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발코니에 올린 공연 후기입니다.
6월12일 13일 이틀에 걸쳐 호암 아트홀에서 공연 되었는데 젊은연주자 들의 공연이 신선하고 좋아 졸고를 우리 카페에 옮겼습니다.아울러 7월13일 세종에서 열리는 시향 실내악 공연에 회원 여러분의 많은 참석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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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 디토의 바이올리니스트 자니 리의 솔로 데뷔 무대인 이번 공연은 베토벤의 소나타 5번으로 시작되었다.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을 예고 하는 듯한 F 장조의 산뜻한 제1 주제가 도입부 없이 바로 바이올린으로 제시된다.
자니 리의 연주 자세는 다소 수줍은 듯 하나 보잉은 매끄롭고 이를 이어받는 피아니스트 박혜연의 타건은 여유롭다.
중반을 지나 두 연주자의 일치된 호흡이 느껴지고 도란 도란 한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화가 다정하다
2악장의 서두를 장식하는 피아노의 꿈꾸는 듯한 주선율은 쇼팽을 연상 시킨다.피아니스트의 역량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를 이어받는 바이올린은 아련하다.
스케르조에서는 피아노의 다소 과감한 어택이 있었으면 묘미가 배가 되었을 것이다. 바이올린에 대한 배려가 지나쳐 재미있는 악장이 다소 밋밋해졌다.
4악장은 가장 좋은 연주 였다.
두번째 곡은 슈베르트의 화려한 론도다. 자니 리의 보잉은 힘차고 자신감에 넘친다.
피아노와의 앙상블도 완벽하다. 화려함을 넘어 장중함까지 느껴지는 호연이다.
인터미션후의 첫곡은 포레의 소나타 1번이다.
베토벤 5번 소나타와 같이 연주하기에 적합한 곡이다. 두 연주자의 이지적인 스타일에 적합한 곡으로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연주에 청중들과 많은 교감이 느껴지는 호연이었다.
코른 골트의 피에로의 춤 노래는 아름다운 서정미가 좋았고 마지막 곡인 라벨의 치칸느는 자니 리의 테크닉을 과시하는 장이었다. "피아니스트 뿐만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도 큰손이 필요해" 하는 라벨의 심술에 "작은 손도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충분히 연주됩니다.라벨 선생님'하는 자니의 응수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앵콜곡으로 쉰들러 리스트와 또 다른 한곡으로 연주회가 마감된다.
세계 최고의 의과 대학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하바드 의대에 입학했다가 경제학으로 졸업하고 음악에 대한 열정에 못이겨 크리블랜드 음대에 입학하여 뒤늦은 출발이었으나 능력을 인정받아 미국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로 부상한 L.A 필의 제2바이올린 종신 주자로 자리잡은 그의 성공적인 솔로 데뷔를 축하하며 아울러 피아노 파트를 맡아 뛰어난 기량을 선보인 피아니스트 박혜연의 다음 연주를 기대해 본다.
솔로 연주용으로 보다 강인하고 음량이 큰 악기를 구했으면 하는 바램은 사족으로 붙인다.
패트릭 지의 솔로무대는 자니 연주 다음날인 13일 금요일 이다.
첫곡인 하이든의 디베르티멘토 D장조는 피아티고르스키의 첼로용 편곡 버전이다.
첼리스트들의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는 1시간 30분 이상을 소요하는 정규 무대를 채워줄 작품의 절대적 빈곤이다. 첫 곡도 그러한 고민을 반영한다.
패트릭의 첼로는 아다지오 첫악장을 스러렁 소리가 날 정도의 날카로운 보잉으로 무대를 긴장 시킨다. 2악장과 3악장에서 디베르티멘토의 흥겨움을 켜켜이 쌓아간다.
