렇게 사이좋게 지내라고 얘기해도 또 싸운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이 또다시 시작된 것이다.
터미네이터 2 : 심판의 날 이후 기계들은 인간 세계를 멸망시키기 위한 재공격을 시도한다. 기계들이 인간 반란군의 지도자 존 코너를 암살하기 위해 파견한 것은 최첨단 로봇인 TX다.
TX는 요염하고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살인 능력은 전편에 등장했던 T-1000을 능가한다. T-1000의 기본 기능에 다른 기계를 제어하는 기능까지 겸비한 것.
보다 첨예해진 인간과 기계의 대립, 그 양편에 선 첨단 로봇들의 한 판 승부를 무기로 터미네이터 3은 개봉 전부터 수많은 영화 팬을 기대에 들뜨게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감상이야 어차피 개인 차가 있기 마련. 여기에서는 터미네이터 3 속 컴퓨터 탐험이나 나서볼 일이다.
■ 바이러스로 인간의 메인 컴퓨터를 파괴하라
영화를 보면 기계 군단이 인간의 정보망을 차단하려고 국방성의 메인 컴퓨터를 바이러스로 마비시키는 대목이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은 영화 속에나 등장하는 먼 미래의 일도 아니다. 실제로 바이러스에 의해 인터넷이 마비되고, 기업이나 개인의 컴퓨터에 담겨 있는 소중한 데이터를 잃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바이러스는 비도덕적인 해커가 퍼뜨리는 일종의 프로그램으로, 자기 번식 기능이 있어 사용자도 모르는 사이에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곳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특히 컴퓨터 사용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우리 나라는 종종 해외 해커들의 공격 표적이 되곤 한다.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피해를 입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따라서 바이러스 감염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렇다면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래에 있는 수칙을 잘 지킨다면 TX는 물론 그 어떤 해커로부터도 컴퓨터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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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층 강력해진 터미네이터의 적수 TX. 매력적인 여성의 모습이지만 살인 능력은 한층 강화됐다. |
터미네이터는 배터리를 갈아끼우지 않는다. 과연 자가발전을 하는 것일까? |
■ TX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는 법
하나. 보낸 사람이 확실하지 않거나 의심스러운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은 열지 않는다. 순간의 궁금증이 당신의 PC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요즘은 친한 친구나 아는 사람이 보낸 것처럼 위장된 이메일이 많아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이메일의 제목이나 내용을 꼼꼼하게 읽어보고 조금이라도 의심 가는 부분이 있다면 절대 첨부 파일을 열어서는 안 된다.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감염됐다고 하소연하는 사용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있다. "아는 사람이 보낸 이메일이라 의심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도 순간의 방심으로 날려버린 데이터는 되찾을 방법이 없다. 외양간은 소를 잃기 전에 고쳐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둘. 제목이 영어로 표기되었거나 받는 사람의 주소가 확실하지 않은 이메일의 첨부 파일도 열어보지 말자. 또 상대방에게 이메일을 보낸 적도 없는데 'Re:' 형태의 답신 메일이 왔다면 바이러스로 의심해야 한다. 성인 콘텐츠를 담고 있는 스팸 메일을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도 바이러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셋. 인터넷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할 때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파일은 실행 전에 반드시 백신 프로그램으로 검사하도록 설정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넷. 정기적으로 백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한다. 매달 새로 발견되는 바이러스만 해도 500여 종이 넘는다.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했더라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다섯. 중요 데이터는 정기적으로 백업해 둔다. 우리의 컴퓨터는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경로와 신종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개인에 따라서 백업 주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일 주일에 한 번 정도는 중요 데이터를 백업하는 것이 좋다. 뭐니뭐니해도 바이러스로부터 소중한 데이터를 지킬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백업이다. 백업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말자.
■ 미래형 배터리, 대체 어디에서 온 거야?
터미네이터는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배터리를 전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신형 TX의 추격 과정에서 배터리가 에러를 일으키자 자동차 바깥으로 배터리를 던져버린다. 잠시 후 버려진 배터리는 핵폭발처럼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폭발한다.
이 괴력의 배터리는 영화 후반부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로 미래형 배터리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을까?
