사는 자국 시청자에게 필요한 화면을 취사선택해 최종화면을 제작하게 된다. 현장에 없는 해설자와 캐스터를 위한 화면도 별도로 송출된다. 3D그래픽도 최초로 등장한다. 선수명단, 경기분석자료, 스코어 등이 유선형으로 입체화된 그래픽 속에 표현된다.
한편, 국내 방송사들은 한국에서 열리는 24경기를 8경기씩 나눠 HD급 디지털 방송화면으로 제작한다. 각 방송사는 경기마다 중계차 1대와 카메라 8대를 투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