어제는 일층 앞좌석에서 관람했는데 전체적으로 음이 다소 건조해 보였는데 오늘은 호암홀이 제 컨디션을 회복한 것인지 피아노와 첼로음이 윤기를 발한다. 2층 첫줄의 음향이 풍성하다. 아마도 잔향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메인 디쉬인 라흐마니노프의 g단조 소나타가 이어진다. 이곡은 라흐의 유일한 첼로 소나타일뿐만 아니라 러시아 작곡가 최초의 첼로 소나타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렌토로 시작하는 도입부는 러시안 특유의 비장감을 표출하며 차이코프스키의 비창교향곡의 서주를 연상시킨다. 중반이후는 리스트의 초절기교를 능가하는 난이한 부분의 연속이다. 피아니스트의 왼손이 수시로 오른손과 교차되고 급기야는 오른손 밑으로 들어가 연주된다.첼로와 피아노와의 앙상블이 환상적이다.개별 프레이징에 대한 디테일한 연구가 돋보이는 호연이다. 단언컨데 둘은 첫무대가 아니다.
피아니스트의 프로필을 살펴본다.
박혜연은 예술종합학교를 나와 예일에서 석사를 하고 피바디에서 박사 과정 중이란다. 예종에서는 예술적 부문 재능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하고 예일과 피바디에서는 전액 장학생으로 수학 했다니 대단한 영재다. 줄리아드, 예일 출신인 패트릭의 후배가 되는 셈이다. 이틀연속 바이올린과 첼로의 피아노 부분을 담당하는 극히 이례적인 퍼즐의 실마리가 보인다.
상상력은 재미를 배가 시킨다. LA가 주 무대인 자니가 동부의 패트릭에게 전화한다.
'패트릭 연주일자가 낼 모랜데 피아니스트가 갑자기 입원했어 어쩌지'
패트릭이 말한다. "자니 걱정마 내후배가 끝내 주니 하루 빌려줄께' 실없는 상상이다.
2악장의 스케르잔도에서 둘의 호흡은 절정에 달한다. 이건 상대의 음을 들어가며 하는 연주가 아니라 상대를 세포로 느끼며 연주해야 가능한 연주다. 슈베르트의 마왕 반주부 느낌이 더욱 심화되어 첼로와 피아노로 표출된다.
3악장의 안단테는 2악장과의 대비 효과로 인해 서정미가 더욱 절절하다.
송화가루 향취를 그윽하게 품어내던 첼로가 4악장에서는 피아노와 환상적이고 서정적인 대화후 화려한 코다로 마감한다.
1악장 종결부등에서 약간의 템포 차이등이 느껴졌으나 대단한 연주였다.
라흐마니노프를 듣느라 기진맥진한 심신을 피아졸라의 탱고, 파야의 불의 춤 ,스페인 민요 모음곡으로 추스린다.
청중들의 환호속에 앵콜곡 타이스 명상곡과 패트릭의 부친이 좋아한다는 생상의 백조연주로 패트릭의 카리스마는 살며시 걷어진다.
최근 일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실내악 무대였고 패트릭 지와 박혜연의 다음 무대를 기대해본다.
첫댓글 음악적 지식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멋진 후기... 읽는 즐거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작년 디토 공연을 KBS중계석에서 다시보기 하면서 자니 리를 처음 보고 알았는데요, 수줍은 표정과는 달리 음악을 잘 모르는 제게도 멋지다는 느낌이 전해져 오던데요~이번 디토 공연을 기대합니다
너무나 멋진 후기를 쓰시는 님이 부럽습니다..공연은 가지 못했어도 자세한 글에 제가 다녀온듯 합니다..감사합니다...^^
유리나무님,봄눈님,쥬얼리님,한결같이 아이디가 아름답습니다. 지나친 과찬에 미숙한 글 올리기가 두려워집니다.
다녀오셨군요~~ 저도 디토페키지를 구입할까.. 하다가.. 큰공연들이 올해는 많아서.. 그냥 디토만 예매헸었는데..
저도 좋은 공연이 많아 고충이 많습니다. 디토 예당 공연은 같이 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