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10 엔진은 선택받은 몇몇 자동차만의 전유물이다. 그만큼 양산차에 V10 엔진이 올라가는 경우는 드물다. V10 엔진을 쓰는 모델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현재의 V10 엔진은 출력 경쟁 시대의 산물이다. 포르쉐와 BMW, 아우디, 람보르기니 등이 차례로 도입하면서 한때 V10이 고성능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적도 있다. V10이 격한 다운사이징의 열풍 속에서 계속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특별한 유닛임은 틀림없다.
다양한 엔진의 형식 중에 가장 만나기 힘든 게 V10이다. V10은 양산차 뿐만 아니라 레이싱에서도 쉽게 보기 힘들다. 20세기까지는 닷지 바이퍼의 V10이 유일무이했고 다른 메이커도 굳이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다수의 모델에 V10이 쓰이고 있다.
V10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그 배경에는 날로 높아지는 기술과 치열해지는 고출력 경쟁이 있었고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도 빠르게 성능이 향상되기 시작했다. 지금에 비하면 2000년대 초반은 그야말로 풍족한 시기였다. 크게 규제를 신경 쓸 필요 없이 원하는 자동차를 쉽사리 개발할 수 있었고 이런 모델들은 메이커의 이미지를 높이는 도구로 쓰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트렌드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스포티였다. 스포츠카뿐만 아니라 세단과 SUV, 심지어 미니밴까지 스포티한 주행 성능과 스타일링으로 어필했다.
양산차의 V10 엔진은 F1과 시기적으로도 맞물린다. 그래서 V10하면 F1을 떠올릴 수 있었다. 당시의 F1 머신은 모두 V10 엔진을 사용했고 다른 레이싱에서 쉽게 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렇기 때문에 성능을 떠나 보다 스포티한 이미지를 어필할 수 있어 BMW를 비롯한 다른 메이커들이 하나둘 채용하기 시작했다.
현재의 V10은 독일 메이커들이 주도하고 있다. 현대적인 V10의 효시라 할 수 있는 크라이슬러의 V10은 첨단 기술보다 대배기량에 의존한 반면 지금의 독일제는 직분사와 가변 밸브 등의 첨단 기술로 무장해 손쉽게 리터당 100마력을 달성하고 있다. 거기다 트럭 베이스의 바이퍼와 달리 레이싱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21세기 들어 가장 돋보이는 V10은 포르쉐의 카레라 GT였다. 카레라 GT의 V10은 레이싱에 기반을 둔 것으로 이론적으로 72도의 뱅크각이 이상적으로 알려져 있으나 포르쉐는 68도의 뱅크각을 설정하고 있다. 이 V10은 원래 르망 24시를 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포르쉐가 참가를 포기하면서 수퍼카용으로 개조됐다. 포르쉐가 자랑하는 바리오캠 기술 등에 의해 리터당 100마력이 넘는 고출력을 내지만 저회전에서도 풍부한 토크를 자랑한다. 무게도 205kg에 불과하다.
현재 선보이고 있는 V10 엔진은 BMW와 크라이슬러, 람보르기니, 아우디 정도가 유일하다. 한때 포드도 모듈러 V8 베이스의 V10을 쉘비 코브라와 머스탱에 올린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지만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전격 취소했다. 반면 토요타는 여전히 차기 렉서스의 수퍼카에 V10 엔진을 얹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우디
아우디는 BMW에 대항해 S6, S8 등의 모델에 V10 엔진을 올리고 있다. 코드네임 BHU로 불리는 아우디의 V10은 자연흡기는 물론 트윈 터보 버전까지 나온다. 580마력으로 출력을 높인 트윈 터보 버전은 RS 6에 올라간다.
아우디의 V10은 코스워스와 공동 개발한 람보르기니 갈라르도의 V10이다. 하지만 기본 블록은 아우디의 V8에 근거를 두고 있다. 배기량은 모두 5리터로 동일하지만 가야르도의 최근 버전에는 5.2리터로 확대됐다. 이론적으로 V10은 뱅크각 72도가 가장 부드럽다고 알려졌지만 아우디는 90도를 채용하고 있다. 90도의 뱅크각은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V10 엔진은 아우디의 정평난 트윈 터보 시스템과 독자적인 FSI 직분사 시스템, 가변흡기 등 보유하고 있는 모든 기술이 총동원된다. 트윈 터보 직분사 엔진은 지체 현상이 없고 전영역에 걸쳐 토크가 충만한 것이 특징. 76.4kg․m이라는 최대 토크가 이 1,750~5,8000rpm의 넓은 구간에서 발휘되는 것이 주목할 만하다. 또 아우디의 V10 엔진은 터보의 특성상 업그레이드가 비교적 용이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윤활 시스템도 드라이 섬프가 적용된다.
