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째 날
하나의 사물이라든가 어떠한 것이나 태양이라든가 우주에 있는 각 은하계라든가 이것도 역시 하나의 인연 따라서 모여진 것이기 때문에 끝에는 결국 변화가 돼서 공으로 돌아간다 말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우리 육체라는 것은 과거 있던 것도 아닌 것이고 미래에 또 있을 것도 아닌 것이고 말입니다. 금생의 한정된 수명 내에서 존재하지만 그것도 그때그때 어떠한 찰나라도, 그야말로 수유찰나須臾刹那라고 극히 짧은 시간을 말하지 않습니까. 어떠한 수유지간도 ‘나라는 존재가 그대로 고여 있지가 않다 말입니다. 어제의 세포 다르고, 오늘 세포가 다르고 일초 전과 일초 후를 본다고 생각할 때도 역시 똑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연 따라서 잠시 있는 것같이 보이지마는 성자들이 본바탕을 본다고 생각할 때 그대로 즉공卽空이라, 바로 공空이기 때문에 공을 느끼지만 우리 중생은 기껏해야 분석한 뒤는 모르겠지만 그러지 않으면 공을 느낄 수가 없다 말입니다. 따라서 인연 따라서 이루어진 것은 무상無常ㆍ무아無我라 이것은 항상 변화무상한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 내에나 공간 속에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나’라는 것이 없다, 본래 없다는 무아입니다. 내몸뚱이도 물론이거니와 우리 의식을 구성한 것도 오온五蘊 아닙니까? 오온이 본래로 공이라 좀 전에 말한바와 같이 분석한 뒤에 미련한 사람도 ‘아, 그렇구나!’ 생각이 들지마는 불교의 공이라는 것은 분석한 뒤에 공이 아니라 본래로 바로 즉공입니다. 우리 중생이 못 볼 뿐인 것이지 성자가 바로 본다고 생각할 때는 색즉시공이라 내몸뚱이 있는 그대로 공이라 말입니다. 그러니까 이공을 석공析空과 즉공卽空 두 가지로 공을 풀이를 합니다. 석공은 분석할석[析]자, 분석한 뒤에 비로소 공을 느끼는 것이고 즉공은 분석할 것 없이 바로 그대로 보는 것인데 우리 중생이 바로 보지 못 하니까 내가 있고 산하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우리가 지장보살地藏菩薩을 생각할 때도 지장보살이 어디에 가서 존재하고 또 우리 영혼을 인도하는 그런 쪽에서 지장보살이 어디 계시다가 우리가 부르면 응답해서 오시겠구나! 이런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이 지구 덩어리 자체가 지장보살입니다. 그러기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바위덩어리나 저기 한라산을 우리 중생이 본다고 생각할 때는 물질적인 자연계로 보이지만 성자가 본다고 생각할 때는 모두가 영靈의 뭉치입니다. 일물一物 일체一切가 다 영의 뭉치입니다. 따라서 지구 자체가 바로 지장보살이며 태양은 그야말로 참 일광보살이고, 또 달은 월광보살이고 각 별들은 묘광보살이고 말입니다. 그와 같이 우리 중생은 자연적인 모양으로 봐서 모양밖에 안 보이지만 형이상학적으로 근본 바탕을 본다고 생각할 때는 모두가 하나의 영 덩어리입니다. 그래서 ‘아我’ 라는 것도 오온이 연기법으로 인연 따라서 잠시간 모아진 것이지 원래 ‘나’도 없고 ‘나’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내소유라는 것도 없고 허망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잘 몰라서 내것, 네 것 그러는 것이지 안다고 생각할 때는 본래로 주인이 없습니다.
두 번째는 중생견衆生見이라 중생견도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개가 있다고 생각할 때 개나 소나 닭이나 그런 것도 하나의 중생 아닙니까?
