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세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우리는 형제로서 함께 살아가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보로서 다 같이 멸망할 따름이다. -마틴 루터 킹 2세-
우리 군에는 타지에서 들어와 보면 예쁜 마을이 참 많다. 가끔 낯선 사람으로부터 “이곳에 살면 텃세는 없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은 분명 귀촌이나 귀농을 생각하면서 우리 영암에 목적을 두고 작정한 질문일 것이다. 따라서 귀농과 귀촌정책을 뒤흔드는 귀농과 귀촌인들에 대한 원주민들의 텃세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농촌마을 관계자들은 대부분 요즘 그러한 사례는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지방소멸을 걱정해야 할 만큼 농촌고령화가 심각한 이 시대에 젊은 귀촌 귀농인들에게 텃세를 부릴 만큼 기력 있는 원주민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귀농 귀촌인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새로 이주해간 농촌마을에서 크고 작은 텃세를 겪었다는 경험담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배타적 태도는 원주민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인가? 조금만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이주민이나 외지인들은 은근히 토착민들을 무시하거나 폄하하는 경우도 적잖게 있다는 것이다. 일부 원주민은 한곳에 평생을 살았다는 사실을 특권으로 착각하지만 어떤 외지인들은 시골 사람에 대한 편견을 호기심으로 포장한다. 이것은 도시 사람과 시골사람을 구분해 바라보는 우리의 습관에도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눈높이가 맞지 않아서 지역민과 섞일 수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본다. 어느 귀촌인은 말이 통하지 않아서 힘들다고 고백한다. 그렇다면 그들과 시골사람들의 학력이나 수준의 차이 때문은 분명 아닐 것이다. 텃세의 문제는 사실 텃세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보다는 오해와 오만함의 문제 그리고 정책적으로도 풀어야 할 지방자치제의 근본적 문제 또한 있으리라 본다. 귀농과 귀촌인 그리고 지역민들과 생각의 차이는 의외로 심각하다. 서로에게 잘 적응하지 못해 소소한 갈등이 생겨나게 되는가 하면 작은 지역사회에 '이사온 그 사람'이라고 하면 전 면민이 거의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귀농이나 귀촌인은 먼저 다가서고 먼저 찾아가서 친근함을 주고 내가 괜찮은 사람임을 알려야한다. 그 또한 농민들과 버무려지기에는 대단히 버거울 것이다. 특히 자유로운 도시 생활과는 다르게 이웃들의 눈치를 봐야하는 경우가 흔치 않게 발생한다. 자동차 굴러가는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정도이며 외출을 한다거나 외출 시 옷차림까지도 유심히 관찰하고 그 관찰은 간섭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보니 이웃과 어울리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것이다. 도시사람들은 퇴근시간 이후 직장에서 급한 연락만 와도 스트레스이며 짜증인데 반면 시골사람들은 각종 모임을 만들어 분주함의 기회를 만들고 그러한 모임에서 기쁨과 인생의 가치를 느낀다. 도시에서는 여유로운 생활을 선호하며 갈망하는가 하면 시골사람들은 소수의 똑같은 사람들로 갖가지 모임을 무한 반복적으로 형성하고 그 안에서 내가 이렇게 바쁜 사람이라는 것을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 보니 새로 정착하는 지역과 그곳 사람들의 생각과 정서에 관하여 어드바이스해 줄 수 있는 편안한 멘토를 만나기가 어렵다. 기본적인 인프라가 수도권과 비교할 수가 없을 만큼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행정과 지역민의 도움이 필요할 것도 사실이다. 지자체에서 귀농 귀촌인을 위한 제대로된 정책을 고민한다 하더라도 그 형식안에서 실질적인 도움은 지역민의 자세와 성공적인 이주민 맞이는 지역민의 몫이 크다고 본다. 미루어보아 우리나라는 환대의 전통이 훌륭하다. 집에 손님이 올 때면 깨끗하게 청소를하고 준비를 한다. 이제 그 마음과 영역을 집에서부터 마을과 내 지역으로 확대해서 실천할 때이다. 사람들의 인심과 친절함이 반영된 농촌마을이 확산될 때 지자체와 나라는 하나로 버무려질 수 있을 것이다. 거기서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많은 것과 그 정서와 가치를 찾게 될지도 모른다. 또한 농촌 마을에는 장점이 많다. 우선은 자연과 가깝다. 각박한 현대사회와 분리된 느린 삶의 속도도 큰 매력이다. 간혹 풀 냄새와 가랑비라도 내리면 땅 냄새를 맡을 수 있어서 마치 산업사회 이전의 시대에 존재하는 것 같은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친밀한 지역사회의 정서도 장점 중 하나다. 철물점 주인은 동네사람들이 어떤 집에 살고 수리를 위해서 뭐가 필요한지를 파악하고 있다. 식당에서 직원은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주문을 받고 어제는 어떤 메뉴를 먹었는지를 대화로 나눈다. 이런 정겨움이 이제는 외부인에게도 균일하게 적용되었으면 한다. 주민들은 집 앞의 평상이나 마을회관에 모여 앉아 지나가는 귀촌인들에게 손이나 흔들며 웃어주는 환대와 선을 넘지 않는 친절함이 시골사람들의 진정한 가치로 남았으면 한다. 아울러 텃세란 한 곳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나 이해의 정도에 따라 달리 한다는 사실을 귀농과 귀촌인들이 알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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