RS 6에 올라가는 엔진은 가장 고출력이다. 이 엔진은 5.2리터에 트윈 터보를 달아 출력을 580마력/6,250~6,700rpm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구형 보다 130마력이나 높아진 것이다. 돋보이는 것은 최대 토크의 수치. 66.2kg.m의 최대 토크가 1,500~6,250rpm의 넓은 구간에서 나온다. 이 최대 토크도 6단 AT의 용량 때문에 제한이 걸렸다.
10.5:1의 압축비는 터보 엔진으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이며 278kg의 엔진 무게는 S6의 220kg이나 M5 240kg 보다 다소 무겁다. RS 6의 경우 냉각 성능을 고려해 라디에이터는 7개, 쿨링 팬은 4개가 달린다. R8 V10에는 525마력으로 디튠된다.
BMW
BMW는 E60 M5에 V10 엔진(S85B50)을 올렸다. 4도어 승용차에는 처음으로 V10을 사용한 모델이다. 최초로 승용차에 V12 엔진을 선보였던 BMW다운 행보이며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자연흡기 엔진 메이커로서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S85B50은 BMW의 가변밸브 타이밍 기구인 더블 바노스 시스템이 4개의 캠샤프트에 적용되며, 10개의 독립 스로틀과 정교하게 다듬어진 엔진 매니지먼트 시스템, 그리고 오일 순환 계통까지 F1 기술이 적용되었다. 특히 고회전 영역에 있어서는 F1 최초로 1만 9천 rpm을 넘어선 레이싱의 노하우가 십분 적용되었다. BMW는 사운드조차 F1 머신과 흡사하게 조율했다고 밝혔다.
출력은 507마력으로 역대 BMW 모델 중 최고이다. 거기다 고회전 지향도 역대 엔진 중 최고이다. 또 무거운 중형 세단에 리터당 100마력을 내는 자연흡기 엔진이 얹히기도 처음이다. 최고 출력은 7,750rpm에서 나오지만 회전수의 한계는 8,250rpm에 달한다. 거기다 53.0kg.m의 최대 토크도 6,100rpm이라는 높은 회전수에서 나온다. 하지만 3,5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전체 토크의 80%를 발휘한다.
S85B50는 블록과 헤드까지 전부 알루미늄 재질이며 단조 알루미늄 피스톤은 말 모터스포츠가 제공했다. 밸브와 밸브 스프링, 태핏 등을 모두 경량화 해 이전 M5의 V8 보다 17.5%나 무게를 줄였다. 엔진의 무게는 240kg으로 이전의 V8과 거의 같다. S85B50는 2005년 데뷔 이후 국제 올해의 엔진의 각기 다른 4개 클래스에서 최우수 유닛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크라이슬러
닷지 바이퍼는 현대적인 V10 엔진의 시작이다. 이 V10은 크라이슬러 LA 엔진의 하나로 다른 유닛과 다르게 알루미늄 재질이다. 1992년의 프로토타입에 얹혔던 V10은 매그넘 5.9리터의 실린더를 2개 늘리고 스트로크를 99mm로 확장한 버전이었다. 프로토타입의 블록은 당시 크라이슬러의 자회사였던 람보르기니가 설계했다고 알려진다. 이는 원래 트럭을 위한 엔진이었지만 방향을 선회해 닷지의 새 스포츠카용으로 개조했다.
요즘은 거의 볼 수 없었던 푸시로드 방식을 사용했지만 8리터라는 대배기량으로 높은 토크를 달성했다. 출력은 400마력에 불과했지만 67.7kg.m의 최대 토크는 당시로선 경쟁자가 없었다. 이 V10은 곧 450마력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크라이슬러의 V10이 가장 크게 변화한 때는 2003년이었다. 배기량을 8.3리터로 확장해 출력을 510마력으로 높이면서 최대 토크도 73.9kg.m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재작년 1월에 발표된 8.4리터 버전은 최대 출력이 600마력, 최대 토크는 77.4kg.m까지 높아졌다. 8.4리터 버전은 SRT-10 모델에 올라간다.
