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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휴식공간 송파정 원문보기 글쓴이: 송파
성은가답강호백구(聖恩歌答江湖白鷗)
-정철(鄭澈)
강호의 갈매기에 답하는 성은가
畵省夜聽蓬瀛水(화성야청봉영수) 상서성의 밤, 봉영의 물소리 들리는데
手搴薇花拜靈脩(수건미화배영수) 백일홍 손에 뽑아들고 임금님께 배례한다
鷄聲曉催紫雲闕(계성효최자운궐) 자운궁궐에 닭 울음은 새벽을 재촉하고
鶴影秋孤明月洲(학영추고명월주) 달 밝은 섬에 학 그림자 가을에 외롭고나.
涓埃未報雨露恩(연애미보우로은) 임금님 은혜를 물방울과 티끌 만큼도 못 갚고
一約猶遲方外求(일약유지방외구) 방외에서 만난 약속 여전히 드디구나
人間幸逢聖明主(인간행봉성명주) 세상에서 다행이 성스런 임금 만나
十年松江違白鷗(십년송강위백구) 십년세월 소나무 강가의 백구와 어긋났구나.
奔忙羈跡陌頭塵(분망기적맥두진) 장안의 흙먼지 속, 분망한 나그네 자취
浩蕩前期沙上秋(호탕전기사상추) 호탕했던 지난 약속은 모래 위에 가을이로다
唐虞日月卽我朝(당우일월즉아조) 요순의 나날들이 바로 우리 조정이요
玉節江東淸發謳(옥절강동청발구) 사신이 강동에 이르니 맑은 노래 일어난다
寒湖鳥語曉送誠(한호조어효송성) 차가운 호숫가에 새들도 보내는 정성 알아
急流中人遲退休(급류중인지퇴휴) 급류 속의 사람 사직이 더디구나
猩袍日晩學士班(성포일만학사반) 붉은 빛 도포입은 학사 반열에 세월은 저물고
鷺夢雲空漁父舟(로몽운공어부주) 백로 꿈꾸는 구름 낀 하늘에 어부의 배로구나
平沙十里雨霽後(평사십리우제후) 평평한 모랫가에 비 개인 뒤라
回笑三秋蓼月幽(회소삼추료월유) 가을에 여뀌에 그윽함 달빛이 도리어 우습다.
江湖淸趣我豈無(강호청취아기무) 강호의 맑은 정취 나에겐들 어찌 없으랴만
只緣天庭恩禮優(지연천정은례우) 다만 임금님 은혜가 두텁기 때문이로다
微臣縱之一字補(미신종지일자보) 미천한 신하 비록 한 글자 도움도 없지만
聖恩看同夔契儔(성은간동기계주) 성상의 은혜로 기와 설 같은 이도 함께 본다오
邦謨珍重納言地(방모진중납언지) 나라 살림 꾀하는 진중한 납언 벼슬의 처지라
是以東華吾久留(시이동화오구류) 이래서 나는 동쪽 궁궐에 오래 머무노라
歸來一計泛泛計(귀래일계범범계) 돌아가 강호에 떠다닐 나의 계획은
庶待邦家餘債酬(서대방가여채수) 바라노니, 나라의 남은 빚 갚는 일 기다림이라
모병유고주(老病有孤舟)
-정철(鄭澈)
늙고 병든 몸으로 배 타고 있으면서
茫茫宇宙此生涯(망망우주차생애) 망망한 우주에 이 한 인생
日月不爲畸人留(일월불위기인류) 일월은 사람 위해 머물지 않나니
居然老病忽相催(거연로병홀상최) 거연히 늙음과 병은 서로 재촉하니
萬事人間成謬悠(만사인간성류유) 인간만사 모두가 아득하구나
還丹已誤麓門期(환단이오록문기) 단으로 돌아가려니 녹문의 기약에 이미 틀려
一劒未倚崆峒秋(일검미의공동추) 한 자루 칼로 공동산 가을도 의지하지 못한다
行裝何處任漂泊(행장하처임표박) 어디로 가는 차림인가, 방랑에 맡기고
蓬轉萬里惟孤舟(봉전만리유고주) 외로운 배 타고 만리에 떠도는 쑥잎 신세로다
天涯去住倚一棹(천애거주의일도) 하늘 끝 오고감을 노 하나에 기대니
一棹滿載千斛愁(일도만재천곡수) 한 번 노저으니 천곡의 시름 가득 하구나
窮愁何耐抵死苦(궁수하내저사고) 곤궁한 근심에 죽음의 고통 어찌 견디며
爲國一念無時休(위국일념무시휴) 나라 위한 한 생각을 그친 때가 없었도다
風塵兵甲滿天地(풍진병갑만천지) 풍진에 전쟁이 천지에 가득하여
料理百計堪白頭(료리백계감백두) 온갖 계획 세우자니 백발이 다되었다
平生勳業鏡中失(평생훈업경중실) 평생의 빛난 일을 거울 속에서 잃었나니
久矣夢斷伊與周(구의몽단이여주) 이윤과 주공의 꿈이 끊어진지 오래되었구나
藜羹尙有肉食慮(려갱상유육식려) 명아주국 신세에 오히려 고관의 걱정을 한다
獨夜壯氣橫斗牛(독야장기횡두우) 홀로 밤의 장한 기운 두우성을 비끼니
誰敎ꝯ力整乾坤(수교쇄력정건곤) 누가 작은 힘으로 천지를 바로잡으라 시켰던가
不許寸誠陳冕旒(불허촌성진면류) 조그만 정성이라도 임금께 아뢸 길 없어
徘徊躑躅誰與依(배회척촉수여의) 배회하며 머뭇거리니 뉘에게 의지할까
江湖浩渺隨白鷗(강호호묘수백구) 넓고 아슬한 자연에 흰 갈매기나 따라
流離遷次影伴身(류리천차영반신) 이별하여 다니면서 내 그림자 짝하리라
巫峽旅帆瀟湘遊(무협려범소상유) 무협의 나그네의 돛이 되어 소상강에 노니
衷情掩抑訴無處(충정엄억소무처) 충정은 가려지고 억눌려 호소할 곳 없도다
惟有白日臨衾裯(유유백일임금주) 오직 밝은 해 있어 금침을 비추는데
飄零死生隔弟兄(표령사생격제형) 아우와 형은 흩어지어 생사가 막히었구나
金玉札翰違朋儔(금옥찰한위붕주) 금옥같은 친구들의 편지도 어긋나니
蒼梧帝舜跪敷袵(창오제순궤부임) 창오산 순임금께 무릎 꿇어 옷깃 펴본다
楚魂湘水吟夷猶(초혼상수음이유) 소상강의 초혼을 읊은며 머웃거리며
停橈蜀魂起再拜(정요촉혼기재배) 두견 울음소리에 노 멈추어 두번 절하노라
止棹北辰瞻天陬(지도북진첨천추) 노를 멈추고 하늘가에서 북두성 보니
衰容誰念廓無歸(쇠용수념곽무귀) 휑하니 갈 곳 없으니 늙은 얼굴 누가 기억할까
一物獨荷皇恩優(일물독하황은우) 한 목숨 오직 임금의 큰 은혜 입었나니
姓名休道舊拾遺(성명휴도구습유) 지난 습유 벼슬과 이름일랑 묻지 마시라
憔悴謾?漁人羞(초췌만?어인수) 초췌한 모습 부질없고 어부에게 부끄럽나니
誰云鼎鼐調元手(수운정내조원수) 누가 이르리 조정의 으뜸 가는 고수라 하나
却把短棹還滄洲(각파단도환창주) 도리어 짧은 노를 쥐고 창주로 오니
孤舟盡日渡口橫(고주진일도구횡) 외론 배는 종일토록 나루터에 비끼었구나
濟川不被商家收(제천불피상가수) 내를 건너도 은나라에 걷우어지지 않았니
江邊芳杜聊采采(강변방두료채채) 강가의 향초를 애오라지 캐고 캐노라
延佇日夕憑柁樓(연저일석빙타루) 타루에 기대어 아침 저녁 우두커니 섰나니
美人持贈杳雲端(미인지증묘운단) 임금님께 전하려해도 구름 끝이 아득하여
哀涕一任懸雙眸(애체일임현쌍모) 쇠잔한 눈물 두 눈동자에 맺히는구나
乘桴緬懷魯聖志(승부면회노성지) 뗏목 타려던 공자의 뜻 생각하니
有言不行應有由(유언불행응유유) 말 하고 행하지 못하니 응당 까닭이 있었어라
연지(蓮池)
-정철(鄭澈)
연꽃 연못
活水鏡樣澄(활수경양징) 살아있는 물 거울처럼 맑고
方池纔丈許(방지재장허) 모난 연못은 겨우 한길 가량
亭亭玉井根(정정옥정근) 우뚝 솟은 옥정의 연뿌리
翠盖森相擧(취개삼상거) 푸른 연잎 덮개 빽빽히 이었다
淸香襲杖屨(청향습장구) 맑은 향은 막대와 신에 스며들고
散步逢淸潛(산보봉청잠) 한가히 걷다가 맑은 물가에 이른다
採採欲誰贈(채채욕수증) 캐고 캐서 누구에게 주려는가
日暮徒延佇(일모도연저) 저물도록 우두커니 서있었도다
한거구점(閒居口占)
-정철(鄭澈)
한가히 살며 시를 읊다
浮雲過長空(부운과장공) 뜬 구름이 긴 하늘을 지나니
一點二點白(일점이점백) 한 점 두 점 하얀 것이 생긴다
流水歸北海(류수귀북해) 흐르는 물 북해로 돌아드니
千里萬里碧(천리만리벽) 천리 만리가 모두 푸르구나
白者何爲白(백자하위백) 흰 것은 어찌 희고
碧者何爲碧(벽자하위벽) 푸른 것은 어찌 푸른가
此理欲問之(차리욕문지) 이러한 이치 묻고 싶어도
雲忙水亦急(운망수역급) 구름 바쁘고 물도 급히 흘러가누나
매정(梅庭)
-정철(鄭澈)
매화나무 뜰
山家雪西圍(산가설서위) 산속 집,눈은 사방에 가득
歲暮蒼烟合(세모창연합) 한해가 저무는 때, 푸른 연기 장욱
梅兄報春信(매형보춘신) 매화는 봄소식 알리려
粲粲窺午榻(찬찬규오탑) 곱게 곱게 대낮의 평상을 살핀다
喚起羅浮夢(환기라부몽) 나부산의 꿈을 떠올리며