노트북이나 휴대용 게임기, 휴대폰에는 크기는 작지만 많은 양의 에너지를 담은 배터리가 필요하다. 배터리를 필요로 하는 산업은 비단 컴퓨터 관련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해를 유발시키지 않는 전기 자동차 산업이나 일본 혼다를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인간형 로봇 산업에서도 미래형 배터리의 비중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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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TX는 배터리에 에러가 나자 폭탄처럼 내던진다. |
이 같은 필요에 의해 배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것은 연료 전지. 어쩌면 영화 속 터미네이터의 폭발 장면은 이런 연료 전지와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
연료 전지는 수소 폭탄과 비슷한 원리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연료 전지는 전지라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자가 발전기에 가깝다.
개발 초기 연료 전지는 공기와 수소를 연료로 사용했다. 덕분에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지 않는 환경친화적 제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또한 충전할 필요가 없으며, 발전 효율도 40∼60%에 달해 내연 기관과 비교해도 효율성이 2∼3배나 뛰어나다. 연료 전지의 개발은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첫번째는 미국의 에너지 릴레이티드 디바이스와 맨해튼 사이언티픽스의 공동 그룹, H파워, 일본의 마쓰시다 전기가 개발하는 제품으로, 출력은 수십 와트로 작지만 크기가 작고 얇아서 휴대용 기기에 유용하다. 다른 하나는 출력이 수십 kW에 이르는 대형 제품으로, 기계 설비나 로봇, 전기 자동차 등에 쓰일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1 50cc로 노트북 5시간 사용하는 도시바의 연료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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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DMFC 방식의 도시바 연료 전지 |
차세대 배터리에 관심이 높은 도시바는 이미 노트북용 연료 전지 개발에 성공, 2004년 제품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도시바의 연료 전지는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DMFC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미국과 일본에서 연구하던 수소 전지와는 달리 노트북에 직접 연결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다만 노트북과 연결하는 접속 부분은 기존 리튬이온 전지와 같은 모양이다.
현재 도시바 연료 전지의 평균 출력은 12W이며, 최대 출력은 20W 수준이다. 전압은 11V를 사용한다. 연료로 사용하는 메탄올은 교환이 가능한 카트리지 방식이며, 카트리지 용량은 50cc(33×65×35mm)와 100cc(50×65×35mm) 2가지다. 메탄올 50cc짜리 카트리지를 사용하면 노트북을 5시간 가량 연속 사용할 수 있다.
메탄올을 사용한 연료 전지는 3∼6%의 농도에서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지만 연료의 체적이 늘어나는 탓에 연료 탱크를 크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몇 해 전 도시바가 발표한 연료 전지는 물로 연료를 희석시키는 희석 순환 시스템을 채택해 고농도의 메탄올을 사용하면서도 기존 연료 탱크의 크기를 1/10 정도 줄일 수 있다.
또 메탄올의 농도와 공급량, 발전 온도 등의 조건을 최적화하여 연료 전지의 소형화는 물론 펌프 등 보조 기구의 크기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2 카시오의 휴대기기용 초소형 연료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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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리액터 방식의 카시오 연료 전지 |
일본 카시오 역시 연료 전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카시오가 개발에 성공한 방식도 메탄올을 사용하는 것은 도시바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메탄올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마이크로 리액터라는 장치를 이용해 메탄올에서 수소를 생성시켜 에너지로 삼는다. 메탄올에서 수소를 만들어낼 때의 변환 효율은 98% 이상이다. 이 연료 전지는 휴대폰이나 PDA 등 소형 단말기를 대상으로 한다.
카시오의 연료 전지를 현재 소형기기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와 비교하면 무게는 절반 가량인 반면 수명은 4배 이상이다. 카시오는 자사가 개발한 노트북 FIVA에 이 연료 전지를 테스트해 본 결과 2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 노트북 20시간 이상 사용을 목표로 하는 NEC의 연료 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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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화 단계에서 20시간 사용을 목표로 하는 NEC의 연료 전지 |
NEC가 관심을 두는 분야는 노트북과 휴대폰 분야다. 아직은 개발에 갓 성공한 단계여서 덩치가 크지만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면 노트북에 연결할 정도로 크기가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NEC의 연료 전지는 최대 출력 18W에 평균 출력 12W의 성능을 나타낸다. 이 정도 성능이면 저전력을 사용하는 펜티엄Ⅲ-M 1GHz 노트북을 3시간 정도 연속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NEC의 욕심은 좀 크다. 상용화 단계에서 20시간 이상을 목표로 하는 것. 모쪼록 영화 속 미래형 배터리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는 성과를 기대해 본다. @Bu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