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우울증
우울증 이해
우울증(憂鬱症, mental depression)은 다른 표현으로 ‘슬픔’ ‘낙담’ 또는 ‘억울(抑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어떤 울적하고 슬픈 것이 인간의 심리를 억압하고, 억누른다”는 의미이다. 우울증은 그야말로 기분이 좋지 않고, 울적한 것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기분 장애’라고 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마음이 침체되는 기분과 의기소침을 단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은 모든 연령층에서 경험될 수 있는데 우울증의 평생 유병률은 통계마다 차이가 있지만 대략 여성에게서 적게는 10%, 많게는 25% 정도이며 남성에게서는 5~12% 정도가 노출되어 있으며 65세 이상의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우울 증상은 여성이 4%, 남성이 2% 이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우울 증상도 아울러 증가하리라는 예측은 가능하다.
우울증상은 매우 다양하지만 대표적으로 가볍게는 감정적 불쾌감, 부정적 사고, 흥미 상실, 식욕의 변화, 불면증, 불안, 초조, 피로감, 무기력 및 집중력 저하, 우유부단, 불행감 그리고 인지기능의 이상이 나타난다. 또한 노인들은 정서적으로 우울하다는 사실을 못 느끼거나 표현이 적고 소화가 안되고 온 몸이 아프다는 등 신체 증상과 잠을 못 이루는 불면, 그리고 망상 등의 사고장애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노인들이 우울증에 노출되면 주변사람들과 서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지 않고 쉽게 슬퍼하며 삶의 의욕이 사라지게 되고 자신의 삶을 실패로 평가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해서 아무 가치 없는 인간으로 느끼게 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노인 가족이 있는 경우에 그로 인해서 가족의 분위기는 매우 암울해 진다. 이런 증상으로 인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위험한 것이다.
노인 우울증의 원인
인간이 우울하게 되는 증상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것은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생리적, 생화학적, 심리적, 신앙적인 영향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서 발생되는 것으로 짐작만 할 뿐이다.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의 원인도 일반적인 원인과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노인의 심리적, 신체적 특성 때문에 노인에게서만 발생되는 우울 성향도 있는데 주로 뇌혈관 또는 저혈압 등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도 높은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떤 질병이든 질병을 가지고 있는 노인들에게서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도 훨씬 높은 우울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교과서적인 말이다. 또한 신체 외적이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서 우울증이 발생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노인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학대나 무시를 받는 노인들에게서 우울증과 치매의 비율이 그렇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서 현저하게 높다는 결과를 밝힌 바도 있다. 노인들은 아무래도 다른 연령층의 사람들보다도 죽음에 임박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울증을 경험할 수 있다. 따라서 친구나 주변 사람들의 소천 소식은 노인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드는 일이 될 수 있다.
필자가 금년 여름 미국 LA 인근에 있는 한 실버타운(silver town)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는 은퇴한 노인들만이 운집해서 사는 곳으로서 온갖 복지시설이 잘 되어 있으며 환경도 매우 아늑한 곳이었다. 그곳을 설명하는 한 관계자는 실버타운의 특성상 노인들만이 모여 살기 때문에 연세 높으신 노인, 또는 질병에 시달리던 노인들이 소천하는 일을 자주 접하게 된다고 하면서 이상하다는 듯이 “노인 한 분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것이 전염병은 아닐 텐데도 마치 전염병처럼 곧 이어 다른 노인이 세상을 떠나는 것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노인들끼리 서로 위로하고 남은 삶을 즐겁게 보내기도 하지만 평소에 가깝게 지내던 주변 인물들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 그 충격으로 인해서 남은 삶이 급감한다는 것을, 학술적 연구 결과는 아닐지라도, 관찰을 통해서 발견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특별히 배우자가 소천했을 때 우울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쪽 배우자가 소천한 후 남은 배우자가 그 충격으로 인해 곧 이어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심지어는 자살하는 경우도 간혹 보게 된다.
프로이드는 “Mourning and Melancholia(슬픔과 우울)”이라는 논문에서 대부분의 우울 증세는 배우자를 포함한 사랑하는 사람의 상실, 건강의 상실, 직업의 상실 또는 수술로 인한 신체 일부의 절단 등의 요인에 기인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이것은 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자신에게 중요하게 여기는 특별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므로 특정 상실의 사건, 즉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과의 이별, 사별이 우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기독교 심리학자인 팀 라헤이의 주장에 따르면 우울증의 결정적인 원인은 사랑의 대상으로부터 분리라고 주장한 바가 있는데 이는 이혼과 사별이 포함된다고 볼 수 있으며 대인관계의 단절도 해당되며 근래에 들어서 심각한 것은 조기 퇴직으로 인하여 조기 노인화, 즉 일찍 노인 취급을 받게 됨으로써 상실감과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해 본다면 노인에게서 나타나는 우울증은 사회적 구조로 인해서 피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이다. 사별로 인한 우울증은 젊은 나이에 사별을 했거나 사별 기간이 길수록 우울증에 쉽게 노출되게 되며 동거 자녀가 없는 경우가 동거 자녀가 있는 경우보다는 훨씬 우울 증상이 높다는 보고가 있다. 가능하다면 노인들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사는 것보다, 또는 전문 수용시설에서 다른 노인들과 함께 사는 것보다 익숙한 환경에서 익숙한 가족들과 함께 사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도 더 좋을 것 같다.
