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en by. 최경선
25일 오전 10시30분, 구로동의 작은 건물 한켠에서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렸다. 3개 학급 학생수 29명에 교사 6명, 입학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사람들과 학생들만으로도 꽉 찬 비좁은 공간이다.
이 날 입학식은 아주 특별했다. 한국 말이 서투른 아이, 나이가 조금은 들어 보이는 아이, 그러나 어린이 특유의 천진함과 발랄함은 여느 입학식과 다르지 않아 입학식 내내 연신 웃음이 입에서 떠나질 않는다. 우리말은 못해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는 전혀 스스럼이 없어 보였다.
▲ 25일 북한이탈주민 자녀들에게 초등과정을 교육하는 삼흥(三興)학교가 문을 열고 29명의 학생을 맞이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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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는 우리 말이 서툴거나 생업에 종사하느라 밤늦게 귀가하는 부모의 보살핌을 받기 어려운 탈북 어린이들에게 초등 과정을 가르치는 기숙형 대안학교인 삼흥(三興)학교다.
탈북 단체 ‘NK지식인연대(대표 김흥광)’가 탈북어린이들을 위해 설립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에 들어오기 까지 오랜기간 제3국 체류로 한국말에 서툴거나, 탈북으로 인한 학력 결손으로 한국의 초등학생들이 배우는 교과과정을 따라 가기 힘든 학업을 보충하고, 남한 사회의 적응을 도우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삼흥(三興)’은 지·덕·체 3가지가 흥하여 통일동량지재가 된다는 뜻으로, 북한 주민에게 꿈·자유·사랑을 전하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교육과 숙식은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삼흥학교 학생들은 오전에는 근처 초등학교에서 제도권 교육을 받고, 오후에는 삼흥학교에서 보충학습과 컴퓨터, 태권도, 음악, 영어, 중국어 등의 방과후 수업을 한다.
교사들은 북한에서 10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가진 3명이 저학년반(1∼2학년) 10명, 고학년반(3∼6학년) 10명, 아름반(한국어 집중 교육반) 9명으로 나눠 맡는다.
또 야간에는 선생님과 함께 기숙생활을 해 학교와 가정의 역할을 동시에 만들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이들에게 학교는 곧 가정이요, 선생님들은 곧 부모님이다.
NK지식인연대는 작년 10월 약 300㎡ 크기의 공간에 교실 7개와 기숙사로 쓸 일반 주택을 마련해 학생들과 함께 기숙하며 개교 준비를 해왔다.
초대 교장은 함경북도 청진의 한 중학교 수학 교사 출신으로 하나원 내의 하나둘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한 채경희(여.41) 씨가 맡았다.
이날 개교행사는 탈북 피아니스트 김철웅 씨의 사회로 김의도 통일정책협력관과 김일주 북한이탈주민지원센터 이사장의 축사, 이연옥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명예회장, 변도윤 前 여성부 장관, 구천서 한반도미래재단 이사장,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이수화 한국예탁결제원 사장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 삼흥(三興)학교 첫 입학생들이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제창하고 있다.ⓒ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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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입학생들이 ‘애국가’ ‘작은 세상’ ‘앞으로’ 등을 율동과 함께 선보였고, 축하 피아노 연주와 축가 등으로 자축하면서 흥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도서실 입구에서 방문객들을 향해 일일이 ‘안녕하세요’를 외치며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남자 어린이의 신나는 표정을 통해 이 학교 학생들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다.
한편 연간 대한민국에 입국하는 북한이탈 여성은 1천여 명에 이르고 있고, 2010년 말 국내 재학중인 탈북초등생은 773명이다.(konas)
코나스 최경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