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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의 영향력은 현정부의 어떤 사람보다도 강력하다. 그의 말 한마디에 수십만의 청취자와 시청자가 열광한다. 현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입문을 최초로 기획하고 독촉한 사람이다. 이명박 정부 때의 암담하고 비관적인 분위기를 <나는 꼼수다>에서 유쾌하고 날렵한 풍자와 해학으로 민중의 의식을 뒤흔들었고, 그후에 한겨레신문의<파파이스>에 출연해서 지금의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절대적인 공헌을 했다.
그러나 김어준이 오버할 때는 부메랑처럼 민주진영에 해악으로 돌아온다. 황우석이 세계를 경악시킨 과학사기를 저지르고 있는데도 끝까지 황빠를 자처하면서 황우석을 옹호했다. 당시 나는 딴지일보에 황우석을 옹호하는 일련의 연재물을 보고 딴지일보에 한때 발을 끊었었다. 물론 <나는 꼼수다>이 후에 다시 딴지일보 애독자가 되었지만 말이다.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정봉주 대신 노원갑에 출마한 <나는 꼼수다>의 김용민이 막말 파동으로 전체 총선 판도를 좌우할 정도의 이슈가 되었는데도, 사퇴시키지 않고 끝까지 출마를 고집해서 결국 한나라당이 과반이 넘게 의석을 차지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박근혜 정부로 까지 이어지게 했다.
김어준의 언행이 열광적인 지지자를 만들었지만 반대자도 양산했다. 선거는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가 승패를 결정짓지 않는다. 충성도 높은 지지자가 물론 기본적으로 있어야 하지만, 중간에서 좌우로 흔들리는 부동층을 잡아야 승리하는 법이다. 이 사람들의 비율은 10%, 아니면 5%밖에 되지 않는다. 이번에 <조국 법무부 장관>파동에서 김어준의 언동이 과연 앞으로의 총선과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지 나는 의구심을 갖는다. 중간층이 고개를 갸우뚱 하는 것은 조국 장관과 그 일가족의 행위가 꼭 불법이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항상 정의롭게 살아온 것 처럼 행동한 조국장관이 자식문제로는 결국 자유한국당의 나경원 것들과 별반 다르지 않더라는 실망때문이다.
이 인식이 단순히 가짜 뉴스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억울하더라도 국민의 반 이상이 기를 쓰고 반대한다면 사퇴하는 용기를 보여주는 것도 중간층 국민들에게는 위로를 보내는 제스츄어도 되고, 문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는 더 굳건하게 단결하게 하는 계기도 되었을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은 완벽하게 진영대결이 되어 조국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마치 친일매국노 처럼 취급하니 이 흔들리는 중간층이 내년 총선에서 계속 민주당을 지지할지 걱정이다. 이 사람들이 없어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김어준의 언행은 옳다. 그러나 나는 걱정된다. 김어준이 오버할 때 마다 결과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와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보수진영의 집회가 드디어 집회참여 인원이 어느쪽이 더 많은지에 대한 진흙탕 싸움에 들어갔다. 그러더니 이제는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동원인원이냐 자발적이냐는 <참여의 질>문제로 확대되었다.
또 양 진영 모두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한다. 진보진영에서는 믿을만한 언론은 김어준의 뉴스공장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하면서 손석희도 맛이 갔다고 하고, 한겨레신문이나 경향신문도 절독하겠다고 다짐한다. 극우세력이 조선일보를 믿지 못하겠다고 한 지는 오래되었다. 그러나 한겨레신문 내부에서는 조국 장관에 대한 검증을 하지않고 일방적으로 조국장관을 옹호했다면서 젊은 기자들의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고 한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재벌개혁에 온 힘을 다하던 김경율 집행위원장이 조국장관 수호에 앞장선 사람들을 위선적이라고 글을 올리자 참여연대는 집행위원장에 대한 징계절차에 들어갔고, 이 와중에 <참여연대>의 후원자들은 실망했다면서 또 탈퇴하겠다고 한단다. 이번에는 더 심각한 것이 김경율 집행위원장 징계를 반대하는 후원회원 쪽에서도 탈퇴하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청문회 때에 윤석열 총장이 윤서인 세무서장에 대해 말한 내용이 결과적으로 거짓말인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뉴스타파>에서 보도하자 <뉴스타파>가 자한당과 결탁했다면서 3000명이 후원회원을 탈퇴했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 조국장관 문제가 생기자 윤석열의 거짓말을 폭로한 <뉴스타파>가 옳았다면서 다시 후원하겠다고 한단다. 그때 당시 게시판에는 검찰을 개혁할 적임자인 윤석열을 모함한다면서 비분강개한 사람들의 글이 대다수였다.
