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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초의 담배, <승리>의 탄생
1945년 8월 15일, 한민족 역사이래 최대의 굴욕과 치정을 당한 지 36년 만에 주권을 되찾은 날, 전국민은 기쁨에 겨워 목이 터져라 `만세`를 외쳐댔다. 그리고 그해 9월, 감격스러운 민족해방을 기념하는 폭죽이라도 터트리듯 우리나라 최초로 우리 기술진의 힘으로 담배를 제조 발매했으니, 그 이름이 바로 승리(勝利)이다. 가격은 3원, 길이는 6cm. 담배 이름이 `승리`인 것은 그 이전의 울분을 `승리(Victory)`의 환호로 변환해 폭발시키고 싶은 바람이었을까?! 역대 담배의 이름이 당시의 시대상황을 반영해왔듯, 최초의 담배 이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진에서 보이듯 담배 의장이 지금 보기에는 단순하고 촌스러운 느낌이 드는데, 당시 해방된 감격이 너무나 벅차서 서둘러 의장을 고안하였기 때문에 의장 자체는 졸작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빨간색의 사각선 테두리에 청색 글씨로 "승리(Victory)"를 표기해 음양의 조화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전통사상을 반영했음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표기된 문자가 한글, 영어, 한자, 일본어의 4개 국어로 잡다하게 도안되어 있다는 것. 도안에 관한 기본원칙도 정립되지 못한 느낌이 있으나 이에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일제 시대에 우리말과 글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었기에 광복 직후에는 이렇게 표기해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앞면에는 한글로 `승리`라는 담배이름이 쓰여 있고, 그 위에 한자로 `기념궐련`이라고 표기했으며, 발매처는 `조선군정청 전매국`으로 되어 있다. 한편 뒷면은 상단에 `Victory`라고 크게 흘림글씨로 썼으며, 그 밑에는 영문으로 광복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히 만들었다는 내용의 문구가 쓰여 있다. 그리고 옆면에는 일문으로 3엔이라 쓰여 있다. `승리`가 나올 무렵에 한국인들이 가장 애용했던 담배는 일명 쌈지담배라고 하는 `풍년초`였다. 잎담배 썬 것을 봉지에 넣어 파는 담배였던 `풍년초`는 곰방대에 넣어 피우거나 신문지에 말아 피웠다. 담배를 파는 곳에서 풍년초용 종이는 따로 팔기도 했는데, 이 종이는 얇고 누런 색깔이었다. 그러다 하얀 종이에 깨끗하게 말려 있는 `승리`가 나오자, 이 담배는 바로 `흰담배`라 불리게 되었다. 당시 누런 종이에 담배를 말아피우던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므로, `승리`가 발매된 후 네모난 갑에서 `하얀` 담배를 꺼내 바로 입에 물고 불을 당기는 모습은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다. 그런 까닭에 `승리`를 피워물고서 공연히 으스대는 사람이 많았으며, `승리`를 피우는 것 자체가 상류층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2. 한국인이 가장 많이 핀 담배 Top 10
세계 제일의 담배 소비국이라는 명예 아닌 명예를 안겨준 `담배`.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국인이 가장 많이 피운 담배는 무엇일까? 한국담배인삼공사의 판매 자료에 근거해 해방 이후부터 98년까지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담배 10개를 뽑아보았다.
10위 신탄진 1965년 7월부터 1974년 6월까지 판매되고, 발매 당시의 가격은 50원. 9년간의 판매량은 38억 8천 55만갑이다.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1965년 건립된 당시 동양 최대의 신탄진 연초제조창의 준공을 기념하여 발매된 담배로, 담배 공장의 이름을 그대로 따서 이름을 지었다.
9위 환 희 1974년 4월부터 1988년 12월까지 판매되고, 발매 당시의 가격은 80원. 14년간 40억 6천 8백 55만갑의 판매고를 올렸다.
8위 파랑새 1955년 8월부터 1968년 7월까지 판매되고, 발매 당시의 가격은 50환. 13년간 43억 8백 95만갑의 판매고를 올렸다. `파랑새`는 한국 전쟁 후 전후의 상처를 극복하고 어떠한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희망을 상징하는 의미에서 탄생된 담배였다.
7위 한 라 산 1989년 5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해서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담배이다. 발매 당시의 가격은 700원이었으며, 현재는 1,100원. 지금까지 43억 2천 6백 15만갑이 판매됐다. `한라산`은 분단 40여 년 민족의 아픔이 온 국민의 통일염원으로 승화되어 백두산과 한라산을 잇는 조국통일의 그날을 기대하며 지은 이름으로, 미국의 담배시장개방 압력으로 국내 담배시장이 완전 개방됨에 따라 외국산 담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애연가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고자 발매된 담배다.
