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양의 '네옴시티'"
가. 네옴시티를 보는 시각
현재 한국에서 네옴시티를 바라보는 시각은 적극론과 신중론이 교차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저자의 메시지는 명쾌하다. “네옴시티가 현재 밝혀진 원안대로 그대로 수행되리라고 생각하는 건 어리석다. 그러나 단지 그 이유로 네옴시티에 참여할 기회조차 거절하는 건 더 어리석다.”
저자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 책을 두 가지 주제의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첫 번째는, ‘네옴시티를 통해서 사우디 정부가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와 관련되는 문제다.
둘째는, ‘네옴시티가 준 기회를 한국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이다. 투자자들에게는 이 부분이 초미의 관심일 것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네옴시티의 구체적인 내용이 거의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가능과 불가능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기는 하다.
나. 네옴시티 프로젝트
네옴시티 입지는 외교적·군사적 요건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UAE의 아부다비 및 두바이 그리고 카타르의 도하와 경쟁할 수 있는 국제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한 입지 요건의 충족이 가능한 지역이 바로 타북주의 서쪽 모서리 타북 시이다.
네옴시티의 규모는 서울시의 약 40여 배, 또는 경기도와 강원도를 합친 만큼의 엄청난 규모다. 네옴시티는 하위 프로젝트인 선형도시인 더 라인을 비롯해서 옥사곤, 트로제나, 신달라, 네옴베이 등으로 구성된다.
더 라인 프로젝트는 무려 거리 170킬로미터, 높이 500미터, 폭 200미터 규모의 내륙 회랑으로 조성되는 인공적인 선형 도시이다. 여기에 인구 900만 명을 수용하는 계획인데 일단 2030년까지 100만 명을 수용하겠다고 한다.
옥사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꿈을 담은 대규모 산업단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상 부유식 시설로 스에즈 운하에 인접해서 조성된다. 스에즈 운하는 세계 물류의 13퍼센트가 거쳐 가는 곳이다. 따라서 옥사곤은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트로제나는 걸프해의 아카바 해변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네옴시티 내 북부 휴양 도시로, 2029년 트로제나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한다. 사우디는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 트로제나의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이어 2030년 완공되는 네옴시티의 이색 휴양지로 부각시킬 계획이다.
신달라 프로젝트는 네옴시티 서쪽에 있는 작은 섬 개발 계획이다. 계획안에는 섬에 요트 클럽과 스파, 럭셔리 리조트와 해안 등을 개발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보면 GCC 일대 부국의 흔한 섬 개발 프로젝트들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네옴베이는 네옴시티의 대문 역할을 맡을 지역으로, 주거지와 함께 네옴베이 공항이 신설된다. 최초 계획에 따르면 네옴베이는 2020년까지 완성될 전망이었으나, 아직 공사가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네옴베이 공항은 자국내 항공사 위주로 2019년 초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다. 정치적 프로젝트로서의 네옴시티
이 책은 네옴시티를 볼 때 간과해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고 강조한다. 네옴시티는 경제적이지만, 그 이전에 지극히 정치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이다. 따라서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기업이나 투자자들은 이러한 점을 면밀히 검토를 해야 할 것이고 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의 왕위 계승과 사우디 왕가의 정통성, 중동의 지정학적 변화, 수니파와 시아파의 천년 넘은 해묵은 갈등, 미중 무역 분쟁, 에너지 패권을 둘러싼 석유 업계와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눈치 싸움 등이 복잡하게 엮여 있다.
따라서 네옴시티와 사우디 왕가를 둘러싼 외부 변수를 살펴보지 않고서는 이 프로젝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어렵다. 중동은 아랍계 민족과 이란계 민족으로 나뉜다. 사우디와 이란은 종파도 다르다. 그것이 천년 묵은 갈등의 근원이다.
그런데 사우디가 그 동안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주변국들과 서둘러 국교 정상화에 나선 이유는 빈 살만 왕세자가 네옴시티를 필두로 자신이 주도하는 뉴 사우디아라비아에 특별한 지정학적 변수가 도출되는 것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옴시티가 위치할 타북은 사우디의 변방으로 이스라엘, 시리아 등 그동안 적대적 관계를 맺어온 주변국과 매우 가깝다. 이러한 주변국과 마찰을 빚는다면 외국의 막대한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이 책은 네옴시티에 대한 사우디 정부의 궁극적 지향점에 대해 세 가지 정도로 집약하고 있다. 하나가 중동 지역에서의 사우디아라비아의 권위의 지속, 또 하나는 빈 살만의 대내외적 힘의 과시 및 정치적 위상 확립, 마지막으로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한 전향적인 대응 등이다.
라.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제기되는 의문들
네옴시티는 아라비아반도, 더 나아가 중동 전 지역의 경제 및 지정학적 판도를 뒤집어 버릴 수 있는 수준의 혁신적인 프로젝트다. 성공한다면 이전에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도시 개발을 통해 건축사에 유례없는 초대형 인공 도시가 된다.
그러나 많은 건축학자들과 언론들은 네옴시티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 대체로 사우디 및 해당 프로젝트에 잠재적인 수혜를 입을 기대가 높은 한국과 같은 지역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언론은 가능성을 낮게 본다.
네옴시티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비판은 특히 더 라인에 쏠려 있다. 무려 170킬로미터에 해당하는 장벽형 건물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사실은 도시의 길이보다 엄청난 규모의 내부 공간과 지하에 초고속 철도 등 다양한 모빌리티가 내재돼야 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더 라인은 모듈러 공법이 도입될 예정이나, 이러한 공법으로 초고층 초대형 빌딩을 지은 사례가 거의 없다. 더구나 타북시는 아라비아와 아프리카 지각판이 만나는 단층선 근처에 위치해 있어 지진이 종종 발생하는 지역으로 지진이 날 경우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그런가 하면, 더 라인이 제대로 된 도시로 자생할 수 있냐와 관련해서, 거주 가능성의 문제, 엄청난 건설비 조달 문제, 디지털 기반이 초대형 판옵티콘의 문제, 사우디 내의 빈 살만 반대파의 움직임과 타북시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이전 문제 등 수많은 의문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