나는 이번 조국장관 사태에 대해서 유시민이나 김어준의 주장을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진중권의 주장이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자기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조건 매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세상일이 0아니면 1 밖에 없겠는가? 우리는 디지털 시계가 아니다. 0과 1 사이에 아주 많은 점이지대가 있다.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이 설득이 아닌 매도와 조롱 밖에 없다면 슬픈 일이다.
<작가> 유시민은 유쾌하고 재기발랄하다. 그의 언변은 논리적이고 적합한 언어를 사용하여 듣는 사람에게 쾌감을 준다. 나는 여유있고 유머도 갖춘 <작가>유시민을 좋아한다. 그의 <항소이유서>는 민주화 투쟁에 대한 정당성을 너무나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그의 책도 꾸준히 사서 봤고 감동받을 때가 많았다.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결정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흔들어대던 후단협에 대한 단호한 반대투쟁에 나섰던 유시민은 얼마나 든든했던가.
그러나 <정치인> 유시민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냉정하고 정치공학에 뛰어난 마키아벨리의 추종자가 되고만다. 정치인이 되기전에 유시민이 펴낸 책 중에서 <게임의 법칙>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말하면 김대중은 경상도 사람들이 반대해서 대통령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김대중 대신 조순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치공학적인 유시민의 주장에 강준만 교수와 고종석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광주시민의 피를 묻힌 전두환을 지지하는 대구 경북사람들에게 아부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한 평생 온 몸을 다 바친 김대중 대신에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부총리를 한 조순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영남패권주의적 발상이라고 혹독한 비판을 했었다.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열린우리당 시절에 "호남에서 표를 덜 얻어와야 영남에서 표를 더 얻어올 수 있다."면서 호남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 이라크 파병동의안을 찬성하면서 "내 소신은 반대지만 당론에 따랐다"고 말했지만, 사립학교법을 무력화시키는 사립학교법 재개정때는 당론이 반대였지만 자기 소신대로 찬성했다. 청년실업에 대한 정부의 대책을 묻는 대학생의 질문에 "취직은 개인의 책임이지 정부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황우석 사태때도 "전문적 지식이 없는 언론이 함부로 나선다"고 MBC를 비판했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2년에 헌정 사상 최초로써 장상씨가 여성 총리로 지명되었으나, 아들의 미국 국적 취득 문제, 부동산 투기 및 위장 전입 문제, 학력 허위 표기 문제 등의 문제가 불거져 국회에서 인준동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총리 서리에 그쳤다.>
"개인적으로 부결되기를 바랐다. DJ가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는데, 나는 대통령이라면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애국을 더하겠다고 청와대에 남아 있느냐. 지금 무슨 대통령의 영(令)이 서나. 둘째 아들 홍업씨 문제는 DJ 책임이다. 그에 대해 DJ가 밝힌 입장을 보면, 나는 DJ가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고 본다.
지금 대통령 자리에 있지만 실제 통치하고 있지 못하다. 비서들이 통치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이 지난 개각 전에 국무총리와 법무·행자부 장관은 한나라당의 추천을 받아서 하라고 건의했는데, 깡그리 무시했다. 임기중 문제가 됐던 사람을 다시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함승희 의원 지적대로 국민에게 도전한 것이다.