그리고 비단 동물만이 중생이 아니라 불교에서는 유정 무정 동물이 아닌 무정물도 모두 중생이고 산도 흙도 모두가 중생입니다. 따라서 그런 것도 아까 말처럼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우리의 업식으로 보니까 개는 그대로 개고 소는 그대로 소고 하는 것이지 사실 바로 본다고 생각할 때는 모두가 연기법으로 인연 고리로 해서 얽혀있다 말입니다. 단독적인 것은 우주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주 전체가 모두 하나의 연기법으로서 다 얽혀있기 때문에, 불교의 어려운 말로 중중무진重重無盡이라, 서로 모두가 얽히고 설키어 있다는 말입니다. 저 영국에 있는 나무 한 그루나 여기 있는 우리나 관계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 관계성 때문에 우주가 하나의 생명으로 뭉쳐있습니다. 세 번째 수명견壽命見이라. 나는 오십년이다, 나는 백세다 그와 같이 수명에 한계를 두지 않습니까? 그런데 물질이 생겨났다가 변화해 가다가 소멸되는 그동안을 수명이라고 하지 않습니까만, 사실은 수명도 물질적인 존재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수명이 있는 것이지 물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는 수명이 없습니다. 영원적인 시간인데 말입니다. 끝도 갓도 없이 과거나 현재나 미래 같은 것도 있는 게 아니고. 영원한 생명의 흐름인데 우리가 딱 잘라서 물질적인 것이 있다가 없어지고 하는 것에 따라 우리 인간이 본래 없는 수명을 설정한다 말입니다. 네 번째는 사부견士夫見이라, 능력 있는 사람보고 불교에서 사부라고 합니다. 사대부라는 말도 있지요. 그거와는 좀 다르고 여기서는 뭣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사부입니다. 가령 우리가 뭘 하나 만들면, 절에 있는 사람들은 뭘 잘 만들지 않습니까? 그림도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조각도 하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면, 내가 제법 솜씨가 있고 교양도 있고 예술적인 여러 가지 품성이 있으니까 만들었다고 자랑을 하는데 그런것도 역시 하나의 범부 소견입니다. 인연이 화합돼서 여러 가지 여건으로 해서 그것이 이루어지는 것이지 자기가 어떻게 혼자 그걸 만들 것입니까? 물감도 있어야 되고 물감이 있으려면 그걸 만드는 사람이 있어야 되고. 집을 짓는다고 할 경우, 돈 벌어서 상당히 훌륭하게 지어 놓고서 내가 집을 지었다고 말합니다. 집을 지을 때는 목수가 있고 미장공이 있고, 그 외 모두다 있어야 안됩니까? 그 조건 따라서 인연이 집합돼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무슨 회사도 운수가 좋고 과거세에 복을 좀 지어 사람을 잘 쓰니까 회사가 흥성한 것이지 자기가 똑똑하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회사가 흥하겠습니까?
그런데 우리 어리석은 사람들은 꼭 자기 능력 때문에 했다고 생각한다 말입니다. 인연으로 본다고 생각할 때 자기 혼자만의 능력으로 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아만심을 낼 필요가 없지요. 자기가 무슨 능력이 있어 갖고 자기 스스로 뭣을 산출했다는 그런 망상이 사부견입니다. 다섯 번째는 상견常見, 이것은 우리의 몸을 중심으로 해서 자기 몸이 과거전생도 현재와 같은 몸이 있었고 죽은 뒤에도 어디에 태어나던지 간에 금생의 내 눈 내코 이런 모양의 인간으로 태어날 것이다. 이렇게 소박하니 일반 사람들은 생각하기가 쉽습니다. 자기 몸과 마음이 사후에도 또는 이전의 생에도 똑같은 생명존재다 이같이 생각하는 것이 상견입니다. 실제로 현재와 같은 존재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과거 전생에도 물론 존재했었겠지요. 과거 존재는 그전의 생에 어떻게 업을 지었던가에 따른 몸이 있었을 것이고, 금생에는 과거 생에 지은 업 따라서 금생에 우리가 받았고 내생은 또 금생에 어떻게 행동을 했던가하는 업에 따라서 어떤 몸을 받는 것이지 과거, 금생, 내생의 몸이 틀리는데 항상 같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견입니다. 여섯번째는 단견斷見, 이것은 그 반대로 과거 전생과 나와는 아무 상
관이 없고, 금생과 내생도 상관없이 다만 금생뿐이라는 단절된 생각이 단견입니다. 그러나 사실 생명이라는 것은 원래 죽음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불생불멸不生不滅이란 말이 사실입니다. 생명자체는 다만 업식에 따라서 그때그때 인연에 집합된 모양이 존재하는 것이지 죽음이 없습니다. 그래서 다만 과거나 금생 내생이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생명존재는 지속돼 간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금생뿐이며 지속이 안 된다는 끊을 단[斷]자 이것이 단견입니다. 그다음에는 유견有見이라, 우리 눈에 보이는 대상은 다 있다고 생각 안합니까?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까 인연법에서 말한 바와 같이 역시 유라는 것은 인연이 모아져서, 우리 중생이 근원을 못보니까 잠시간 있는 것같이 보이는 것이지 사실은 있지가 않다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그 반대인 무견無見이라, 죽으면 아무 것도 없고 소멸되면 그대로 끝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우주라는 것은 에너지 불멸법칙으로 생명의 근원적인 에너지는 항시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모양만 그때그때 바꾸는 셈 아닙니까?
이와 같이 그릇되고 삿된 모든 생각이 이른바 부정견인데 인연법적인 사상으로 본다고 할 때는 이런 견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상황이라는 것은 고苦ㆍ공空ㆍ무상無常 무아無我라, 결국은 그냥 무상이고 무아기 때문에 공이라 말입니다. 그것이 바로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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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야밤에 주무시지 이 수고를 하신다고 ㅎㅎ
무량공덕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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