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교섭>
1. 2000년대 초반 중동에서 일어난 한국인 선교단 납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영화 <교섭>의 핵심 주제는 국가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질문이다. 외면적으로는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했지만 실질적으로 무슬림들을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려는 의도로 파견된 교회의 신도들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들에게 억류된다. 탈레반의 요구는 억류된 숫자만큼 탈레반 전사들을 석방하라는 요구였다.
2. 교섭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의 탈레반에 대한 적대감과 테러리스트와 협상해서는 안되는 원칙에 묶여 협상은 난관에 처한다. 결국 두 사람의 희생자가 발생했고 해결이 벽에 가로막혔을 때 교섭관으로 참가한 외교부 실장(황정민)과 국정원 요원(현빈)은 직접적으로 탈레반과 교섭하기로 결심하고 어렵게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다. 위기와 긴장의 순간 속에서 돈을 지급하는 것으로 협상은 성공적으로 끝나고 나머지 억류자들은 석방된다.
3. 이 영화의 흥미요인은 억류자들을 석방하기 위해 우리가 했고 할 수 있었던 협상수단의 진행과정이다.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대한 호소도, 부족장 회의(지르가)에 대한 도움도, 교섭 사기꾼의 모략의 활용을 이용한 시도도 결국 벽에 부딪히자 한국과 미국 정부는 군사적 작전을 이용한 구출 계획을 돌입한다. 하지만 군사적 작전은 테러에 대한 강경책이며 현재 억류된 사람들의 불가피한 희생을 전제로 한 방법인 것이다. 외교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 관료들은 억류자들의 목숨보다 국가의 위신이나 테러에 대한 원칙적인 대응에만 몰두한 상황에서 두 명의 교섭관은 질문하는 것이다. ‘자국민의 목숨보다 우선되는 것이 있는가?’
4. 이 질문은 테러 사건과 조우할 때마다 제기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테러리스트들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결국 끊임없는 테러의 명분을 제공해주는 것일 뿐 아니라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는 일이 되기 쉽다. 그런 이유로 많은 경우 사람들의 목숨보다는 테러에 대한 강경진압이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목격하게 된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우선하는 가치는 없으며 국가는 무엇보다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야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때론 교섭관의 희생도 전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5. 사실 이 사건은 다른 문제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가가 금지한 이슬람 국가에 대한 기독교 선교를 비밀리에 진행된 광신적 행동에 대한 분노였다. 타인의 믿음을 변화시키려는 오만하면서도 폭력적인 태도를 지닌 집단이 국가의 심각한 피해를 끼쳤고 전 국민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제공한 살인까지 목격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 문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영화 중간에 스치듯 불만을 토하는 사람의 발언으로 대신할 뿐이다. 핵심적인 것은 테러를 제공한 원인이 무엇이든지, 그가 누구이든지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해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해야함을 강조할 뿐이다. 그런 원칙의 실행자로 두 사람의 교섭관이 등장하고 그것을 실행한다. 결과는 운좋게 끝났지만 항상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국가는 그것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는 추상적 존재일 뿐이다. 구체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목숨을 포기하면서도 도전할 수 있는 ‘인간’이 중요하다. 항상 문제는 디테일에 있고, 원칙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인간의 중요성을 확인할 뿐이다.
* 이 영화에 대해서는 내용의 임팩트가 약하고 황정민의 연기가 지나치게 익숙한 모습만 반복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상당히 낮은 평점을 받고 있다.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를 보고 있다는 의견도 올라와있다. 자극적인 장면이나 빠르고 경쾌한 전개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그럴 수 있을 정도로 영화는 예측을 그다지 넘어서지 못한다. 더구나 강력한 인상을 줘야 할 악한(탈레반)의 존재가 지나치게 약하다는 점도 낮은 평점의 한 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인간의 목숨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다면 아주 엉망인 작품은 아닐 것이다.
첫댓글 - 법을 어긴 광신자들의 어거지 집단 행동들이 도처에서 일어나곤 한다.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신과 대결하는 광기의 혼란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내가 옳으니 너는 틀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 유일신 종교가 존재하는 한 평화는 존재하기 어렵다. 특히, 정권과 손잡은 종교들이 판을 치는 세상은 더욱더 혼탁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