DJ는 지금 국민들과 맞서고 있다. 도전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상황을 봐도 국내 정치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 총리를 기용하려면 힘이 있을 때 했어야 한다. 레임덕 때문에 대통령이 있으나마나 한 상태에서 무슨 의미가 있나. 나는 장상씨가 도덕적으로 특별히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대한민국 주류층 삶의 패턴을 전형적으로 보여준 분이다. 주류들은 다 그렇게 산 것이다."
누가 한 말 같은가? 유시민의 발언이다. 고종석씨는 "유시민이 한다고 하면 안한다는 뜻이고, 안한다고 하면 한다는 뜻이다"라면서 "유시민은 간신이다."라고 했다. 고종석씨의 발언도 과하지만 정치인 유시민도 옳은 판단만 하고 올바른 소리만 하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현재의 유시민도 과도한 발언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검찰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라는 발언은 이번 조국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운 늪으로 빠뜨린 발언이라고 생각하고, 덕분에 이번 사태가 어떻게 귀결되든 문재인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입힐 거라고 생각한다. 또 정경심씨의 하드디스크 교체를 옹호하면서 검찰이 조작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 말도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그런 식이면 검찰의 적패수사가 조작된 것이라는 태극기 부대의 주장과 무엇이 다른가.
이번 조국사태를 지나면서 촛불연합이 붕괴되었다는 말을 한다. 아픈 지적이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을 적폐세력으로 몰아부치고, 자신의 주장과 다른 언론을 기레기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제발 진보언론과 진보단체에 대한 절독운동과 탈퇴운동을 더 이상 하지 않으면 좋겠다. 오히려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아도 진보언론과 진보단체에 대한 구독운동과 가입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다음은 물뚝심송의 글이다. 지금 시대에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저널리즘을 지키고자 한다면, 그 저널리스트가 우리편에 유리한 얘기를 할 때에만 열광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비록 우리 편에는 불리한 내용이지만 그래도 사실에 입각한 보도를 하고 있다면 진지하게 들어줄 줄 아는 대중이 되어야 한다.
입에 단 소리만 받아들이는 대중이라면 제대로 된 저널리즘, 저널리스트를 가질 자격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선거 대책 중 첫번째는 <조국을 숨겨라>가 되야 할 것이다. 조국 전 장관에게는 sns에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해야한다. 감옥에 있는 정경심 교수도 편지같은 것 쓰지말고 쥐 죽은듯이 있으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리고 조국 장관 지지자들에게도 <조국 백서> 같은 것은 총선 후에 발간하도록 설득해야 한다.
알다시피 선거는 51대 49의 싸움이고 흔들리는 중간층에 있는 스윙보터 10%~15%가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냐가 승부를 결정짓는다. 이번 총선은 저번 지방 선거처럼 일방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대개 대통령 임기의 중반에 벌어지는 총선은 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 문재인 정부 2년 반 동안 치적이라고 할만한 것은 <적폐청산> 밖에 없는데, 이를 주도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공격과 힘빼기로 많이 퇴색되어 더 이상 국민들에게 <적폐청산>으로 어필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자한당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호의 대신에 심판하려는 심리가 아직 남아있는 것이 다행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누가 실수를 하느냐 마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의 아킬레스 건은 <조국 전장관>이다. 조국 법무 장관이 장관에서 사퇴하기 하루 전에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자한당이 민주당을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기는 결과가 나왔었다. 그때 만약 조국 장관이 사퇴하지 않고 버텼다면 자한당의 상승과 민주당의 하락은 지속되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장관에 대한 마음의 빛이 있다."라는 발언을 하자 문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하락했다. 민주당은 조국 전장관이 이슈만 되면 지지율이 항상 떨어졌다.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간층은 조국 장관을 용서하지도 잊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국 이야기만 나오면 자한당은 신나게 마음놓고 문대통령과 민주당에 대한 공격을 한다. 몇번이나 반복된 현상인데도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다면 대중정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조국이 이슈가 되게하면 안된다. 더 이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하면 안된다. 아예 민주당하고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처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민주당의 첫번째 총선 대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