一笑破殘臘(일소파잔납) 한번 웃음에 남은 섣달을 깨뜨린다
寧隨桃李蹊(녕수도리혜) 어찌 복숭아와 오얏의 오솔길 따라
繞樹日千匝(요수일천잡) 나무 돌기를 하루에 천 번이나 한다
죽암(竹巖)
-정철(鄭澈)
대나무 바위
巖吾甚愛之(암오심애지) 바위를 나는 무척 좋아하나니
風雨無淄磷(풍우무치린) 비바람에도 검어지지 않으니까요
此君亦不俗(차군역불속) 대나무도 또한 속되지 않나니
霜雪增精神(상설증정신) 눈 서리에 정신은 더욱 또렷하니까요
何須邀二仲(하수요이중) 어찌 반드시 이중만을 맞을까
兩美絶可人(양미절가인) 이 두가지가 아주 사람에게 좋으니까요
日夕嘯其下(일석소기하) 아침 저녁으로 그 아래서 휘파람 부노니
誰有聲色塵(수유성색진) 누구의 말이나 얼굴빛에 티끌 남아 있을까요
차율곡운증산승(次栗谷韻贈山僧)
-정철(鄭澈)
율곡의 시를 차운하여 산승에게 주다
流水幾時返(유수기시반) 흐르는 물은 어느 때에 돌아오고
故人何日來(고인하일래) 정다운 친구는 어느 날에 돌아오나
風塵六載淚(풍진육재루) 풍진세월 여섯 해에 눈물만 흐르고
白首眼難開(백수안난개) 희어진 머리칼에 눈도 뜨기도 어렵소
증별(贈別)
-정철(鄭澈)
이별하며 주다
惜別重携手(석별중휴수) 아쉬운 이별에 다시 또 손 잡으며
論懷更命樽(논회갱명준) 회포를 논하며 다시 술 마시라 한다
一生頻聚散(일생빈취산) 일평생에 자주 모였다 흐트지니
萬事任乾坤(만사임건곤) 온갖 일은 하늘에다 맡겨보자꾸나
대월독작(對月獨酌)
-정철(鄭澈)
달 보며 술 마시며
夕月杯中倒(석월배중도) 저녁 달은 술잔 속에 지고
春風面上浮(춘풍면상부) 봄바람은 내 얼굴에 떠오른다
乾坤一孤劒(건곤일고검) 하늘과 땅 사이에 한 자루 외로운 칼
長嘯更登樓(장소갱등루) 길게 휘파람 불며 다시 누대에 오른다
제평호당1(題平湖堂1)
-정철(鄭澈)
평호당에 제하다
滿窓紅躑躅(만창홍척촉) 창에 가득한 붉은 철죽
臨水碧玲瓏(임수벽령롱) 물빛은 보석처럼 영롱하다
萬事殘生裏(만사잔생리) 만사는 남은 삶에 있는데
孤舟落照中(고주락조중) 외로운 배는 황혼 속에 떠있다
제평호당2(題平湖堂2)
-정철(鄭澈)
평호당에 제하다
渺渺江聲遠(묘묘강성원) 아득히 강물 소리 멀어지고
蒼蒼暝色生(창창명색생) 컴컴하게도 어둠이 깔리는구나
中宵有明月(중소유명월) 한밤중 하늘에는 밝은 달 떠 있고
不寐倚虛欞(불매의허령) 빈 난간에 기대니 잠이 오지 않는다
촌거잡흥(村居雜興)
-정철(鄭澈)
시골에 사는 온갖 흥취
舊計梅千樹(구계매천수) 옛 계획은 매화 천 그루였지만
新盟竹數竿(신맹죽수간) 새 맹세는 대나무 몇 그루이로다
若非耕釣路(약비경조로) 밭갈고 낚시하는 길 아니면
常欲掩柴關(상욕엄시관) 늘 사립문 빗장을 닫아 두고싶어라
우음(偶吟)
-정철(鄭澈)
우연히 읊다
流水峽中出(유수협중출) 흐르는 물, 골짝에서 나와
迢迢何所之(초초하소지) 아득히 어느 곳으로 흘러가는가
爾能達江漢(이능달강한) 네가 능히 강한에 이른다면
吾欲寄幽思(오욕기유사) 내 그윽한 그리움을 부쳐보련다
추사(秋思)
-정철(鄭澈)
가을 심사
秋風中夜起(추풍중야기) 가을 바람 한밤에 일어
客夢未能圓(객몽미능원) 나그네 꿈, 원만치 못하여라
遙想蟾宮女(요상섬궁녀) 멀리 달나라 궁궐의 항아 생각
凄凉亦不眠(처량역불면) 처량하여 또한 잠 못 들었다오
관동야작1(關東夜酌1)
-정철(鄭澈)
관동에서 잠에 술을 마시며
夜酌移西檻(야작이서함) 서쪽 난간으로 옮겨 술을 마시는데
春心繞北辰(춘심요북신) 봄 마음은 밤하늘 북극성을 두른다
明朝嶺東路(명조령동로) 내일 아침 영동 길에는
嵐翠濕衣巾(람취습의건) 비취빛 산기운 사람의 옷을 적시리라
관동야작2(關東夜酌2)
-정철(鄭澈)
관동에서 잠에 술을 마시며
卜夜開深酌(복야개심작) 밤을 가려 깊은 술자리 차려
論懷對獨燈(론회대독등) 외론 등불 마주보고 회포를 나눈다
江南一千里(강남일천리) 강남은 일천리 먼 곳이라
消息杳難承(소식묘난승) 소식은 아득하여 듣기조차 어렵구나
제산승시축(題山僧詩軸)
-정철(鄭澈)
산사 스님의 시축에 제하려
白髮秋逾長(백발추유장) 백발은 가을이라 더욱 길어지고
丹心死未休(단심사미휴) 일편단심은 죽어서도 그치지 않는다
方從赤松子(방종적송자) 이제부터 신선 적송자 따라가
辟穀謝封留(벽곡사봉류) 음식도 먹지 않고 벼슬도 거절하리라
제심공정벽(題沈公亭壁)
-정철(鄭澈)
심공의 정자 벽에 제하여
不見休文丈(불견휴문장) 휴문장 심약을 뵙지 못하니
空聞集勝亭(공문집승정) 빼어난 정자에 모인단 말 헛소문이어라
中秋端正月(중추단정월) 중추절의 단아한 보름달
携酒扣巖扃(휴주구암경) 술 가져와 바위 문이나 두드리리라
여강취음(驪江醉吟)
-정철(鄭澈)
여강에서 취하여 읊다
落日那能住(락일나능주) 지는 해, 어찌 잡으랴
重陰不可開(중음불가개) 어두어진 그늘은 밝히지 못한다
驪江西達漢(려강서달한) 여강은 서편으로 흘러 한강에 닿으리니
醉後一登臺(취후일등대) 취한 후에 한번 등대에나 올라보리라
증별문생(贈別門生)
-정철(鄭澈)
문생들과 이별하며 주다
好在諸君子(호재제군자) 좋아라, 제군들이 있음이여
詩書貴及時(시서귀급시) 시와 글들은 때에 맞아야 좋은 것이네
芳年不長住(방년불장주) 청춘은 오래 머물지 않으니
墜緖杳難期(추서묘난기) 실마릴 놓치면 아득히 기약하기 어렵네
기정옥곡로선(寄呈玉谷老仙)
-정철(鄭澈)
옥곡 늙은 스님께 부치다
懷哉玉谷老(회재옥곡로) 그리워라 옥곡 늙은이여
已矣松江人(이의송강인) 끝났도다, 송강의 사람아
滯酒天南夕(체주천남석) 남쪽 하늘, 저녁에 술마져 막히고
迢迢愁白蘋(초초수백빈) 아득히 하얀 마름만 시름겹구나
지주사객(止酒謝客)
-정철(鄭澈)
술 끊고 손님에게 사과하며
老杜新停日(로두신정일) 두보가 새로 술 끊던 날
親朋載酒時(친붕재주시) 친한 벗이 술 싣고 찾아왔어라
懽情隨處減(환정수처감) 기쁜 정, 가는 곳마다 줄고
壯志逐年衰(장지축년쇠) 장쾌한 뜻, 나이 따라 쇠하여진다
증김군영(贈金君瑛)
-정철(鄭澈)
김군영에게 주며
皓首吾兄弟(호수오형제) 흰 머리들, 우리 형제
秋風此離別(추풍차이별) 가을 바람 속에 이같은 이별이라
臨岐一杯酒(임기일배주) 가림길에서 한 잔 술
風雨助吟思(풍우조음사) 비바람이 시 읊을 생각을 돕는다
요기하당주인(遙寄霞堂主人)
-정철(鄭澈)
하당주인에게 멀리 부치며
霞老平生友(하로평생우) 하당의 늙은이 평생의 내 벗이라
難忘夢寐間(난망몽매간) 깨어서나 꿈에서도 잊기가 어려워라
吾方走塵世(오방주진세) 나는 막 세상살이 분주하나
君獨臥雲山(군독와운산) 그대는 홀로 구름 산에 누웠웠으리라
식영정잡영차운1(息影亭雜詠次韻1)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瑞石閒雲(서석한운) 상서로운 돌, 한가한 구름
初從低處生(초종저처생) 처음 낮은 곳에서 생겨나
更向何方歛(갱향하방감) 다시 어느 곳으로 모여드는가
去來本無心(거래본무심) 가고 옴에 본래 마음 없으나
可怡不可厭(가이불가염) 기뻐함도 싫지 하지 않는구나
식영정잡영차운2(息影亭雜詠次韻2)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碧梧凉月(벽오량월) 벽오동에 서늘한 달
人懷五色羽(인회오색우) 사람은 오색 봉황새 품었는데
月掛一枝梧(월괘일지오) 달은 오동나무 가지에 걸렸다
白髮滿秋鏡(백발만추경) 백발이 가을거울 속 가득하니
衰容非壯夫(쇠용비장부) 늙은 얼굴은 이제 장부가 아니도다
식영정잡영차운3(息影亭雜詠次韻3)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蒼松晴雪(창송청설) 푸른 소나무, 개인 눈
白玉峯巒矗(백옥봉만촉) 백옥의 산봉우리 우뚝하고
蒼龍鬐鬣傾(창룡기렵경) 푸른 소나무 갈기가 기울었다
月中光不正(월중광부정) 달 안, 빛은 어둑한데
