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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함께 피어난 전설 6 - 초롱꽃
학명: Campanula punctata Lam
얼마 전 퇴근길에 무심히 지나치던 거리 골목길에서 꽃이 심긴 화분을 보았다. 시각장애인이기에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그곳에 꽃이 피었는지 화분이 있는지도 모른다. 그 꽃이 향기를 발했다면 존재감이라도 느꼈으련만, 바람이 다른 쪽으로 불어 향을 실어갔는지 향기가 미비했던 건지, 아무튼 나는 향을 맡지 못했다. 그래서 어머니의 말로 그 꽃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진을 찍고 스마트폰 인터넷으로 어찌저찌 이 꽃이 무슨 꽃인가 확인했다. 화분에 팻말이라도 좀 꽂아주지.....
“흐린 하늘, 노을빛 있고 없는 길가에서 조용히, 두손 모우고 기도합니다. 부디, 내 곁으로 돌아와 함께 미소짓기를. 그대 오실 자리 지키며, 때때로 가만가만 종을 울리듯 당신 이름 불러봅니다. 이 부름 귓가에 닿을 때 그대 걸음 또한 이 앞에 이르기를. 행여 길 잃을까, 문밖 평상에 초롱불 가져다 놓겠습니다.”
위의 사진이 당시 찍은 그 꽃의 모습이다. 검색 결과에 따르면 ‘초롱꽃 체리벨’이란다. 화분에 녹색 이파리 사이로 자주색 종을 닮고, 또 청사 초롱을 닮은 꽃이 아래를 향해 피어 있다. 이 꽃이 바로 이번 글의 주인공, 초롱꽃이다. 위의 문장은 사진만 올리기 심심해서 몇 자 적어봤다.
초롱꽃은 산기슭 풀밭에서 자라는 쌍떡잎식물 합판화군 초롱꽃목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30~80cm로 곧게 서고 전체에 퍼진 털이 있으며 옆으로 뻗어가는 가지가 있다. 뿌리잎은 잎자루가 길고 달걀처럼 생긴 심장 모양이며 줄기잎은 세모진 달걀 모양이고 가장자리에 불규칙한 톱니가 있다.
꽃은 6~8월에 피고 흰색 또는 황백색, 혹은 자주색으로 밑을 향해 종 내지는 초롱 모양으로 달린다. 화관은 길이 4~5cm이고 초롱(호롱)같이 생겨 초롱꽃이라고 한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털이 있다. 5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으며 씨방은 하위이고 암술머리는 3개로 갈라진다.
열매는 열매 속이 여러 칸으로 나뉘어져서 각각의 칸 속에 많은 종자가 들어 있는 열매 구조로 9월에 익는다.
‘산소채’라고 해서 어린순을 나물로 먹기도 했으며, 요즘에는 샐러드 재료로 사용되고 있는 듯하다. 꽃은 차로 마시기도 했다고 하는데, 요즘도 꽃차로 즐기는지는 잘 모르겠다. 생약명은 ‘자반풍령초’로, 꽃에 자줏빛 반점이 있고, 바람에 잘 흔들리는 모습이 방울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지 싶다. 책에서는 주로 해산을 재촉하는 약초로 쓰였다고 기록되어 있다.
화분이나 화단에 심어도 좋고 생육이 강하기 때문에 조경용으로도 많이 이용된다. 잎이 많이 있는 봄에는 물을 2~3일 간격으로 주고 나머지 기간에는 3~4일 간격으로 준다.
초롱꽃과에 속한 집안 식구로는 울릉도 등 섬에서 자라며 5~8월에 개화하는 섬초롱꽃(Campanula takesimana), 줄기와 잎에 자주색이 많이 도는 자주초롱꽃(for. purpurea), 원예종으로 개량된 청강초롱꽃, 중부 이북의 높은 산에서 자라며 8~9월에 꽃피는 한국특산식물 금강초롱꽃(Hanabusaya asiatca) 등 7종이 있다. 세계적으로는 약 300여종 이상이 자생한다.
금강초롱꽃이 한국특산종임에도 학명에 ‘하나부사’라 되어 있는 것은 일제강점기 Nakai가 발견하여 학계에 보고하며 학명을 당시 총독이었던 하나부사로 이름 지었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금강초롱이라는 우리 이름이 있음에도 학명이 우리나라를 강탈하던 총독의 이름으로 붙여진 것이 뼈아픈 역사를 잊지 못하게 한다.
한편 초롱꽃류 가운데 마치 하나의 꽃방망이처럼 생긴 ‘자주꽃방망이’는 같은 초롱꽃과 식구인데도 이름만 보면 다른 집안 꽃 같다. 마치 일전 다루었던 붓꽃류의 꽃창포처럼 말이다. 위의 사진이 그 자주꽃방망이의 모습이다. 인터넷에서 발굴했다. 덧붙여 아래에 나올 다른 사진도 인터넷이 출처임을 밝힌다.
맨 처음에 등장한 사진만 빼고. 그건 퇴근길에 직접 찍은 거니까.