8.4리터 버전은 이전까지와는 사뭇 다르다. 여전히 기통당 2밸브라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한 변화를 겪었다. 크라이슬러는 새로운 V10을 개발한다는 각오로 영국의 맥라렌과 리카르도의 힘을 빌렸다. 실린더 헤드와 인테이크 매니폴드를 새로 개발했을 뿐 아니라 밸브의 크기도 늘렸다. 듀얼 스로틀 보디와 효율을 20% 높인 배기 시스템도 달라진 부분이다. 압축비를 9.6에서 DOHC와 비슷한 수준인 10.2로 높이면서 냉각 시스템과 피스톤 등을 모두 보강했다. 단조 커넥팅 로드는 헤미 6.1리터에서 가져왔다.
거기다 바이퍼로서는 처음으로 가변 배기 밸브 타이밍까지 채용됐다. GM의 3.9리터 V6에 이어 OHV 엔진으로서는 2번째로 가변 밸브 타이밍이 적용된 것. 이런 개선에 힘입어 출력이 600마력으로 높아졌을 뿐 아니라 발생 회전수도 6,100rpm으로 상승했다. 출력과 회전수에서 DOHC의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 한계 회전수는 6,250rpm이다.
람보르기니
람보르기니의 V10은 아우디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가야르도에 쓰이는 5리터 V10은 아우디의 S6, S8과, LP560-4의 5.2리터 R8과 공유한다. 물론 람보르기니 모델임을 고려해 출력의 차이는 조금씩 발생한다.
람보르기니의 V10은 2003년의 가야르도에 첫 선을 보였다. 앞서 얘기한대로 가야르도의 V10은 아우디가 개발했고 베이스 블록을 공유한다. 기본 블록은 아우디의 헝가리 기요르에서 제작되며 마지막 조립은 람보르기니가 맡는다. 람보르기니 역시 무게 중심을 낮추기 위해 90도의 뱅크각과 드라이 섬프를 채용했다. 베이스는 아우디의 V8 4.2리터가 바탕이지만 실린더 헤드는 람보르기니가 직접 개발했다.
5리터 엔진의 출력은 500마력으로 정확히 리터당 100마력을 달성했다. 연속적으로 흡배기 밸브 타이밍을 가변하는 한편 인테이크 매니폴드도 2단계로 변화해 저회전의 토크와 고회전의 출력을 모두 잡았다. 최대 토크는 51.9kg.m으로 1,500rpm이라는 낮은 회전수에서 전체 토크의 80%를 발휘한다.
5리터 엔진은 SE와 2006년 이후 모델에서는 회전수의 한계를 8천 rpm까지 올려 출력을 520마력으로 높였다. 하지만 최대 토크의 발생 시점은 4,250rpm으로 이전 보다 250 rpm 낮아졌다. 또 수퍼레제라 모델에는 530마력으로 소폭 올라간다.
최신 버전은 작년에 나온 5.2리터 버전이다. LP560-4에 올라가는 5.2리터는 배기량을 5,204cc로 올리면서 출력이 560마력까지 높아졌다. 출력이 40마력 높아지면서 최대 토크의 수치도 55.0kg으로 상승했지만 연비는 7.05km/L에서 8.16km/L로 오히려 좋아진 것은 대단한 개선이다. 연비가 좋아지면서 CO2 배출량도 400g/km에서 351g/km으로 낮아졌다.
폭스바겐
폭스바겐의 5리터 V10 TDI는 현존하는 디젤 엔진 중 최대 배기량이다. V10 5리터 디젤이라는 형식은 양산차는 물론 레이싱에도 그 예가 별로 없다. 현재는 투아렉에 올라가고 있지만 단종이 유력해 보인다.
폭스바겐의 5리터 V10도 90도의 뱅크각을 사용하며 81×95.5의 롱 스트로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블록은 저압 주조된 알루미늄 재질이며 18.:1의 압축비는 최근의 디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인젝터의 압력은 2,050바에 달하며 트윈 터보는 가레트의 GT1952V를 사용한다. 초기 버전의 출력은 313마력(76.5kg.m)이었지만 2007년에 나온 R 모델에는 340마력으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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