6위 풍년초 1955년 8월부터 1973년 3월까지 판매되었고, 발매 당시 가격은 30환. 17년간 판매된 담배는 53억 5천 9백 25만갑이다. 가난했던 보릿고개 시절에 발매된 `풍년초`는 농작물의 풍작과 마음의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 담배였다.
5위 새마을 1966년 8월부터 1988년 12월까지 판매되고, 발매 당시의 가격은 10원. 20년간 판매된 담배량은 57억 6천 2백 65만갑이다. 제2차 경제개발 5개년계획 기간 중 시작된 농촌근대화 운동인 새마을운동의 기본이념을 표현하고 이를 전국적 국민운동으로 장려하기 위하여 발매된 담배였다. 새마을 운동의 정신을 표방하듯 의장 윗부분에 "협동`이라는 문구를 새겨넣었다.
4위 거북선 1974년 7월부터 1989년 3월까지 판매되었고, 발매 당시의 가격은 200원. 15년간 58억 6천 6백 60만갑의 담배가 팔렸다. 애국심과 민족정기를 고취하기 위해 국난극복의 `거북선`을 상징화한 고급 필터 담배로, 명칭과 의장이 민족정서에 일치하며, 특히 뛰어난 의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던 담배다.
3위 청자 1969년 2월부터 판매되기 시작했고, 발매 당시의 가격은 100원. 총 78억 1천 5백 30만갑의 담배가 팔렸다. `청자`는 옛 문화유산의 고귀함을 상기함과 아울러 담배의 품질이 청자와 같이 최고 품질임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담배였다.
2위 88 라이트 1987년 4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는 담배로, 발매 당시의 가격은 600백원. 현재까지 160억 2천 4백 60만갑의 담배가 팔렸다. 88 서울올림픽을 기념하며, 우리나라의 푸른 가을하늘을 연상하는 하늘색을 기본 바탕으로 국보 1호인 남대문을 핵심 캐릭터로 디자인한 담배다.
1위 솔 1980년 8월부터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발매 당시 가격은 450원이었으며, 500원으로 올랐다가 현재는 200원이다. 98년까지 총 166억 7백 4십만갑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현재는 약 200억갑에 이르는 최대의 히트 상품이다. `솔`은 옛부터 백절불굴의 기개와 강인한 기상을 상징하는 나무로, `솔담배`는 이러한 민족정서와 친근감을 감안하여 명명된 담배다. 담배값이 200원으로 떨어진 이유는 세금 때문. 세금정책 바뀌면서 200원 이하 담배는 세금이 40원, 200원 이상짜리 담배는 세금이 460원으로 책정되었는데, 500원짜리 담배에 세금이 460원이면 너무 비싸서 아예 담배 가격 자체를 낮추기로 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농촌 등에서 많이 애용했던 `청자`와 `백자`의 명맥을 잇기 위해서라고도 한다.
3. 우리나라 담배 변천사
우리나라에서 해방 이후 지금까지 발매된 담배는 총 88종에 이르며, 현재 22종이 생산, 판매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담배가 들어온 이후부터 그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담배를 피우며 살아왔는지 살펴본다.
◆ 전래부터 해방 전까지 우리나라에 처음 담배가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 후 광해군 시절. 담배의 전래초기에는 주로 담치료나, 충치예방등의 약용으로 쓰여오다가 그 전파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광해년 말에 이르러서는 사회 각계각층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애용하여 흡연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해방 전에는 대게 잎을 그대로 말아서 피거나, 잘게 부셔서 곰방대에 넣고 폈다. 그러다 일제시대엔 `무라이`라는 일본 회사가 독점해서 담배를 팔았는데, `무라이`가 한국에서 판매하던 `히로`라는 담배갑에 고종 황제의 초상화 카드를 넣은 것이 불경(不敬)이라고 하여 문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서구열강들도 앞다투어 자기네 담배를 내놓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고 한다. 당시 인기 있었던 담배들의 이름을 보면 "이글표 / 칼표담배 / 해태 / 뽀삐 / 피죤" 등으로 외래어가 많았고, `참외` `단풍` `20세기`라는 담배도 있었다.
◆ 해방 이후부터 1960년까지 우리나라에서 처음 생산된 담배는 민족해방을 기념해 45년 9월 우리 기술로 제조된 `승리(Victory)`(3원)였으며, 이어 46년 1월부터 발매되던 `백두산(8원)`은 한국 전쟁 중 포장지를 인쇄하지 못해 낱개비로 공급되기도 했다. 4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념담배인 `계명`이 발매되었다. 49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군용 담배인 `화랑`(10원)이 발매되었으며 그 후로 32년간 판매되는 최장수 담배로 기록을 세웠다. 51년에는 한국 전쟁으로 폐허가 된 조국을 재건하고자 `전방은 진격, 후방은 건설`이라는 구호 아래 `건설`이라는 담배가 발매되었다. 담배의 품질이 고급화하기 시작한 것은 58년 국내 최초의 필터담배인 `아리랑`(200원)이 나오면서부터. `아리랑`은 18년 동안 최고급 담배로 사랑을 받아왔으며, 7번이나 포장디자인을 바꾸면서 생산돼왔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지난 84년 리바이벌된 담배 이름이기도 하다.