風外響堪驚(풍외향감경) 바람 밖의 바람소리에 놀란다
식영정잡영차운4(息影亭雜詠次韻4)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釣臺雙松(조대쌍송) 낚시터의 두 소나무
日哦二松下(일아이송하) 낮에는 소나무 아래서 시 읊으며
潭底見遊鱗(담저견유린) 못 밑에 다니며 노니는 고기를 본다
終夕不登釣(종석불등조) 종일도록 낙시터엔 오르지 않고
忘機惟主人(망기유주인) 세상 이기심 다 잊은 이는 오직 주인뿐
식영정잡영차운5(息影亭雜詠次韻5)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鶴洞暮烟(학동모연) 학 마을의 저녁 연기
長天看獨鶴(장천간독학) 높은 하늘, 외로운 학
露頂更藏腰(로정갱장요) 머리만 들어내고 허리는 감추었다
終日有烟氣(종일유연기) 종일토록 안개 자욱하니
無心歸舊巢(무심귀구소) 옛 집으로 돌아갈 마음 하나 없구나
식영정잡영차운6(息影亭雜詠次韻6)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鸕鶿巖(노자암) 노자암
偶因水中巖(우인수중암) 우연히 물 속에 바위가 있어
目以鸕鶿處(목이로자처) 바다가 가우지 있음을 알겠다
其意不須魚(기의불수어) 물고기에게 뜻이 있는 건 아니나
烟波自來去(연파자래거) 안개와 물결 속에 왔다 갔다 한다
식영정잡영차운7(息影亭雜詠次韻7)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紫薇灘(자미탄) 자미탄 여울
花能住百日(화능주백일) 꽃이 능히 백일을 가나니
所以水邊栽(소이수변재) 물가에 심은 까닭이랍니다
春後有如此(춘후유여차) 봄 진난 뒤에도 이와 같으니
東君無乃猜(동군무내시) 어찌 봄이 시기한 것 아닐까요
식영정잡영차운8(息影亭雜詠次韻8)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桃花逕(도화경) 복사꽃 길
麗景三春暮(려경삼춘모) 봄날 저무는 고운 경치여
夭桃一色齊(요도일색제) 온통 요염한 복사꽃 빛으로 조화롭다
古來花下路(고래화하로) 옛부터 꽃 아래 난 길은
迢遞使人迷(초체사인미) 멀리 길가는 사람을 혼미케 하여라
식영정잡영차운9(息影亭雜詠次韻9)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芳草洲(방초주) 방초주
古峽深如海(고협심여해) 오래된 골짜기 바다 같이 깊어
芳洲草似綿(방주초사면) 꽃 피는 섬이라 풀은 솜결 같구나
初宜雨後屐(초의우후극) 비 뒤에 처음은 나막신 신기에 좋겠더니
更合醉來眠(갱합취래면) 다시 생각하니 술취한 후에 잠자기 좋아라
식영정잡영차운10(息影亭雜詠次韻10)
-정철(鄭澈)
식영정 노래의 운을 빌려
* 芙蓉塘(부용당) 부용당
龍若閟玆水(룡약비자수) 용이 이 물 속에 숨어있다면
如今應噬臍(여금응서제) 지금 같으면 반드시 후회하리라
芙蓉爛紅白(부용란홍백) 붉고 흰 연꽃이 흐드러 피어있고
車馬簇前溪(거마족전계) 앞 개울엔 수레와 말들 모여있어라
서하당잡영1(棲霞堂雜詠1)
-정철(鄭澈)
서하당 노래
月戶(월호) 달빛 창문
野鶴招常至(야학초상지) 들의 학을 불러 오게 해도
山精喚不應(산정환불응) 산에 정기는 불러도 답이 없구나
停杯一問月(정배일문월) 술잔 멈추고 한번 달에게 물노니
豈獨古人會(개독고인회) 어찌 친구만을 모임에 초대하는가
서하당잡영2(棲霞堂雜詠2)
-정철(鄭澈)
서하당 노래
* 蓮池(련지) 연못
山中畏逢雨(산중외봉우) 산중서 비 맞을까 두려워
淨友也能喧(정우야능훤) 연꽃들은 능히 시끄럽도다
漏泄仙家景(루설선가경) 선가의 경치를 누설하여
淸香滿洞門(청향만동문) 맑은 향기 동구에 가득하구나
서하당잡영3(棲霞堂雜詠3)
-정철(鄭澈)
서하당 노래
* 假山(가산) 인공 산
巧削神應助(교삭신응조) 교묘히 솜씨 신이 응당 도운 듯
深藏海幾重(심장해기중) 바다에 몇 겹이나 깊이 감추었구나
侯門歌吹地(후문가취지) 노래하고 피리부는 권세가의 땅
爭似此山翁(쟁사차산옹) 어찌 이 산 늙은이와 같을 것인가
서하당잡영4(棲霞堂雜詠4)
-정철(鄭澈)
서하당 노래
* 石井(석정) 돌우물
天雲何處看(천운하처간) 하늘 구름을 어디서 볼까
活水方澄井(활수방징정) 살아있는 물 솟는 모난 맑은 돌우물이지
終日自無風(종일자무풍) 종일토록 저절로 바람 하나 없으니
一塵寧到鏡(일진녕도경) 차라리 먼지 한점 거울에 다았을 것이야
척금헌잡영1(滌襟軒雜詠1)
-정철(鄭澈)
척금형 노래
* 淸溪晩雨(청계만우) 맑은 시내, 늦은 비
東風吹雨來(동풍취우래) 봄바람 비 몰고 와서
濯此人間熱(탁차인간열) 인간세상 더위를 씻어준다
如從道士歸(여종도사귀) 도사가 돌아가신다면
臥聽淸溪咽(와청청계열) 맑은 시내 물소리 누워 들릴까
척금헌잡영2(滌襟軒雜詠2)
-정철(鄭澈)
척금형 노래
* 露梁烟樹(로양연수) 노량에 안개 낀 나무들
漁舟下浦沙(어주하포사) 고깃배는 개펄 모랫가로 내려가고
暝色生江樹(명색생강수) 어둑한 빛이 강 숲에 비춰오는구나
待月欲鉤簾(대월욕구렴) 발 걷어두고 달을 기다리니
淸光恐隔霧(청광공격무) 맑은 빛이 안개에 가릴까 두려워라
척금헌잡영3(滌襟軒雜詠3)
-정철(鄭澈)
척금형 노래
* 銅雀風帆(동작풍범) 동작의 돛단배
今朝入海帆(금조입해범) 오늘 아침 바다로 떠난 배는
巨竹俱長綆(거죽구장경) 큰 간대에 기다란 닻줄을 매었다
東去杳無蹤(동거묘무종) 동으로 떠나 아득히 차취도 없
滿船江月影(만선강월영) 강가에 달그림자 배에 가득하여라
척금헌잡영4(滌襟軒雜詠4)
-정철(鄭澈)
척금형 노래
* 瓦村返照(와촌반조) 와촌의 저녁 햇빛
不耐送人時(불내송인시) 떠나보낼 때는 못 견디겠더니
還宜覓酒處(환의멱주처) 술집 찾으려니 도리어 기쁘구나
孤舟渡口橫(고주도구횡) 외로운 배가 나루 건너 비끼어 가니
我欲江南去(아욕강남거) 나도 저 강남 땅으로 떠나거리고 싶어라
만최가운경창(挽崔嘉運慶昌)
-정철(鄭澈)
가운 최경창의 만사
匹馬入雲山(필마입운산) 필마가 구름 속으로 드니
東風何處嘶(동풍하처시) 봄바람은 어느 곳에서 우는가
將軍臥細柳(장군와세류) 장군이 진영에 누웠으니
不復上雲梯(불부상운제) 다시는 구름 다리엔 오르리 못하리라
기성중심문준(寄成仲深文濬)
-정철(鄭澈)
중심 성문준에게 부치다
漠漠胡天雪(막막호천설) 막막한 오랑캐 하늘에 눈 내리니
蕭蕭楚客魂(소소초객혼) 쓸쓸한 초나라 나그네의 영혼이로다
殘年大狼狽(잔년대랑패) 늙으막에 낭패가 크나니
悔不用君語(회불용군어) 그대 말을 듣지 않았음을 후회하노라
증임자순제(贈林子順悌)
-정철(鄭澈)
자순 임제에게 드립니다
客睡何曾着(객수하증착) 나그네 잠이 언제쯤 드려나
樓前有急灘(루전유급탄) 누대 앞에는 급한 여울있도다
思君一片夢(사군일편몽) 그대 그리워하는 한 조각 꿈
應自海南還(응자해남환) 응당 스스로 해남에서 돌아오리라
봉증군회구계윤경희1(奉贈君會舊契尹景禧1)
-정철(鄭澈)
옛 친구 군회 윤경희에게 주다
兒說雙溪洞(아설쌍계동) 아이들이 쌍계동을 말하기를
孤雲隱不還(고운은불환) 최고운이 은거하여 오지 않은 곳이라
築居名偶似(축거명우사) 집 지은 곳 이름이 우연히 같으니
吾欲老玆山(오욕로자산) 나도 이 산에서 살다가 늙어가고 싶어라
봉증군회구계윤경희2(奉贈君會舊契尹景禧2)
-정철(鄭澈)
옛 친구 군회 윤경희에게 주다
爲問延城宰(위문연성재) 연성 원님에게 묻노니
何時得再逢(하시득재봉) 어느 때에 다시 만나 불 수 있을까
雙溪五更酒(쌍계오경주) 쌍계에서 오경에 술 마시며
回首正春風(회수정춘풍) 머리 돌려보니 바로 봄바람이 분다
봉증군회구계윤경희3(奉贈君會舊契尹景禧3)
-정철(鄭澈)
옛 친구 군회 윤경희에게 주다
遠人長抱病(원인장포병) 멀리 있는 사람, 오랜 병 앓아
