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정원은 우리나라 국가정원 1호
2013년 전남 순천에서는 국제정원박람회가 열렸다. 440만 명이 다녀간 국제정원박람회장은 순천만정원으로 바뀌어 변함없이 축제의 장을 이어가고 있다. 순천만정원은 오는 8월 국가정원으로 지정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지정되는 국가정원 1호다. 정원을 주제로 국제박람회를 연 곳인 만큼 더욱 아름다운 정원의 자태를 뽐내지 않을까? 바야흐로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이다. 순천만정원은 지금 더없이 화사한 비경을 자랑하고 있다.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될 순천만정원의 봄을 만나본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정원
나무도감원 입구에서 본 수목원전망지의 언덕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인 순천만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순천 도심과 순천만 연안습지 사이에 조성한 공간이다. 440만 명이 다녀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에 이어 순천만정원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순천만정원은 올 8월 국가정원 1호로 지정될 예정이다.
국가정원이라는 이름이 다소 생소하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를 계기로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존에 ‘수목원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이 있었지만, 정원에 대한 개념이 따로 명시되어 있지 않아 올 초 ‘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률’로 정원과 관련된 내용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정원의 운영 주체에 따라 국가정원, 지방정원, 민간정원, 공동체정원으로 구분하게 되는데, 그중 국가정원으로 처음 지정되는 곳이 바로 순천만정원이다. 법률의 세부적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순천이 ‘국가정원 1호’라는 이름에 걸맞은 정원문화의 발상지가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천만정원은 한 번쯤 꼭 찾아야 될 정원의 명소다.
순천만정원은 남쪽에 자리한 순천만생태공원과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다. 입장권 역시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통합권을 구입하면 훨씬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통합권의 경우 순천만정원은 오후로 접어들면 관람시간을 감안해 발권하지 않을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순천만생태공원은 올 4월 1일부터 하루 1만 명에 한해 사전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주말에 순천만생태공원을 찾으려면 반드시 사전예약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나무와 전통정원의 만남, 나무도감원 & 전통정원
순천만정원은 순천 시가지를 가로질러 순천만으로 빠져나가는 동천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뉘어 있다. 어느 구역으로 가든 순천만정원을 둘러보는 데는 문제가 없다. 서문으로 들어서면 크게 수목원 구역과 습지센터 구역으로 나뉜다. 수목원 구역에서는 나무도감원과 한국정원, 수목원전망지, 철쭉정원을 거쳐 습지센터 구역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나무도감원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만나는 느티나무, 팽나무를 비롯해 이야기가 있는 나무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다. 특히 나무에 부착된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그 나무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어 말 그대로 도감 역할을 한다.
순천만정원이 조성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된 나무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가장 먼저 순천만정원에 옮겨진 소나무인 ‘지구의 정원 1번 나무’, 5분만 늦었어도 잘려나갈 뻔한 ‘5분 전 은행나무’, 두 번이나 벼락을 맞고도 100년 넘게 살고 있는 세 그루 은행나무인 ‘근심 먹는 나무’ 등 스토리텔링을 가미한 나무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나무도감원을 지나 다리를 건너면 한국정원으로 이어진다. 출입구에 세워진 연휘문은 경복궁 교태전 뒤뜰에 있는 것을 재구성한 것이다. 연휘문을 들어서면 왼편에 아미산 굴뚝, 정면에 창덕궁 후원인 부용지와 부용정, 어수문 등이 조성되어 있다. 창덕궁 후원의 어수문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는데, 이곳에서는 계단을 지나 오를 수 있는 호사를 누린다.
이 밖에도 가을이면 노란 은행나무가 아름다운 경북 영양의 서석지, 담양을 대표하는 별서정원인 소쇄원 광풍각, 남명 조식 선생을 기리는 덕천서원 앞 세심정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광풍각에 앉아 휴식을 즐기는 방문객의 표정이 사뭇 여유롭다.
한국정원에서 수목원전망지까지는 오르막길이다. 정상에 오르면 순천만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수목원전망지와 철쭉정원이 차례로 이어진다. 수목원전망지에서는 순천만정원은 물론 멀리 전라도에서 경상도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장엄한 능선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철쭉 하면 대개 소백산, 황매산, 지리산 바래봉 등을 떠올리는데, 순천이 국내 철쭉의 70%가 재배되는 철쭉의 고장임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경사면을 따라 조성된 철쭉정원에서는 붉은색, 분홍색, 흰색 철쭉이 화사한 색감을 자랑한다. 습지센터 구역에서 바라보는 철쭉정원은 말 그대로 꽃동산이다.
순천만정원의 동쪽, 세계 각국의 정원을 산책하다
순천만정원의 동서를 연결하는 ‘꿈의 다리’가 동천을 가로지른다. 설치미술가 강익중 작가가 만든 꿈의 다리는 세계 최초의 물 위에 떠 있는 미술관이다. 길이 175m로 외부는 오방색을 띠는 유리타일 1만여 개를 붙였고, 내부에는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한테 받은 3인치 그림 14만 점이 빼곡히 걸려 있다. 하나하나 다 들여다볼 수 없지만, 유리타일에 새겨진 재미있는 글과 재치 넘치는 어린이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미소가 절로 흐른다.
동천을 건너자마자 여유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튤립의 화사한 풍경 너머로 파라솔과 선베드가 비치되어 있다. 잠시 눈을 붙이거나 한가롭게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세계정원은 각 나라별 특성과 환경에 따라 조성된 세계 각국의 정원을 만나보는 공간이다. 화려한 프랑스정원, 소박하지만 정감이 넘치는 독일정원, 오렌지나무가 꼭 식재되는 스페인정원, 튤립과 풍차의 조화가 아름다운 네덜란드정원,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를 이겨내기 위한 태국정원 등 정원과 함께하는 세계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순천호수공원은 순천만정원의 랜드마크다. 영국의 찰스 젱스가 직접 디자인한 정원으로 6개의 언덕과 호수, 호수를 가로지르는 데크까지 순천의 지형을 그대로 축소해 담았다. 각 언덕마다 인재, 포용, 성공과 명예, 성취, 사랑, 부부애의 뜻을 담고 있어 차례로 오르며 그 의미를 새겨보는 것도 좋다.
언덕 위에서 내려다보는 순천만정원과 순천호수공원의 각기 다른 풍경도 인상적이다. 우리나라 지자체와 기업체, 작가 들이 직접 디자인한 참여정원은 독특하고 이채로운 정원이다. 그중 하나은행 씨드뱅크 가든은 화물용 컨테이너, 기름통, 폐목, 낡은 구두 등을 활용해 인간의 부산물인 쓰레기와 폐기물로도 아름다운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천만정원의 습지 구역은 나눔숲과 비오톱습지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정원 아래쪽에 자리한 나눔숲은 넓은 습지에 팽나무, 푸조나무 등이 드문드문 서 있다. 3만 5,000㎡쯤 되는 이 공간에 지금 노란 유채꽃 물결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2023-11-16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