◆ 1960년대 61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박하담배인 `금관`(250원)이 발매되었다. 삼국시대 신라유물인 금관총의 금관에서 따온 이름인 `금관`은 여성흡연자에게 큰 인기를 끌어던 제품이다. 61년 7월에는 5.16혁명 후 당시 재건 의욕을 강조하는 뜻에서 `재건`(100원)이 발매되었고, 8월에는 최고급 담배이며 당시 최고회의의장이었던 고 박정희 대통령이 이름을 지은 `파고다`(300원)가 발매되었다. 65에는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동양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우리나라 최초로 현대화된 신탄진 담배공장의 준공과 함께 `신탄진`(50원)이 발매되었는데, 발매 당시 애연가들로부터 최고의 담배로 호평을 받아 갑포장 의장만도 6차에 걸쳐 변경하였다. 66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개시년도로 `새마을`(10원) 발매. 새마을 운동의 기본이념인 근면·자조·협동의 기수를 드높혔던 때 이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담배이다. 당시 월남의 평화와 자유수호를 위하여 65년 비둘기 부대를 선두로 맹호, 청룡부대의 파월을 기념해 `이기고 돌아오라`라고 쓴 금색글씨가 쓰인 `자유종`이 나오기도 했다. 69년, 당시 인기상승으로 供부족 현상을 초래하여 한때 `귀하신 몸`이란 애칭까지 붙었던 `청자`(100원)가 나왔다. 당시 최고급 담배였던 `청자`를 구하지 못해 사람들은 안달이었다. 그러다 보니 담배가게 창구에 `금일분 청자 매진`이라는 문구가 나붙었고, 무교동의 한 다방에서는 아침부터 `청자`를 사기 위해 차를 마시는 사람들로 성시를 이루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고 한다.
◆ 1970년대 74년부터는 제품의 다양화를 기획하여 많은 종류의 담배들이 발매되었다. 이때 나온 담배들이 한산도(150원), 단오(100원), 개나리(80원), 환희(80원), 남대문(50원), 태양(200원), 거북선( 200원), 샘(100원), 명승(50원), 수정(150원), 학각연(10원), 하루방파이프담배(1,000원)이다. 78년 처음으로 탄소필터 담배 `은하수`와 복합필터 담배 `샘` 발매
◆ 1980년대 80년 4월, 선진국에서만 사용하는 팽화엽을 원료로 배합한 `솔`(450원)이 발매되었다. `솔` 은 국산담배 발매사상 단일제품으로는 최고의 시장점유율(86년도 63.2%)을 기록했으며, 해방 이후 한국인이 가장 많이 피운 담배 1위이다. 소나무의 기상을 우리 민족의 정서와 일치시키면서 누구에게나 친근감을 가지고 부르기 쉽도록 명명된 고급담배였다. 87년, 88서울올림픽을 기념하고 올림픽 개최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나타내는 담배인 `88`(600원)이 발매되었다. 88년에는 88패밀리 제품인 `88라이트`, `88골드`, `88멘솔`이 발매된다.
◆ 1990년대 90년에는 `미아찾기 담배` 캠페인을 벌여 1,800만갑을 발매했다.. 94년 `디스` 담배가 나왔으며, 95년 `오마샤리프`(1,000원) 발매되었다. 이 담배는 주문자상표 방식(OEM)의 수출용 제품으로 93년부터 생산하였으나 애연가들의 요청에 의해 이때부터 국내시판 된 제품이다. 이집트 출신의 영화배우 이름을 상표화한 것이며, 96년도에 단일브랜드로는 최대 규모인 1천만갑을 러시아 지역에 수출한 제품이다. 96년 1월에는 `심플`(1,000원)이, 11월에는 초슬림형 담배 `에세`(1,300원) 발매. 97년 발매된 `겟투`(1,300원)는 전문업체에 이름과 디자인을 의뢰해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거쳐 선정한 이름의 담배로, 발매 이후 이름의 뜻에 대해 정치, 사회적인 의미의 각기 다른 해석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98년 7월, `시나브로`(1,300원) 발매. IMF경제위기를 전국민의 노력으로 극복해 나가자는 희망과 재도약의 메시지를 담은 담배로 디자인과 명칭을 완전히 일반공모를 통해 선정했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이라는 순수 우리말로 경제적,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하여 희망을 심어주고자 한 제품이다. 2000 1월에는 `리치`(값 1,600원)가 발매되었으며. 5월부터는 `한마음`(1,500원)이 남북한 공동으로 생산·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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