仙子杳難期(선자묘난기) 신선의 기약은 아득하다
遙夜石房靜(요야석방정) 밤 이슥토록 돌방은 고요하니
幽懷淸磬知(유회청경지) 그윽한 회포를 맑은 경쇠소리는 알리라
도중(途中)
-정철(鄭澈)
길 가던 중에
行役豈非苦(행역기비고) 여행 어찌 괴로움이 아닐까
別離良亦難(별리양역난) 이별도 또한 정말로 어려워라
同心幸同伴(동심행동반) 마음 맞아 다행히 친구되고
聊以解愁顔(료이해수안) 부족하나마 근심스런 얼굴 펴리라
통군정구점(統軍亭口占)
-정철(鄭澈)
통군정에서 읊다
片雨明斜日(편우명사일) 여우비 지는 해에 밝고
孤雲照海天(고운조해천) 외로운 구름 바다 하늘에 비춘다
臨江一長嘯(임강일장소) 강가에서 한번 길게 휘파람 부니
起盡九龍眠(기진구룡면) 아홉 용이 잠에서 깨나버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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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상구호1(席上口號1)
-정철(鄭澈)
자리에서 소리내어 읊다
暮雲生睥睨(모운생비예) 저녁 구름은 성곽에서 일고
江雨起蒼茫(강우기창망) 강가의 비는 아득한 곳에서 내린다
萬事干戈裏(만사간과리) 난리 속, 온갖 일들
龍灣酒一觴(룡만주일상) 용만에서 한잔 술 마시노라
석상구호2(席上口號2)
-정철(鄭澈)
자리에서 소리내어 읊다
舊國今恢復(구국금회복) 조국이 이제 회복되고
吾行正杳茫(오행정묘망) 내 행처가 정히 아득하구나
四時九天上(사시구천상) 사계절 언제나 구천에 올라
吸盡紫霞觴(흡진자하상) 자하주를 다 마셔버리고 싶다
석상구호3(席上口號3)
-정철(鄭澈)
자리에서 소리내어 읊다
渚鷺雙雙白(저로쌍쌍백) 물가에 백로는 쌍쌍이 희고
江雲片片靑(강운편편청) 강가의 구름은 조각조각 푸르구나
世間無別恨(세간무별한) 세상에 한스러운 이별 없다면
吾亦一杯停(오역일배정) 나 또한 한잔 술도 멈추어보련다
객야석별1(客夜惜別1)
-정철(鄭澈)
나그네와 밤에 아쉽게 이별하다
不是耽杯酒(불시탐배주) 술이 탐나서가 아니라
應緣愴別情(응연창별정) 이별의 정이 슬퍼서라오
明朝送君後(명조송군후) 내일 아침 그대 보낸 뒤
風雨滿孤城(풍우만고성) 비바람 외로운 성에 가득 하리라
객야석별2(客夜惜別2)
-정철(鄭澈)
나그네와 밤에 아쉽게 이별하다
孤燈落寒燼(고등락한신) 외로운 등불 차가운 재에 떨어지고
缺月送淸光(결월송청광) 이지러진 달은 맑은 빛을 보내는구나
把酒復怊悵(파주부초창) 술잔 잡고 다시 슬퍼하노니
論情誰短長(론정수단장) 정을 논한다면 누가 더 길고 짧을까
영학증송인수영구(詠鶴贈宋仁垂英耈)
-정철(鄭澈)
학을 흞어 영구 송인수에게 주다
水月諧心性(수월해심성) 물에 뜬 달은 내 마음이라
風霜賴羽毛(풍상뢰우모) 바람 서리에는 깃과 털에 의지한다
須棲烟島裏(수서연도리) 모름지기 연기 자욱한 섬에 깃들고
莫坐露松梢(막좌로송초) 드러난 소나무 가지에는 앉지 마시오
기영주사군(寄瀛洲使君)
-정철(鄭澈)
영주 사군에게 부치다
已誤尋眞計(이오심진계) 참 신선 찾을 계획 틀렸나니
誰傳度海書(수전도해서) 비다 건널 이편지를 누가 전할까
相思一枕夢(상사일침몽) 그리워라, 베갯머리 꿈
山雨杏花初(산우행화초) 산 비에 살구꽃은 갓 피어난다
도중(途中)
-정철(鄭澈)
길 가던 중에
逝水正如此(서수정여차) 흘러가는 물이 바로 이와 같거늘
徂年那可停(조년나가정) 가는 세월을 어찌 멈출 수 있으리오
天機自袞袞(천기자곤곤) 천기는 저절로 돌고 도는데
客鬢更星星(객빈갱성성) 나그네 귀밑머리는 더욱 성성하구나
야좌(夜坐)
-정철(鄭澈)
밤에 홀로 앉아
華月已吐嶺(화월이토령) 화사한 달, 이미 고개 위에 있고
凉風微動帷(량풍미동유) 스늘한 바람은 가볍게 휘장을 흔든다
忽忽感時序(홀홀감시서) 문득 시간의 질서를 느끼니
悠悠增我思(유유증아사) 아득히 온갖 생각만 깊어지는구나
야좌감회(夜坐感懷)
-정철(鄭澈)
밤에 앉아 느끼는 회포
悄悄候虫夕(초초후충석) 초초이 풀벌레 우는 밤
蕭蕭邊草秋(소소변초추) 스산한 변방의 가을풀이라
行宮何處是(행궁하처시) 행궁은 어느 곳인지
孤竹海西州(고죽해서주) 고죽군 살던 바다 서쪽 고을이라
연경도중(燕京道中)
-정철(鄭澈)
연경 가는 길에
粉堞圍山麓(분첩위산록) 하얀 성가퀴 산 기슭을 두르고
淸湖接海天(청호접해천) 맑은 호수는 바다와 접해있구나
平蕪無限樹(평무무한수) 풀 무성한 들판에 나무는 끝없고
萬落太平烟(만락태평연) 마을마다 태평성대 연기가 오른다
증의주목(贈義州牧)
-정철(鄭澈)
의주 목사에게 드리다
不省公來去(불성공래거) 공이 오가시는 것 살피지 못하고
無端自醉醒(무단자취성) 무단히 취했다 깨어났다 하였지요
雨餘江水漲(우여강수창) 비 온 후라 강에 물 불어나
今日更登亭(금일갱등정) 오늘은 다시금 정자에 올라봅니다
구호(口號)
-정철(鄭澈)
소리쳐 불러본다
白髮心俱白(백발심구백) 머리 희어지니 마음도 희어지고
山靑眼亦靑(산청안역청) 산이 푸르니 눈도 또한 푸르러라
流年如可駐(류년여가주) 흐르는 세월을 멈출 수 있다면
鴨水去還停(압수거환정) 압록강 물도 가다가 다시 멈추리라
우제(偶題)
-정철(鄭澈)
우연히 짓다
雨意初分暝(우의초분명) 비 내리려 막 어두어지는데
江光遠帶風(강광원대풍) 강빛은 멀리 바람을 둘렀구나
思君數行淚(사군수행루) 임을 생각하니 두어 줄기 눈물
獨立萬山中(독립만산중) 온 산 중에, 홀로 우드커니 서본다
야좌견회(夜坐遣懷)
-정철(鄭澈)
밤에 혼자 앉아 회포를 풀다
深夜客無睡(심야객무수) 깊은 밤, 나그네 잠 자지 못하고
殘生愁已生(잔생수이생) 남은 인생, 이미 시름만 묻어난다
當杯莫停手(당배막정수) 술자리 당하고선 멈추지 못하나니
萬事欲無情(만사욕무정) 세상만사에 무정하게 살고 싶어서라
객관별성중임(客舘別成重任)
-정철(鄭澈)
객관에서 성중임과 이별하며
曙色依依至(서색의의지) 새벽 빛은 조금씩 밝아오고
離觴袞袞傾(이상곤곤경) 이별의 술 잔을 연방 기울이노라
我心如短燭(아심여단촉) 내 마음 짧아진 촛불 같아서
垂死更分明(수사경분명) 다 타갈 무렵에야 더욱 밝아진다
수세(守歲)
-정철(鄭澈)
그믐날 밤을 새며
萬里思君淚(만리사군루) 만 리 먼 곳, 임 그리는 눈물
三更守歲心(삼경수세심) 한밤에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라
寧爲夢中鶴(녕위몽중학) 차라리 꿈속에 학이나 되어
度盡西塞岑(도진서새잠) 서쪽 변상 산봉우리를 다 넘어 보리라
봉증청천심상명수경(奉贈聽天沈相名守慶)
-정철(鄭澈)
정승 심수경에게 받들어 드리다
黃閣淸樽日(황각청준일) 재상의 황각에서 술 마신 날
門生座主詩(문생좌주시) 문생과 좌주가 시를 지었도다
回頭已往跡(회두이왕적) 머리 돌려보니 이미 지나간 추억
白髮共絲絲(백발공사사) 백발만 가닥가닥 함께 하는구나
자강도장하호남주중작(自江都將下湖南舟中作)
-정철(鄭澈)
강도에서 호남으로 내려가는 배 안에서
正下蕭蕭葉(정하소소엽) 우수수 곧바로 잎 지고
方生渺渺波(방생묘묘파) 아득히 파도는 막 일어난다
今當出塞日(금당출새일) 오늘은 변방 나가는 날
誰憶大風歌(수억대풍가) 누가 대풍가를 기억하리오
영신월(詠新月)
-정철(鄭澈)
초승달을 노래하다
已下西岑否(이하서잠부) 벌써 서산을 넘었는가
將生東嶺時(장생동령시) 동편 고개에 떠올 때로다
丁寧語風伯(정녕어풍백) 정녕 풍백에게 말하여
莫使片雲知(막사편운지) 조각 구름은 모르게 해꺼야
청원극리(淸源棘裏)
-정철(鄭澈)
철월 귀양살이
居世不知世(거세불지세)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 몰라