노인 우울증 회복의 방법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되면 자신의 고통스러운 감정이 감소되어 밝고 명랑하게 자신의 인생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며 가족 및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회복되어 사는 재미를 느끼게 될 것이므로 이는 반드시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울증은 치료되어야만 하는데 일반적으로 우울증 치료로 제시되는 것들 가운데 단 음식을 피할 것, 육류를 적게 섭취할 것, 금연할 것, 카페인 섭취를 삼갈 것, 생선을 많이 섭취할 것, 단백질을 많이 섭취할 것, 물을 많이 마실 것, 햇볕을 많이 쬘 것, 적당한 운동을 할 것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노력과 가족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우울증에 노출된 노인 가족을 두고 있는 주변 사람들은 노인을 절대로 고립시켜서는 안된다. 노인들이 활동 영역이 넓지 않다는 문제가 우리의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기는 하지만 노인으로 하여금 적은 일이라도 움직이며 활동하도록 하여 조그마한 보람이라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은 약물치료가 아닌 방법으로서는 우울에서 헤어나올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의학에서는 우울증 치료로 약물요법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우울증의 원인이 신경전달물질 가운데 세로토닌(serotonin)의 불균형으로 발생된 결과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담에서는 이를 추천하거나 이로써 완전히 치료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가져온 원인으로서 충격적 사건이나 부정적 사고에 그 원인을 두는 것은 상담과 심리적인 접근방법이다. 결국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잘못된 생각에서 헤어 나오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프라민(Imipramine)이나 프로작(Prozak) 같은 항우울제가 우울한 마음의 밑바닥에 깔린 잘못된 생각과 영적 혼란까지 근본적으로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결국 대인관계에서 해결해야할 것은 해결하며 사고를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주변에 있는 가족들이 노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어주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줄 뿐만 아니라 존중하며 인정해 주어야 하며 우울증이 발생된 사건과 사고에 대한 의미의 재구성(재해석)이 우울의 극복의 매우 중요한 방법이다. 하지만 노인들과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것이 가족들에게서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들에게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인들은 늘 반복되는 이야기와 뚜렷한 주제 없이 횡설수설하기 때문에 들어주기에 힘들고 시간이 없다는 입장이다.
우울증 극복을 위한 효과적 상담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법은 합리적 정서행동 치료(REBT)인데 이는 노인 본인이나 주변에 있는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인지적 접근방법을 개발한 알버트 엘리스는 87살이 된 노년에도 자신에게 우울한 생각의 공격을 받게 되면 스스로 개발한 이 방법을 사용하여 우울을 극복한다고 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독교적인 해결방법으로서 성경말씀을 늘 마음에 묵상하고 찬송하며 기도하는 것은 가장 고전적인 회복의 방법이 될 것이다. 그러나 기도만 한다고 하여 회복이 쉽게 되지 않을 수 있다. 크리스 툴만이나 윌리엄 배커스와 마리 샤피앙 같은 사람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방법으로서 진리모델 또는 진리요법을 개발했다. 이것은 우울하게 될 수 있는 어떤 자극적인 사건이 발생되면 그것을 배격하도록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특별히 노인들은 조그마한 일에 쉽게 노여워하게 되고 마음의 상처를 받기가 쉽기 때문에 어떤 자극적 사건에 대한 거짓되고 과장되며 잘못된 생각은 잘못된 반응으로 나타내기 쉽다.
그러므로 그에 대해 진리를 선포함으로써 우울의 늪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즉 내면적으로 자신에게 말하기를
“내가 우울한 표정을 가짐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내가 우울하게 되는 것을 하나님께서는 원하시지 않는다!”
“내가 우울증 환자가 되고 안되는 것은 나의 결정이다.”
“이 세상에 누구도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야!”
“나는 우울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을 향해서 이런 말을 선포함으로써 비합리적인 정서가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은 생각의 병이므로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치료되지 않는다. 원론적인 말이지만 생각만 바뀌면 곧 치료될 수 있는 것이 우울증이다.
(전요섭/한국복음주의 목회상담학회 총무 및 성결대 목회상담학 교수, 교육대학원 상담학 주임교수이며, 남부성결교회에서 합동목사로 섬기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신학에서 본 심리학\', \'기독교 상담방법\' 등 30여권이 있습니다.)