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좋은님들과의 답사 예정에 그 여정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그리고 좋은 님과의 동행은 항상 나를 들떠게 하곤 한다.
몇날을 설레임으로 지세우다 오랫만에 사우나에서 땀빼고 얼굴에 광내고
빤지르르한 모습으로 길을 떠났다.
어차피 경주까지 갈거면 좋은곳 몇군데 들리고 가자는
역시 전문가다운 동행한 님의 이야기에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꿩먹고 알먹고' 바로 이것 아니던가...
조금 일찍 출발해서 가는 여차여차에 좋은느낌 가슴에 안고 답사에 임하는 것이라니 이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環城寺(환성사)
신라 흥덕왕10년에 지었으나 고려말 화재로 인해 유실 된 것을
조선 인조 13년 신감대사가 다시 지었다고 전해지는 사찰이다.
경산 하양을 지나 영천 은해사 방향으로 길을 꺽자 일면식이 있는
절집 안내판이 친근하다.
오래전 몇번을 다녀왔음에도 구석구석 내면을 알지 못하고
조용한 사찰만 기억하고 있는 이 못난 중생은 그져 처음보는
느낌으로 감탄만 할 수 밖에...
환성사 일주문.
압도하는 듯한 돌기둥 네개가 일열로 가지런히 솟아있다.
기억에 가물가물 하지만 합천근처 어디 자그마한 쌍계사
칡나무 덩쿨로된 일주문이 문득 생각난다.
네개의 돌기둥으로 된 일주문의흔적, 칡덩쿨로 된 일주문
각각의 아름다움이 있으니 따뜻한 질감의 돌로된 것과 꼬인 부드러움의 상반됨이라...
범어사 일주문이 불가사의 하다는데 환성사 일주문의 흔적이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데는 더할나위 없다.
두개의 우주는 사각으로, 두개의 탱주는 팔각이라...
기둥 상층부에 패인홈이 더욱 궁금증을 자아내기엔 충분하고
각 기둥 하부에 각각의 홈은 동행한 님과 토론하기엔 안성맞춤 이다.
위에 놓여진 지붕을 상상해보며 웅장했을까? 아님, 화려함의 극치였을까? 그것도 아님, 살짝 끼워 맞춰진 계산되고 아름다운 그 무엇이 였을까...
세월에 지친 흔적이 그나마 반가움은 무얼 뜻하는가?
일주문 돌기둥옆에 나란히 핀 이쁜 꽃들이 훨씬 많은걸 알고가라 한다.
환성사 일주문 돌기둥
일주문을 들어서면 속세의 모든걸 두고 들어서라는 뜻임을 알리 없는
이 둔한 놈은 이쪽 저쪽에서 사진 찍기에 바쁨에도 유유히 걸어 올라가는
동행한 님의 모습이 부럽다.
水月觀(수월관)이라... 누각에 걸린 현판이다.
앞에 못이 있었다는 얘기고, 물과 달과함께 야밤에 그 분위기에 취해
풍류를 즐겼을리 만무 하건만, 그 깊은 뜻을 알리없는 나는 아주 쉽게
단정해 버리는 습성 그대로, 보이는것이 자연이고, 생명이요, 교훈이다!
노래가사 같구먼...
누각 아래서본 대웅전 - 한발 한발... 아주 천천히...
나도 그리 많이 보진 않음에 인정하지만 머리에도 가슴에도
기억에 전혀 없는 답답하면서도 친근한 느낌을 주는 탑하나...
고려시대 석탑이라는데 기이쩍다! 어느 장인의 불심이 깊어 형식과 유행 에 흐르지 않고 이리도 지구상에 딱 하나뿐인 듯한 석탑을 만들어 놓았는가! 헐헐헐, 웃는 장인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이 석탑을 세우기 까지 얼마나 많은 님들과 다투었을 것이며, 그 또한
피곤하게 주장을 거듭하며 고집에, 예술혼의 아집까지 섞어 님들을 설득했을 것인가! 또한, 제작자 보다 그것을 수용했을 그 결재권자의 용기가 훨씬 멋있음이란...
탑 부분 - 세월의 흔적, 호랑이풀 까지 정답게 보이더라!
대웅전앞 두개의 노주석이 탑과함께 흔적을 같이하고 있다.
대웅전 고색단층과 함께 정갈하며 깔끔한 문살이 눈길을 잡는다.
대웅전은 정면 다섯칸에 넉살문과 쌍사문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색단층의 질감도 그러 하거니와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측면 세칸으로 된
모습이 어둑한 날씨와 어울려 한참을 놀고 싶건만 또다른 행열이
기다리고 있음에 발길을 접는다.
대웅전의 풍경 - 희미한 느낌 그대로가 좋아서...
딸아이 어릴적 자주 들리던 사찰이라 정겨움이 더하지만 더위에 지쳐힘들게 찾았을때 얻어먹던 수박 몇쪽이 생각나고, 된장에 나물 몇무침의 공양의 기억이 배고프게 한다.
몇번을 뒤 돌아보게 하는 한적한 사찰에 맘을 빼앗긴건 단순히 비온뒤에 촉촉한 분위기와 일주문 돌기둥의 흔적 때문만은 아니였으리...
잠시 길눈이 어두워 몇번을 물어물어 쉬운길을 놔 두고 돌아가는
길이라서 속상할만도 하것만 이 못난 중생이야 항상 그러려니 한다지만
옆에 운전대 잡은 님도 깊은 내공을 조금도 드러내지 않고 실실 웃으며
잘도 돌아 찾아간다.
영천 신월동 삼층석탑
9세기 통일신라 시대 석탑으로 높이 5m가까이 되는 석탑이다.
상층부엔 돋을 새김으로 몸돌과 지붕돌이 하나라는 특이한 형식이라는 자랑의 안내판에 신기하여 아무리 쳐다봐도 따로 떨어져 있음에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내눈은 속여도 동행한 님의 눈을 속일수 있을손가...
탑의 상기단에 새겨진 팔부신상
경주까지 가는길이 멀고도 멀었었다.
포은 정몽주님의 임고서원을 돌아 영천 선원동 철불좌상까지 뵙고 가는 길이 결코 그리 멀게는 느껴지지 않음을...
첫댓글 꾸벆 잘 봤어요.휴일 가 볼 곳이 생겼어요. 또 하나...정확한 지리 부탁 드려요...*^^*
답이 없어 답이... 언제나 그리우면 나서지 그 날도 모놀 님들이 그리워 서였지. 그냥 그렇게 두고 싶은데...
잘 읽었습니다.
현장에 있는 느낌을 받는건 사진이랑 설명이 좋기 때문이겠지요. 감싸!!!!!
가만히 앉아서 이리 구석 구석을 구경하는것도 다 님의 수고스러움이 아닐까? 잘 보고 갑니다
초시님 잘봤읍니다...나도 한번 가봐야 겠는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