戴天難見天(대천난견천) 하늘을 이고서도 하늘 못 보봐
知心惟白髮(지심유백발) 내 마음 아는 건 백발 뿐
隨我又經年(수아우경년) 나를 따라서 또 한 해를 보낸다
금암(琴嵓)
-정철(鄭澈)
금암
暝色生寒樹(명색생한수) 어두운 빛, 차가운 숲에 돌고
秋聲入石灘(추성입석탄) 가을 소리는 돌여울로 드는구나
麻衣露全濕(마의로전습) 베옷에 이슬이 흠뻑 베어들어
江路月俱還(강로월구환) 강변 길을 달과 벗하여 돌아온다
별임서회(別林婿檜)
-정철(鄭澈)
사위 힘회와 작별하다
北嶽啣杯客(북악함배객) 북악에서 술 마신 손님
東床坦腹人(동상탄복인) 동쪽 상에 배 깔고 엎드린 사람
林間對落日(림간대락일) 숲 속에서 지는 해 마주보며
醉後見天眞(취후견천진) 취한 후에 순수함을 보여주지요
사사상공래방1(謝使相公來訪1)
-정철(鄭澈)
사상공의 내방에 감사드리며
老去病轉嬰(노거병전영) 늙어 가니 병 더욱 깊어지고
山中久不出(산중구불출) 산 속에서 오래도록 나오가지 않았다
佳期歲已闌(가기세이란) 아름다운 약속, 세월 이미 늦었으니
竹裏愁寒日(죽리수한일) 대나무 속에서 차가운 날들을 시름한다
사사상공래방2(謝使相公來訪2)
-정철(鄭澈)
사상공의 내방에 감사드리며
古峽烟霞滿(고협연하만) 옛 골짜기에 인애와 노을 가득한데
空庭鳥雀喧(공정조작훤) 빈 뜨락엔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권다
今朝使華至(금조사화지) 오늘 아침 사신 행차 이르니
童子早開門(동자조개문) 동자는 일찍 대문이나 열었두어라
사사상공래방3(謝使相公來訪3)
-정철(鄭澈)
사상공의 내방에 감사드리며
落日歸鴉亂(락일귀아란) 해가 지니 집 찾는 까마귀 어지럽고
秋天古木昏(추천고목혼) 가을 하늘, 고목에는 어둠이 깃든다
山中無過客(산중무과객) 기픈 산중이라 지나는 사람 하나 없어
十日不開門(십일불개문) 열흘 동안이나 문도 한번 열지 않어라
사사상공래방4(謝使相公來訪4)
-정철(鄭澈)
사상공의 내방에 감사드리며
天外故人來(천외고인래) 하늘 밖에서 벗이 왔나니
他鄕客病久(타향객병구) 타향에 객이 되어 병 든지 오래어라
山妻有好顔(산처유호안) 산 아낙도 기뻐하여 웃는 얼굴
瓮裏開新酒(옹리개신주) 항아리 속에 익어가는 새 술을 열어본다
군회송주색미구가시이사지(君會送酒色味俱佳詩以謝之)
-정철(鄭澈)
군회가 술을 보내어 맛과 색이 좋아 시로써 사례하다
一酌延豊酒(일작연풍주) 한 잔 연풍주에
令人萬慮空(영인만려공) 사람들 만가지 시름 잊나니
何須吸沆瀣(하수흡항해) 어찌 이슬을 마실까
直欲御凉風(직욕어량풍) 바로 서늘한 바람 타고 싶어라
봉증군회구계1(奉贈君會舊契1)
-정철(鄭澈)
옛 친구 군회에게
世事長含淚(세사장함루) 세상 일에 길이 눈물 머금고
離懷獨對樽(이회독대준) 이별의 마음 홀로 술잔을 대하네
月中三峽水(월중삼협수) 달빛 아래에 삼협의 물소리
淸夜不堪聞(청야불감문) 밝은 밤에 차마 듣지 못하겠네
봉증군회구계2(奉贈君會舊契2)
-정철(鄭澈)
옛 친구 군회에게
世事長含淚(세사장함루) 세상 일에 길이 눈물 머금고
離懷獨對樽(이회독대준) 이별의 마음 홀로 술잔을 대하네
月中三峽水(월중삼협수) 달빛 아래에 삼협의 물소리
淸夜不堪聞(청야불감문) 밝은 밤에 차마 듣지 못하겠네
주석희증죽림수영윤(酒席戱贈竹林守英胤)
-정철(鄭澈)
술자리에서 죽림수에게 주다
偶爾逢春酒(우이봉춘주) 우연히 봄 술을 만나니
依然發舊狂(의연발구광) 의연히 옛 발광 일어난다
王孫休記憶(왕손휴기억) 왕손이여 기억하지 마시라
醉語大無當(취어대무당) 취중어라 신경 쓸 일 없소이다
증사지옹(贈四止翁)
-정철(鄭澈)
사지암 늙은이에게 드리다
四止菴中老(사지암중로) 사지암에 사는 늙은이
三年病裏人(삼년병리인) 삼년이나 병중에 있었어라
湖山一杯酒(호산일배주) 호산에서 마신 한 잔 술
醉興不無神(취흥불무신) 술기운에 신이야 없지 않으리라
기동암동암(寄東菴東菴)
-정철(鄭澈)
동암에게 부치다
南海人長病(남해인장병) 남해의 사람, 병으로 누웠는데
東菴月幾圓(동암월기원) 동암의 달은 몇 번이나 둥글었던가
梅花一枝夢(매화일지몽) 꿈에 나타난 매화꽃 한 가지
獨起五更天(독기오경천) 홀로 깨어나니 오경의 하늘 뿐이어라
제청원역(題淸源驛)
-정철(鄭澈)
청원역에 제하다
驛樓殘日酒(역루잔일주) 석양의 역루에서 술 마시는데
征馬楚山雲(정마초산운) 초산의 구름 속으로 군마가 달려간다
樓下潺潺水(루하잔잔수) 누대 아래에 졸졸 흐르는 물
隨人出洞門(수인출동문) 사람 따라 동문 밖으로 나가본다
차임사구운(次林士久韻)
-정철(鄭澈)
임사구의 시운을 차운하여
雖爲戴帽人(수위대모인) 비록 사모 쓴 관리 되었지만
本是耕田者(본시경전자) 본래 밭 갈던 농부이었어라
多少未歸心(다소미귀심) 돌아가지 못한 마음 어떠하리
海城風雨夜(해성풍우야) 바닷가 성곽에 풍우치는 그날 밤
하당야좌(霞堂夜坐)
-정철(鄭澈)
하당에 밤에 앉아서
移席對花樹(이석대화수) 자리 옮겨 꽃나무 마주 보고
下階臨玉泉(하계임옥천) 섬돌을 내려가 맑은 샘에 이른다
因之候明月(인지후명월) 이 곳에서 밝은 달 기다리다가
終夜望雲天(종야망운천) 밤이 다하도록 구름 뜬 하늘만 보았다
촌거치탄일감회(村居値誕日感懷)
-정철(鄭澈)
시골집에 살면서 임금의 탄신일을 맞은 감회
竹日亭亭下(죽일정정하) 대나무에 햇살은 곱게게 내려오고
山飆激激呼(산표격격호) 산 바람은 세차게도 부는구나.
今辰會慶節(금신회경절) 오늘은 마침 경축하는 날
愁臥老臣孤(수와노신고) 시름겨운 누운 늙은 신하는 외로워라
제산인시축(題山人詩軸)
-정철(鄭澈)
산 사람의 시축에 적다
求詩下靑山(구시하청산) 시 구하고자 청산을 내려오다니
無乃僧未閒(무내승미한) 차라리 스님도 한가하지 않은가
歸去閉石室(귀거폐석실) 돌아가 석실을 닫고서
臥看雲往還(와간운왕환) 누워서 구름 오가는 것이나 보시길
봉정연수(奉呈烟叟)
-정철(鄭澈)
연수에게 받들어 드리다
烟波望不極(연파망불극) 안개 낀 파도, 보아도 끝이 없고
日月思悠悠(일월사유유) 밤낮 그리운 생각 아득하기만 하여라
愁倚碧梧檻(수의벽오함) 시름겨워 벽오동 난간에 기대어보니
仙舟何處遊(선주하처유) 신선 탄 배는 어느 곳에서 노니시는가
진도주중봉증하옹구화(珍島舟中奉贈霞翁求和)
-정철(鄭澈)
진도 가는 배 안에서 하옹에게 주어 화답을 구하다
三春餘幾日(삼춘여기일) 봄날은 몇 일이나 남았나
百歲已殘生(백세이잔생) 백 년이면 인생도 다하거늘
海上烟花老(해상연화로) 바다 위의 안개꽃 시들었는데
樽前病眼明(준전병안명) 술잔 앞에 병든 내 눈은 밝기만 하다
희이도사기남별기(戱李都事期男別妓)
-정철(鄭澈)
이도사 기남이 기생과 이별함을 희롱하여
別路重重隔(별로중중격) 이별은 길은 겹겹이 막혀
愁膓寸寸灰(수장촌촌회) 근심의 마속은 마디마디 재가 되었다
靑山人獨去(청산인독거) 청산을 사람이 홀로 가는데
暝樹鳥雙廻(명수조쌍회) 저물녘 숲으로 새기 짝지어 날아든다
의월정1(宜月亭1)
-정철(鄭澈)
의월정에서
白嶽連天起(백악연천기) 백악은 하늘에 이어 솟고
城川入海遙(성천입해요) 성의 냇물은 바다로 들어 아득하다
年年芳草路(년년방초로) 해마다 향기로운 풀길
人度夕陽橋(인도석양교) 사람들 석양의 다리 위를 건너간다
의월정2(宜月亭2)
-정철(鄭澈)
의월정에서
夕霏生睥睨(석비생비예) 저녁 안개 담 위로 피고
春酒滿觥船(춘주만굉선) 봄 술은 큰 술잔에 가득하여라
烽火休轉警(봉화휴전경) 봉화불 경계의 보고를 멈추고
王師且壓邊(왕사차압변) 왕의 군사가 변방을 제압하리라
강정대주차류랑중공진운(江亭對酒次柳郞中拱辰韻)
-정철(鄭澈)
강정에서 술을 대하고 공진 유낭중 시의 운에 차하다
調元手拙手(조원수졸수) 나라 살림에는 졸렬하나
把酒卽眞人(파주즉진인) 술잔을 잡으면 바로 진인이라.
