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서해랑길 93코스 구간(소래습지공원-오이도 입구)
1. 서해랑길 93코스 구간을 왕복했다. 소래습지공원에 주차하고 소래포구에서 월곶포구를 지나 시흥의 배곧 신도시 한울공원까지의 코스이다. 지난 번 답사 때 비어있던 부분을 채우는 기분으로 걸었다. 태풍 ‘힌남노’가 동해안으로 빠져나가 서쪽 지역은 쾌청한 가을의 얼굴을 마음껏 들이대고 있었다. 이 코스는 서해안 갯벌 사이로 길이 조성되어 편안하면서도 여유롭게 걸을 수 있다. 바다를 끼고 걷는 코스이지만, 좁은 바다 사이로 인천 소래와 시흥 배곧이 마주보고 있어, 바다보다는 강과 같은 분위기를 준다. 시원한 바람 사이로 사람들의 발걸음도 싱싱해보였다.
2. 이 코스가 바다라는 사실은 저녁이 되면 실감난다. 두 도시 사이에 검붉은 진흙으로 덮여있던 땅에 아래로부터 바닷물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우 빠른 속도로 낮동안 말랐던 갯벌을 적시며 상승하는 물길을 보니, 자연 그 자체가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다시금 탄복하게 한다. 그렇게 물은 계속 치고 올라와 밤이 되면 소래습지공원의 좁은 갯벌까지 메울 것이다. 만약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소래포구에 정박하고 물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조수 간만의 신비를 확인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시적인 자연이 아닌 인공의 거대한 아파트 군락 사이에서 자연의 힘을 체험하는 시간을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3. 소래에서 건너편 ‘배곧신도시’의 아파트 군집을 바라본다. 소래와 배곧을 연결한 다리를 건넌 후에는 소래쪽 아파트의 집단을 다시 바라본다. 갯벌을 사이로 하고 대규모로 조성된 아파트는 조망적 이익 때문에 건설되었음이 명백하다. 최근 도시 가까이에 있는 바다, 강, 하천 주변은 아파트 군락이 집결하고 있다. 창문을 열면 살아있는 자연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이곳의 풍경 또한 어느 곳보다 아름다운 모습이다. 더구나 석양이 가까워지면 바다는 그 자체로 최고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다. 물과 아파트의 동거, 이제는 익숙해진 현대의 풍경이다. 오래전 노래처럼 근대의 모습이 개별적 공간을 붕괴시키는 ‘철도와 오두막’으로 다가왔다면, 미래적 욕망은 끝없이 펼쳐진 물길의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공간으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첫댓글 --- 자연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시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