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년 원하지 않은 연례행사로 서울 나들이가 있다
흔히 말해서 나들이라면 평범한 생각으로는 잠시 집을 떠난 것으로
즐거운 일을 찾아 가는 게 나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좋은 일이건 좋지 않은 일이건 나들이가 나들일게고
그걸 땨져서 뭘 할 게 있다고 왈가왈부하겠는가? 그냥 좋아서 나서면 나들이지...
지난 주 2 박 3 일로 서울에 다녀 왔다
제일 먼저 가게 된 곳이 서울 아산 병원이다
손자 녀석의 심장 검사가 있기에 병원으로 먼저 달려 가서 이검사 저 검사를 했다
예전 같으면 검사가 끝나자마자 손자의 손을 잡고 광주행 ktx 에 몸을 실어야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다시 결과를 보러 또 서울행 열차에 앉아야 했다
작년 이맘 때쯤 , 그 때 의사 선생님께 광주를 오고 가는 게 힘드니
하루 터울로 결과를 보는게 좋을 것 같으니 그렇게 도와 주실 수 있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ok ~~
뜻밖에 주어진 나의 황금 같은 시간
제일 먼저 삼총사로 불리워진 서울과 인천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언제나 내 곁에서 좌 청룡 우 백호처럼 든든하게 나를 붙들어 준 친구들이다
전화를 받은 친구들 안 봐도 강건너 불구경 하듯이 자신들의 일과를 모두 변경했을 것이다
" 00 아 서울에 와서 가장 먹고 싶은 게 뭐냐 ? 생선초밥 아님 생선회 ? 아님 쇠고기로...
우리 어디서 만날까 ? 전화 카톡이 난리다
서울 지리를 네가 잘 모르니 내가 데리러 갈께
언니집 가까운 개봉역으로 데리러 갈테니 언니한테 그 곳으로 데려다 주라고 해...
그 곳에서 만나서 영등포 역으로 가서 인천 에서 올라 온 친구랑 노량진 수산시장으로 가자~~
요즈음 제철인 방어회를 먹고 대구탕에다 가오리 생선 구이를 먹자 ~~~
무엇을 먹은들 싫은게 어디 있겠소.. 그냥 만날 수 있음에 마냥 좋은 것이지.~~
그런데 만나기 전에 카톡에 사진 한 장이 올라오는데
만나기 전에 먼저 백화점에 간 친구가 머플러 매장에서
여러 가지 색깔의 머플러 사진을 보여주면서 색깔을 고르라고 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 한 친구와 만났고
보라색의 예쁜 마후라를 우리 언니에게 주면서 언니는 딸이 없으니
언니 드리려고 사왔어요 그러면서 언니 목에 마후라를 걸어 주는 내 친구
내가 받은 것 보다도 더 심쿵한 마음의 파도가 일어나면서
행복함이 서울의 추운 날씨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같았다
언니는 집으로 돌아 가고 둘이서 영등포 역으로 고고~~
인천 친구가 도착했고 일 년 만에 만난 우리들 서로를 얼싸 안고 회포를 풀었다
셋이서 그동안 이야기로 재잘재잘 ~~ 노량진 시장에 도착 했고
서울에 친구가 이미 주문해 놓은 방어회를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14살 때 만난 친구들 반 세기를 넘게 주고 받은 이야기들인데도
만나면서 이야기 보따리 풀어 놓으면 다시 담으려고 하지 않고 시간도 모두 잊어버린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일어서서 나오는 길
인천 친구가 조금 전 먹은 가오리 생선 구이가 참 맛있다며 가오리를 샀고
그 가오리를 내 손에 쥐어 주면서 언니 갖다 주라고 말하는 내 친구
두 친구의 사랑에 노량진 시장의 불빛이 모두가 하트로 수 놓은 듯 했다
한참 밝은 대낮에 만났는데 자리에서 일어나니 밖은 서울의 밤거리였다
시내 버스 요금도 모르는 나였기에 친구가 알려 주면서 태워 준 마을 버스
강가에 내 놓은 자식처럼 친구가 혹시라도 길을 잃을 까봐
버스 타고 가는 내내 카톡과 전화로 길 안내를 해주는 친구
꽃을 볼 떄는 화려하고 예쁜 색깔의 겉모습만 보지말고
꽃 안의 향기까지 제대로 느낄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꽃을 보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사람도 포장된 겉모습만 보지말고 그 사람의 마음까지 읽을 줄 알아야
진정으로 사람을 볼 줄 아는 방법이라고 말씀하신 박장원 선생님과
책을 만 번이나 읽어서 세종대왕님과 누가 더 조선의 독서 왕일까 ? 하는 김득신 선생님
이 두분의 우정이 돌아 가실 때까지 변함 없었던 것처럼
겉 모습은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지만 마음은 타고난 착한 인성과 정으로 가득찬 내 친구들
이런 친구들에게 감동을 받으면서 가끔 생각을 해보면
난 친구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께서는 모든 복을 한 사람에게 만은 절대 주지 않고
고루고루 나누어 주시는 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런대로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을 이해하면서 살려고 노력했던 것이
헛 되지는 않았구나 하는 자화자찬의 생각에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이번 서울 나들이를 통해서 지금까지 내 마음은 예쁜 풍선이되어서
마음껏 하늘을 날고 친구들을 통해서 또 한 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고
이런 친구들과 앞으로의 남은 생은 알 수 없지만
사는 날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도 마음은 풍선처럼 하늘을 날고 있다
00야~~ 00아~~ 사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