富貴今猶在(부귀금유재) 부귀야 아직도 남았나니
江天萬柳春(강천만류춘) 강 위 하늘에는 버들 가득한 봄이다
서장판관의(書張判官衣)
-정철(鄭澈)
판관 장의에게 적다
高山何太高(고산하태고) 높은 산은 어찌 그리도 높은가
決眦送秋毫(결자송추호) 눈이 찢어 가을터럭 날려 본다
海天應萬里(해천응만리) 먼 하늘 끝 바다는 만리나 되니
明日夢相勞(명일몽상로) 내일이면 꿈에서나 서로 위로하리라
대점봉최희직기1(大岾逢崔希稷棄1)
-정철(鄭澈)
대점에서 희직 최기를 마나다
山村酒初熟(산촌주초숙) 산촌에 술이 갓 익어가니
千里故人來(천리고인래) 천리 먼 곳에서 고향 친구 찾아왔네
寸心論未盡(촌심논미진) 속 마음 다 말하지도 못했는데
庭樹夕陽催(정수석양최) 뜨락 나무들은 지는 해 재촉한다네
대점봉최희직기2(大岾逢崔希稷棄2)
-정철(鄭澈)
대점에서 희직 최기를 마나다
久病交遊廢(구병교유폐) 지병이 있어 친구도 멀리하니
柴門風雪撞(시문풍설당) 사립문엔 비바람이 때리는구나
山家有盛事(산가유성사) 산 속 집안에도 좋은 일 있어
歲晩酒盈缸(세만주영항) 세모에 항아리에는 술이 가득하다
장적구포주중유작(將適鷗浦舟中有作)
-정철(鄭澈)
포구로 가려는 배 안에서 짓다
岸樹依依立(안수의의립) 언덕에 나무는 무성히 서있고
江波渺渺平(강파묘묘평) 강 물결은 아득히 잔잔하구나
平生素輕別(평생소경별) 평생에 항상 이별을 가벼히 보았더니
於此轉多情(어차전다정) 오늘에사 더욱 정이 짙어만 가는구나
출성(出城)
-정철(鄭澈)
성을 나오며
安危去國日(안위거국일) 안전 때문에 고향 떠는 날
風雨出城人(풍우출성인) 비바람 속에서 성을 나왔었다
離思如春草(이사여춘초) 이별의 생각은 봄풀 같아
江南處處新(강남처처신) 강남 땅 곳곳이 새로워진다
증성중임로(贈成重任輅)
-정철(鄭澈)
중임 성로에게 주다
勝日携笻出(승일휴공출) 좋은 날씨에 지팡이 짚고 나와
非關問酒旗(비관문주기) 술집을 찾으려 한 것은 아니었소
偶然閒問答(우연한문답) 우연히 한가하게 묻고 답하니
多事杏花時(다사행화시) 다사로운 살구꽃 한창 핀 때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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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사독좌(萬日寺獨坐)
-정철(鄭澈)
만일사에 홀로 앉아
有客身多病(유객신다병) 나그네 몸에는 병도 많아
棲棲湖海間(서서호해간) 강과 호수 간에 허둥대노라
蒼茫北歸意(창망북귀의) 북으로 갈 생각만 아득한데
風雨滿空山(풍우만공산) 비바람만 빈 산에 가득 날린다
촌거잡흥(村居雜興)
-정철(鄭澈)
시골에 사는 흥취
年年禾滿野(년년화만야) 해마다 벼는 들판에 가득
處處酒盈蒭(처처주영추) 여기저기 술은 항아리에 넘친다
肯泣楊朱路(긍읍양주로) 양주가 갈림길에 운 것처럼 울어볼까
寧悲宋玉秋(녕비송옥추) 차라리 송옥의 가을노래를 슬퍼하리라
즉사(卽事)
-정철(鄭澈)
즉흥적으로
萬竹鳴寒雨(만죽명한우) 온갖 대잎에 차가운 비 울고
迢迢江漢心(초초강한심) 아득히 먼곳은 한강의 강심이다
幽人自多事(유인자다사) 묻혀 사는 사람 스스로 일이 많아
中夜獨橫琴(중야독횡금) 한밤중 나만 홀로 거문고 타본다
시이경빈1(示李敬賓1)
-정철(鄭澈)
이경빈에게 보이며
溪寒敬賢院(계한경현원) 경실원에 차가운 개울
月近喚仙亭(월근환선정) 달 가까운 환성정이로다
釣罷携餘興(조파휴여흥) 낚시 마치고 여흥을 간직한 채
沙頭有玉甁(사두유옥병) 모랫머리에서 옥술 잔을 기울인다
시이경빈2(示李敬賓2)
-정철(鄭澈)
이경빈에게 보이며
小築臨溪上(소축림계상) 시냇가 위에 작게 집을 짓고
幽懷寄竹林(유회기죽림) 그윽한 회포를 죽림에 부치노라
淸風夜半起(청풍야반기) 맑은 바람 밤중에 이니
草屋奏鳴琴(초옥주명금) 초옥에 살며 거문고나 울리리라
제산승축(題山僧軸)
-정철(鄭澈)
산승의 시축에 쓰다
曆日僧何識(력일승하식) 지나가는 날을 스님이 어찌 아나
山花記四時(산화기사시) 산에 핀 꽃으로 계절을 아는구나
時於碧雲裏(시어벽운리) 때때로 푸른 구름 속에서
桐葉坐題詩(동엽좌제시) 앉아서 오동나무 잎에 시를 쓴다
금강산잡영(金剛山雜詠)
-정철(鄭澈)
금강산에서 읊다
穴網峯前寺(혈망봉전사) 혈망봉 앞에는 절
寒流對石門(한류대석문) 차가운 물이 석문을 마주본다
秋風一聲笛(추풍일성적) 가을 바람에 피리 소리 하나
吹破萬山雲(취파만산운) 만산의 구름을 뚫고 펴져간다
만사대(萬師臺)
-정철(鄭澈)
만사대에서
南溪沐余髮(남계목여발) 남쪽 개울서 머리 감고
更上萬師臺(경상만사대) 다시, 만사대에 올라본다
服食從渠住(복식종거주) 복식이야 거주를 따르나
時看羽客來(시간우객래) 때때로 신선이 오는 것을 본다
영천굴(靈泉窟)
-정철(鄭澈)
영천굴에서
萬古靈泉窟(만고령천굴) 만고 영원한 영천굴
三天小洞門(삼천소동문) 삼천으로 통하는 소동문이라
窓前巢翡翠(창전소비취) 창문 앞에 비취새 둥지 틀고
簷際宿歸雲(첨제숙귀운) 처마 끝에는 자고 가는 구름이 흐른다
통군정(統軍亭)
-정철(鄭澈)
통군정에서
我欲過江去(아욕과강거) 나 이 강을 건너가고파
直登松鶻山(직등송골산) 곧바로 송골산에 올라본다
西招華表鶴(서초화표학) 서쪽으로 화표학 불러와서
相與戱雲間(상여희운간) 구름 사이에서 함께 노닐고 싶다
제설매시권(題雪梅詩卷)
-정철(鄭澈)
설매의 시권에 쓰다
片片窮簷雪(편편궁첨설) 처마에 쌓인 눈조각 사라지고
刀刀萬壑風(도도만학풍) 칼날처럼 온 골짝마다 바람이 분다
僧來無一語(승래무일어) 스님은 와서 한 마디 말 없고
燈火五更中(등화오경중) 한밤중에 등불만이 빛나는구나
월야(月夜)
-정철(鄭澈)
달밤에
隨雲度重嶺(수운도중령) 구름 따라 여러 고개 넘어
伴月宿虛簷(반월숙허첨) 달과 벗하고 빈 집에서 묵었다
晨起解舟去(신기해주거) 새벽에 일어나 배 풀어 떠나려니
麻衣淸露霑(마의청로점) 베옷에 맑은 이슬이 젖어드는구나
절구(絶句)
-정철(鄭澈)
嶺海無消息(령해무소식) 영해에는 도무지 소식 없고
風塵有是非(풍진유시비) 풍진 속세에는 시비만 있도다
一生長作客(일생장작객) 한 생을 길이 나그네 되려
萬事獨關扉(만사독관비) 만사에 홀로 문짝을 걸어둔다
강정(江亭)
-정철(鄭澈)
강변 정자에서
日夕江風起(일석강풍기) 해 진 저녁, 강바람 이니
波濤自擊撞(파도자격당) 파도는 저절로 와 부딪는다
山翁睡初罷(산옹수초파) 산 늙은이 잠에서 갓 깨어
忽忽倚虛窓(홀홀의허창) 멍하니 빈 창에 기대어 선다
풍악도중우승(楓嶽道中遇僧)
-정철(鄭澈)
금강산 길에서 스님을 만나
前途有好事(전도유호사) 앞 길에 좋은 일이 있는가,
僧出白雲間(승출백운간) 스님이 흰 구름 사이에서 나온다
萬二千峯樹(만이천봉수) 일만 이천봉 나무숲
秋來葉葉丹(추래엽엽단) 가을에 잎잎마다 단풍진다
죽림가대월(竹林家對月)
-정철(鄭澈)
대나무 숲 속, 집에서 달을 보며
舊歲靑天月(구세청천월) 지난해, 푸픈 하늘 저 달
迎之白玉堂(영지백옥당) 백옥당에서 맞이하였도다
如何東嶺影(여하동령영) 어찌하여 동쪽 고개의 달 그림자
照此竹林觴(조차죽림상) 대나무 숲, 내 술잔 속을 비추는가
거국(去國)
-정철(鄭澈)
나라를 떠나
去國魂頻逝(거국혼빈서) 나라를 떠나왔지만 마음은 자주 돌아가나
傷時鬢已秋(상시빈이추) 시대를 슬퍼하여 귀밑머리 이미 가을서리로다
終南一千里(종남일천리) 서울 종남산 일천리 길
歸夢幾時休(귀몽기시휴) 돌아가는 꿈은 어느 때나 끝나리오
낙하봉김희민극효서증(洛下逢金希閔克孝書贈)
-정철(鄭澈)
서울에서 극효 김희민을 만나 써서 주다
土窟留連飮(토굴류련음) 토굴서 머물며 계속 술마셨지
于今十一年(우금십일년) 이제 벌써 11년이나 되었구나
容顔各衰換(용안각쇠환) 얼굴이야 서로 늙고 쇠하였겠지만
懷抱尙依然(회포상의연) 우리 가슴 속 생각이야 의연하도다
축요루(祝堯樓)
-정철(鄭澈)
축요루에서
去國一千里(거국일천리) 나라 떠나, 천리 먼 곳
天涯又見秋(천애우견추) 하늘 끝에서 다시 가을을 맞다
孤臣已白髮(고신이백발) 외로운 신하는 이미 백발
獨上祝堯樓(독상축요루) 혼자 축요루에 올라 보노라
별퇴도선생(別退陶先生)
-정철(鄭澈)
퇴계선생과 이별하면서
追到廣陵上(추도광릉상) 뒤따라 광릉에 이르니
仙舟已杳冥(선주이묘명) 배는 이미 떠나 아득하다
秋風滿江思(추풍만강사) 가을바람에 강에 가득한 그리움
斜時獨登亭(사시독등정) 해 지는 시간, 홀로 정자에 오른다
평호당1(平湖堂1)
-정철(鄭澈)
평호당에서
宇宙殘生在(우주잔생재) 우주에 남은 쇠잔한 인생
江湖白髮多(강호백발다) 강호에서 늙어만 가는구나
明時休痛哭(명시휴통곡) 밝은 시간, 통곡도 못하니
醉後一長歌(취후일장가) 취한 후에 한번 노래나 부르리라
평호당2(平湖堂2)
-정철(鄭澈)
평호당에서
遠岫頻晴雨(원수빈청우) 먼 산자락 자주 개었다 비 오고
