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공 사
여전히 싸늘한 날씨 속에서도, 나무를 타고 오르는 봄의 숨결을 예감하게 됩니다. 이처럼 교정의 수목들을 따뜻하게 사로잡는 봄기운은 마치, 오늘 정년을 하시는 장○○ 교수님께서 제자 사랑의 정성으로 교정을 물들여 왔던 체취를 떠올리듯 훈훈하기만 합니다.
따사롭고 다정하게 스승의 길을 걸어오셨던 장○○ 교수님의 정년 퇴임식을 거행하면서, 평소의 인품과 모성적인 아름다움이 가득한 제자 사랑의 마음을 헤아려 볼 때 석별의 아쉬움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이 자리에 참석하여 주신 장○○ 교수님의 가족과 친지 여러분, 귀빈, 하객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본 대학교의 교직원, 그리고 학생들과 함께, 영예로운 정년 퇴임을 하시는 장○○ 교수님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립니다.
장○○ 교수님께서는 1934년 유복하고 다정다감한 목포의 한 가정에서 출생하신 뒤, 착실한 가정교육을 받으며 성장하셨습니다.
저는 장○○ 교수님의 성장 과정 자체가 교수님께서 가정 교육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착실한 준비 과정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장○○ 교수님께서는, 서울사대를 졸업하신 뒤 교육계에 입문하시어 목포여고, 광주중앙여고 등의 교사를 거쳐 1966년 본 대학에 부임하셨습니다. 그 후로 35년간을 본 대학의 발전과 초등교육방법의 발전, 그리고 제자 양성을 위하여 헌신하여 오셨습니다.
선생님께서 본 대학에서 근무하신 35년의 세월을 생각해보면, 실로 광주교육대학교 수목들의 향기와 교정의 바람과 운동장의 흙들이 선생님의 몸을 이루고 정신을 이루었을 것이니, 선생님께서 이 학교를 떠나시더라도 그 향기와 바람은 늘 선생님의 몸과 마음 어느 곳에선가 흔적으로 남아 떠돌 것입니다.
본 대학교 총장이자 평소에 선생님을 존경하였던 후학으로서, 장○○ 선생님을 떠나보내는 석별의 아쉬움을 가눌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그 동안 우리 대학에 쌓아온 공적과 흔적이 너무 크기에 본교의 역사와 함께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남아 있으리라 생각하며, 석별의 아쉬움을 잠시 묻어두고 장○○ 선생님께서 남기신 공적과 교훈을 잠시 추억하고자 합니다.
장○○ 선생님께서는 실과교육과 학과장을 비롯하여, 기숙사 사감, 생활관장, 학생 생활 연구소장 등 여성적인 측면에서 손길이 필요한 곳에는 교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본 대학의 개혁과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셨으며, 학생들과 허물없는 대화의 장을 마련하셨습니다. 또한 학교 개혁과 학생지도 문제로 불면의 밤을 보낸 날들이 얼마이었습니까.
그리하여, 광주교육대학교를 물들이는 햇빛과 바람, 풀 한 포기에 이르기까지 선생님의 부드러운 웃음소리와 숨결이 스며 있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선생님의 성품은 여성적인 우아함과 여러 사람을 보살피는 자상함을 겸비하셔서 늘 주변에는 지기와 제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러한 성품은 사회봉사활동으로 이어져 전문직 직업여성클럽 회장 및 각종 여성 단체의 강사 활동, 기능장 심사위원 활동 등을 통하여 이 지역사회의 여권신장운동에 크게 기여하신 바 있습니다.
선생님의 담당 강좌가 실기 위주로 이루어지는 관계로 무엇보다도 철저한 사전 강의 준비가 요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치의 빈틈없이 사전 강의 준비를 이행하심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늘 즐겁고 유익한 학습 시간을 보내도록 하셨습니다.
연구 활동 면에서도, 본 대학 교수로 부임하시면서부터 전남가정학회를 비롯한 한국가정과학회, 가정관리학회, 가족 자원학회, 실과교육학회 등의 각종 학회에서 회장 및 부회장을 역임하시면서 관련 학문의 발전과 진흥에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정년이란 제도로 선생님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지금 우리는 모두 섭섭함과 아쉬움만 가득합니다. 비록 제도상으론 정년이 있을 지라도 학문에서는 정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동안 깊은 애정을 가지고 봉직해 왔던 교정을 뒤로하고 떠나시지만 선생님의 가르침은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작은 돌멩이 하나 하나에까지 스며 있어, 오랫동안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진정한 교육자의 길을 걸어오셨을 뿐만 아니라, 슬하의 1남 2녀 모두를 각자의 개성에 따라 훌륭하게 키우셨습니다.
아드님은 금호그룹에서 중견 간부로 근무하고 있고, 큰따님은 학문에 뜻을 두어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계속하여 학문에 정진하고 있으며, 둘째 따님은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치는 피아노 연주자로서 성장하였으니, 교수님의 가정 교육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여실히 당신의 가정을 통하여 입증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우리 근대사에 비추어 볼 때, 장○○ 선생님께서 이처럼 영광된 정년을 맞으시고 교육에서 일가를 이루는데, 여성이라는 입장 때문에 쉬운 것만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에는 부군되시는 황○○ 선생님의 특별한 외조와 교육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보겠습니다. 황○○ 선생님께서는 일찍이 서울사대를 졸업하시고 교육계에 입문하신 후, 서울사대부고 및 잠실고 등의 여러 명문고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을 역임하신 훌륭한 교육자이십니다.
특히 명예로운 서울사대 동문상을 수상하시는 등 남다른 교육관을 통하여 교육입국의 길을 걸어오셨습니다.
장○○ 교수님께서 정년에 이르기까지 멀리 떨어져 계시면서도 교육적 후원과 외조를 아끼지 않으신, 부군되시는 황○○ 선생님께, 전 교직원과 학생들을 대표하여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장○○ 교수님!
풍향 동산이 교수님과 인연을 맺은 이래, 꿈결인 듯 바람결인 듯 35년이란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교수님과 함께 하는 동안 풍향 동산은 참으로 행복했고 포근했었습니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학교를 위해 헌신해 주신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댁내 평화로운 날들이 함께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