이 초롱꽃의 꽃말은 ‘성실’과 ‘은혜’, ‘감사’, ‘천사’, ‘기도’ 등이다.
* 초롱꽃의 얽힌 전설
1. 오누이의 성실과 감사함으로 핀 청사 초롱 - 초롱꽃 / 우리나라
먼 옛날, 금강산 깊은 산골에 부모 없는 오누이가 살았다. 그런데 어느 날, 누나가 그만 몹슬 병에 걸리고 말았다.
“내가 산에서 약초라도 캐올게. 조금만 기다려.”
남동생은 약초를 찾아 산으로 떠났다. 그리고 밤이 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은 달도 별도 보이지 않는 밤인데. 너무 어두워 길을 잘못 든 건 아닐까.”
돌아오지 않는 동생을 기다리던 누나는 초롱불을 들고 길을 나섰다. 그러다 체력이 다했는지, 기력이 달렸는지 산중턱에 쓰러지고 만다. 바닥에서 초롱 등잔이 홀로 어둠을 밝혔다.
“웬 빛인지 몰라도 다행이야. 덕분에 길을 찾을 수 있었어. 헛, 누나. 이게 무슨 일이야!”
약을 구해 돌아오던 동생은 숨을 거둔 누나를 발견했다. 죽은 누나 옆에는 초롱불을 닮은 한 송이 꽃이 피어 있었다. 신기하게, 까만 밤임에도 은은하게 빛을 발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감상: 꽃이 등잔이 된 셈이라 예쁠 것 같긴 한데, 전설이 슬픈 결말이다. 아쉽기 짝이 없다. 왜 누구 하나는 죽어야 했냐고! 둘이서 오순도순 잘 살았다고 하면 어디가 덧나냐!
2. 금강초롱꽃 - 길 잃은 여행자를 위해 밝힌 꽃초롱 / 우리나라
금강산 어느 마을에 부모 없는 오누이가 살았다. 오빠는 재간 있는 석공으로 바위를 다듬어 금강산을 명산으로 만들려고 마음먹었다.
“이 산을 기암괴석으로 꾸미면 분명 훌륭한 관광 자원이 될 거야.”
오빠는 원대한 꿈을 위해 산으로 떠났다. 3년 안에 꼭 돌아오기로 누이와 약속하고 말이다.
“올해가 약속한 해인데, 오빠는 왜 안 오는 걸까.”
그러나 3년이 지나도 기다리는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소녀는 오빠를 찾아 길을 떠나 금강산을 이리저리 헤매다가 캄캄한 밤이 되었다.
“이럴 때 초롱불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엉엉~! 오라버니는 대체 어디까지, 얼마나 깊이 들어간 거야!”
순간 소녀의 눈물이 떨어진 곳에서 초롱처럼 생긴 고운 꽃이 피어나 빨간 불빛으로 반짝였다. 소녀는 꽃송이를 꺾어 손에 들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꽃은 한 송이만 핀 게 아니라 처음 피어난 자리부터 길을 안내하듯 점점이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불빛이 비추는 곳으로 따라가니 거기에는 바위를 다듬다가 쓰러진 사랑하는 오빠가 있었다.
“오빠야~! 정신 좀 차려봐! 어디 아픈 거야? 다쳤어?”
“으으으, 배가 고파서..... 가지고 왔던 식량이 다 떨어졌걸랑. 혹시 밤참 없니?”
그 후부터 오누이는 금강산 구경을 왔던 사람들이 길을 잃거나 지쳤을 때, 이 꽃을 꺾어서 들라고 금강산 곳곳에 초롱꽃을 심고 가꾸었다고 한다.
감상: 어, 위의 전설 1과 좀 유사하다. 지명도 똑같이 금강산이고 말이지. 전설 1이 보강된 버전이 전설 2인가? 그나저나 전설 1이든 전설 2든, 초롱꽃 이야기 지명이 죄다 금강산인 거 보면, 초롱꽃 뿌리가 북쪽인데, 씨가 한반도 전역에 퍼진 건가. 음, 모르겠다. 꽃이 예쁘면 됐지 뭐.
3. 간절한 부름의 종소리 - 초롱꽃 / 그리스 신화
저녁의 아가씨들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신 헤스페리데스 자매와 님프 캄파눌라는 석양의 정원에서 황금 사과가 열리는 나무를 지키는 공원지기였다. 그들은 2교대로 황금 사과를 돌보았다.
“가지 하나, 잎 한 장 조심해야 돼. 이 나무는 아주 귀하니까.”
“맞아. 헤라 여신과 제우스 신이 결혼할 때 대지의 신으로부터 선물받은 거니까.”
문제는 귀한 건 알아가지고, 많은 도둑들이 호시탐탐 훔칠 기회를 노린다는 데 있었다. 여자들의 힘으로 막는 건 한계가 있고 말이다. 결국 헤스페리데스 자매와 님프 캄파눌라는 경비견, 아니 경비용을 한 마리 두기에 이른다.
“크와아~! 누구 하나 걸리면 다 잡아먹어주겠어!”