漁村乍有無(어촌사유무) 어촌이 잠깐 보였다 사라고 한다
孤舟一片月(고주일편월) 외로운 배, 조각 달
萬里照平湖(만리조평호) 만리 넓은 잔잔한 호수를 비춘다
정조설(正朝雪)
-이곡(李穀)
설날 아침 눈
雪從除夜到正朝(설종제야도정조) 제야에 내린 눈 설날 아침까지 내려도
旋入春風不禁消(선입춘풍불금소) 불어오는 봄바람에 어쩔 수 없이 녹는구나
扇影未分雙闕仗(선영미분쌍궐장) 쌍궐의 의장은 부채그림자도 희미한데
靴聲早集五門橋(화성조집오문교) 다섯 문 다리에는 가죽신 소리 이찍이도 들린다
從敎賀列朝衣濕(종교하렬조의습) 늘어선 하례 반열의 조회에 옷이야 젖어도
好傍昭容舞䄂飄(호방소용무䄂표) 춤추는 고운 궁인들의 소매에는 어울리라
便是新年多瑞氣(편시신년다서기) 금년 새해엔 상서로운 기운 많으니
願隨椒酒進民謠(원수초주진민요) 초주를 가득 드리며 민성의 노래 바치고 싶어라
계축정조봉천전구호(癸丑正朝夆天殿口號)
-정도전(鄭道傳)
계축년 정조에 봉천동 구호
春隨細雨度天津(춘수세우도천진) 봄에 부슬비 따라 천진을 건너가니
大掖池邊柳色新(대액지변류색신) 대액의 연못가에 버들빛이 새롭도다
滿帽宮花霑鍚宴(만모궁화점양연) 궁에서 사모에 꽃을 가득 꽂고 잔치에 젖어들어
金吾不問醉歸人(금오불문취귀인) 취해서 돌아가는 사람을 금오도 묻지 않는다
서회(書懷)
-정철(鄭澈)
회포를 적다
掖垣南畔樹蒼蒼(액원남반수창창) 궁궐의 남쪽 두둑에 나무가 울창하고
歸夢迢迢上玉堂(귀몽초초상옥당) 돌아갈 꿈 아득하며 옥당에 올라보노나
杜宇一聲山竹裂(두우일성산죽렬) 두견새 한 울음에 산 속 대나무 찢어지고
孤臣白髮此時長(고신백발차시장) 외로운 신하의 백발이 이때 길어지는구나
함흥시월간국화(咸興十月看菊花)
-정철(鄭澈)
함흥 시월에 국화를 보다
秋盡關河候雁哀(추진관하후안애) 국화꽃 다 떨어진 변방에 기러기소리 애닯고
思歸且上望鄕臺(사귀차상망향대) 고향 그리워 또다시 망향대에 올라본다
慇懃十月咸山菊(은근시월함산국) 은근한 시월의 함산의 국화향기여
不爲重陽爲客開(불위중양위객개) 중양절 때문이 아니라 나를 위해 피었구나
제산승축(題山僧軸)
-정철(鄭澈)
산 속 스님의 두루마리에
曆日僧何識(역일승하식) 세월 가는 것을 스님이 어이 알리
山花記四時(산화기사시) 산에 피고 지는 꽃으로 사계절을 알 뿐
時於碧雲裏(시어벽운리) 때때로 푸른 구름 속에서
桐葉坐題詩(동엽좌제시) 앉아서 오동잎에 시를 쓴다
의월정(宜月亭)
-정철(鄭澈)
의월정에서
白嶽連天起(백악연천기) 백악 봉우리 하늘에 닿아 솟고
城川入海遙(성천입해요) 성천은 머리 바다로 흘러만 간다
年年芳草路(년년방초로) 해마다 향기로운 풀 돋은 길
人渡夕陽橋(인도석양교) 석양의 다리를 어떤 사람이 지난다
추야(秋夜)
-정철(鄭澈)
가을밤에
蕭蕭落葉聲(소소락엽성)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스님 더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하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개울 남쪽 나무에 달만 밝다 하네
夜雨(야우)
-鄭澈(정철)
밤비
蕭蕭落葉聲(소소락엽성) 우수수 낙엽지는 소리를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성긴 빗소리로 잘못 알고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스님 더러 문 밖에 나가 보라 하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개울 남쪽 나무에 달만 밝다 하네
楓岳道中遇僧(풍악도중우승)
-鄭澈(정철)
풍악산 가는 길에 스님을 만나
前途有好事(전도유호사) 앞으로 좋은 일이 있겠구나
僧出白雲關(승출백운관) 흰구름 속에서 스님이 나오시네
萬二千峯樹(만이천봉수) 일만 이천 봉우리와 숲
秋來葉葉丹(추래엽엽단) 가을 낙엽으로 붉다
贈吳參議靖朝天(증오참의정조천)
-柳根(유근)
오참의 정이 입궐함에 드리다
承顔數日亦天恩(승안수일역천은) 임금님의 뵌 것 하늘의 은혜니
暫出西關不足言(잠출서관불족언) 잠시 서쪽 변경으로 가는 것 말할 것도 못되네.
別後相望易惆悵(별후상망역추창) 이별 후 바라보니 쉬이 슬퍼져
一春花柳掩柴門(일춘화류엄시문) 온 봄날 꽃과 버들은 사립문을 가리네.
書懷(서회)
-鄭澈(정철)
회포를 적다
掖垣南畔樹蒼蒼(액원남반수창창) 궁궐 담 남쪽 둔덕에 나무가 울창하고
歸夢迢迢上玉堂(귀몽초초상옥당) 돌아갈 꿈에 마음이 서글퍼져 옥당에 오른다.
杜宇一聲山竹裂(두우일성산죽열) 두견새 한번 울음에 산속 대나무 찢어지고
孤臣白髮此時長(고신백발차시장) 이 시간 외로운 신하는 흰 머리만 늘어난다
咸興客館對菊(함흥객관대국)
-鄭澈(정철)
함흥 객관에서 국화를 보며
秋盡關河候雁哀(추진관하후안애) 가을도 늦은 변방에 기러기 슬피 운다
思歸且上望鄕臺(사귀차상망향대) 간절한 집 생각에 망향대를 올라본다
慇懃十月咸山菊(은근시월함산국) 은은한 시월, 함산 땅 국화꽃이여
不爲重陽爲客開(불위중양위객개) 중양절 위해 피지 않고, 날 위해 피었구나
정조기사제(正朝寄舍弟)
-양경우(梁慶遇)
설날 집아우에게 부치다
天時苒荏又新年(천시염임우신년) 세월은 흘러 또 새해가 되고
到老離居益可憐(도노이거익가련) 늙어 떠나 사니 더욱 가련하구나
想得讀書燈欲盡(상득독서등욕진) 아우 집에서 독서함에 등불 꺼져가고
西峰殘月草堂前(서봉잔월초당전) 서산마루 새벽달은 초가집 앞에 기울리라
추일작(秋日作)
-정철(鄭澈;1536-1593)
가을 어느 날에
山雨夜鳴竹(산우야명죽) 산에 비 내려 밤새 대숲 울리고
草蟲秋近床(초충추근상) 가을 풀벌레 소리 밤엔 더욱 크게 들리네
流年那可駐(유년나가주) 흐르는 세월을 어찌 멈추랴
白髮不禁長(백발부금장) 길어지는 흰 머리 막을 수 없네
송강정(松江亭)
-정철(鄭澈;1536-1593)
明月在空庭(명월재공정) 밝은 달빛 빈 뜰 안에 가득한데
主人何處去(주인하처거) 주인은 어딜 갔는지
落葉掩柴門(낙엽엄시문) 나뭇잎은 떨어져 사립문을 덮고
風松夜深語(풍송야심어) 소나무에 바람 불어 밤 깊도록 속삭이네.
영회(詠懷)
-정철(鄭澈;1536-1593)
내 마음의 노래
三千里外美人在(삼천리외미인재) 삼천리 밖 먼나먼 곳에 우리 님 계시온데
十二樓中秋月明(십이누중추월명) 나 있는 열두 누각 가을달만 밝도다
安得此身化爲鶴(안득차신화위학) 어찌해야 이 몸이 학이 되어서
統軍亭下一悲鳴(통군정하일비명) 임 계신 통군정 아래 한번 구슬피 울어 볼꺼나
우거동교주인불재(寓居東郊主人不在)
-정철(鄭澈)
동교에 사는데 주인이 없구나
古木棲寒鵲(고목서한작) 고목에 가을 까마귀 깃들고
空堂無主人(공당무주인) 집은 비어 있고, 주인은 없다
東村老桃發(동촌로도발) 동녘 마을에 늦은 봉숭아꽃 피어
又送一年春(우송일년춘) 또 그냥 한 해의 봄을 보내는구나
자죽장송우계(紫竹杖送牛溪)
-정철(鄭澈)
자죽장을 우계에게 보내다
梁園紫竹杖(양원자죽장) 양원의 자주빛 지팡이
寄與牛溪翁(기여우계옹) 우계옹에게 부쳐 보내노라
持此向何處(지차향하처) 이것을 가지고 어디로 갈까
破山雲水中(파산운수중) 파산의 저 구름 낀 물 속으로 간다
봉승기율곡(逢僧寄栗谷)
-정철(鄭澈)
스님을 만나 율곡에게 부치다
折取葛山葵(절취갈산규) 갈산에서 아욱 꺾어서
逢僧寄西海(봉승기서해) 스님 만나 서해로 부치노라
西海路漫漫(서해로만만) 서해 길, 멀고도 아득하노니
能無顔色改(능무안색개) 부디 얼굴 색이나 고치지 마소서
제삼각산감(題三角山龕)
-정철(鄭澈)
삼각산 삼실에 쓰다
寺在三峰外(사재삼봉외) 절은 세 봉우리 밖
懸崖第幾層(현애제기층) 매달린 낭떠러지는 몇 층
山中正積雪(산중정적설) 산속이라 눈은 그대로 쌓이고
盡日不逢僧(진일불봉승) 종일토록 스님을 만나지 못했소
방중흥사(訪重興寺)
-정철(鄭澈)
중흥사를 찾아가다
一別中興寺(일별중흥사) 중흥사 한 번 떠난지
悠悠二十年(유유이십년) 어언 20년이나 지났도다
靑山猶舊色(청산유구색) 청산은 옛 빛 그대로인데
白髮已蕭然(백발이소연) 백발은 이미 쓸쓸하지만 한다
회하서(懷河西)
-정철(鄭澈)
하서가 그리워서
東方無出處(동방무출처) 동방에 출처 없더니
獨有湛齋翁(독유담재옹) 오직 담재옹이 있었다
年年七月日(년년칠월일) 해마다 7월 7일이면
痛哭萬山中(통곡만산중) 만 산 안에서 통곡하노라
숙송강정사1(宿松江亭舍1)
-정철(鄭澈)
송강정사에 묵으며
借名三十載(차명삼십재) 삼십년을 이름 빌려
非主亦非賓(비주역비빈) 주인도 아니고 객도 아니었다
茅茨纔盖屋(모자재개옥) 띠풀로 겨우 지붕이나 이면서
復作北歸人(복작북귀인) 다시 북으로 가는 나그네 신세로다
숙송강정사2(宿松江亭舍2)
-정철(鄭澈)
송강정사에 묵으며
主人客共到(주인객공도) 주인과 객이 함께 도착하니
