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노래 속으로
글/김덕길
혹시 ‘그래 걷자’라는 노래를 들어보셨나요?
아니면 노래 ‘청춘’은 들어보셨나요?
동탄 시내를 달리다 우연히 광고판을 봅니다.
‘김창완 밴드 무료공연’
가슴이 뜁니다. 보름 전부터 설레다가 노점 장사를 일찍 마치고 나는 서둘러 공연장으로 출발합니다. 물건 두세 개를 더 파는 것 보다 내 젊은 날의 우상을 만나는 것이 더 중요했으니까요.
내가 어릴 때는 주로 남자 가수를 좋아했습니다. 다른 또래들과는 좀 특이했습니다. ‘백영규, 함중아, 조용필,’이런 가수를 좋아했습니다.
1983년 탤런트 황신혜가 드라마에 데뷔를 합니다. 최인호 원작 ‘내 마음의 풍차’가 MBC베스트셀러 극장에 소개 되었고 드라마가 진행되는 내내 김창완의 노래가 배경음악으로 흘렀습니다. 그때 들었던 노래 ‘그래 걷자’는 내 심장을 촉촉이 적시는 단비 같았습니다.
‘그래 걷자 발길 닿는 대로 빗물에 쓸어버리자 이 마음, 한 없이 정처 없이 떠돌아 빗물에 떠다니누나 이 마음…….’
고독이 무엇인지,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엔 너무 어린 내 젊은 15살의 나이가 이 노래를 들으면서 부쩍 마음이 성장했다면 과장일까요?
드라마와 음악이 너무나 절묘하게 어우러져 나는 잠시도 그 흑백텔레비전 앞에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드라마 삽입곡 ‘어머니와 고등어’는 가수 김창완을 완전히 나의 우상으로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한 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있네. 어머니 코고는 소리 조그맣게 들리네, 어머니는 고등어를 구워주려 하셨나 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재를 독백하듯 중얼거린 것이 노래가 되고 이 노래는 최고의 히트를 칩니다.
어느 날, 생방송에서 3분이 남자 엔딩 곡으로 새 음반을 소개합니다.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라는 노래였는데 음반이 처음이다 보니 DJ가 시간분량을 몰랐던 모양입니다. 노래는 전주곡만 나오다가 잘렸습니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전주곡만 3분이 넘거든요. 그런데 그 전주곡이 너무 좋아서 난 지금도 즐겨듣곤 합니다.
산울림이 처음 데뷔할 때입니다.
집 근처에 ‘서라벌 레코드’사가 있었답니다. 지인들에게 선물로 주려고 3백만 원치만 음반을 만들어 달라고1집 ‘아니 벌써’를 제출했대요. 책만 자비출판이 있는 줄 알았는데 테입도 자비 음반이 있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지요. 레코드사에서 얼마 후 연락이 왔는데 돈은 필요 없으니 당장 공연준비를 하라는 거예요. 음반은 내놓자마자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답니다. 동네 레코드 가게마다 ‘아니 벌써’가 울렸고 유흥가마다 산울림을 섭외하고자 줄을 섰다는 후문입니다.
‘산 할아버지, 빨간풍선, 가지 마오,’라는 노래를 들으며 나는 시골 집 마당에서 말린 콩타작을 했습니다. ‘청춘’이란 노래는 젊은 우리 시대에 위로가 되는 친구 같은 곡입니다.
어느 날, 김창완은 아이유와 함께 ‘너의 의미’를 다시 만들었더군요.
공연장은 늦게 도착해서 이미 만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가수가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릅니다. ‘기타로 오토바이를 타자, 개구쟁이, 너의 의미’등을 불렀고 엥콜 엔딩 곡으로 ‘청춘’을 부르더군요. 잠깐이었지만 나는 산울림과 노래를 같이 불렀고 그 시절을 추억했습니다. 관객들은 60대부터 어린아이들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공연장을 채웁니다. 감동입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면서 가슴이 뿌듯해옴을 느낍니다.
‘아! 우리들의 우상이었던 가수도 이제는 나이를 먹는구나. 그 만큼 내 나이 듦을 이제는 인정하자.’
인정한다는 것은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내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멋지게 살아온 저 그룹 산울림처럼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남은 생을 살아 보렵니다.
가을로 건너는 밤하늘의 공기가 오늘 따라 더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