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상사는 어떨 때 부하를 신뢰하는가? >
외국계 회사에서 늘 여성 최초란 말을 몰고 다니며 임원을 했던 A씨,
그녀를 임원 자리에 오르게 한 것은 신출귀몰한 경영 전략이나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아니었다. 바로 정성스런 복사 실력이었다.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상경해 제가 맡은 일이 복사였어요. 그때만 해도 사무실에 대형
복사기가 귀할 때였습니다. 저는 복사할 때 종이를 대는 판, 덮는 뚜껑을 모두 약품과
걸레로 깨끗이 닦고 종이를 정확히 제자리에 배치한 뒤 복사를 했어요.
혹시라도 복사하면서 나오는 검은 점 등 잡티를 없애기 위해서였지요.
그리고 스테이플러도 정확히 일정한 위치에 찍었지요.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복사 서류만 보고도 제가 한 것인 줄 알아보더군요. 하루는 사장님께
낼 결재 서류를 복사하란 지시를 받았어요. 퇴근 시간이 지나서 복사를 하는데 양이
많아서인지 그만 복사기가 고장이 났지 뭡니까. 비상연락망을 가동해 퇴근한 복사기 회사
직원을 수소문, 협박 반 애걸복걸 반 심야 수리를 부탁해 결국 새벽 3시 무렵에야 겨우
복사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소문이 나면서 사장님 귀에 들어갔고, 사장은 “복사를 이처럼 정성스럽게 책임 있게
하는 직원이라면 무엇을 맡겨도 잘할 것“이란 신뢰를 표하며 그녀에게 가고 싶은 부서를
물어 배치해주었고 그 결과 임원까지 된 것이다.
비슷한 경우로 기업의 CEO가 된 B씨, 그가 처음 기업에 배치되어 맡은 일은 신문
스크랩이었다. 아침마다 일간신문을 보고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를 스크랩하여
사장에게 보고하는 일이었다. 그는 보기 좋게 오리고, 복사한 다음 출처를 밝힌 뒤
스크랩을 했다. 그 뿐 아니라 이를 점점 진화 발전시켰다. 아이템 별로 묶기도 했고,
중요한 부분을 빨간 펜으로 줄을 긋기도 했다. 임원들이 궁금하리라 예상한 것에 대한
메모를 간단히 달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예전 직원과 큰 대조를 보였다. 그 직원은
대학원까지 나온 내가 이런 일을 하냐면서 늘 입을 내밀고 다녔고, 스크랩도 무성의
그 자체였다. 임원들은 점점 스크랩을 자주 보게 되었고 그 직원에게 중요한 일을
맡기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디테일에 강하다. 보통 사람 눈에는 좁쌀영감, 소심쟁이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디테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대박이란 말을 잘 쓰는 사람은 대부분 대박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 대박이란 없다.
이런 자잘한 것들이 쌓여 대박이 되는 것이다. 매번 삼진을 당하면서 언젠가는 홈런을
치고 말겠다고 있는 힘껏 치는 사람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매번 성실히 작은 안타를
만드는 사람이 팀에도 유리하고 이런 사람이 대성할 수 있다.
손욱 농심 회장도 같은 취지의 말을 했다. “흔히 젊은이들이 이까짓 것이란 말을
쉽게 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말입니다. 이까짓 것을 못하는 사람은 큰 것도 못하는
법이고, 상사도 못 미더워 일을 맡길 수가 없습니다.
작은 것 큰 것 가리지 않고 성실히,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기회는 주어지게 마련이지요.“
- 한근태 한스컨설팅 대표,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 -
첫댓글 나의 성실함 만이 신뢰를 쌓아 간다는것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도 사실 쉽진 않아요 휴우 열심히
끈기있게 주워진일을 열심히 하는 성실성이 최고의 평가를 받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