暮角驚沙鷗(모각경사구) 날 저문 구석에 갈매기가 놀란다
沙鷗送主客(사구송주객) 갈매기는 주객을 전송하려
還下水中洲(환하수중주) 도리어 물 속 모래톱으로 내려온다
숙송강정사3(宿松江亭舍3)
-정철(鄭澈)
송강정사에 묵으며
明月在空庭(명월재공정) 빈 뜰에 달은 밝은 달
主人何處去(주인하처거) 주인은 어디로 갔을까
落葉掩柴門(낙엽엄시문) 낙엽은 사립문을 가리고
風松夜深語(풍송야심어) 바람과 솔이 나누는 깊은 밤 이야기
증김군영1(贈金君瑛1)
-정철(鄭澈)
김군 영에게 주며
積雪留歸客(적설유귀객) 쌓인 눈이 돌아가는 객 잡아두고
松黃煖夜杯(송황난야배) 관솔불 피워서 밤에 술을 데우고 있다
十年如逝水(십년여서수) 십년 세월이 흐르는 물과 같아
逝水不重來(서수불중래) 흘러간 물은 다시 오지 않는 법이도다
증김군영2(贈金君瑛2)
-정철(鄭澈)
김군 영에게 주며
步武辭靑ꝯ(보무사청쇄) 궁궐을 하직하고 나오는 걸음
茅茨對碧山(모자대벽산) 모옥에서 푸른 산과 마주보는구나
行藏醉醒裏(행장취성리) 취했다 깼다하는 그 모습
蹤跡是非間(종적시비간) 시비 속에 종적을 감추고 있도다
요기하당주인(遙寄霞堂主人)
-정철(鄭澈)
멀리 서하당 주인에게 부치다
骨肉爲行路(골육위행로) 골육간에도 길을 달리하고
親朋惑越秦(친붕혹월진) 친한 벗도 미혹되면 원수가 된다
交情保白首(교정보백수) 사귀는 정, 늙도록 지키기는
海內獨斯人(해내독사인) 천지에 오직 이사람 하나 뿐이로다
번곡제하당벽오(飜曲題霞堂碧梧)
-정철(鄭澈)
번곡을 서하당 벽오동나무에 적으며
樓外碧梧樹(루외벽오수) 다락 밖에 벽오동 나무
鳳兮何不來(봉혜하불래) 봉황새는 어찌 오지 않는가
無心一片月(무심일편월) 무심한 한 조각 달
中夜獨徘徊(중야독배회) 한밤에 홀로 서성이는구나
식영정잡영1(息影亭雜詠1)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蒼溪白石(창계백석) 푸른 시냇가 흰 돌들
細熨長長練(세위장장련) 곱게 다린 긴긴 천같은 물결
平鋪瀁瀁銀(평포양양은) 평평이 담겨있는 일렁이는 은물결
遇風時吼峽(우풍시후협) 바람 만나면 때때로 골짝기에 포효하고
得雨夜驚人(득우야경인) 비를 얻으면 밤에는 사람을 놀라게 한다
식영정잡영2(息影亭雜詠2)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水檻觀魚( 수함관어) 물우리에서 고기를 보다
欲識魚之樂(욕식어지락) 물고기의 즐거움 알고 싶어서
終朝俯石灘(종조부석탄) 아침이 다하도록 여울을 굽어본다
吾閒人盡羨(오한인진선) 나의 한가로움을 사람들 모두 부러워하나
猶不及魚閒(유불급어한) 오히려 물고기의 한가로움엔 못 미친다오
식영정잡영3(息影亭雜詠3)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陽坡種瓜(양파종과) 陽坡에 오이를 심다
身藏子眞谷(신장자진곡) 자신의 정씨 골짜기에 몸 숨기고
手理邵平瓜(수리소평과) 동릉 땅 소평의 오이를 심어리라
雨裏時巡圃(우리시순포) 비 속에서도 때때로 채마밭 돌면서
閒來着短簑(한래착단사) 짧은 도롱이 쓰고 한가하게 돌아온다
식영정잡영4(息影亭雜詠4)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環碧龍湫(환벽용추) 푸르름에 둘러쌓인 용추에서
危亭俯凝湛(위정부응담) 높은 정자에서 깊은 물 굽어보고
一上似登船(일상사등선) 한 번 올라보니 배에 오른 듯하여라
未必有神物(미필유신물) 반드시 신물인 용이 있어랴 하랴
肅然無夜眠(숙연무야면) 숙연하여 밤에도 잠이 오지 않는구나
식영정잡영5(息影亭雜詠5)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松潭泛舟( 송담범주) 송담에 배 띄우고
舟繫古松下(주계고송하) 오래된 소나무 밑에 배 매어 놓고
客登寒雨磯(객등한우기) 나그네는 비 내리는 차가운 물가를 오른다
水風醒酒入(수풍성주입) 물가 바람은 술 깨우려 불어들고
沙鳥近人飛(사조근인비) 모랫가 새들은 사람 곁으로 날아든다
식영정잡영6(息影亭雜詠6)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石亭納凉(석정납량) 석정에서 서늘한 바람을 맞다
萬古蒼苔石(만고창태석) 만고의 푸른 이끼 낀 돌을
山翁作臥床(산옹작와상) 산 속 늙은이는 눕는 자리로 만들었다
長松不受暑(장송불수서) 키 큰 소나무라 더위도 받지 않아
虛壑自生凉(허학자생량) 빈 골짝에 서늘한 기운 절로 생겨난다
식영정잡영7(息影亭雜詠7)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平郊牧笛(평교목적) 평교에서의 목동의 피리소리
飯牛烟草中(반우연초중) 이내 낀 풀밭에서 소 먹이고
弄笛斜陽裏(롱적사양리) 석양 속에 피리를 불어보노라
野調不成腔(야조불성강) 시골 노래라 가락이 맞진 않지만
淸音自應指(청음자응지) 맑은 소리 절로 손가락에 응한다
식영정잡영8(息影亭雜詠8)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斷橋歸僧(단교귀승) 단교에서 돌아오는 승
翳翳林鴉集(예예림아집) 어둑한 숲에 까마귀 모여들고
亭亭峽日曛(정정협일훈) 높고 험한 골짜기도 어스름 빛이라
歸僧九節杖(귀승구절장) 구절장 지팡이 짚고 돌아오는 스님
遙帶萬山雲(요대만산운) 아득히 온 산에는 구름이 둘렀구나
식영정잡영9(息影亭雜詠9)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白沙水鴨(백사수압) 흰 모래 위에 조는 오리
風搖羽不整(풍요우불정) 바람이 흔들리니 깃은 너울너울
日照色增姸(일조색증연) 햇살 비추니 색이 더욱 곱구나
纔罷水中浴(재파수중욕) 물 속에서 목욕 끝내자
偶成沙上眠(우성사상면) 어느새 모래 위에서 졸고있구나
식영정잡영10(息影亭雜詠10)
-정철(鄭澈)
식영정에서 읊다
* 仙遊洞(선유동) 선유동
何年海上仙(하년해상선) 어느 해에 바다 위 신선이
棲此雲山裏(서차운산리) 이 구름 산 속에 깃드셨는가
怊悵撫遺蹤(초창무유종) 남긴 자취 어루만지며 슬퍼하는
白頭門下士(백두문하사) 흰 머리 다 된 문하의 늙은 선비
서하당잡영1(棲霞堂雜詠1)
-정철(鄭澈)
서하당에서 읊다
* 松窓(송창) 소나무 창가
倦客初驚睡(권객초경수) 게으른 객이 갓 놀라 깨니
中宵獨倚窓(중소독의창) 한밤에 홀로 창가에 기대었었다
無端萬壑雨(무단만학우) 무단히 온 골짝에 비 내려
十里度前江(십리도전강) 십리 긴나긴 앞 강을 지난다
서하당잡영2(棲霞堂雜詠2)
-정철(鄭澈)
서하당에서 읊다
* 書架(서가) 서가에서
仙家靑玉案(선가청옥안) 도사님 푸른 옥빛 책상
案上白雲篇(안상백운편) 책상 위에 놓인 ‘백운편’이라
盥水焚香讀(관수분향독) 손 씻고 향 살라 읽으니
松陰竹影前(송음죽영전) 솔 그늘, 대 그림자 앞이어라
서하당잡영3(棲霞堂雜詠3)
-정철(鄭澈)
서하당에서 읊다
琴軒(금헌) 금헌에서
君有一張琴(군유일장금) 그대에게 한 거문고 있어
聲希是大音(성희시대음) 소리가 세상에 드문 큰 소리를 낸다
大音知者少(대음지자소) 큰 소리 알아주는 사람 적어
彈向白雲深(탄향백운심) 흰구름 깊은 곳 향하여 타는가 보다
서하당에서 읊다
-정철(鄭澈)
藥圃(약포) 약포에서
造化生生意(조화생생의) 조화옹의 낳고 낳는 섭리
春天一雨餘(춘천일우여) 봄 하늘 한 줄기 비 뿌린 후에 알겠다
從來有道骨(종래유도골) 지금까지 도의 풍골은 있어 왔으니
不必養生書(불필양생서) 수명을 연장의 책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척금헌잡영1(滌襟軒雜詠1)
-정철(鄭澈)
척금헌에서 읊다
冠岳晴雲(관악청운) 관악의 개인 구름
何物得長生(하물득장생) 어떤 사물이 장수할까
浮雲亦多事(부운역다사) 뜬구름 또한 일이 많으니
飛揚遠水邊(비양원수변) 먼 물가에서 날아올라서
起滅長空裏(기멸장공리) 높은 하늘로 솟았다 사라진다
척금헌잡영2(滌襟軒雜詠2)
-정철(鄭澈)
척금헌에서 읊다
平郊牧笛( 평교목적) 평교 목동의 피리소리
人間足是非(인간족시비) 인간세상엔 시비도 많도다
世上多憂喜(세상다우희) 세상에는 기쁨과 근심도 많아라.
牛背笛聲人(우배적성인) 소등에 피리 부는 사람아
天遊吾與爾(천유오여이) 마음마로 노는 이 그대와 나 뿐
척금헌잡영3(滌襟軒雜詠3)
-정철(鄭澈)
척금헌에서 읊다
前江漁唱(전강어창) 앞 강 어부의 노래소리
歌起蓼花灣(가기료화만) 여뀌꽃 물굽이에 노래 일고
江童理漁罩(강동리어조) 강촌의 아이는 가리를 손질한다
幽人初罷眠(유인초파면) 묻혀 사는 사람 이제야 잠에서 깨니
落月隨歸棹(락월수귀도) 지는 달 돌아오는 배를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