100개의 머리와 100쌍의 눈을 가진 용 라돈, 한 성깔하는 이 용은 그만큼 능력이 좋았다. 걸리면 뼈도 못 추릴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워낙 성격이 무시무시해서 비상용 종을 울릴 때만 모습을 드러내기로 했다.
“우히히~! 요거 하나만 잘 챙겨도 우리는 부자란 말씀!”
“겨우 하나 가지고 누구 코에 붙여? 자루에 왕창 담아가야지!”
그런 어느날 캄파눌라는 황금 사과를 도둑질하러 온 도적들을 목격한다. 그녀는 라돈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호출용 은종을 울렸다. 이 종소리를 듣고 용 라돈이 쫓아오는 것을 본 도둑들은 깜짝 놀라 캄파눌라를 칼로 죽이고 도망을 쳤다. 하지만 결국에 라돈에게 붙잡혀 한 끼 양식도 아니고, 간단한 새참거리가 되었다.
“이런 불쌍한..... 이놈의 신들은 어떻게 된 게 위로금 한 푼 안 준담? 일하다가 다쳐도 산재도 안 돼, 순직해도 보상은커녕 묘비 하나 없는 게 말이 되냐고요.”
꽃의 여신 클로리스는 자신의 의무를 지키다 죽고 만 캄파눌라를 가엾이 여겨 은종을 닮은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케 했다. 그 꽃이 바로 초롱꽃이며 학명은 신화의 님프 이름을 따 캄파눌라(Campanula)가 되었다.
감상: 원래 책에서는 꽃의 여신을 ‘플로라’라고 했다. 하지만 플로라는 그리스 꽃의 여신 클로리스가 로마로 전해지면서 얻게 된 이름이다. 그리스의 헤라 여신이 로마에서 주노로 불리는 것처럼. 그래서 각색에서는 본래 이름인 ‘클로리스’로 변경했다. 그나저나 그리스 신화 님프들은 왜 이렇게 인간 같지? 명색이 님프 요정이면서 마술 같은 걸로 도둑을 쫓지 못한단 말이냐!
4. 삶의 기쁨을 빼앗긴 종지기의 슬픈 울음 - 초롱꽃 - 유럽 전설
어떤 성에 시간을 맞춰서 종을 쳐서 하루 일과를 알리는 종지기가 살고 있었다. 이 종지기는 늙은 아버지를 대신하여 싸움터에 나갔다가 부상을 당하고 돌아와서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리는 일을 낙으로 삼은 마음씨 고운 청년이었다.
“대애앵~! 아침 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모두 모두 일어나 새 하루를 시작하세~!”
아침에는 종을 쳐서 일어나는 시간을 알렸다.
“댕댕~! 점심 종이 울리네, 배꼽시계도 울리네. 너도 나도 앉아서 도시락을 먹자.”
점심 시간에는 종을 쳐서 밥대를 알렸다.
“댕댕댕~!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퇴근합시다, 퇴근! 성문 닫아요~!”
저녁 시간에도 종을 쳐서 퇴근 시간과 더불어 성문을 닫는 시간도 알렸다.
“종지기가 있어서 하루를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어.”
“정확해서 시계가 필요하지 않다니까.”
세월이 흘러서 성주가 죽고 다른 성주가 부임하게 되었다. 그런데 신임 성주는 종지기가 치는 종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자자, 한잔 쭈욱~! 마시는 거야! 기왕 인심 써서 연 잔치인데 오늘 밤새 달려보자고!”
“저 성주님. 종쳤는데요.”
“이제 퇴근해야 돼요.”
백성들은 흥겹게 놀다가도 종소리가 들리면 일상으로 돌아갔다. 성주는 자기 말보다 종소리에 더욱 신뢰를 갖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불쾌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시간을 맞춰 생활하는 터라 혼자만 불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었다.
“에잇, 종지기 네가 뭔데 내 하루를 규제하느냐. 난 내 마음대로 할 테니, 너는 내일부터 그 시끄러운 종을 더는 치지 마라!”
마지막 종을 치던 날, 종지기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종각에서 뛰어내렸다. 그가 숨을 거둔 자리에서 마치 종처럼 생긴 예쁜 꽃이 피어났다. 그 꽃을 본 사람들은 종지기가 꽃으로 다시 태어났다고하여 종처럼 생긴 이 꽃을 초롱꽃 혹은 종꽃(bell flower)이라고 불렀다.
감상: 이런 나쁜 성주 같으니! 없는 직업을 만들어주지는 못할망정 있는 직업을 빼앗아? 이 벼락을 골백 번 맞아도 시원치 않을 작자가! 니가 취준생과 백수의 심정을 알아? 이 성주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으면 돌팔매질 확정이다.
출처 1: blog.naver.com/ionic
출처 2: 국립중앙과학관
출처 3: 도서 《한국의 야생화》 이유미 저
자료 모음 및 편집/각색: 카페 작은 도서관 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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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길 옆.
이름모를 작은 꽃하나에 생명과 의미를 부여하는 그대의 시선(?)은 참으로 아릅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