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진 신사동 나들이
이번엔 인사동이 아닌 강남 신사동으로 그림 구경 나들이를 했다. 양재천에서 쑥을 캐온 것에 대한 답례인지 아내가 어느 화가의 전시회를 소개한 신문 한 페이지를 주며 관심 있으면 가보라고 했다. 한때 열심히 수 묵화에 매달렸고 가끔 인사동 나들이도 하는 나를 위한 배려다.
휴대폰 네비를 켜고 ‘木丁 方義傑 특별전’이 열리는 메종 바카라 서울을 찾았다. 프랑스 명품 크리스탈이 진열된 공간을 방 화백의 수묵화 20여점이 벽을 장식하고 있었다.
화가들의 전시회를 볼 때마다 작품세계에 빠지면서도 ‘나는 언제나 저 근처에 이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어깨가 움츠러들곤 했는데 이번 전시회에선 희망과 용기를 얻었다.
1938년 전북 고창에서 태어나 홍익대 미술대에서 청전 이상범과 운보 김기창으로부터 한국화를 배운 그는 40여 년간 전남대 미술과 교수로 재직했다. 절필과 다시 붓 잡기를 반복하며 그림을 그려와 미술계에선 ‘은둔형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나를 주눅 들게 하지 않았다. 고집스레 자기 세계를 파고드는 고집과 인내, 드러내지 않으려는 순박함, 자신을 내려놓은 듯한 화풍은 나를 위로하는 듯했다.
‘자네도 좀더 끈기를 갖고 붓과 친해지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걸!’하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어떤 개념의 틀에 갇히는 것을 거추장스러워 하며 그저 수묵화를 그리는 것에서 해방과 자유로움을 얻고 영혼의 안식을 얻는다는 그의 고백은 내가 대신하고픈 것이기도 했다.
추상화처럼 보이면서도 가까이 보면 심산유곡이 숨어있고 거친 붓질이 거쳐 간 한지 위엔 눈부신 바닷물결이 일렁거렸다. 짙은 운무가 흐르는 그의 수묵화는 구상과 추상의 벽을 허물고 농담의 심연을 보여준다.
“육십이 넘어 먹의 깊은 맛을 깨달았다”는 방 화백의 고백에 다시 붓을 잡을 용기가 솟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